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식 교육과 어린이
2021-05-17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COLUMN 2 |
글/ 신재혁(반석중앙교회 담임목사)
선교현장에서 경험한 이슬람식 어린이 교육
20년간 중국의 서북지역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면서 위구르족, 회족, 카작족 등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들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아랍문화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아랍어로 쓰인 꾸란을 암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철저하게 이슬람식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중국의 무슬림이 얼마나 철저히 어린이 교육하고 있는지 발견하게 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어느 날 중국 서북지역의 관문도시인 서안에 있는 오래된 회족 모스크를 찾아갔다. 회족은 1400년 전 아랍에서 건너온 무슬림이 중국에 정착해 형성된 소수민족으로서, 언어나 외모는 중국 한족에 완전히 동화되었지만, 신앙은 철저히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민족이다. 모스크 안에 많은 초등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는데,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꾸란을 공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모국어도 아닌 아랍어 꾸란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한국 교회가 여름방학을 이용해 ‘여름성경학교’를 열듯이 그들도 ‘여름꾸란학교’를 여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학교가 무려 한 달 동안 운영된다는 것이었다. 한국 교회가 불과 2~3일 동안만 하는 여름 행사를 그들은 한 달 내내 지속했다. 그것은 그들이 꾸란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며 다음 세대를 철저히 교육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과연 한국 교회에서 한 달 내내 성경을 가르친다고 하면 자녀를 교회를 보낼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학업보다도 신앙을 더 소중히 여기며 기꺼이 자녀를 한 달 내내 이슬람 교육을 받도록 격려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회족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교에 진학하면 세상에 물들 염려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 진학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먹고살 정도만 배우면 되지, 굳이 대학까지 가서 세속화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다니지 않고 식당에서 일하거나 노점상을 하는 회족 청소년들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이슬람 신앙을 보존하기 위해서 대학을 포기하고 일찍이 직업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학업보다도 신앙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기독교 가정의 부모들과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사례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한 위구르족 청년의 집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 청년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잠시 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알고 보니 무슬림의 다섯 가지 종교 의무 중 하나인 살라(salah)를 하러 간 것이었다. 살라(salah)란 하루에 다섯 번 일출, 정오, 하오, 일몰, 심야에 드리는 예배를 의미한다. 정오에는 모스크에 모여 집단 예배를 드리고, 그 외 시간에는 집이나 길바닥에서 개인적으로 행하기도 한다. 그날은 손님 때문이었는지 모스크에 가지는 않고 자신의 방에서 15분이 넘도록 살라를 했다. 그 청년은 중국어나 위구르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뭔가를 암송했다.
“무슨 언어로 기도를 했습니까?”
“아랍어로 기도를 했습니다”
“아랍어도 할 줄 압니까? 중국에 사는데 어떻게 아랍어로 기도할 수 있지요?”
청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하는 기도 소리를 듣고 배웠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랍어를 배우게 된 것입니다.”
그날 위구르 청년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두 가지 큰 충격을 받았다.
첫째, 손님이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종교적 의무를 철저히 수행했다. 그것은 그들이 얼마나 이슬람 교육을 철저히 받았는지를 상징적으로 말해 주었다. 무슬림 가정은 자식을 철저히 교육함으로써 그들의 신앙과 문화를 계승해 나가고 있었다. 손님 접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앙이며, 신앙을 위해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둘째, 그들은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랍어를 어릴 때부터 듣고 배우게 함으로써 꾸란을 유창하게 암송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기독교 가정에서 히브리어나 헬라어로 성경을 유창하게 암송하는 것과 같다. 사실상 그런 기독교인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랍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중국의 한 소수민족이 꾸란을 아랍어로 능숙하게 암송하는 모습에 적잖은 도전과 충격을 받았다.
역사를 통해 본 기독교와 이슬람의 비교
기독교 역사 2000년을 돌이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복음은 쉬지 않고 이방 땅으로 전파되어 수많은 지역에서 부흥의 흔적을 남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독교 교회는 쇠퇴했다. 초대 교회의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과 터키, 그리고 터툴리안, 사이프리안, 아노비우스, 어거스틴 등 초대 교회의 거인을 탄생시킨 북아프리카를 보면 교회는 흔적만 남아 있고 무슬림이 지배하는 땅으로 바뀌어 버렸다. 종교개혁의 발원지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도 웅장한 위엄을 자랑하던 교회는 모스크로 팔리거나 박물관으로 바뀌고 있다. 왜 과거에 기독교가 흥왕했던 기독교 왕국들은 지금 사라졌거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지난 2000년의 기독교 선교역사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이방인 선교에는 성공했지만, 후손에게 신앙을 교육하는 데는 실패했다. 수많은 선교사의 사역을 통해 복음이 다른 민족으로 확장되기는 했지만 몇 세대가 지나면서 다시 복음이 필요한 선교대상 지역으로 전락한 것이다. 선교적인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 기독교 인구비율이 전혀 성장하지 않은 것은 바로 다음 세대를 길러내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반면 이슬람교는 지난 100년 동안 거의 두 배가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이슬람교는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아시아미래학회 최윤식 회장은 2050년대에 이르면 한국에서 이슬람 인구가 300~400만 명에 달해 기독교를 넘어 제3대 종교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실로 충격적인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이슬람식 교육의 핵심 라크아(rak’ah)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차례에 걸쳐 알라를 향해 예배를 하는데 한 번 예배할 때마다 15~20분간 꾸란을 암송한다. 그들의 기도는 ‘라크아(rak’ah)’라고 불리는 ‘움직이면서 암송하는 기도’로써 꾸란의 구절에서 인용된 기도문을 반복적으로 암송하는 행위이다. 각 예배는 2~4개의 라크아로 구성된다.
마크 A. 가브리엘(Mark A. Gabriel)1)은 “무슬림에게 있어서 기도란 마치 아기에게 반드시 탯줄이 있어야만 하듯 그들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무슬림의 기도는 그들의 신앙의 근본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어릴 때부터 모스크에서 꾸란 암송 소리를 듣고 자란 무슬림은 자신도 모르게 꾸란을 암송하게 되고 그렇게 자란 아이는 꾸란의 가르침을 자신의 신앙과 문화, 사상으로 수용하게 되며 결국 알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로 충성하게 된다.
A.D 988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대학이자 이슬람 세계의 최고 대학인 이집트 알 아즈하르 대학은 꾸란 전체를 암송한 자로 입학자격을 제한하고 있는데 매년 최소한 10만 명이 지원하고 있고, 그중에 만 명 정도에만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슬람 세계에서 꾸란 6,660절 전체를 암송할 수 있는 사람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이다. 이슬람권에서 기독교 선교가 어려운 이유는 무슬림이 평생 꾸란을 반복 암송함으로써 이슬람 세계관에 세뇌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슬람은 꾸란 암송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1,500년간 계승해 왔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종교가 되었다. 이슬람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의 후손들에게 철저히 경전을 암송시킴으로써 신앙을 계승하는데 헌신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신앙 계승을 해온 이슬람교는 철저히 자신들의 경전인 꾸란을 암송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맺는말
이슬람교와 비교하면 기독교는 신앙교육에 성공적이지 못했다. 유대계 크리스천인 코헨(Gary G. Cohen) 박사에 의해 설립된 코헨 신학교 총장인 강신권 박사는 “지난 2000년 동안 기독교가 지나온 흔적을 보면 각 나라마다 그 세대에는 신앙적으로 부흥하고 발전했지만, 그 신앙을 자녀 세대에 물려주지 못해 다음 세대에서는 쇠퇴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우리도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성경을 암송하고 가르쳐야 비로소 기독교 신앙이 계승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유대인 쉐마교육의 전문가인 현용수 박사는 이웃과 타문화를 향한 전도는 수평적 차원의 전도이며 자녀들에게 대대손손 신앙을 전수하는 것은 수직적 차원의 전도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교회가 너무 수평적 전도에만 치중하고 수직적 전도 즉, 신앙 계승 사역을 소홀히 한 결과 다음 세대로의 신앙 전수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꾸란 암송을 중시한 이슬람교는 신앙교육에 성공했지만, 성경 암송을 소홀히 한 기독교는 신앙교육에 실패한 역사를 통해 기존의 안일한 교육 방법에서 탈피해 좀 더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성경 암송 교육으로 신앙교육을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선교지의 경험을 통해 관찰한 이슬람식 교육은 사실상 꾸란을 어린이에게 세뇌시키는 교육이었다. 무슬림 어린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꾸란에 세뇌되어 이슬람 세계관에 사로잡힌 인생을 산다. 그래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다. 비록 ‘세뇌’라는 용어가 주는 어감이 부정적일지라도, 교육적 측면에 있어서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알고 보면 모든 종교와 문화는 그들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문화에 세뇌된 사람들에 의해 유지, 발전되고 있다. 만일 우리의 자녀가 기독교 신앙에 세뇌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반드시 다른 세계관과 신념에 의해 세뇌될 것이다. 그렇다! 지금 이 세상은 세뇌 전쟁이다. 진리를 세뇌시킬 것인가? 아니면 비진리에 세뇌당할 것인가? 이것은 모든 기독교 지도자와 부모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dany1006@hanmail.net>
1) 이집트의 명문 무슬림 가문에서 태어나 12세에 꾸란 전체를 암기했다. 천년 전통의 이집트 알 아즈하르대학에서 이슬람역사와 이슬람문화를 공부하여 박사학위(Ph.D.)를 받고 최연소 교수로 재직했다. 후에 그는 극적으로 기독교로 개종하여 서방세계에 이슬람의 실체를 알리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글 | 신재혁
홍익대학교와 아세아연합신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코헨 신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풀러 신학교에서 선교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의 시안과 신장에서 선교사로 섬기며 여러 곳에 신학교와 교회를 설립했다. 현재 반석중앙교회 담임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