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과 주택가격, 안정화는 가능한가?
2021-02-08
월드뷰 FEBRUAR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
글/ 김영곤(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주택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모임에 가면 대화의 빈도가 가장 높은 것 중의 하나가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 하는 주제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쪽에서 본다면,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어떤 형태의 정부이거나 주택문제는 매우 다루기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독 과거보다 더 주택문제가 커지고 복잡해졌다.
2020년 1년 내내 정부는 보이지 않는 시장의 힘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여 왔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에 대한 공격은 계속 허공만 가르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주택 가격을 잡고,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도입한 각종 법률과 규제들은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서민의 주거문제를 더 꼬이게 했다. 핀셋 규제를 내세워 풍선 효과, 역풍선 효과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자 정부는 시장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결국에는 효과가 의문스러운 공급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나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을 막기는 역부족이고, 향후 주택 가격에 대한 불안감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강제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주택시장에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 가격의 불안정한 문제를 파악해 보기 위해서는, 주택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시장 안정화는 가격으로 표출, 우리 주택시장의 바탕은?
먼저 주택시장의 바탕이 되는 구조적인 부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시장에 이상 신호가 오면 주택 가격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선천적인 물리적, 지역적 요인을 살펴보면, 부동산의 특성인 물리적 고정성은 경제 논리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것은 활용 가능한 토지 면적이 협소하고 겹겹이 규제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든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넓은 토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곳은 한정될 수밖에 없어서, 토지 가격은 항상 부동산의 원천적인 문제가 되어왔다. 또한, 일반 상품처럼 필요에 따라 지역적 이동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이를 너무 늦게 깨우친(?) 주무 부처 장관이 결국 빵과 비교하는 궁색한 변명을 한 것이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 모여 사는 대한민국의 실정은, 1950년대부터 지속해서 늘어난 인구와 경제력의 집중화로 인해, 이제는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든, 지방으로의 분산 정책을 펼치든, 경제와 인구 변동 상황,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 경쟁력까지 고려하면, 수도권의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경험해 왔다. 경제 활동의 절대 부분을 한정된 지역인 서울과 수도권 일부가 차지하고 있으니, 이 지역의 주택문제는 가격 문제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재고하지 않은 채 주택의 관점에서만 억제하다 보면 이주와 이동에 대한 흐름을 놓치게 되고, 따라서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지역과 인접한 지역에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그 파장은 돌고 돌아서 정부가 처음 정밀 타격(?)한 지역의 가격 상승을 다시 불러오는 역풍선 효과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는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을 무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주나 이동 등의 흐름까지 무시한 대책들을 내세우다가 결국은 가격 억제 실패로 대표되는 역풍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악순환의 덫에 빠져버렸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걱정해 주지 않아도 국민은 시장을 보면서 판단하고 주거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누구나 알고 있다. 주택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것이나, 동네 중개사무실에 삼삼오오 모여서 주택문제를 얘기하는 가정주부들의 설명이나 특별히 전문적인 내용은 없다. 단지 지역마다 특성과 형편이 다를 뿐이고, 전문용어 사용의 차이일 뿐이다. 그 정도로 이미 주택문제만큼은 일반 국민이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나 정치권은 이미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절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목적이 달라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시장 구조를 외면하는 것 같다. 정부나 정치권은 시장을 압도해서 강제로 끌고 나가려고 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계층만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면 된다.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하는 구조적 요인은 주택공급을 위한 정책 또는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일관성을 가지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 유일하게 시종일관 실행되어온 정책이라면 아파트에 관한 정책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과 관련된 정책이라면, 외국 학자가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을 출간할 정도로 아파트 정책뿐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물론 고도의 경제성장기와 인구의 증가를 고려한다면, 단시간에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건, 주택 매매시장에 한정해서 보건 아파트는 부동산 중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매매될 수 있는 상품이다. 2~3일 정도면 해결되는 아파트 담보대출의 속도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한편 투자의 관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의 관점에서도, 아파트 단지의 규모가 클수록 더 쉽게 투자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혼란스럽지만, 1가구 2주택자부터 투기자로 본다면, 주택보급률을 올리기 위한 정부의 공급정책이 투기 상품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지금도 그런 투기 상품을 가지고 가격을 잡기 위해서, 또다시 공급을 논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가장 간단하게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매매를 고려한다면, 어느 쪽이 더 쉽고 간단하게 거래될 수 있을까? 여기에 소유자가 되었든 임차자가 되었든 쌍방이 관리와 생활의 편리성으로 인하여 확실한 수요까지 확보되어 있으니 이만한 투자 대상이 존재하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아파트를 공산품에, 단독주택을 수제품에 비유한다면 상품의 선택과 거래를 위한 고려 요소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의 변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특히 이미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다각적인 시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수립해야 할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머지않아 장래의 주택문제가 더 꼬여버릴 위험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전세자금을 비롯한 자금의 이동은?
여기까지만 해도 주택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연히 존재한다. 전세는 우리 고유의 부동산 금융이다.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은 전세제도는 주택시장에 미치는 양면성의 영향, 즉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전세는 집주인, 세입자, 정부 정책에 도움이 되는 장점을 가진 제도인 동시에 주택 가격 변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세의 장점으로 집주인은 이자를 내지 않는 차입금(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자산을 확보할 수 있으며, 세입자는 저렴한 주거비용(전세보증금을 환산)으로 원금에 대한 안전장치를 두고 일정 기간에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임대주택을 민간이 감당해 주니 그만큼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세출을 포함한 상당 부분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불안해지는 경우, 전세보증금은 일시에 주택 구입을 위한 실탄으로 전환되면서 경쟁적인 주택 구매 시장을 형성해 가격 상승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월세를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도 없지 않은가. 월세만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주택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금을 마련하는데 상당 기간이 필요하므로 주택 구매 시장에 진입하는 세대들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의 조절로 시장의 과열을 조정할 수 있어서 비교적 시장 관리가 쉬울 것이다. 이에 반해 전세제도가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주택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기초자금으로 주택 가격의 30~80%에 해당하는 규모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조절이 쉽지 않다.
구조적인 문제는 또 있다.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것과 저금리 시대의 진행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노동집약적이며 복제기술 산업을 바탕으로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이점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의 생산성을 오늘의 생산성과 비교하기에는 모든 것이 변했다. IT와 첨단기술은 노동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 개혁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것은 결국 일자리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를 거쳐 주거의 양극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리가 낮아도 노동시장이 불안정하면 주택 구매력의 한계로 주거문제가 늘어난다. 낮은 금리는 주택 매입 능력을 충분히 가진 계층이 주택을 더 사들여서 임대시장에 공급할 여력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주택 매입 능력을 가진 계층을 주택 가격 상승의 원흉 취급하며 규제를 가하는 한 민간 임대주택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택을 사들일 대부분의 실수요층이 가지는 구매능력은 일자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면 주택 가격 상승도 감당할 수 있는 경제 체력을 가질 수 있으나 현재는 시장의 구조적 흐름이 망가져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시중 부동자금과 토지보상금 문제는 대책이 있을까? 2020년 10월 기준으로 시중 통화량은 3,151조 원을 기록했다. 4월에 3,000조 원을 기록한 데 이어 불과 6개월 만에 150조 원이 넘게 늘어났다. 이 중에서 현금과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은 1,135조 원이다. 갈 곳 없는 자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주식과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과거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시소게임처럼 자금의 이동이 어느 정도 패턴을 가지며, 주식시장으로 투입되는 자금과 부동산 시장으로 투입되는 자금의 성격에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부동자금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올해 예정된 토지보상금이 약 17조 원이다. 토지보상금으로 풀리는 자금은 일정 부분 인근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이점을 우려하여 대토보상, 채권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으나, 과거의 예를 보나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나, 부동산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책의 실패인가, 시장의 실패인가?
위에서 짚어본 것들 외에도 시장 불안 요소는 다양하게 널려있다. 당분간은 주택 가격이 안정될 것 같지 않다. 주무 부처의 신임 장관이 구상하는 것들도 게임 체인저(국면 전환)의 역할이 아니라 공권력을 동원해서 과거 메뉴를 꺼내 드는 정도이므로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부작용이 동반되는 과다한 공권력의 남발이 걱정된다.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분출되는 요구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내지 않는 한 악순환만 되풀이될 것이다. 정부의 한 부처만이 주택문제를 책임지고 일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차라리 주택문제에 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복합화, 다양화된 사회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고의 전환과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가격을 포함한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을 이기려는 교만을 버리고, 시장은 제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소통으로 다뤄 나가야 할 대상이라는 구도로 방향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특히, 주택 가격은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균형과 배려가 절실하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라는 교만은 모두를 힘들게 할 뿐이다.
<ygkim@kangnam.ac.kr>
글 | 김영곤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부동산금융 분야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물산 부동산팀장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인 JLL 지사장, 성균관대 경영학부 대우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국민연금 대체투자심의 위원이며,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