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의 교육의 본질
2021-01-11
월드뷰 JANUAR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
글/ 김정효(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
교육은 자녀가 하나님께로 향하게 하는 봉헌
히브리어로 교육(chank)은 봉헌과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교육이란 본질적으로 하나님이 주신 자녀를 하나님께로 다시 돌려드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경의 신명기(6:6,7)와 마태복음 28(28:18-19)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라고 하고 있다. 홍콩의 기독교 학교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RICE(Research Institution for Christian Education)의 폴 팡(Paul Pang) 박사 역시 기독교 교육의 본질은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는 이를 위해서 학교 교육은 다음의 3가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1)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이라는 것,
2) 우리가 다시 하나님께로 가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성과 반역성을 회개하고 예수그리스도의 대속을 힘입어야 한다는 것(복음), 그리고
3) 하나님이 주신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 등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주지주의적 교과 교육으로 세 가지 중 마지막 항목인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다스리는 지혜를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는 셈이었다. 기독교 학교에서는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가르치는 일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일반 학교의 주지주의적 교과 교육을 차용하여 창조세계의 원리와 그것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주지주의적 교과 교육은 주로 다른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어서 예배와 성경에서 가르치려고 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저해했다.
이러한 이원론적 교육에 대한 반성은 기독교 교육자들에게 말씀을 어떻게 교과 교육의 기반으로 통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연구하도록 했다. 일반교육의 교과 교육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에 기반하고 있다. 모더니즘에서는 과학이 질병, 가난, 죽음 같은 모든 인류와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고,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단지 기존의 왜곡된 시각이 문제일 뿐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다고 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공정한 분배가 사회 문제의 해결이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관이 배어있는 일반교육 과정의 교과 교육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여 가르치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계시지 않고 인류의 구원은 우리 손에 달렸다는 인본주의를 가르치게 된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려는 우리의 의도와는 상반된 것을 교육하는 것이다.
2021년 온라인 교육의 도전은 무엇인가?
이러한 가운데 올해 우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필자는 <월드뷰> 12월 호에서 온라인 교육 시대의 문제점으로 국가 주도성의 확대와 인성교육의 약화를 지적했다. 학교에서는 EBS 교육 방송을 일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학습 텍스트에 대한 교사 개인의 교육적 해석과 개별교실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반응 즉 교육의 실체성이 약화 될 위험이 생기게 된 것이다. 또한, 인성교육의 측면에서도 학생들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대면 교육 상황의 경험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 때문에 문제해결을 통해 배우게 되는 공감, 공정성, 사회적 기술, 도덕적 판단력 등의 습득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실제로 일선 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학급 친구를 사귈 기회가 적어져 학기 말이 가까운 시점에도 서로가 서먹해 한다고 한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면 작년의 반 친구를 찾아서 복도로 나가거나 혼잣말을 하며 노는 것이 관찰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최근 온라인 교육과 같은 과학기술의 활용에 대한 중요한 발표와 보고가 있는데 이것은 이러한 교육이 더욱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9년 OECD는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5가지 가치기반 원칙을 발표했다. 1)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개발과 복지, 2)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3)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4) 안전한 기능, 보안 및 안전성, 그리고 5) 책임 등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 활용에 다양한 윤리적인 문제가 잠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캐나다 CIFAR(Canadian Institute for Advanced Research)은 18개국의 인공지능 전략의 판도를 ‘연구, AI 핵심인재, 미래 교육, 산업전략, 윤리, 데이터 활용, AI 활용 정책, 포용’ 8가지 정책 분야로 구분하여 분석했는데 한국은 윤리와 미래 교육, 그리고 데이터 활용 정책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했다.
이에 우리나라 교육부는 2차 인성교육종합계획(2021~2025)을 내놓으면서 정보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인성교육을 정규교과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기술 정보 사회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온라인 교육으로 인해 자주성 문제, 인성교육 문제, 그리고 기술윤리 문제가 대두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교육의 본질 회복을 통한 온라인 교육 문제의 대응
앞으로 교육에서 과학기술의 활용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고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 교육에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기독교 교육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지금까지 도덕교육의 정보윤리 교육은 악플 달기와 게임중독 등의 역기능에 초점을 맞춰 단지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교육내용은 과학기술은 중립적이어서, 사용자의 바른 사용으로 인류에게 유익을 보장한다는 기술 중립론에 근거해 온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그 기술을 개발하고 소유하는 사람의 의도와 이익에 맞춰져 있다는 기술현실론적인 입장이 도입되어야 한다. 사용자들은 개발자와 소유자로부터 자기권리 보호를 위해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과학기술의 한 예로 AI나 알고리즘을 이용한 기술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에 검증 불가능한 부분이 있으므로 사용자의 자기권리 보호 교육이 특히 강조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을 점유한 소수의 권력이 과학기술을 통해 개인에게 제한적 정보를 주거나 검증할 수 없는 과학기술을 사용할 때 가져올 수 있는 권리침해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개발자의 윤리교육도 필요한데 특정 과학기술의 개발이 구체적으로 필요한 이유와 그러한 과학기술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원하는지 아니면 저해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편 TV 출현을 기점으로 미국의 교육학자 닐 포스트먼(Neil Postman)은 현대 사회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도덕적 가치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라지는 어린이>, <테크노폴리> 등 많은 글을 남겼다. 그는 과학기술 자체가 인간의 느낌, 사고,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기술 진보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게 하며, 게다가 이러한 과학기술이 역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주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위험의 해결책은 결국 교육이라고 했다. 즉 기술의 위험을 깨닫고 그 영향에 지배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기술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사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찍이 인간성 회복과 윤리적 판단력을 교육하여 과학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대면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서로 만남으로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도덕적 체험들은 인성교육의 중요한 기회가 된다. 즉 우정의 발달과정에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공감, 배려, 존중을 배우게 되고 또 우정의 관계가 형성되면 관계를 깨지 않기 위해서 친 사회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또래 집단에 소속된 아동과 청소년들의 유대는 마치 부모와 애착 관계처럼 학교가 다양하고 새로운 탐색을 할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전지대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연구도 많다.
온라인 교육에도 몇 가지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만일 스타 강사가 온라인으로 다수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교수 측면에서의 효율성과 경제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또한, 한 연구에서는 학급 홈페이지가 수줍음을 타는 아동에게 자기를 노출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사례가 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한편 온라인은 공동체의 관계를 지속시켜주기 때문에 공동체 형성에 더욱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직접적인 대면교육과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 스타 강사의 경우에도 강의 이전에 학습자에게 학습 동기를 유발하도록 하거나 강의 수강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학습관리를 하는 일은 결국 대면 교육 교사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상에 자기를 노출한 수줍은 아동도, 온라인상의 공동체도, 현실 세계의 관계로 연결될 때에 진정한 관계와 공동체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학교보다 부모가 최종적인 교육의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만일 온라인 교육으로 인해 아동들이 학교보다 집에 오래 머무르게 된다면 다시 교육의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근대식 학교 교육은 강력한 국가의 성립과 산업화와 함께 발전했다. 따라서 학교 교육은 국가의 산업인력을 공급하는 과제에 매달렸고, 기술개발이 경제개발의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인재 양성 교육에 국가가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근래에는 개인의 잠재성 개발보다 사회적 자본, 즉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로 인해 민주 시민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으로서의 자주성과 권리보다는 공동체성과 민주 시민의 책임과 의무가 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식 학교의 모체는 종교개혁 이후의 모국어 학교였다. 즉 모국어 교육을 통해 각 개인이 직접 성경을 읽고 하나님 앞에 개별자로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모국어 학교의 확산을 위해 국가가 개입하게 되었고 산업화와 자연주의 교육사상의 도래로 급속히 세속화되면서 학교의 국가 주도성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성경에서 보면 교육의 본질은 성경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고 말씀 교육의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따라서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당사자의식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맺음말
최근 기독교 학교에서는 기독교세계관으로 교과 교육을 재구성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Martyn Lloyd-Jones, 1899~1981)는 우리가 삶의 각 영역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그것으로 어느 정도의 부패를 막을 수 있으나 교육, 문화, 정치 등 사회의 각 영역이 기독교적으로 완전히 회복된 상태를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한 노력은 결국 이차적이고 간접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가 이를 증명하며 세상을 결코 기독교화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각 개인은 부르심의 영역에서 악을 억제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지만, 종말이 가까울수록 교회의 사역은 직접적인 영혼 구원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요약하면 온라인 교육 시대에 교육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교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기술사회의 문제에 대한 분별력을 가지도록 하는 과학 기술윤리교육을 강화하며, 대면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최종적인 책임자로서 당사자 의식을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침으로써 우리의 자녀를 주님께 돌리는 교육의 본질적인 일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
<junghyo@ewha.ac.kr>
글 | 김정효
이화여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하고 미국 오하이주립대학교에서 교육과정/초등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독교학문학회 교육분과장과 국가인성교육위원회위원, 그리고 이대부속초등학교의 교장과 한국초등교육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다. 주요저서로는 <초등교육이란 무엇인가>(교육과학사), <세계관으로 본 교육>(교육과학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