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때문에 나라가 성 대결 싸움판이 됐다

페미니즘 때문에 나라가 성 대결 싸움판이 됐다

2021-07-06 0 By 월드뷰

월드뷰 JUL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4


글/ 오세라비(작가, 칼럼니스트)


한국 페미니즘, 처음부터 혐오를(hate speech) 내세운 한 잘못된 길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광풍 일으킨 ‘급진적 페미니즘’이 등장한 지 어느새 7년째다. 2015년 8월 개설된 사이트 ‘메갈리아’는 신진 페미니스트 세력을 중심으로 “여성 혐오에 대항한다”라는 명분으로 반(反) 남성적이고, 남성 혐오가 목적이었다. 메갈리아는 더욱 극단적인 ‘워마드’라는 사이트로 변모하여 우리 사회는 남성 혐오, 여성 혐오가 메아리치는 비상식적인 나라가 됐다.

페미니즘 운동은 처음부터 혐오(hate speech)를 내세웠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급진적 남성 혐오와 같다. 페미니즘 운동은 이데올로기이며 정치적, 사회적 실천 운동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즘 세례를 받은 젊은 여성들에게는 강력한 스테로이드처럼 작용한다. 그뿐 아니라 초·중·고·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은 새로운 시대적 사조가 되어 모두가 따라야 하는 질서처럼 됐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 여당의 친 페미니즘 정책과 예산 투입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또한, 좌파 언론의 무분별한 페미니즘 편승, 기회를 얻은 강단 페미니스트들의 경력 쌓기 이용 등도 원인이 된다. 이익집단과 압력단체가 된 여성계의 무조건적인 페미니즘 강요와 미디어 및 출판계의 이해타산 등 복합적인 원인이 맞물린 현상이 페미니즘 광풍을 몰고 왔다. 현재도 ‘워마드’가 사이트 내 글로벌 분야에 ‘WE ARE FEMINAZIS’, ‘WE ARE MAN HATERS!’라고 당당히 공표하고 있음에도 이들 페미니스트 세력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어떤 사회운동이든 혐오가 바탕이 돼서는 안 되며, 사회운동은 정당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필자가 누차 지적했듯 혐오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남녀갈등과 남녀 분리주의를 낳는다. 지난 4·7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도 드러났듯 소위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의 엇갈린 투표 성향도 정확히 남녀 분리주의 현상에 들어맞지 않는가.

페미니즘 교리는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희생자이며 억압받는 존재다. 남성은 지배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언론계, 정치권, 문화계 그리고 교육계에 이르기까지 여성은 ‘사회적 약자’ 남성은 ‘사회적 강자’라는 틀거지로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중국 속담에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만 명의 사람들이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모여든다.”라는 말처럼 페미니즘 담론이 일어나자 이를 보편적 질서로 받아들이며 남성은 폭력적이며 잠재적 성범죄자로 부각하기 바빴다.


건국 이래 최고조에 이른 페미니즘 갈등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기관은 페미니즘 운동 영향을 직접 받았다. 지난 몇 해 동안 교육기관에서 벌어진 학생들 간의 성 갈등은 교육 현장을 위기로 몰아넣기 충분했다. 대학교는 급진적 페미니즘 확산의 주요 진원지였다. 한 대학교 내에서도 여러 개의 페미니스트 동아리가 결성되었고 국내 대학교 전체로는 페미니스트 단체가 전국적으로 최소한 약 150여 개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20대 여성 70%는 페미니즘은 기본값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어느 20대 여성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저는 20대지만, 솔직히 20대 여성 중에 페미니즘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경우는 경험상 70%는 넘었었습니다. 그리고 10대 여자들은 20대 중후반 여자들보다 더 래디컬 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10대 여자들 역시 페미니즘은 디폴트에요.” 10·20·30세대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자대학교는 페미니즘 이데올로기의 추동 세력이 됐다. 대학가 페미니스트들은 2018년부터 ‘여성 혐오 저항’과 ‘탈코르셋 운동’을 이끌며 대학가는 물론이요 중·고교 여학생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페미니스트들은 아름다움 추구는 남성 우월주의 문화의 산물이며 여성 혐오라 주장하며 화장품 버리기, 짧은 머리, 노브래지어 운동이 저항의 상징이 되어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 비혼주의 확산 또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편, 2017년 말경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은 국내를 강타하여 정치인, 연예계, 문단, 대학교 남성 교수 등이 성범죄자로 지목되었다. 이는 곧바로 ‘스쿨 미투’로 이어져 학내는 몸살을 앓았다. 성폭력, 성폭행은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평소대로라면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가볍게 웃어넘길 농담 또는 위트조차 여학생들은 남학생을 향해 성차별, 여성 혐오성 발언으로 몰아간다. 자신의 연애 경험조차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여과 없이 올려 폭로를 남발하는 세태다. 청춘남녀들의 이성을 향한 호감이나 행동이 성희롱으로 비화하여 학교마다 기관에 신고가 잇달았다. 따라서 남녀학생들의 성별 갈등, 서로를 향한 적개심과 반목은 건국 이래 최고조에 달했다. 10대 청소년, 20대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은 급상승했다. 중학교 재학 중인 어느 남학생의 고백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마주치는 여학생은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편하다. 서로 유령인간처럼 여긴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할 남녀 관계가 서로 방어와 거부하는 데 급급하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것이 지난 7년간 우리 사회와 특히 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페미니즘이라는 반세기 전 유물이자 낡은 담론은 학교생활로 침투해 남녀학생들을 갈라놓고 있다.

<우리는 페미나치다>라는 제목의 해외 출간물.


남녀는 서로 상호의존적인 동업자이다


대한민국은 양성평등 선진국이다. 2020년 기준 유엔개발계획(UNDP) 성평등지수 아시아 1위, 세계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해마다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이다. 이처럼 한국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남녀평등을 성취했다. 여성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 예산은 연간 1조 2000억 원, 성인지 예산 연간 35조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2위다. 우리나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을 이루었다. 페미니스트들이 입이 닳도록 부르짖는 남성 우월주의, 가부장제 타파 역시 법적, 사회적으로 사라졌다.

남성의 권력은 곳곳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가부장제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부류가 있다면 그건 바로 586세대일 것이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와 무관한 세대의 남성을 적이요 악당으로 구도를 만들었다. 급진 페미니스트가 주도하는 한국 사회는 남성은 물론 여성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압박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여성을 향해서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남성들을 향해 그토록 비난해왔던 가부장적인 태도로 압박하는 모순을 보인다. 결국에는 약자를 자처하는 페미니즘의 이기적인 세계관은 대다수 여성,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에게 더 큰 해악을 남기게 됨을 알아야 한다. 세계는 남성 중심이며 남성 우월주의이니 그 힘에 대항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옹호해 달라는 케케묵은 주장은 21세기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권력을 위해 여성을 또 남성을 제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여성을 피해자화하고, 여성은 억압받고 있는 존재라는 반세기 전 담론을 가져와 거짓선동과 책략을 일삼는 행위가 21세기 차원이 다른 기술혁명의 시대에 맞는다는 말인가. 페미니즘 운동은 구시대 사회운동이다. 물론 1970년대 초의 급진 페미니즘 등장은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사회운동도 진화해야 한다. 21세기 기술혁명의 시대는 우리의 삶을, 이데올로기를, 사회정책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퇴행적이고 퇴보적인 페미니즘 운동에서 여성들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양성평등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고 공평한 동반관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murphy803@hanmail.net>


글 | 오세라비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이며 한국 성범죄무고상담센터고문이다. 저서로는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