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통일 교육의 실체

2021-07-23 0 By 월드뷰

월드뷰 JUL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1


글/ 육진경(교사)


들어가며


평화 감수성으로 이룰 통일은 어떤 모습일까? 감수성 과잉 시대에 통일교육도 감수성으로 될까? 다음은 ‘디엠지(DMZ) 동산에서’라는 노랫말이다.

어젯밤 나는 꿈을 꾸었네. 디엠지 동산에서
남북의 시민들이 서로서로 약속하는 꿈을
무기 버리고 쟁기 만들어
밭 갈아 감자 고구마 심어 화평의 숨결 어린
땀방울 생명의 터를 적시네.

어젯밤 나는 꿈을 꾸었네. 디엠지 동산에서
남북의 철원 땅이 하나 되어 활짝 열린 꿈을
금강산 가는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 지나 베를린까지 상생의 물결 향한
발걸음 평화의 숲을 이루네.

무기를 버리고 통일을 이루어 금강산 가는 기차를 타고 유럽에 간다는 노랫말대로 통일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 연수


서울시교육청 연수원에서 실시 중인 직무연수에 <평화 시대를 여는 통일시민(이하 <통일시민>)>이라는 인정도서를 사용한 통일 교육을 소개하고 있다. <통일 시민>의 목적은 분단국가에서 평화 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통일시민>은 경기, 서울, 인천, 강원 시도교육감이 공동으로 개발해 사용하는 책이다. 창비에서 출판한 인정 교과서로 초등, 중등, 고등 3종류로 나뉜다.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채택해서 쓰는 교과서는 아니지만, 시도교육청 연수원에서 하는 통일교육을 직무 연수받으면 <통일시민>이라는 책에 자연히 관심을 두게 되고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수업에 활용하고 있는 교사들이 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뒷부분에서 다루고자 한다.


학생 체험 활동 통일 교육


시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 신청자를 뽑아서 특정 기관(예를 들면 흥사단 등) 위탁해 통일교육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위탁 기관 중 하나인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의 통일교육은 다음과 같이 실시하고 있다.1)

흥사단 통일교육 안내를 보면 <민주시민교육>, <통일시민> 교과서를 활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초, 중, 고 전체 학년에 공통으로 들어간 ‘평화-통일 감수성 기르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성인지 감수성,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 생태 감수성 등 감수성이 범람하는 시기에 통일까지 감수성으로 교육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성 없는 시대, 감성이 날뛰는 한반도에 평화 통일이 감성적으로 감수성 높게 올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2015 교육과정에 들어있는 통일 교육의 내용 요소


초등 도덕 3~4학년 과정 내용 요소에 “통일은 왜 필요할까?(통일 의지, 애국심)”, 5~6학년 과정에는 “통일로 가는 바람직한 길은 무엇일까?(통일 의지)”로 들어가 있고, 중등에는 “북한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북한 이해)”, “우리에게 통일의 의미는 무엇인가?(통일윤리의식)”, “고등 생활과 윤리에는 통일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통일 문제를 둘러싼 쟁점, 통일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내용 요소다. 검인정 교과서는 대부분 교육과정에 따르기 때문에 교과서 자체보다는 교과서를 재구성해서 수업하는 교사에 의해서 수업 내용이 결정된다.


인정도서 <평화 시대를 여는 통일시민(창비출판사)>


경기, 서울, 인천, 강원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개발한 인정 교과서 <평화 시대를 여는 통일시민>(2017. 01. 19. 경기도교육청 인정도서)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교과서는 통일교육 교사 직무연수에 주로 인용되고, 통일교육 사례로 사용되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개발한 인정도서인 <민주시민>, <세계시민>, <통일시민> 시민교육 3종 세트다.


1. 초등 5,6학년용 <통일시민>


‘작은 연못’이라는 노랫말이 이 책 도입부에 실려 있다. 연못에 살던 붕어 두 마리가 서로 싸워서 모두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공멸을 막기 위해 화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노랫말로 평화를 교육한다면 무기를 버려야 하고 전쟁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게 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싸운 군인, 군대는 폭력 집단이 되어 존경할 수 없게 된다. 비겁한 화해(항복)가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상상(망상)을 은연중에 심어주고 있다.

남한과 북한의 대립이 승민이와 예림이의 싸움과 화해(16쪽)와 견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 간의 대립과 분쟁이 간단하게 용서와 화해로 끝난 예를 본 적이 없다.

88~89쪽을 보면 ‘차이를 인정해요’라는 단원에서 ‘남북한이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 봅시다. 남한과 북한은 수십 년 넘게 떨어져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도 조금씩 차이가 생겨났습니다. 나와 다르면 틀린 것일까요?’라고 물으며 나와 다른 경우 옳음일 수도 있지만, 틀림일 수도 있는데 달라도 틀린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체제가 달라서 생긴 차이임을 간과하게 만들고 두 체제가 공존할 수 있는 것(또는 옳음)처럼 호도하고 있다.

통일의 목적이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일까? 우리가 통일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이익뿐만이 아니라 북한 동포가 자유를 누리게 하고 억압된 제도에서 해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온 탈북민들은 이곳에서 누리는 자유와 풍요로움을 속히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도 누리게 하고 싶어 한다. 전 세계가 알고 있는 북한 동포의 실상을 외면하고 꿈만 꾸게 만드는 헛된 통일교육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언급 없이 어떻게 통일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유럽에 갈 때 철도로 가기 위해서? 비행기로 가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100쪽 ‘통일을 향해 함께 가요’라는 단원에서는 ‘7·4 남북 공동 성명’, 1991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등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북한의 불이행으로 연평해전 등이 일어났는데도 북한의 잘못에 대한 언급 없이 “남한과 북한은 분단 이후로 정치·경제적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치·경제 군사적으로 합의서를 번번이 깬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왜 분단 이후 지속된 통일을 위한 노력이 허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 없이 무작정 남북 협력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해 4컷 모둠 만화를 그려 보자고 한다.

한반도 통일 후 달라질 주변 강대국들의 모습에 대해 무한긍정의 시각만을 보여주어, 국제정세를 바르게 볼 수 없게 한다. 중국과는 오히려 군사적으로 긴장이 고조될 수 있으며, 북한의 핵이 쉽게 포기될 수 있을 것인지 등 현실적인 국제 관계를 떠난 희망만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2. 중등 <통일시민>


초등과정과 구성은 비슷하다. 신경림의 ‘길’이라는 시로 시작하고 있으며, 영화 ‘공조’. ‘강철비’, ‘공작’ 등을 소개하고 있다. 대륙을 오갈 수 없는 우리나라를 섬나라로 보고 남북한 철도, 유라시아 철도 이야기로 통일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복지, 인권, 평화, 사회 정의, 환경 보전 등을 언급하다가 국제연합 아동기금(UNICEF)에 대해 말하며 ‘인간 안보((安保)를 위협 받는 청소년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적어 봅시다’라고 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열악한 인권 사각지대, 인권 탄압 국가인 북한의 꽃제비 실상은 외면하고 ‘따뜻한 인간 안보(安保)’라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부분에는 위안부상, 이스라엘에 폭격당한 가자 지구의 어린이, 케냐의 난민촌 어린이, 반핵·반일을 위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진이 있으며 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다. 세계 난민에게는 그토록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으며,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같은 민족의 고통에는 눈 감아 버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다. 멀리 있는 그 누군가에게 또는 과거 역사 속의 안타까운 여인에게 선의를 베풀라고 하면서 지척에 살아서 고통받는 북한 동포의 삶과 인권은 어떻게 그토록 외면하는 것일까?

<통일시민>은 전체적으로 용서와 화해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위안부 부분을 여러 번 다루고 있으며 이미 여러 번 사과를 한 일본 정부에 진심을 담은 사과를 계속하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통일과 관련이 있다며 의사소통 방법을 다룬다. 평화적 의사소통 따뜻한 말하기 연습, 나 전달법, 비폭력 대화 연습하기,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하기 등이다.


3. 고등 <통일시민>


일관성 있게 평화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앞부분에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가 나온다. ‘총을 내려놓고 녹슨 철조망 걷어 버려요’라고 말한다. 이런 평화 감수성으로 우리가 바라는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총을 들고 있고, 철망을 치고 있기 때문에 평화로운 일상이 주어지는 것이지, 감수성으로 어떻게 한 나라의 안보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위험한 통일 교육이다.

외부의 무장 해제는 내부의 무장 해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평화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힘은 자신 안에 있다. – 달라이 라마-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대비하라.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

위의 달라이 라마의 말과 플라비우스의 말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평화를 위해 어떤 관점을 가질 것인지 자유롭게 입장을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54쪽), ‘화해를 위한 용서’ 단원에서 다시 ‘용서가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것처럼 정치적 용서도 중요하다. 정치적 용서가 갈등 또는 분쟁을 겪은 공동체나 국가 간의 갈등 해결과 화해를 위한 출발점으로써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달라이 라마의 말이 사진과 함께 나온다.

‘국가·집단의 용서와 화해’ 부분(66쪽)을 보며 ‘우리가 북한을 용서하라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67쪽에 독일의 유대인 학살 기념박물관 사진에 ‘우리나라에도 있어. 다음에 우리나라에 오면 제주 4·3 평화 공원을 소개해 줄게.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생각 볼 수 있는 곳이야.’라고 말하는 학생의 삽화가 있다. 제주 4·3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한 남로당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 경찰과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이것이 어떻게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연결이 된단 말인가.

다름의 존중과 공존 부분(122쪽)에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북한 이탈 주민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통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백 퍼센트 공감한다. 그런데 여기에 다문화 이민자, 소수자를 끼워 넣으며 캐나다의 예를 들었다. 캐나다는 2015년 세계 150여 개국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사회 관용 지수 1위, 행복 지수 6위로 평가되었으며……. 중략…….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는 30명의 장관을 남자 15명, 여자 15명으로 배정한 뒤 캐나다 원주민, 아프카니스탄 난민, 인도계 이민자, 성 소수자, 시각 장애인도 고루 등용하였다. 끝내 ‘성 소수자’까지 언급하고 있는 <통일시민>이다.


마치며


얼마 전에 서울시교육청이 각 학교로 보낸 ‘교실로 온 평화통일 꾸러미’가 큰 문제가 되었다. ‘북한이 대한민국보다 더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리며 산다, 북한 주민이 김정은을 선택한 것이라며 북한 3대 세습 미화, 북한 핵무기 개발과 주한미군 철수는 정당하다, 북한 의료시스템 세계 최고다’ 등의 내용이 들어있는 도서를 각 학교에 지원하겠으니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이 ‘통일 꾸러미’는 서울시교육청이 제시한 추천 도서 36권과 교구 22가지 목록으로, 학교가 원하는 종류와 수량을 고르면 100만 원 한도에서 교육청이 전액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희망학교 신청을 받아 44개 학교를 선정했고, 해당 학교는 지원받은 책과 교구로 다음 달부터 7월 중순 사이에 교과 수업,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평화·통일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직접 통화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통일을 다양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말만 계속했다. 반민주인 통일 교육이 교육청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실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통일 교육이 진행되어 우리가 무기를 내려놓으면 비폭력적으로, 즉 평화적으로 통일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바라지 않는 방향의 통일일 것이다.

<sarang2624@naver.com>


1) 홈페이지 참조 http://uni.yka.or.kr/?page_id=12604


글 | 육진경

새하늘교회 사모로 주일학교를 섬기고 있으며, 31년 차 중학교 교사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약칭 리커버)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