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하루살이로 태어났으면

2021-08-06 0 By 월드뷰

월드뷰 AUGUST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글/ 김다정(Delight 연구소 소장)


정통 기독교 성교육을 교육하되 하나님의 말씀을 뒷받침하는 창조질서의 현상들도 함께 교육하여 참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리는 길을 함께 걸어가요


살고 싶어진 아이들


“선생님, 제 생명이 소중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저는,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로 태어나고 싶었어요. 오래 살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니면 일만 하다 죽는 일개미로 태어나고 싶었어요. 저는 계속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제가 우연히 태어난 게 아니라고, 우리 인생이 특별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이제는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과연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고백인가 싶을 정도로 이 남자아이의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을 축약하여주는 듯한 말과 치유와 변화가 일어난 듯한 감사의 말, 두 가지 고백은 우리에게 각기 다르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날의 기억은 나를 비롯한 에이렙(ALAF) 출신의 연구소 소장님들에게 큰 감동이 되었다.

놀랍게도 이 일은 에이랩 아카데미를 수료한 강사님들과 팀을 이뤄 진행했던 일반 초등학교의 ‘성교육’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첫 번째 강의를 끝내고 두 번째 시간을 앞둔 쉬는 시간에 한 남자아이가 내게 찾아와서는 했던 고백이다. 그렇다. 한 사람의 자아 존중감을 회복시켜주고 메말라 있던 현대인들의 마음에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인간의 격을 회복시켜주는 것, 성품을 변화시켜주는 것, 다시 말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ALAF의 성경적 성교육이다. 놀랍게도 학교나 기업 등 종교 중립 교육을 요구받는 영역에서의 성교육 현장에서는 ‘예수님’ 혹은 ‘하나님’, ‘복음’, ‘진리’ 등 ‘기독교적’인 단어들은 하나도 쓰지 않고도 성경적 성 가치관을 고스란히 전한다. 즉 성경에서 말씀하는 진리의 가치관을 하나님이 주신 각종 통계와 자료들을 동원해 녹여낸다. 생명과 영혼까지도 살아나게 하는 성경적 성교육이 세상의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생명에 대한 태도를 배우다


생식기 명칭을 가르치고 성관계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거나, 피임과 성적자기결정권을 교육하는 세상의 외설적 성교육과는 반대로, 아이들이 진짜 알아야 할 생명의 신비함과 소중함에 대해 배운다. 수정되는 순간 한 인간의 생물학적인 인프라(예로 성별, 모발 색, 눈동자 색, 유전자, 염색체 등)가 결정된다는 것을 기반으로 수정된 순간부터 태어나기까지의 태아의 주 수 별 특징을 알아본다. 수정 후 2주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뇌파가 감지되며 장기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제 역할을 한다는 것, 엄마가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낀다는 것 등부터 시작해서 한 인간으로서 세상 밖에 나올 준비를 모두 마친다는 것을 그대로 모두 가르쳐준다.

이러한 내용과 교감하도록 하며 아이들 속에 있는 생명을 대하는 좋은 태도를 일깨워준다. ‘내가 엄마 배 속에 있었을 때 우리 엄마, 아빠가 나에게 해주었던 가장 축복 된 말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처음 태동을 했을 때 우리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야. 한 생명을 품고 지킨다는 건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해. 그렇다면 엄마,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인내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한 번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던 엄마 배 속에 있었을 때의 10개월이란 시간 동안의 자신의 고귀했던 삶과 그런 나를 기뻐했을 엄마, 아빠를 상상하며 자아를 향한 존중감을 느끼도록 돕는다.

너희는 길을 가다 돌부리에 실수로 걸려 넘어지듯 실수로 잘못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라는 거야. 태어난 그 자체가 기적이야! 너희를 만나려고 누군가는 10개월 동안 고대하고 기다렸을 것이고 너희가 처음 태동한 날 가족에게 감동과 기쁨이 몰려왔을 것이고 어떤 이름을 지어줄지, 누굴 닮았을지,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하진 않은지, 어떤 옷을 입혀줄지, 행복한 상상과 함께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태어난 아이들이 너희야.

라는 메시지를 던졌을 때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존감이 올라간다. 앞서 언급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었던 아이의 생각이 변화된 것이 그 결과를 말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성별에 대한 태도를 배우다


태아의 주 수별 특징과 함께 남자와 여자의 총체적인 차이를 배움으로써 자신이 남자로서 혹은 여자로서 얼마나 특별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흔히 생각하는 성기와 생식기 차이점에 함몰되는 것이 아닌 염색체, 호르몬, 유전자, 골격, 근력, 피부, 모발, 지방량, 심리적인 작용, 뇌 기능, 성향, 기질, 약물치료 등 너무나 많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아이들의 언어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준다. 이 교육의 목적은 상대 성별을 보며 서로를 향해 적개심으로 인한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나는 이 세상에서 대체 불가한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배우고 내가 남자 혹은 여자로서 얼마나 큰 능력이 있는지 알게 하고, 내가 너무 특별하기에 상대 성별의 친구를 도와주고 보완해주기 위함임을 더 나아가 좋은 아내와 엄마 또는 남편과 아빠가 될 수 있음을 배운다.

한 예로, 여자들은 사춘기가 오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면서 피하지방과 필수지방이 하체나 복부에 모이게 되는데 몇몇 10대 여자아이들은 흔히들 미디어에 나오는 연예인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며 극심한 다이어트 강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여자의 복부나 하체의 지방 속에는 훗날 임신할 태아의 DNA와 신경발달물질을 돕는 성분이 있다. 이것을 알려주었을 때 한 여학생이 와서는 “선생님, 저는 아기를 품을 수 있는 몸이네요! 이제부터는 다이어트보단 몸에 좋은 운동 많이 해볼게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라남도의 한 여자중학교 여학생은 자신이 신비한 생명을 품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나도 커서 귀한 생명을 낳고 싶다’라고 후기에 적어낸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젊은 남자에게서 나타나는 테스토스테론은 성적 호기심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라고 흔히들 짐작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의 진가는 집중력과 적극성을 띠게 하는 데에서 발휘한다. 집중력과 적극성을 띠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과 뇌 기능인 순발력까지 합쳐지면 주변인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온몸을 날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멋진 남편과 아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게 하는 저력을 갖게 하기에 훗날 사랑하는 배우자와 가족을 이루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10대의 에너지를 쓴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을 연상케 한다.


음란물에 대한 태도를 배우다


더 나아가 음란물 예방 교육에서는 실제 음란물 중독자들의 뇌와 정상적인 뇌를 비교해보며 음란물 중독자의 뇌가 쪼그라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성적 사고를 하고 절제력과 판단력, 창의성과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하는 전두엽을 지키고,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능력을 갖추게 하기 위함임을 아이들에게 진실되게 전달한다. 한 사례로,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일반 중학교에서 이 교육을 받은 남자아이가 내게 찾아와서는, “선생님, 저 음란물을 끊고 싶은데 못 끊겠어요. 도와주세요”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사랑과 따뜻함에 진리를 담아서 그 양심에 호소하면, 불신자라 할지라도 그 양심에서 무엇이 그릇된 것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돌이키려 한다는 것이다. 접근하고 다루는 방식은 부드럽고 인격적이어야 하나 전하는 교육의 내용은, 적어도 진리에 관하여서는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세상은 본질과 비본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아이들이 듣기에 달콤하고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직접 느끼며 체험한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교육의 목적이 다른 것이 아닌 듣는 이들의 궁극적인 행복을 위함임을, 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함임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진심을 담아 전달하면 아이들의 영혼은 무의식적으로라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귀담아듣는다는 것이다.


놀라우면서도 감사한 반응 Let’s ALAF(레츠 에이랩)!


에이랩 아카데미의 정통 기독교 성교육은 유아에서부터 교사와 학부모까지 모든 연령대가 가능하다. 유아는 해당 연령대에 맞게 재미있는 인형극이나 이야기로 풀거나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다. 수많은 피드백 중에 “엄마, 나는 XY 멋진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 친구들을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해. 엄마도 내가 많이 도와줄게!”라고 말했다는 5세 남자아이의 후기가 기억에 남는다. 7세 여자 아이 중에서는 “선생님, 우리 여자 친구들은 아기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라고 몸이 더 부드러운 거지요? 나중에 아기가 살 집이 된다고 하셨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한 생명의 탄생에 대해 담론할 때에도 보통의 성교육처럼 성기와 성기의 결합, 성관계의 과정, 적나라한 시각적 자료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아닌, 아기를 지키기 위한 부모들의 희생과 헌신, 더 큰 기쁨을 위해 눈앞에 놓인 쾌락적 선택을 보류하고 오래 기다리는 인내하는 마음, 서로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잘 관찰하고 보살펴주는 남편과 아내의 배려하는 마음 등의 ‘성품’을 연상케 된다.

이러한 교육의 가치관과 커리큘럼을 가지고 교직원을 상대로 연수를 할 때도 보수적이고 진부하게 느끼지 않을지 미리 걱정하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 주님 앞에서 죄송하게 느껴질 만큼 놀라우면서도 감사한 반응이 나온다. 교사들의 고민 중 “성교육을 있는 그대로 오픈해서 가르쳐주라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르쳐주어야 할까요? 저도 하기가 민망해서….”, “아이들도 그런 교육을 할 때 불편한지 일부러 딴청을 피우며 별로 듣고 싶지 않은 것 같았어요. 어떤 아이들은 머리가 아프거나 토하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요.”라고 털어놓는 경우도 많다. 외설적인 내용과 ‘차별과 편견 금지’라는 슬로건만 들리는 과도한 인본주의적 성적자기결정권 교육에 싫증 난 교사들이 꽤 많다.

심지어는 그런 교육이 아이들의 행동 개선에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교사들의 솔직한 고백 또한 적지 않게 접한다. 경로를 이탈한 자동차에 승차한 것처럼, 옳은 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급진적인 성교육 과정에서 내적 혼란을 겪고 있던 교사들에게는 이 교육이 시원한 냉수 한 그릇과 같은 답이 되어주는 듯했다.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성교육이에요. 어쩌면 이런 걸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남·여의 갈등을 조장하는 성교육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게 하는 너무 좋은 교육이었어요”. 한 보건 교사의 ‘이 교육을 늦게 안 것이 안타깝네요. 그간 나를 거쳐 간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요’라는 고백은 내 마음에 잘 박힌 못처럼 각인이 되어 두고, 두고 많은 깨달음을 준다.


믿지 않는 자들의 마음 밭도 변화시킨다


정통 기독교 성교육을 하며 느낀 많은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은 진리를 기뻐한다는 것이다. 듣기에는 짜릿하고 자극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찝찝해지는 성교육이 아니라, 듣고 나면 명쾌해지고 내면의 기쁨이 차오르는 성교육 강의로 인해 아이들이 살아난다. 특히 학생들은 순수하므로 그들의 마음이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강의할 때는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치며 교감을 하는 편인데 아이들의 눈빛이 다른 곳으로 쏠리지 않고 빨려드는 것을 보게 된다. 내가 잘나서가 아닌 이 수업 안에 진리가 그들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떠나 죄에 물든 불신자라 할지라도, 설령 겉으로는 진리를 거부한다고 할지라도, 본래 지음 받았던 하나님 형상을 닮은 깊숙한 곳의 그 영혼은 이 기쁜 소식인 성경의 진리를 누군가는 전해주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현장을 직접 보고서 깨달았다. 실로, 앞서 대표적으로 언급한 사례들의 주인공들은 기독교 단체의 크리스천들이 아닌 모두 ‘일반’ 학교(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교직원 연수, 학부모 단체 등)의 청중이다. 성경에 기초한 진리의 내용을 전했을 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할까, 혹은 미움받지 않을까 잠시나마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내 마음을 주님 앞에서 회개했고 지금도 여전히 담대히 순종해나간다. 연구소의 이름을 ‘딜라이트(Delight)’로 짓기까지의 과정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빛이 비치면 그 영혼은 기뻐한다는 것!

지금도 ‘One Purpose, One Spirit’으로 묶인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대전, 전주, 제주도 등에 계신 에이랩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협력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각기 다양하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존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처럼, 오직 한 목적을 품고 한마음이 되어 각기 주어진 현장을 정복해나갈 뿐 아니라 다른 지역 교육 현장까지도 책임감을 갖고 돕고 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세상이 주는 잠시 잠깐의 즐거움이 아닌 진짜 자유를 얻는 옳은 길로 인도되도록 ‘위대한 생명 위대한 가정(Awesome life awesome family)’의 성경적 가치관 교육은 오늘도 영혼들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jasonirene@naver.com>


글 | 김다정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근현대주의 교육학부를 졸업하고, UCL 런던교육전문대학원에서 유아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Delight 연구소 소장이며 전주 소망유치원 연구주임 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