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안에 숨어 있는 적그리스도

불법 안에 숨어 있는 적그리스도

2021-08-10 0 By 월드뷰

월드뷰 AUGUST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COLUMN 1


글/ 이상원(전 총신대 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세계는 초월적인 인격적 실재들로 가득 찬 곳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에 나타나는 불신자와 신자의 결정적인 차이 가운데 하나는 전자는 초월의 세계의 실재를 배제하고 단지 물질의 세계의 실재라는 관점에서만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반면에, 후자는 초월의 세계의 실재를 전제하고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초월의 세계의 실재를 배제하고 초미시적인 세계까지 분석해 들어갈 때 궁극적으로 만나는 것은 원자들, 각종 파동, 그리고 텅 빈 공간뿐이다. 그러나 성경에 근거한 초월의 세계의 실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세계는 물질의 세계를 초월하는 영적인 살아 있는 인격체들로 가득 찬 역동적인 장소다. 인격적인 존재이신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 이 우주 공간 구석구석 가득 임재 하여 계신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숫자의 인격적인 존재인 천사들이 이 우주 공간 안에 가득 차 있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이 세상을 떠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자들의 영혼이 이 우주 공간 어딘가에 있는 천국에 가득 차 있다. 예수님을 믿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난, 수 없이 많은 불신자들의 영혼이 이 우주 공간 어딘가에 있을 지옥에 가득 차 있다. 타락한 천사들이 마귀, 사탄, 공중의 권세 잡은 자, 귀신 등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이 세계 안에 가득 차 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죽어서 세상을 떠난 신자들과 불신자들의 영혼은 이 세상의 일에 간섭할 수가 없으나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 천사들의 거대한 군단과 타락한 천사들로 구성된 사탄의 군단은 역사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사에 깊숙이 관여한다. 이들과의 관계를 말하지 않고 단지 정치학, 경제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심리학 등에만 근거하여 이 세계를 해명하고자 하는 환원론적 시도는 절름발이 시도로서 역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며, 미구에 실패하고 말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불법


최근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만행이 우리 사회의 전 영역,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의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법의 파괴가 도덕적으로도 정당화되고 있다. 법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아주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관점에서만 보아도 자명하게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길이 법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을 추구한다. 성별은 남자와 여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극히 기초적인 생물학적 결과에 따라 확립된다. 염색체가 XX면 여자, XY면 남자다. 그것으로 끝이며, 더 이상의 어떤 성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젠더주의자들은 성별이 생물학적인 사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인지에 의해 결정되며, 제3, 제4, 제5 등의 수많은 성별이 존재한다고 강변한다. 이것이 합리적으로 설명이 되는가?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독립된 생명의 생애가 시작된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생물학적 사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최고급 엘리트 법조인들과 의료인들이 한결같이 이 사실을 모두 외면하고, 다른 시점으로 생명의 시작점을 잡든지, 아니면 아예 태아가 생명이라는 사실 자체를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합리적으로 설명되는가? 모든 하위법령의 입법 방향을 규범적으로 규제하는 상위법은 헌법이며, 헌법을 법철학적으로 규제하는 법이 도덕법이라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인데, 현재의 입법가들은 헌법의 이름으로 도덕법을 통제하려고 시도하며, 하위법의 이름으로 상위법인 헌법을 통제하려고 한다. 법의 생명은 공정성임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이념집단의 정치적 권익의 확보를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시도도 정당한 것으로 둔갑시키고, 비윤리적인 발언도 정당한 것으로 뒤집어 버리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마르크스주의적인 편당적 사고는 불법이며,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며, 어떤 미혹하는 영에 장악당해서 노예처럼 끌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된다.


불법은 적그리스도의 드러난 형태


데살로니가후서 2장은 적그리스도의 출현에 대해 말하는 장이다. 2장 3절에서 바울은 적그리스도에게 미혹되지 말라는 교훈을 주면서 적그리스도를 “불법의 사람 곧 멸망의 아들”로 묘사하는 동시에 적그리스도의 활동을 ‘미혹’으로 규정한다. 이 본문으로부터 우리는 적그리스도에 관한 세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첫째로, ‘사람’ 또는 ‘아들’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적그리스도가 인격체임을 말한다. 둘째로, 적그리스도의 특징이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다. 7절에도 “불법의 비밀”이라는 어구가 사용되고 있고, 8절에 “불법한 자”라는 규정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적그리스도는 불법과 깊이 연루된 실재임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이 제정하신 창조질서상의 법체계, 마음의 도덕법(롬 1:14~15)이나 십계명과 같은 도덕법 체계, 정당한 헌법 등에 반하는 모든 형태의 무법(無法)적, 반법(反法)적 활동은 인격적 실재인 적그리스도와 연루되어 있다. 무법이나 반법은 단지 법의 문제만이 아니라 영적인 문제다. 셋째로, 적그리스도 활동의 특징은 미혹하는 것이다. 미혹이란 왜곡된 길을 정당한 길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불법의 길을 법의 길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 안에서는 불법으로, 종말의 날에는 불법의 사람으로


데살로니가후서 2장 7절과 8절은 불법의 사람인 적그리스도의 활동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합법적인 대응방식과 적그리스도가 역사 안에 나타나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불법의 비밀이 이미 활동하였으나 지금은 그것을 막는 자가 있어 그때에 불법의 사람이 나타나리라.”

먼저 적그리스도가 역사 안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 본문에 세 개의 시제가 나온다. ‘이미’는 과거이고, ‘지금’은 현재이며, ‘그때’는 미래 곧 종말의 날이다. ‘이미’와 ‘지금’을 합하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시대를 가리킨다. 종말의 날 이전의 역사시대에는 적그리스도가 ‘불법의 비밀’이라는 형태로 등장한다. 적그리스도는 인격적인 존재지만, 역사시대 안에서는 ‘비밀’로 되어 있다. 비밀로 되어 있다는 말은 사람들의 눈에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역사 안에서는 적어도 지금까지, 그리고 종말의 때가 될 때까지 적그리스도는 인격체 형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형태로 적그리스도의 실재가 드러나는가? ‘불법’의 원리로! 로마 교황이라는 인격적 존재는 적그리스도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로마 교황이 성경이 말하는 구원의 원리나 내세에 관한 원리를 배제하고 다른 구원의 원리나 내세의 원리를 가르치는 것은 바로 적그리스도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히틀러, 마르크스-레닌,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과 같은 인격적 실재는 적그리스도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나타나는 불법의 통치는 적그리스도에게서 온 것이며, 적그리스도의 실재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 곧,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이 임하는 시점에 가까이 가면 적그리스도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 ‘불법의 사람’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적그리스도는 전 세계의 어마어마한 정치적 권력과 종교적 권력을 장악한 무시무시한 한 사람의 독재자로 나타날 것이다. 이 한 사람은 세계의 정치 권력을 장악할 뿐만 아니라 종교적 권력까지도 장악한 자가 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에서 언제나 한 사람의 절대적인 권력자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었던 것처럼 적그리스도는 정치 권력이 집중된 강력한 폭정적 통치자가 될 것인데, 이 통치자는 세계의 모든 종교를 강제로 통합해 그 종교적인 수장도 아울러 겸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불법을 막는 자는 그리스도인


마지막으로 본문은 ‘지금’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어떤 입장에 서는 것이 이와 같은 불법의 형태로 숨어 있는 적그리스도의 교활한 활동에 대한 바른 대응인가에 대하여 말한다. 본문에 보면 “지금은 그것을 막는 자가 있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를 가리킨다. 이 시대에 ‘불법’을 ‘막는 자’가 있다. ‘막는 자’라는 표현은 불법을 막는 주체가 어떤 원리가 아니라 인격체 곧 사람임을 뜻한다. ‘막는 자’는 하나님의 창조법과 도덕적 규범과 국가의 정당한 헌법을 수호하면서, 불법을 비판하고 막아서는 기독교인들과 교회다. 기독교인들은 현재 역사 안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증하고 어리석은 불법의 배후에 적그리스도의 사악한 작전이 깔려 있음을 영적인 안목으로 꿰뚫어 보면서 불법을 막는 치열한 영적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 동 신학대학원(M.Div.),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M.),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D.)에서 수학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한동협 현대성윤리문화 교육원 원장, 월드뷰 편집위원, 차바아 운영위원, 복음법률가회 운영위원, 카도쉬 아카데미 고문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