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방역 우려, 우리도 북한같은 사회로 가는가?
2021-04-17
월드뷰 APRIL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COLUMN 3 |
글/ 강승규(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부와 여당
문재인 정부 4년째 들어 여당이 국회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의회 권력을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을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예배할 권리에 대해 행정소송에 참여하는 교회를 소위 블랙리스트화 하고 있다고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정부가 코로나-19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견해를 갖고 코로나 방역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180석 이상의 거대 여당이 탄생한 데 따른 것으로, 정부와 여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멋대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각료를 선출하는 과정인 국회 청문회에서도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9번이나 임명을 강행했다. 문재인 정부의 안하무인 폭주가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와 여당이 국회의 법 제정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정원, 검찰, 경찰, 공무원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바로 대한민국의 바탕인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두 기둥을 허무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경제적인 가치와 판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소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공급자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고, 수요와 공급의 조절을 통해서 경제발전의 초석을 이뤄가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근간이 현 정부에 의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문 정부는 각종 부동산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조세 정책도 증세를 통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으며 모든 공공사업, 국가사업을 국민의 충분한 합의 없이 멋대로 추진하며 무리수를 빚고 있다. 원자력 핵발전소 기술을 완전히 사장시켜 국가경쟁력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되려 환경 파괴적인 태양광, 풍력 발전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과 대다수 농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치적인 수많은 강과 하천의 보 파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믿고 맡겨 놓으면 제대로 굴러갈 경제를 과도하게 간여하려는 정부로 인해 국민은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인 ‘국민 재난지원금’을 한없이 풀고 있다. 이미 3차 국민지원금을 지급했으며 3월 초 4차 국민지원금이 또 지급될 예정이다. 국가의 빚은 1,000조를 넘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이것이 국민을 현혹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패퇴한 북한의 공산주의 이론을 숭배하는 사회
이러한 국가 주도의 경제정책은 바로 북한을 그대로 빼닮았다. 독재국가, 전체주의 국가의 특징이 바로 국가계획경제로 국가가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다. 국가가 주도해 각 공장의 양말 켤레 숫자와 신발 숫자까지 정해서 내려보내 생산토록 하는 것이다. 공장의 공장장, 임원들은 경쟁을 위해 머리를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오로지 당에서 내려주는 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고, 판로도 국가와 당에서 책임지기 때문에 재고 걱정도 없다. 경쟁이 없고 재고도 없으니 상품의 질도 개량할 필요가 없다. 북한 주민은 수십 년간 같은 운동화, 같은 내복, 같은 양말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전기도 충분하지 않아 일반 공장의 가동률은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
2월 중순에 열린 북한의 전원회의에서, 8차 당 대회 이후 새로 만든 ‘국가 경제 5개년 계획’에 대해 김정은이 큰 불만을 갖고 대로(大怒)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한 달도 안 된 경제담당 비서가 퇴출당했는데, 국가계획경제의 모순과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모양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무소불위의 권력만 믿고 대책 없는 경제정책을 몰아붙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축인 자유민주주의의 근간 역시 이 정부가 흔들고 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소위 인민민주주의의 길로 가고자 한다. 인민민주주의는 북한이 혁명 노선으로 주장하는 PD(people democratic)를 뜻한다. 즉 대한민국 사회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악덕 자본가, 악덕 지주에 의해 노동자, 인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혁명을 통해 구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악덕 기업가, 악덕 건물주, 악덕 토지주인 등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론이 숨어 있다. 생산 활동을 하는 건전한 기업가들, 정상적인 건물주, 토지주인을 사회의 나쁜 부류로 매도하고 무참히 공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대표적인 혁명이론이다. 이미 이념전쟁에서 승패가 확실히 갈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패퇴한 북한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론을 그대로 숭배하는 무리가 사회 곳곳에서 퍼져 있다. 특히 북한의 전체주의적 발상이 그대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북한의 전체주의는 그들의 3대 세습 독재를 위한 방패막이다. 정부와 여당이 자신들의 권력과 국회의원의 숫자를 믿고 계속 전체주의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면 국민적 저항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이것은 북한의 전체주의 특성을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논리적 사고가 필요 없는 인민, 전체주의에 물드는 국민
우선 북한은 국민을 한 손에 쥐기 위해 고도의 정보기관을 동원한 국민감시 체계를 이루고 있다. 국가안전보위부, 호위사령부, 보위사령부, 인민보안부, 검찰 등 각 정보기관을 총동원해서 국민 각자를 감시, 통제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새벽에 인민 가정에 출동해 가족을 정치범수용소로 끌고 간 뒤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사형을 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소위 정보기관이 내재적인 판단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말살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니 국민은 감히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못한다. 의견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그다음 날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무서운 정보체계로 전체주의를 이끌고 있다.
다른 하나는 ‘총화’를 백분 이용하고 있다. 매주 혹은 3~4일에 한 번씩 작업장, 직장, 공장에서 총화를 연다. 골자는 지난 1주일 동안의 김정은 수령에 대한 충성 행동을 밝히는 것이다. 자신의 충성된 행동이 없으면 남의 불충 행동을 고발해야 한다. 총화할 내용이 여러 주에 걸쳐 없으면 교육대로 보내질 수도 있어 하루하루가 총화 거리 찾기에 혈안이다. 주민 각자가 서로 감시하는 체제가 된 것이다. 과거 부산에 유니버시아드 경기에 응원 온 북한 미녀응원단이 길가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김정일위원장이 비에 맞는다고 버스에 내려 전원이 통곡하던 촌극이 있었다.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 것일까? 총화 때문이다. 혼자서 울지 않고 난리를 치지 않으면 그대로 총화에서 지적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래서 부화뇌동하는 것이 북한의 본질이고 이것이 전체주의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오직 수령만이 뇌수를 갖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결정은 수령이 집행하는 것이다. 수령이 머리의 역할을 하고 조선노동당은 심장이고 나머지 두 팔은 인민군대이고 두 다리는 인민이다. 수령만이 생각할 수 있으므로 인민은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북한에 가면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붉은색 구호가 마을마다 길거리마다 걸려있어 쉽게 볼 수가 있다. 김정은이 결정하고 조선노동당이 지시하면 인민군대와 인민들은 그대로 따른다는 것이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민이 논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이나 반대가 없다. 일사불란한 전체주의, 획일주의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인권은 없다,
이상과 같은 북한의 전체주의 본질과 특징이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우려된다. 지나친 코로나-19 방역, 종교 예배권을 제한하는 행태, 막무가내의 탈원전과 부동산 정책, 무소불위의 공수처 설립 그리고 무리한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이 전체주의에 물드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하루빨리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올바른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kangsk2012@naver.com>
글 | 강승규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를 취득하고, 고대 북한학과 교수로 후학을 길러내고 있다. 언론사 북한 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한국인터넷언론협회장, 코리아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치학회 특임이사를 역임했다. 싱크탱크 ‘자유와생각’ 공동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