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댈수록 나빠지는 부동산 문제

손댈수록 나빠지는 부동산 문제

2021-02-07 0 By 월드뷰

월드뷰 FEBRUARY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5


글/ 김정호(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주택 정책 실패


그야말로 부동산 대란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고가주택 위주로 값이 올랐는데 이제는 중저가 주택의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주택 정책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사실 한국 경제 상황을 보면 주택가격은 서서히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특히 큰 주택이 필요한 젊은 층의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성장률 역시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공급만 정상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주택 가격은 서서히 낮아졌을 것이다. 일본을 보면 그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주택 가격은 고령화, 저성장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 오히려 고성장기에 들어선 것처럼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많이 풀린 통화량도 주택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가 더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그림 1. 한국인 가계자산 중에서 부동산 비중 (2010~ 2019).
자료: 통계청 가계 금융복지조사, 각 년도

우선,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한 결과 소위 똘똘한 한 채 즉, 1채의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것이 문제이다. 한국인은 부동산 소유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 [그림 1]은 2010부터 2019까지 한국인 가계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75% 수준에서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70% 수준에서 안정적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인은 부동산 비중이 25% 수준이다. 한국인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소유를 더 선호한다. 자산 중 75% 수준의 부동산 비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이전부터 변하지 않고 지속된 한국인의 행동 방식이다.

다른 간섭이 없다면, 사람들은 75%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구성할 것이다. 주택+상가, 자가점유주택+임대주택, 고가의 1주택 등 여러 가지의 구성방식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 대부분을 일종의 사회악인 투기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6%로 올린다는데 그런 보유세를 몇 년 내고 나면 원본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거주용 주택 이외의 것은 모두 팔아야 하는 지경까지 왔다. 이제 다주택 보유는 엄두를 내기 어렵게 되었다. 전체 부동산 보유 가액은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다주택 보유를 금지하니, 다양한 부동산 포트폴리오 중 고가의 한 채에 수요가 몰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소위 ‘똘똘한 한 채’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이처럼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는 느는데, 공급 측면에서는 오히려 고가 주택의 건축이 억제되었다. 신규 택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공택지에서는 고가 주택의 건축이 거의 금기시 되었고, 기존 주거지의 재건축까지 극심하게 규제하다 보니 고가 주택의 공급이 막혀 버렸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막혔으니 값이 폭등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가 주택일수록 값이 더 많이 오르는데, 이것은 수요자가 원하는 소위 똘똘한 주택 대신 ‘서민’을 위한 주택만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변창흠 장관의 평소 소신대로 국영주택만 주로 공급한다면 온전히 소유가 가능한 기존 주택들의 값은 더욱 오를 것이다. 청년들은 어쩌면 거주만 가능하고 소유는 불가능한 국영임대주택에 만족하며 평생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임대차 3법


매매시장만 문제가 아니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이 전월세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즉 세입자 마음대로 2년 계약을 4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최대 4년까지 기존 집에 머무를 수 있으니 기존 세입자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전·월세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임대 물건은 줄고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전·월세를 놓고 나면 4년 동안 집이 묶이게 되다 보니 셋집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늘었다. 셋집의 공급이 줄어드니 임대료가 오르고, 게다가 집주인이 4년에 걸쳐 올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서 내놓다 보니 임대료는 더욱 치솟게 된다. 이렇게 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임대료가 치솟으면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기 마련이다. 최근 중저가 주택의 거래량이 늘고, 값이 들썩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만들어 놓은 법이 세입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변창흠 장관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그의 발언을 보면 임대차 기간을 2+2=4년에서 3+3=6년으로 늘릴 가능성도 크다. 그러면 4년에 맞춰서 올라가던 전·월세 가격은 6년에 맞춰서 더욱 크게 오르게 될 것이다.


부동산 소유제도 자체의 변혁


가장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 소유제도 자체의 변혁이다. 변창흠 장관은 평소에 우리나라의 주택을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로 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는 국가 소유로 남겨두고, 그 위에 짓는 건물만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즉 피분양자는 일정 기간의 토지사용권만 분양을 받는 것이다.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모든 주택은 국유지 위에 세워져 있다. 소유자는 70년 동안 사용권을 인정받는 대신 토지 사용료를 국가에 지급한다. 토지는 국유, 건물은 사유인 것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앞으로 분양되는 주택은 중국처럼 일정 기간의 사용권만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변창흠 등 소위 토지공개념론자들은 부동산이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자 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원효대교 북단에 있는 서부이촌동의 중산아파트와 근처의 시범아파트와 시민아파트를 보면 알 수 있다. 1970년도에 분양한 이 아파트는 토지는 서울시에서 소유하고, 아파트 건물은 집주인이 소유하고 있다. 벌써 20여 년 전에 재난위험시설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 안되는 이유는 주민들과 서울시 사이의 사유지 불하 협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토지임대부 주택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런데 이들은 토지임대부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환매조건부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으로도 투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면적인 토지임대부 주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투기의 천국이다. 소득수준을 고려할 경우 상해와 베이징의 주택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70년 사용권의 가격이 그렇게 뛴 것이다. 사용권이라도 거래가 허용되면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소위 투기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결국, 중국식 제도 즉 시장에서 사용권 가격이 형성되는 것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고 제시한 보완책이 환매조건부 주택이다. 일단 분양은 해주겠지만 그 사용권마저 팔고 싶으면 정부에게 되팔아야 한다는 조건부이다. 물론 되팔 때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므로, 차익은 인정되지 않는다. 토지임대부 주택 제도가 중국식이면, 환매조건부 주택은 북한식이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이름만 분양 주택일 뿐 국영 전세 주택인 셈이다. 변창흠 장관은 그것을 ‘공공자가주택’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부른다. ‘둥근 4각형’ 같은 형용모순이다. 이름만 자가일 뿐 실질은 국영 전세 주택이다. 전세보증금 대신 분양대금을 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작년 연말에 전·현직 국토부 장관을 모두 대동하고 부산의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정도면 4인 가족이 충분하지 않으냐고 발언했다. 국영주택 공급을 두둔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었다며 청와대 대변인이 해명했지만, 국민을 국영주택에 넣지 못해 안달이 난 전·현직 국토부 장관들이 대통령의 격려까지 받았으니 앞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이 쏟아질 것 같다. 그럴수록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주택의 공급은 줄어들게 된다. 한국인들은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공급을 보유가 안 되고 거주만 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니 결과는 뻔하다. 당장 보유 가능한 주택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하도 심하게 여론의 뭇매를 맞아서인지 변창흠 장관이 분양 주택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긴 했지만, 세부 사항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역세권의 반경을 늘려서 용적률을 높여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의 종류이다. 수요 초과가 나타나는 대상은 소위 똘똘한 한 채의 주택이다. 그런데 새로 공급하겠다는 주택은 여전히 작고, 변두리에 있는 서민용이다. 결국, 서민주택 가격은 어느 정도 잡을 수 있겠지만 고가 주택 가격은 여전히 오를 일만 남았다.


맺음말


한국인들은 부동산 보유에 대해 강한 선호를 갖고 있다. 즉 재산을 구성하는 데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 이런 선호 현상을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또는 신앙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소수의 사람은 자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든 국민이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따라서 온전한 소유가 불가능한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은 한국인의 그 같은 부동산 보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 결과 온전히 소유 가능한 기존 주택들의 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나마 재개발 및 재건축이라도 원활하다면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에 조금 숨통이 트일 텐데, 도시재생 뉴딜을 한다면서 그마저도 다 막아 버렸다. 주민들이 길이 좁아 소방차도 들어갈 수 없으니 제발 헐어내고 재개발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애원하는 데도, 낡은 담벼락에 벽화만 그려 댄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쾌적하고 안전한 새 아파트인데, 변창흠 장관 같은 사람들은 담벼락의 그림으로 만족하라며 들은 척도 안 한다. 벽에 페인트칠하며 돈 버는 소위 ‘활동가’들만 신이 난다.

변창흠 전 토지주택공사(LH공사) 사장이 장관이 되었으니, 그의 평소 주장대로 주택 정책을 편다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소위 똘똘한 한 채, 즉 고가 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온전히 소유할 수 있기만 하다면 중저가의 아파트도 값이 오를 것이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이 대부분 국영주택일 테니 기존의 온전한 민간 주택은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kim.changho@gmail.com>


글 | 김정호

경제학 박사와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학교 교수, 자유기업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김정호의 경제TV 대표이자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이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기업의 탄생>,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 등 20여 권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