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성 – 비혼과 욜로족, 그리고 입양
2021-05-01
월드뷰 MA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
글/ 김승욱(발행인,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이달의 특집(ISSUE) 주제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정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법적으로는 한 명도 세대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1인 가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정이란 적어도 두 명 이상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대가족 시대를 거쳐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4인 가족 시대 그리고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는 3인 가족 시대를 지나 아예 자녀를 낳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2005년까지만 해도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4인 가구가 주를 이루었는데, 2015년 이후에는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19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30%를 넘었습니다. 불과 10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또 10년이 지나면 1~2인 가구의 비중이 70%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머지않아 부부와 두 자녀를 둔 가족 형태는 10% 이하가 될 것이라고 하니 이제, 가정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처럼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루어(창 2:24) 가정을 만들면 자녀를 낳아 다음 세대를 이을 수 있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라는 문화명령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은 자녀를 가짐으로 완성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혼자 살거나, 자녀를 낳지 않는 가구가 많아졌을까요?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니 현재의 행복을 즐기자는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 풍조도 있고, 자녀양육비나 생활비 부담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환경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 탓인지, 늦은 결혼 연령 때문인지 젊은 부부들이 자녀 갖기를 원하지만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지으시고 인간을 창조하신 후에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창 2:18). 그렇지만 사별해서 혼자 사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하지 않아서 혼자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직장, 학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인구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녀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아기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자녀를 낳는 것이 선택사항일까요?
인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가정에 자녀가 2.2명이 되어야 하므로 4인 가구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지방 도시는 소멸하고, 국력을 유지할 수 없는 재앙이 올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가정을 형성하는 것이 얼마나 주요한지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이고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긍휼의 마음으로 사랑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아이들을 입양하는 것이 매우 훌륭한 사랑임을 강조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기를 낳고 싶어도 임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시험관 시술 등 현대 과학의 힘을 빌리는 방법도 있지만, 입양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국에서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입양한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었는데 배반을 당했다는 등의 부정적인 경험담을 가끔 듣습니다. 사랑은 보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데, 잘못된 기대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의 희생으로 아이들이 자랍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숭고한 희생을 감수하는 아름다운 행동입니다.
저는 캐나다에서 기독교 가정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하게 많은 자녀를 낳는 것을 목격하고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약 20년 전에 중학생이었던 둘째를 홈스쿨링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에 홈스쿨링 가정의 아이들 20명을 인솔해서 캐나다 코목스벨리에서 홈스테이하며, 어학연수를 했습니다. 캐나다인 선생님이 수업하는 동안 저는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가정과 그 주변의 홈스쿨링 가정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제가 인터뷰 한 가정 중에는 4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도 많았습니다. 라가드(Reanne & Rober Lagarde)씨 가정은 2명의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우고 결혼까지 시키고 나서, 흑인 여자아이 둘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었습니다. 왜 같은 나이의 아이 둘을 입양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피부색 때문에 아이들이 크면서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당연히 알게 될 텐데 그때 당할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 서로 친구가 되라고 둘을 동시에 입양해서 키운다고 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지체장애자를 위한 학교로 개방했습니다. 라가드 씨의 둘째 딸이 시집간 사돈댁은 13명의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웠다고 했습니다.
호스트 패밀리 중의 한 명인 존 큐츠란(John Cuchuran)씨는 5명의 자녀를 고등학교과정까지 홈스쿨링으로 교육시켰습니다. 그의 소개로 5남 4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운 피터슨(Katharine Peterson)씨도 만났습니다. 그는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형편이 어려워서 컨테이너 주택에 살았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당시에는 시내와 좀 떨어진, 집값이 싼 지역에 큰 집을 짓고 9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캐나다의 기독교 가정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자녀를 많이 낳고, 동성애 등을 허용하는 공교육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 가정에서 직접 자녀를 키우며 그 후에 여력이 생기면 입양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집(ISSUE) 칼럼 소개
이번 호 특집 칼럼에서는 먼저 총신대학교 아동학과 강유진 교수가 가족 변화 실태를 중심으로 1~2인 가구 증가 현상에 대해서 통계 자료를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홀리원코리아의 이한나(교육지원센터) 교육실장은 1인 가구의 증가가 왜 문제가 되는지 짚어봤습니다. 1인 가구 증가를 단순한 현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기독교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대세를 거스르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 된 권세’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서 두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가정행복코칭센터의 이수경 원장은 1) 부모 영향, 2) 경제적 이유, 3) 편하게 살고 싶어서 등 세 가지 원인을 제시하면서 혼자 사는 것의 단점과 더불어 사는 것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가정사역협회장 이희범 목사는 결혼하지 않는 이유 중에 사회·경제적 원인이 가장 크다고 하면서, 이로 인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는 기독교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사회·경제적 해결책도 필요하지만, 젊은이들의 결혼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경적 결혼관, 가정관을 올바로 정립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상원 교수는 성경이 말하는 건강한 가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파란리본 카운슬링 대표 이병준 목사는 결혼의 목적을 제대로 안다면 결혼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가족관계연구소장 정동섭 목사는 결혼이란 성관계로 완성된 남편과 아내의 신성한 연합이라고 했습니다
결혼을 안 하거나 자녀를 낳지 않는 것과 반대로 입양은 가정의 형성을 돕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얼마 전 양부모의 학대로 죽음에 이르게 된 정인이 사건을 통해서 입양이 한국 사회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정인이 사건으로 인해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일명 ‘정인이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정인이 양모에게 사형이 구형되었습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입양과 관련된 6편의 칼럼을 싣습니다. 정인이를 묻어준 안데르센 공원묘원의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기독교인은 모두 하나님께 입양된 양자이므로 양자 된 우리도 하나님을 본받아 나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아빠·엄마가 되면 법이 해결하지 못한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입양선교회 회장인 김동석 목사는 성경이 말하는 가족관은 혈연주의가 아닌 은혜 언약의 관계이며, 성경이 말하는 참된 영성은 입양으로 고아를 돌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로 봉사하는 진원무역의 오창화 대표는 고아를 집단보육 시설이 아니라 가정양육으로 돌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공개입양을 가로막고 있어 문제라고 합니다. 전국입양가족연대에서 입양 관련 법률이 어떻게 변화됐는지 간단하게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커버스토리 인터뷰에서 소개한 스티븐 모리슨 한국입양홍보회 설립자는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입양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면서 양부모에 대한 감동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황승연 교수는 모국을 방문한 해외입양인들의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잘살게 된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해외입양이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인 아이만 입양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장애인 입양의 경우 거의 100% 미국으로 입양되며 해외입양 전체의 40%가 장애아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과연 입양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있고 책임의식이 얼마나 있는지 묻습니다.
커버스토리
이번 호에서는 1970년, 14살에 미국으로 입양된 후 우주 공학자가 되어 한국에 찾아온 스티브 모리슨(한국명 최석춘) 장로에게 그의 이야기와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양부모님 밑에서 잘 성장해서 퍼듀대와 남가주대 대학원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고, 전 세계 GPS 시스템에 없어서는 안 될 인공위성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에는 국내입양을 홍보, 장려하기 위한 한국입양홍보회(MPAK)를 설립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그의 경험과 입양의 중요성, 그리고 입양에 대한 그의 견해 등을 들어봤습니다.
맺음말
이번 호부터 미국 도르트 대학교(Dordt University) 신학과 심재승 교수의 “어린이를 위한 기독교세계관”이 연재됩니다. 공교육의 교육적 기초가 기독교 교육과 어떻게 다른지 아는 것은 공립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건강한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교회에서는 신앙에 근거해 세상을 배우지만, 공교육 현장에서는 인본주의적이며 과학적인 세상을 배웁니다. 새로 시작되는 이 연재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해서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기독교적인 세계관 교재를 제시할 것입니다. 그들이 기독교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공부하고, 살 수 있도록 도우려는 의도로 시작합니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고, 백신 보급까지 늦어지고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이 한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 가정이 더욱 중요합니다. 나아가 교회가 함께 힘을 합해서 어려움에 처한 교우와 이웃을 돕고 위로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회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글 | 김승욱
경제사 과목을 담당한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현재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및 학교법인 청지학원 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신제도주의 경제사 분야의 박사학위(Ph.D.)를 받고 UNIDO 국제 전문가와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9년에 9명의 교수와 함께 “기독교학문연구회(현 “사단법인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창립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회장으로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