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시민사회의 전략적 시민운동
2021-06-23
월드뷰 JUNE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3 |
글/ 이세형(Sweetist 브랜드 디자이너)
현재 한국에서 연예인 사유리 씨를 필두로 한 비혼모 이슈가 화제다. 비혼모 이슈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성경적 가정 질서 해체를 위해 새롭게 꺼내든 무기이다. 앞으로도 반성경적 이슈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인데, 한국의 반동성애 운동 진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행히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에 성공해왔더라도 앞으로 새롭게 부상할 다른 이슈를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할 수만은 없다. 이슈의 확산 속도는 너무도 빠르며 이를 반박하고 해명하여 대중을 설득시키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다. 반동성애 운동이 수비수의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성경적 가정 질서를 수호할 수 있도록 현 반동성애 운동의 특징들을 살피고 한계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발전적인 시민운동 모델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 공격수로 발돋움하기에 도움이 될 우리의 무기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반동성애 운동의 반 운동적 한계
어떠한 가치에 반(反, Anti)하는 운동을 반 운동이라고 정의할 때 반 운동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반하는 가치가 추락한 만큼의 반사이익이다. 더 큰 성과를 얻으려 할수록 반하는 가치의 격차 큰 추락을 목표로 삼는 구조이다. 이 구조에서는 그 가치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부정적 어휘를 반복하고 강화해 선전하게 된다.
이처럼 동성애의 부당성, 위험성을 강조하며 반사이익만을 얻는 구조에 갇혀있는 것이 현 대한민국의 반동성애 운동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주기보다 에이즈의 위험성, 이상 성애 사례와 같은 부정적 사례를 부각해야만 반동성애 운동은 성과를 얻는다. 반사이익마저도 차금법 입법 저지라는 수비적인 차원에 머문다. 차금법 입법 저지에 성공해야만 본전을 얻는 셈인 것이다.
반 운동은 콘텐츠 카테고리화의 한계도 지니고 있다. 비판적 주제의 콘텐츠는 정치·시사, 논픽션 정도로 카테고리 범위가 좁고 뉴미디어에서 소위 ‘큰손’이라고 불리는 MZ 세대에게 수요가 크지 않다. 퀴어 진영은 이미 ‘퀴어’를 카테고리화에 성공하여 콘텐츠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를 탄생시켰다. 마치 로맨스 장르를 감상함에서 오는 것과 같은 만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에서 퀴어라는 용어를 매개로 대중이 퀴어 콘텐츠에 도달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범용성도 커서, 웹드라마와 영화, 정치·시사, 논픽션의 형식으로도 퀴어 콘텐츠가 양산되었다. 퀴어 카테고리가 브랜드화된 것이다.
브랜딩 전략을 사용해야
브랜딩이란 디자인의 한 분야로서 무수한 브랜드 사이에서 특정 브랜드가 소비자와 소통하고 각인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다. 성공적인 브랜딩은 타 브랜드와는 차별화되어 우위에 있는 가치를 제시하고 소비자를 설득시킨다. 브랜딩은 소비자의 선택을 얻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양상으로 나타나 헤게모니(주도권) 전쟁과도 상당히 흡사한 면이 많다. 미국 공화당의 ‘밥 돌(Robert Joseph Bob Dole)’ 전 상원의원은 영화관 매표소를 대중이 선호하는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소라며 ‘문화의 투표소’라 빗대었다. 대중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얻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브랜딩이 반 운동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비판과 반사이익의 구조가 아닌 비교 우위의 구조에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에서는 반하는 가치의 추락을 목표로 하지 않아 부정적 어휘의 반복이 불필요하다. 대중의 인식에 부정적 인상과 피로감을 주지도 않으며 시장에서 실효성이 있는 우월한 가치를 선점하고 대중에게 우월성을 입증하기에 집중한다. 이는 현재 한계에 직면한 반동성애 운동 진영이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방향과 방법론 중 하나이다.
자연법 시민운동
그렇다면 보수 시민사회가 브랜딩하고 우월함을 입증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바로 자연법적 가치이다. 법과 도덕은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자연법사상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보편적으로 옳고 객관적인 도덕의 실재를 인정한다. 생명과 가정과 같이 성경의 십계명에 명시된 가치들이 자연법적 가치다. 법과 도덕을 극단으로 분리하며 등장한 나치와 소련의 폭압 통치를 겪으며 역설적으로 인류는 자연법이 실재함을 깨닫게 되었다. 자연법적 가치는 크리스천은 물론 인류 보편적으로 마땅히 추구해야 할 도덕적 가치인 것이다.
자연법이 지니는 보편성은 우리의 강력한 전략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 인류의 절대적 다수는 자연법적 가치가 옳고 존엄하다는 것에 이미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브랜딩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대중은 자연법에 반하는 가치와 주장 – LGBTQ, 낙태, 비혼모 등 – 에 더 괴리를 느껴 거부하고, 오히려 자연법적 가치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니즈(needs)와 수요가 형성되기 더욱 쉽다. 이 블루오션을 겨냥하여 브랜딩하고 공급하기만 하면 된다. 그간 보수 시민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시장을 점유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가 공급하지 않았거나, 우리의 브랜딩이 상대 진영의 브랜딩보다 탁월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퀴어 진영은 이 보편성을 그들의 브랜딩에 교묘히 사용해왔다. 약자에 대한 억압이 부당하다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 감정을 LGBTQ에까지 투영시키려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퀴어 진영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퀴어 진영은 LGBTQ의 관용을 위해 상대적 도덕 내지는 도덕의 해체까지도 주장하면서 관용의 근거로서는 객관적 도덕을 제시하는 모순을 보인다. 기독교 변증가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William Lane Craig)’의 도덕론적 논증에 따르면 객관적 도덕의 실재는 오직 유신론적 기반에서만 설명할 수 있다. 객관적 도덕의 실재를 인정한다면 누구든 유신론자이다. 자연법인 양 위장한 상대적 도덕을 분별하면 자연법의 보편성은 보수 시민사회의 막강한 독점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반 운동 노선 일색인 보수 시민사회 필드 위에 이제는 브랜딩의 관점에서 자연법적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노선의 시민단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보수 시민사회는 시장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소비자를 분석하며 무엇보다 자연법을 깊이 이해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보수 시민사회가 브랜딩을 비롯한 디자인 역량의 강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요청한다. 헤게모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쟁의 방식에 적합한 무기를 갖추는 보수 시민사회로 성장하길 소망한다.
<rheedsgn@gmail.com>
글 | 이세형
인하공업전문대학 산업디자인과 재학 도중 2017년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부스에 참가하며 THE SWEETEST의 BI와 굿즈를 디자인했다. 이후 THE SWEETEST를 Sweetist로 리브랜딩하며 Sweetist의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