다름과 자유민주주의

다름과 자유민주주의

2021-09-14 0 By 월드뷰

월드뷰 SEPT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1


글/ 육진경(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


자유민주주의도 수용할 수 없는 다름이 있다


‘난 너와 달라.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니까.’

요즘은 ‘다름’을 인정받는 것이 대단한 권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유행인 듯하다. 다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치킨, 햄버거, 피자 등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인정되는 다름이다. 수학 문제에 대한 답은 맞음 또는 틀림으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흡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다름으로 다양성이 인정된다. 물론 보건상으로는 옳지 않은 일이지만 개인이 취미로, 선택으로 흡연한다고 감옥에 보내지는 않는다. 물론 금연 구역에서는 예외지만.

모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사회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맞는다는 다원주의가 진리라면 다원주의를 비판하는 것도 인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절대 진리를 주장하는 것을 다원주의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모순이다.

인간은 피부색, 얼굴, 환경 등이 다르게 태어난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며 음악을 좋아하기도 한다. 인간은 각자 다르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자유를 지닌 존엄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러나 인간이 가진 자유도 공동체 보호라는 다른 가치의 제한을 받는다. 즉 공동체를 파괴할 자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은 국가를 지키는 법이다. 국가라는 공동체를 파괴할 자유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가 파괴되면 그 안에서 보호받던 국민도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수용할 수 없는 다름이 있다. 살인, 절도, 폭행, 음란 등은 수용할 수 없는 다름이다. 학교폭력을 인정한다면 학교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교실은 일진이 지배하는 정글이 될 것이다. 수용할 수 없는 다름을 정하는 것이 법이고 이 법을 준수하라는 공동체의 약속이 법치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다름을 존중하지는 않는다. 수용할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에 대한 평화적인 변화 가능성이 열린 사회가 자유민주주의다. 옳음과 틀림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법적 안정성이다.

만약 학교에서 담임 교사가 감정에 따라, 친분에 따라 학급을 경영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학생들은 날마다 담임 교사의 눈치를 살피며 불안하게 지내게 될 것이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일관성을 가지고 자녀들을 대할 때, 자녀들은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게 자라나게 된다. 잘못하면 훈육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노여워하지 않게 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법적 안정성이 있는 사회는 예측 가능한 사회이며 안정적이다. 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된 사회는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며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불안정한 사회가 된다.


놔둠의 영역은 개인의 선택이다


다름에는 옳음과 틀림 사이에 놔둠(용인) 영역이 있다.1) 이 영역은 개인의 선택,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다. 흡연의 경우, 금연 구역만 아니면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동성애도 군형법만 아니면 개인의 선택에 속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동성애에 대해 그 행위만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냥 개인의 선택에 맡겨 두었다. 그런데 법률을 제정해 옳음의 영역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로 갈등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간통죄 같은 경우는 2015년 틀림에서 놔둠의 영역으로 이동했다. 간통은 도덕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신의를 버렸다는 점에서는 옳지 않으나, 법적으로 다루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간통죄는 배우자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것에 끝나지 않는다. 가정이 파괴되면서 자녀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본다. 불안해하고 공부할 여력이 없으며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대개 가정이 불안정했다. 아이들의 근거인 부모가 튼튼한 둥지가 되지 못하고 스스로 둥지를 깨뜨리게 되면,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져 방황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가정을 지켜주면 그나마 아이들은 아픔을 견디며 힘겹게 성장한다.

가정을 지키던 사람은 졸지에 배우자의 불륜으로 패배자가 되고, 부도덕함에 대한 죄책감마저 없어지면서 불륜은 유행처럼 번졌다. 사회의 근간인 가정이 위태롭게 되자, 간통죄를 부활하자는 여론도 인터넷 공간에서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정을 보호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인 다수가 되어 사회적 합의에 이르면 간통을 틀림 영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 그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다.

출처: 리얼미터(2015.2.27)

놔둠(용인)의 영역은 자유민주주의의 꽃이다.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공동체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첨예한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 지대이기도 하다. 여기서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설득력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합의에 이르면 평화적으로 영역을 이동하면 된다. 열띤 토론에도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가? 그냥 놔둠 영역에 두고 개인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여기에 표현, 양심, 신앙의 자유가 필요한 것이다.

2007년부터 입법 시도가 되었던 ‘차별금지법’은 이 영역을 옮기고자 하는 시도였다. 현재 이름을 바꾸어 ‘평등에 관한 법률’로 국회에 발의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은 이미 20여 가지로 제정되어 있으므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수의 역차별이 심각하고 자유가 급격하게 위축된다는 것이다.


어떤 다름은 차별이고, 어떤 다름은 혐오인가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살펴보면 ‘모든 영역에 있어서, 어떠한 사유로도’라는 문구는 이미 전체주의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틀림을 거르는 장치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평등법이 통과되면 ‘나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사건의 범인인 조두순이 차별 없이 학교에 취업할 수 있다. 김일성 주체사상도 비판할 수 없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이비, 이단도 비판할 수가 없게 된다.

이 법에서 차별이란 고용, 재화, 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공공 서비스의 제공 이용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츨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 취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어떠한 사유로도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 구별, 제한,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2021.6.16. 이상민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4조 ②항

최근에 다시 박주민 의원 등에 의해 발의된 ‘평등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제27조 교육기회의 차별금지에서 교육기관의 장은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기독교 교육을 하는 기관들, 특히 신학교에서 ‘성 소수자’ 입학을 허락하지 않으면 차별이 된다. 기독교 교육을 할 자유가 훼손되는 것이다.

제28조를 보면 모든 교육기관의 교육내용도 규제하고 있다. 성경 말씀에 따라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다고 가르치게 되면 차별이 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사상과 생각의 다름이 기독교인의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는 역차별이 심각하게 일어나게 된다.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이 다시 야기되는 것이다.

제27조(교육기회의 차별금지) ① 교육기관의 장은 성별 등을 이유로 교육기관에의 지원·입학·편입을 제한·금지하거나 교육 활동에 대한 지원을 달리하거나 불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교육기관의 장은 성별 등을 이유로 전학·자퇴를 강요하거나 퇴학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8조(교육내용에서의 차별금지) 교육기관의 장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교육목표, 교육내용, 생활지도 기준이 성별 등에 대한 차별을 포함하는 행위
2. 성별 등에 따라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 행위
3. 성별 등을 이유로 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교육내용에 포함하거나 이를 교육하는 행위

제29조(교육기관의 장의 편의 제공 의무) ① 교육기관의 장은 피교육자가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 교구, 필요한 인적조치 등의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편의 제공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021.8.9. 박주민 평등에 관한 법률안

또한 평등법(차별금지법)은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성별(gender) 정의를 강제로 따르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제3의 성을 인정하는 문제는 아직도 논란이 많고, 현재 헌법과 기존에 있는 법률과도 맞지 않으며,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다.

“성별”이란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하기 어려운 성을 말한다.

2021.6.16. 이상민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3조, 2021.8.9. 박주민 평등에 관한 법률안 제2조
2020.10.12. 서울시교육청 앞,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교육 현장은 평등법(차별금지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는데도, 국가인권위 주도로 이미 적용되어 혐오차별 예방을 위한 스티커2)가 학생들에게 배포3)되었고, 혐오차별4)에 관련된 포스터가 학교에 게시되며 가정통신문과 알리미로 학부모에게 전달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혐오 차별대응 포스터 / 서울시교육청(2020.8.19)
혐오차별 예방을 위한 스티커 / 서울시교육청(2020.8.19)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두 세력이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독재, 포퓰리즘이다. 사회적 합의 없이 영역을 강제로 이동하려는 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전체주의 세력이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북한의 세습 독재가 그것이다.

모든 다름을 다 인정하라고 하면서 어떤 다름은 차별이고 혐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가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보편적이고 도덕적인 인권을 지켜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를 평등이라는 불평등함으로 위태롭게 하려는 자들 앞에 불안하게 놓여 있다.

<sarang2624@naver.com>


1) 이은경 ‘다름의 이해’ 서울신문 2017.6.18.
2) 위 스티커에 나온 세계인권선언(1948)을 제2조를 살펴보면, ‘gender’가 아니라 ‘sex’, 즉 생물학적 성을 말하고 있다. ‘Everyone is entitled to all the rights and freedoms set forth in this Declaration, without distinction of any kind, such as race, color,sex, language, religion, political or other opinion, national, or social origin, property, birth or other status.’
3) 혐오 표현 대응 안내서 국가인권위, 전국시도교육청 배포 2020.8.4. 국가인권위원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성별, 장애, 종교,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모욕 등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혐오 표현 대응 안내서’를 전국 초·중등학교에 배포했다. 혐오 표현 대응 안내서에 따르면 혐오 표현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 특정한 속성을 이유로 그러한 속성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모욕, 비하, 멸시, 위협하거나 또는 그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은 당연하거나 필요하다고 부추기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안내서가 인용한 혐오 표현의 예로는 ‘김치녀’ ‘쿵쾅이’(성별), ‘급식충’ ‘틀딱충’(나이), ‘짱깨’ ‘흑형’ ‘똥남아’(인종이나 출신 국가), ‘병신’ ‘결정장애’(장애), ‘호모’ ‘게이/레즈 같다’(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이 제시됐다. ‘난민은 거짓말로 들어온 것이니 모두 추방해야 한다’ ‘성 소수자 때문에 국민 건강이 위험하다’와 같이 편견에 근거해 증오심과 적대심을 부추기는 표현도 혐오 표현으로 적시했다.
4) 서울시교육청 보도자료 2020.8.19.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자신도 모르게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라며 “서로 공감, 서로 이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혐오 표현 예방을 위한 학교 내 교육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교육자료나 홍보자료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각 학교에 혐오차별 예방을 위한 스티커를 배포하였다.


글 | 육진경

새하늘교회 사모로 주일학교를 섬기고 있으며, 31년 차 중학교 교사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약칭 리커버)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