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의 부르카와 한국의 쓰개치마
2021-06-16
월드뷰 JUNE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COLUMN 2 |
글/ 소윤정(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2010년 7월 13일 프랑스는 무슬림 여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어쓰고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면 150유로, 그리고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면 1년의 징역과 3만 유로를 벌금으로 내게 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찬성 335표와 반대 1표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이어서 9월에 상원의 표결을 거쳐 민주국가에서는 처음으로 ‘부르카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사실 무슬림 여성이 선택적으로 착용하는 ‘부르카’를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 프랑스가 제일 먼저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유럽국가들은 연이어서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가 2011년 ‘부르카 착용 금지법’을 실행하자 벨기에·불가리아·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도 연이어서 줄줄이 부르카 착용을 금지했다. 부르카가 사회 통합을 막는다는 주장이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Dorothea Merkel) 독일 총리도 부르카 금지법에 찬성하면서 “얼굴과 신체를 모두 가린 여성은 독일에서 완전히 통합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렇게 강경하게 유럽의 국가들이 연이어서 ‘부르카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얼굴과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는 사회의 안전을 방해하고 각종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별히 테러리스트 남성이 부르카로 온몸을 가리고 보안의 눈을 피해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2021년 3월 7일 스위스가 국민 51%의 찬성으로 ‘부르카, 니캅 착용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위반 시에는 최고 1천200만 원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유럽국가들이 앞세우는 이유는 부르카와 니캅이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슬림 여성을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
그러나 2011년 프랑스가 ‘부르카 금지법’을 시행하자 중동국가에서는 도리어 무슬림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는 ‘부르카 금지법’을 철회하라고 아우성이다. 무슬림 여성은 종교적으로 부르카를 쓸 자유가 있는데 그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억압이라는 주장이다. 참으로 상반된 주장이다. 유럽에서는 무슬림 여성의 억압의 상징인 부르카를 벗긴다고 하고, 중동에서는 무슬림 여성에게만 종교의 상징인 부르카를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자유권 박탈이라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2021년 3월 13일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 최초로 ‘부르카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 이유는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로 교회와 호텔 6곳이 피해를 입고 260명의 피해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위라세카라 장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초기에는 무슬림 여성들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았다”라며 “부르카는 최근 들어온 종교적 극단주의의 조짐이며 우리는 이를 분명히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1) 사실 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베일에는 간단히 머리카락만 가리는 ‘희잡’도 있고 얼굴은 가리지 않고 머리부터 쓰는 망토형 ‘차도르’도 있다. 그런데 ‘부르카’는 온몸을 가리고 눈까지 그물로 가리고, ‘니캅’은 온몸을 가리되 눈만 내어놓고 가리는 것으로 ‘부르카’와 ‘니캅’은 상당히 보수적인 무슬림 여성이 착용하는 베일이다. 물론 근본주의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예맨, 수단, 이란과 같은 국가에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모두가 착용해야 하는 것이 ‘니캅’, 혹은 ‘부르카’이다.
필자는 대학생들에게 13년간 이슬람여성관을 가르치면서 한국 대학생들의 인식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전반 2015년까지는 대부분의 학생이 유럽의 ‘부르카 금지법’에 대해 여성을 억압하는 부르카는 마땅히 유럽에서 금지되어야 하고 무슬림 여성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최근 약 5년 사이에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부르카 금지법’은 유럽국가들의 권위주의적인 차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무슬림은 자신들이 부르카를 입을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변화에 대해 여러 면에서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한국 청년의 시각에서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적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은 조선 시대 무슬림의 부르카와 아주 유사한 ‘장옷, 쓰개치마, 너울’을 사용해 여성이 외출 시 얼굴과 몸을 가리도록 했다.2) 조선 시대 가부장 제도의 산물이며,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던 장옷과 쓰개치마가 근대에 이르러 기독교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점차 사라지고 여성들은 개량 한복이나 양장을 입기 시작했다. 이것은 여성으로서 인권이 존중되면서 자유가 보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부르카 금지법’은 사실 대다수 유럽국가의 본토 유럽 여성을 위한 법이 아니고 유럽으로 이주해온 무슬림을 위한 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젊은 대학생들이 무슬림 여성이 그들의 부르카를 착용할 자유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자칫 외부자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지나친 관용으로 단정지을 수도 있겠으나 조선 시대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쓰개치마와 장옷과 달리 부르카는 무슬림 여성에게 나름대로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오래 살다 온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금방 공감이 간다. 보통 여성이 외출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정성을 생각해보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통 3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여성의 치장은 자기만족도 있지만 분명 외부에 비칠 자신을 가다듬는 면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무슬림 여성은 부르카를 통해 외출 시 외부의 시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무슨 옷을 입을 것인지? 화장을 했는지? 심지어 체형까지 커버해주니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선교사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대강 세수를 하고 잠옷 바람에 부르카나 니캅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부르카가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인지, 혹은 무슬림 여성이 부르카 착용으로 체감하는 자유의 가치와 유럽인들이 말하고 있는 자유의 가치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한국도 심심치 않게 부르카를 착용한 무슬림 여성이 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선 시대 쓰개치마와 장옷으로부터 여성들을 근대화시켰던 선교사들이 지금 한국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부르카’ 족을 본다면, 그리고 한국 여성의 히잡 쓴 모습들을 본다면 어떻게 할까?
<marthaso@daum.net>
1)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315014024&wlog_tag3=daum, 2021년 5월 11일 접속, “아시아도 ‘부르카 금지법’… 스리랑카 “안보 악영향”, 서울신문 3월 15일자.
2)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4XX49800337, 2021년 5월 11일 접속, “장옷, 쓰개치마, 너울” 다음백과.
글 | 소윤정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부교수로 학부 선교문화복지학과 학생들과 선교대학원 아랍지역학 학생들을 주로 지도하면서 아랍문화연구원을 맡아 사역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으로 활발한 학회 활동을 하고있으며, 9년간 <복음과 선교> 편집장으로 섬겼으며 현재는 ACTS 신학연구소가 발간하는 <ACTS 신학저널> 편집팀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꾸란과 성령>, <무슬림의 아내들>, <기독교와 이슬람>, <21세기 이슬람 선교: 무슬림 난민과 디아스포라> 등이 있으며 이외 “시리아 난민교회 개척을 위한 선교적 함의(含意): 터키, 레바논, 요르단을 중심으로”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