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화약고 서북도서

한반도의 화약고 서북도서

2021-06-08 0 By 월드뷰

월드뷰 JUNE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글/ 이상훈(해병대전략연구소장)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호국영령을 기리며


세계는 지금 코로나(COVID-19) 팬데믹 사태로 전 인류가 포괄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초국가적인 위기대응 협력체제와 인간의 혁신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러한 재난의 위협과 함께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위협과 주변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생존해 나가야 하는 복잡한 안보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 만큼 발전시켜온 선열(先烈)들의 노고와 희생에 먼저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히 2021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며,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위한 다짐을 되새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믿음으로 지켜온 이 나라를 위해 모두 함께 자각(自覺)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믿음의 관점에서 선(善)을 지향하고, 진리와 원칙이 지켜지는 복음의 울타리 안에서 안보의 본질(本質)에 충실해야만 한다. 더 나아가 복음의 빛으로 자유·평등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야만 한다. 이것이 믿음으로 굳건히 지켜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가는 우리의 당면한 숙제이자 임무이다. 대한민국의 안보환경 상 가장 중요한 서북도서에서 김포반도에 이르는 수도권 서부 축선을 지켰던 해병대 지휘관의 경험과 믿음을 가진 군인이자 한 인간으로 절실히 간구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신 수많은 호국영웅과 서북도서 및 해역에서 헌신하신 영웅들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대전현충원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지.


한반도의 화약고 서북도서(해역)를 지켜내는 마하나임(Mahanaim)


6.25 전쟁 이후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총 3,120회의 침투(2,002회) 및 국지도발(1,118회)을 겪었다(2020 국방백서, 국방부). 급기야는 2010년 백령도 해상에서 일어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우리 영토에 직접 포격을 가해온 백주(白晝)의 ‘연평도 포격전’까지 일어난 것이다. 과거 수많은 적의 침투 및 국지도발이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확전 수준의 군사적 위기를 조성한 것은 처음이었다. 수십 명의 해군 및 해병대 전사들이 현장에서 희생되었고, 도서 주민 일부도 생업에 종사하다 졸지에 유명을 달리하는 참극이 일어났다. 인류가 전쟁에서의 인도적 기준을 정한 제네바 국제협약도 지키지 않은 잔악무도(殘惡無道)한 포격이었으며, 대낮에 주민 생활 주거지역, 학교, 종교시설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하게 대형 포탄 수 백발을 퍼부은 만행(蠻行)이었다.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 영토에 적 포탄이 떨어진 초유의 국가 안보위기 사태였다. 명백한 군사적 도발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천안함 문제는 아직도 의구심을 가진 집단과 내부적인 갈등을 겪으며 이념적 마찰 소재로 10년 넘게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끊임없이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는 서북 5개 도서(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는 휴전 이후 해병대가 도서 주민과 함께 지켜온 망망대해에 고립된 전략도서로써 서해상 38도선의 기준이 되었으며, 북한군에게는 턱 밑에 비수(匕首)이자 한반도 지형 상 적 허리를 노리는 창끝이요, 칼끝으로 여겨진다. 백령도서군은 남한 본토(인천)과는 173Km 떨어져 있고, 북한 황해도 해안과는 불과 15Km 떨어진 섬들로 바다에 떠서 움직이지 못하는 부동(浮動)의 항모 같은 성격이다. 적에게는 코앞에서 느껴지는 위협도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적이 언제든 군사적 도발을 가할 수 있는 가장 선택하기 좋은 목표이기도 하다. 이곳은 휴전으로 북한 서해 대동강 입구 초도까지 진격했던 해병대가 휴전협정으로 38도선 이남으로 철수해서 주둔하기 시작했고, 백령도에 위치한 ‘중화동 교회’는 개신교 전파 100여 년의 역사 속에서 1898년에 세워진 한국의 두 번째 장로교회로써 종교적으로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작은 섬에는 12개의 교회가 있고 주민 대부분이 기독교를 믿으며, 믿음의 힘으로 해병대와 함께 이 작은 땅 도서들을 지켜나가고 있다. 새벽을 여는 간절한 한 해병대 지휘관의 기도로부터 민,관,군,경이 모두 함께하는 합동 기도회 등을 통해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그리스도의 능력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움직이지 못하는 고립된 외딴 도서에서 북한 본토 육지 및 주변 도서에 배치된 다섯 배 이상 큰 적 세력과 대치하며, 최전방 접적 지역에서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다. 믿음의 군대, 믿음의 수장 기드온 300 용사처럼 일당백(一當百)의 정신으로 ‘서북도서 절대사수(西北島嶼 絶對死守)!’라는 기치(旗幟)를 내걸고 24시간 불철주야 눈을 크게 뜨고 적과 대치하고 있다. 물론 군대의 현대화된 무기와 전투병력의 수도 중요하지만, 도서 주민과 해병대 조직 구성원의 믿음이 가장 큰 자산이며, 한 군인 지휘관이 올리는 전선에서의 간절한 기도가 그 군대를 강하게 만들고, 최후의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 믿고 있다. 시, 공간적으로 불리하고 수적 열세와 본토의 지원도 보장받을 수 없는 위기상황이 올지라도 하나님은 인간사의 한계를 뛰어넘는 예지(叡智)와 믿음의 동력(動力)으로 반드시 최종 승리를 가져다주실 것이라 확신하며 꿋꿋하게 나아가는 하나님의 군대가 바로 서북도서에 위치하고 있음에 무한한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적의 기습 포격에 응징하는 K-9 과 연평도 마을이 포격 당하는 모습.


국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신앙적 다짐과 우리의 안보


많은 선각자(先覺者)들은 이야기한다. 지금의 한반도 안보 상황은 과거 국가가 위태로웠던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고, 외세 압력 및 내부갈등으로 오는 국가적 위험이 최고조로 높아져 있다고 본다.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정의한 독일 뮌헨 대학교 율리 벡(Ulrich Beck)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는 너무 안일한 생각, 아니 체념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구상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로 수십 년간 살아오면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은 물론 노골적인 핵무기 위협에도 좀처럼 끄덕하지 않는 듯한 우리의 모습에 그 외국 교수가 놀란 것이다. 민족 모두가 한순간에 자멸할 수도 있는 수십 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고 있으면서 정작 북한 핵 공격의 위험이 얼마나 크며, 얼마나 무자비한 인명파괴 수단인지 간과하고 있다. 또한, 수십 톤의 대량살상용 화학무기를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은 신(新) 냉전체제로 일컬어지는 미·중 패권갈등과 요동치는 인도·태평양 및 동북아 국제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미아(迷兒)가 되지 않도록 중심을 바로잡아야 하며, 정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기이다. 작금의 위기가 정치적 이념이나 어느 한 집단의 주장 또는 수사적(修辭的) 표현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가볍게 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 국가 생존이 달린 문제이고 백년대계(百年大計)의 국가 미래를 우려하는 중차대한 국가대사(國家大事)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국민통합과 확고한 국민적 지지 위에 굳건한 국가안보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힘을 합쳐도 부족한 시기에 사회적 갈등으로 국력을 절대 낭비해서는 안 된다. 안보의 합리성 추구에 모두가 동의하고, 세상 질서와 균형을 가져오는 사회적 안정과 진리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어느 미래 전문가는 말한다. “지금 세계 인류는 세계대전(世界大戰)을 향해 질주하는 것 같이 보인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라며 반지성주의적 안보위협 조성과 과도한 군비경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더이상 늦지 않도록 총체적인 국가안보체계를 재설계하고 국가적 동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안보는 군대만의 몫이 아니다. “군대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 속에 강력한 힘을 길러야만 한다.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라는 책에서 주장하듯 “정의는 곧 힘이다”. 정의는 강자(强者)의 이익이며, 역사는 이긴 자의 기록이고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이다. 국제질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그러므로 국제정치 속에서의 안보와 외교도 힘으로 작동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대한민국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전략적 명확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군대는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상시 전비태세(戰備態勢)를 갖추며 국가와 국민이 부르면 당장 달려나갈 수 있고, 요구되는 그 시간과 장소가 어디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안보의 본질이고, 국가와 국민이 하나 된 힘 있는 나라의 모습이다. 인간의 힘으로 준비된 모습에 믿음이 더해지는 이 나라, 믿음으로 지켜왔던 이 나라를 더 큰 믿음으로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만 한다.

복음의 약속을 지키는 다짐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두 손을 모아 본다.

<shlee59n@hanmail.net>


글 | 이상훈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33대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했다. 현재 해병대 전략연구소 소장, 한미동맹재단 이사이며 한세대학원 위기관리학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