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
2021-05-20제1부 선교사의 지도력 개발(2)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4 |
글/ 전성걸(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TMTC 상임대표)
사역은 존재로부터 흐른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다면 이제 나누려는 이 이야기는 당신에게 중요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지도력은 근본적으로 한 개인에 의해 지속되는 리더십 행위를 뜻한다. 그 리더십의 행위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지위인가 아니면 됨됨이인가? 역할인가 아니면 내면인가? 세상의 수많은 리더십 행위들은 지도자 자신이 획득한 지위와 그 위치가 가져다준 역할과 자리(Positon)에 의해 행사된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질문을 한가지 던진다. 오늘날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많은 사람이 과연 얼마만큼 그 역할과 자리에 걸맞은 인성과 됨됨이로 그 리더십 행위를 뒷받침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행위 자체는 지도자의 본질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위는 부산물일 뿐이다. 중요한 건 부산물을 만들어 내는 실체적 본질이다. 많은 경우 행위는 사람들로 하여금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악역을 한다. 그렇다고 지도자의 행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행위로 지도자를 식별하고 추종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도자를 지도자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외현적 행위일까 아니면 그 행위를 만들어내는 보다 본질적인 그 무엇일까?
참 제자
지도자를 지도자답게 만드는 근거로서 성경은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가? 복음서는 예수님으로부터 배우기 위해 그를 따랐던 많은 추종자가 있었다고 한다(요 1:35; 마 22:15-16). 그러나 성경에서의 제자는 배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비록 복음서가 예수 주변에 모여든 군중이 예수로부터 배우기 위해 그를 따랐고, 사도행전 또한 예수를 따르는 사람을 신자로 불렀지만 ‘제자’는 예수님께 헌신한 사람, 즉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그와 똑같은 삶을 살려고 했던 사람을 의미한다.
제자를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의 실천에 헌신된 사람들로 규정한다면, 제자도란 그와 같은 일을 이행해 가는 성장 과정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 과정이라 함은 회심한 자들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생활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제자도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일상의 과정인 것이다.
복음에 합당한 삶의 이행으로서의 제자도를 가장 분명하게 제시한 인물은 바울이다. 바울의 서신에는 ‘제자’, 혹은 ‘제자도’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그 누구보다도 제자도의 의미를 명확히 한 사람이다. 바울은 제자도란 단순히 누구의 행위를 모방하는 차원이 아닌, 모든 그리스도인이 마땅히 걸어가야 할 삶의 여정임을 밝힌다. 왜냐하면, 제자란 제자도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제자는 선생되신 예수님을 닮아간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과정은 시기적인 면에 있어 한시적이지 않다. 상황적인 면에 있어 포괄적이며 그 깊이도 심층적이다. 그래서 과정으로서 제자의 삶에는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 맺어야 할 열매도 있다. 이는 맹목적 억압이 아닌 성령의 자유케 하심을 통해 구현되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아름다운 과정이다. 예수께서는 왜 제자들을 부르셨는가? 바울은 왜 나를 본 받는 자가 되라고 강권했는가? 바로 그리스도를 닮은 존재로 변화되는 참 제자가 그 목표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형성
이제 성경의 모본을 다시 우리들의 이야기로 가져가 보자.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부름받은 그 도상에서 지도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도자를 참 제자로 성숙시켜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로 형성시켜주는 도움의 손길은 무엇인가?
1) 영적 형성
첫째, 지도자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그 인격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도자의 영적 형성과 관련된다. 인격의 개발은 하나님과의 관계 증진, 거룩함, 중요한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것으로서 지도자의 내부적인 삶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도자의 영적 형성 분야는 곧이어 이야기하게 될 사역 형성과 전략적 형성의 토대가 되는 존재의 핵심이다. 영적 형성 없이는 온전한 리더십의 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 영적 형성은 지도자의 됨됨이, 즉 지도자로서의 인격을 다루고 내면의 삶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래서 영적 형성은 경건한 성품을 형성하도록 훈련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 훈련은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로 빚어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강하게 역사하는 현장이다.
필자의 삶을 돌아보면 하나님은 몇몇 사건과 경험을 통해 필자를 존재로 사역하는 자로 만들어가신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이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번 칼럼을 통해 나누려고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 성육신의 삶을 체험하는 것,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으로 성품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 등은 지도자를 지도자 되게 하는 존재의 핵심이다.
2) 사역적 형성
둘째, 영적 형성이 지도자의 내면적 성숙을 다루기 위한 것이라면, 사역적 형성은 지도자의 외면적 성숙, 즉 지도자의 내면에 기초한 행위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도자의 행위라 함은 지도자의 사역적 능력에 초점을 둔 것으로서 지도자가 사역하는 데 필요한 재능, 능력, 지식, 기술 등을 말한다. 이것은 마치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의 힘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거나 포지션을 드러내려는 힘(악역으로서의 행위)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은 존재로 사역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에 더해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하는 것은 사역적 역량은 결국 지도자로 하여금 초점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왜 그런가? 효과적인 지도자는 자신의 은사에 기초해 사역하기 때문이다. 영적 은사뿐만 아니라, 타고난 재능과 습득한 지식 그리고 기술 또한 사역적 역량이다. 그리고 이들의 혼합적 사용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리더십 조합을 찾아내 그것을 활용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해 갈 때 결국 지도자는 보다 초점 있는 삶과 사역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전략적 형성
셋째,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의 문제는 존재의 가치가 되는 전략적 형성 분야에까지 이른다. 일반적으로 ‘전략적(strategical)’이라는 단어는 매우 구체적인 용어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모호하게 사용되곤 한다. 전술적 용어인 전략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관련된다. 즉, 궁극적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지도자에게 있어 전략적 형성이란 자신의 삶과 사역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 즉 사역 철학의 형성과도 흡사한 것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철학이라는 것은 단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인위적으로 형성될 수도 없다. 이것은 사역자로서의 인생 주기 전 과정을 아우르는 평생에 걸친 과정을 담는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사역 철학은 지도자로 하여금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지도자로서 인생의 궁극적 목적과 공헌을 인식하고 사역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전략적 형성은 하나님께서 지도자에게 맡기신 삶과 사역의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삶을 집중해 나가도록 돕는다.
맺으며
지도자의 전인적 개발과 창의적 사역이라는 대 주제 아래 이번 칼럼에서는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의 중요성과 그 형성 과정을 이야기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지도자를 다루시고 반응하게 하심으로, 그리스도를 닮은 존재로 사역하는 지도자로 개발해 가신다. 오늘날 모든 기독교 사역자들은 이와 같은 하나님의 섭리하심에 자신을 내어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될 때 우리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섬기는 사람들에게 겸손하며 필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chunsunggeol1@gmail.com>
글 | 전성걸
캐나다 NSCAD University (B.A.), Tyndale Seminary (M.Div.)를 졸업하고,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D.Min. in Intercultural Studies)를 취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교회 개척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GMF 산하 한국글로벌리더십연구원(KGLI) 원장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TMTC 상임대표 및 MEX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타문화 관계전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