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의 실체
2021-05-24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3 |
글/ 권난주(바른교육청년연대 대표)
거센 반발에도 확정된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
서울특별시교육청은 ‘권리기반정책과 실천을 통한 인권 친화적 교육문화 증진’을 목표로 하는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 2기를 지난 3월12일에 확정했다. 이미 1기 계획은 지난 2018~2020년까지 서울 전역의 초, 중, 고등학교에 적용이 되었으며 종합적인 검토까지 거쳤다. 1기 계획은 한국 사회의 도덕과 제도에서 벗어난다는 질타를 받았고, 2기 또한 여러 교계 및 보수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이하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종합계획 2기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기초연구’에서는 문헌연구, 인터뷰,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학생 인권 관련 담론 및 실태조사, 정책실행 등’을 분석하고 2기 수립 설계 가안을 제안하도록 구성되었다. 일반적으로 새롭게 개선된 계획 실행을 위해서 이전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종합계획안 2기는 마치 1기 연구 결과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채 실행하는 것처럼, 내용에 많은 오류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 내용 자체도 타당도, 객관도, 신뢰도 측면에서 허점들이 발견되었기에, 이미 새로운 계획을 위한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진 셈이었다.
교육청의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문제점
첫째, 1기 실태조사를 위한 인터뷰는 교사, 인권센터 옹호관, 교육 전문가, 장학사 등 교수학습 측면에서 ‘교수자’만 존재했고, ‘학습자(학생 및 학부모)’는 배제되었다. 물론 학교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보장되는 여부를 위해 ‘2019년 서울특별시교육청, 경기도교육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했던 학생 대상 설문 조사를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하지만 설문 조사 대상의 범위마저도 일부 학년으로 좁혀진 상태에서 특정 인원을 선정하였기에, 서울 전역 아동과 청소년이라고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은 서울교육공동체(학생, 교사, 학부모)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핵심 주체는 빠진 채 교육공동체의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일방적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학생 대상 설문 조사 문항에는 여러 범주 중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위한 ‘비차별(non-discrimination)’ 항목이 있고, 설문 대상 학생들에게 제시된 구체적 질문을 통해 ‘학업성적, 나이, 남·녀 성(sex), 장애, 가족 유형, 다문화, 북한 이탈 주민’과 관련된 차별 실태가 파악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참고자료로 활용한 ‘서울특별시교육청, 경기도교육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는 그 어디에도 ‘성 소수자’ 차별이나 ‘성적지향’ 권리 보호와 관련된 학생들의 인식이나 현황 등에 관한 질문은 없었다. 그보다는 대부분 포괄적인 단어인 ‘소수 학생’ 정도로 표현되었음에도, 2기 계획안에는 ‘성 소수자’를 차별 보호 대상으로 강조해 매우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그나마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소수의 학생 의견도 반영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미투 운동(me-too movement) 등이 가지고 온 사회의 변화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이 제고되어 차별금지 항목을 확대한 것이라고 했으나, 미투 운동은 사실상 올바른 양성평등 및 성교육으로 다뤄야 할 성폭력, 성희롱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시작점부터 다르게 봐야 할 것이다.
셋째, 학생 대상 설문 조사 문항 중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에 관한 항목이 있는데,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음’에 대해서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초등학교 52.1%, 중학교 22.6%, 고등학교 25.8%’로 나타났다. 이렇게 ‘표현의 자유’가 고학년에서 낮은 비율로 나타났음에도, 이러한 원인이 무엇인지 혹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방안은 2기 계획안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위에서 논한 포괄적 차별금지 내용을 계획안 안에 적용해서 표현의 자유가 더욱 억압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인권과 평등에 과도하게 집중해 교수와 학습자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유를 박탈하는 교육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결국 가정과 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넷째, 학생 대상 설문 조사 문항 중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해서 알고 있음’으로 응답한 비율은 초등학교 6.5%, 중학교 5.7%, 고등학교 7.6%로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학생 인권교육 참여(경험) – 인권교육을 받은 횟수’를 묻는 질문에 ‘1회 이상’으로 응답한 비율이 초등학교 92.5%, 중학교 87%, 고등학교 88.3%로 나타났다. 이는 다시 말해,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 채 계획안에 나와 있는 지침대로 인권교육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의 요약 및 논의에서 밝힌바 학생들 대부분 ‘자신의 인권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보장받고 있다고 인식된다.’라고 했다. 참된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해 추진해온 계획이었다면 높은 인권의식이라는 결과에 만족하고 마무리를 해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도 무시하고 부적합한 연구 방법론을 사용하며, 학생과 학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조례안을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까지 2기를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의 뿌리
이처럼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이 수립된 전후 맥락과 과정만 봐도 얼마나 오류가 많은지 알 수 있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한 에이랩(ALAF: Awesome Life Awesome Family-성경적 성교육강사 양성과정) 성교육 강의에서는 이러한 비교육적 학생인권조례 사상의 배경이 ‘프랑스 68혁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았다. 프랑스 68혁명은 1960년대 후기에 큰 영향력을 끼쳤는데 일각에서는 불평등한 교육제도를 개혁한 것에 높은 의의를 두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상은 프랑스 대학생들 사이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가게 해달라는 요구와 거기에 반대하는 권위적인 대학 당국이 충돌하게 된 것이 이 혁명의 시발점이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다음과 같은데, 이것은 현재의 학생인권조례와 매우 흡사하다.: 아동은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 아동의 권리: 아동은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 학교에 가지 않을 권리: 학생은 학교에 가지 않을 권리가 있다.
– 교육적 민주주의에 대한 권리: 학교 규율 제정과 커리큘럼 결정 등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 결사의 권리: 학생은 동맹휴업과 같은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법절차에 대한 권리: 학생은 학교나 교사에 대한 불만을 두려움 없이 제기할 수 있다.
– 용모를 통한 자기표현의 권리: 교복 착용 등은 학생 자신이 서명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 표현의 자유: 교지, 동아리, 학회 활동 등에 대한 자의적 검열을 폐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 체벌의 폐지: 체벌은 아동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모욕하는 일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 신앙 활동의 자유: 아동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종교교육이나 예배는 거부되어야 하고, 학교나 부모에 의한 특정 종교 강요도 거부되어야 한다.
– 지식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 아동은 모든 지식과 비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여기에는 성과 사회에서 폭력이 수행해온 역할, 술이나 담배 등에 관한 지식도 포함된다.
이 혁명의 결과로 많은 서구 사회의 전통과 과학적 가치에 근거한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음에도 여러 국가의 정부나 국제기구들은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주입했다. 우리의 학생인권조례도 대한민국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정되었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이 아닌 외국에서 시작된 사상과 국제 사회의 제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영적 진지전과 기동전을 준비해야 할 때
진지전(War of Position)과 기동전(Mobile Warfare)의 측면에서, 반대편에 선 이들이 이 세상의 원리를 일찍부터 간파해 오랫동안 교육에 악영향을 주게 된 것인데, 자유민주주의와 기독교적 보수의 가치를 바탕으로 둔 우리도 그 전략을 지혜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이 땅의 차원이 아니라 하늘의 차원으로 3차원의 영적 세계에서 전투하는 것이 승리가 보장된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카이로스의 타이밍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늘에서 이미 이루어진 약속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 이 땅에 행동으로 풀어내는 예언적인 삶을 도전해야 할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교육계에 비전을 품고 있는 소수의 청년, 대학생들도 하늘의 차원으로 진지를 쌓아 나아가고 있다. 교육의 실태를 분석하면서 회복을 간절히 열망함과 동시에 행동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그려나가고 있다.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의 시행 반대를 위한 정기 1인 피켓, 반대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비록 지금 당장은 전혀 영향력이 없어 보여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이 이 과정에서 강한 진지 그 자체로 준비되어가기 때문이다. 교육 영역의 가장 높은 정상을 다시 탈환하기 위해서 거룩한 부담감으로 삶이 먼저 성화 되길 연습하며, 주어진 학업에도 마음과 뜻을 다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우리가 변하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도 변화될 수 있고, 우리를 적시적소에 쓰시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믿기에 오늘도 도전한다.
<chamjon13@gmail.com>
* 프랑스 68혁명 슬로건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2108384&tag=68&gb=tag
글 | 권난주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 미국 Simmons University 기록관리학 석사 과정을 복수학위로 재학 중이다. 학부 시절부터 캠퍼스 선교단체 Joyful Youth Mission(JYM)에서 캠퍼스 복음화를 위해 활동 해오고 있으며, 교육 영역의 회복을 위해 ‘바른교육청년연대’를 결성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