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경제 원칙에 기초한 노동개혁해야
2021-02-02
월드뷰 FEBRUAR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
문재인 정부는 노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출범했다. 그는 취임 이튿날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약속했고, 2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며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등의 친노동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은 많이 실시했지만, 노동 개혁을 위한 정책은 거의 시행하지 않았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해 수출을 통한 경제발전을 시작했다. 이 시기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은 오늘날 경제발전의 밑거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의 비정규직을 선호로 인해 노동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노동 개혁을 통해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던 기독교 노동경제학자 고(故)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의 주장을 그의 동료 교수들의 글을 통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1941~2020, 광주출생)
박동운 교수는 미국 하와이 대학교에서 <Sources of Employment Growth in the Korean Manufacturing Sector, 1963-1973>의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전남대학교 교수를 거쳐, 단국대학교 경제학과에서 27년 동안 후학들을 가르쳤다.
그는 노동경제학자로서 총 26편의 저서와 90여 편의 논문을 집필했으며, 2007년 퇴직한 이후에도 무려 9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 중 4권은 암 투병 중 발간했으며 작고하기 일 년여 전까지도 저술에 몰두해 <역대 정부의 가격정책 평가: 김대중 정부~문재인 정부>를 출판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최저임금제: 그 이론과 실제, (1985)>, <노동시장의 유연성(1997)>, <구조개혁과 실업대책(2000)>, <시장경제인가 반시장 경제인가: 김대중 정부의 구조개혁 평가(2002)>, <한국노동시장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2003)>, <대처리즘: 자유시장경제의 위대한 승리(2004)>, <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2012)>, <대한민국 가꾸기(2015)>, <노동시장개혁은 슈뢰더처럼 대처처럼(2016)>, <위대한 7인의 정치가(2019)> 등이 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장경제 출판부문 대상 1회, 우수상 1회, 추천 도서상 1회를 수상할 정도로, 대표적인 자유시장 경제주의자였다.
그의 부인은 김애실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로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으며, 두 사람은 제1호 대한민국 경제학 교수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노동 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김영신1) : 박동운 교수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읽고 난 후 자유시장 경제가 개인과 국가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관점에서 노동시장의 중요성과 유연성의 필요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시장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경직된 노동시장은 한국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음을 설파했다. 또한, 노조와 관행, 규제 등으로 왜곡되고 경직된 노동시장에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고 생산요소인 노동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경제에서 사용자는 자본, 경영, 토지와 같은 생산요소의 사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지만, 반면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는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국가에는 노동과 관련된 관행이나 규제, 법과 제도 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조합의 영향력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달라질 수 있다. 박동운 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생산요소인 노동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생산을 극대화함으로써 실업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정의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근로자,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 특히 지식 및 기술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근로자나 기업은 경쟁에서 낙오한다.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근로자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적합한 일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은 기존 근로자를 훈련하거나 새로운 근로자를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개인과 기업의 선호와 능력에 따른 직업 선택이 가능하고 노동시장이 임금을 통해 적절하게 조정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될 때 국가는 번영할 수 있다. 그런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 설립된 노동조합이, 지나치게 정치 집단화되어 지대추구(rent-seeking)를 할 때 시장경제는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다. 이것이 실업을 양산하고 경제 성장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것을 박동운 교수가 집필한 다수의 컬럼, 세미나 및 학회발표, 논문, 저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승노2) : 박동운 교수의 초기 저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연구다. 그는 자유로운 노동시장이 가져올 번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과감한 개혁을 주문했다. 자유기업원이 내놓은 ‘자유와 개혁’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그의 학문적 업적이 고스란히 담긴 역작이다.
그는 영국이 경직된 노동시장을 어떻게 개혁하고 다시 번영할 수 있었는지를 연구하고, 마거릿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에 대한 저서 <대처리즘: 자유시장 경제의 위대한 승리>를 저술했다. 그는 노동 개혁에 성공한 영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1970년대의 영국은 경제지표로 볼 때 G7 국가들 가운데서 꼴찌였다. 그러나 대처 총리의 구조개혁 결과 영국은 미국에 못지않은 자유시장 경제 국가가 되었다. 이에 박동운 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구조개혁과 실업 대책>을 통해, 구조개혁만이 한국경제를 밝히는 처방임을 강조했다. 또한 <시장경제인가, 반시장경제인가>에서 김대중 정부의 구조개혁이 왜 기대에 못 미쳤는지를 밝혔다.
자유시장 경제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최승노 : 또한, 박동운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서 한국경제가 자유시장 경제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누차 강조했다. 이후 자유시장 경제에 근거해 우리 사회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수많은 저서가 이어졌다. <위기의 한국 시장경제가 돌파구다>에서 시장경제원리에서 벗어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경제문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풀어나가야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그 결과가 정의로울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경제의 성과를 국제 비교를 통해 평가하며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했던 아일랜드와 영국의 번성기를 성공 사례로 꼽고, 미국, 뉴질랜드, 중국의 성장기도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반면 시장경제가 실패한 나라로는 북한, 2003년의 1인당 소득이 1970년대보다 낮은 아르헨티나,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의 사례를 설명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반시장적 정책이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반시장적 입법이 가져올 폐해를 지적한다.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한 이 책은 시장 경제학 입문서인 동시에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경제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시장의 상인들에게는 시장경제의 현실을 알려주는 지침서이며,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시장 경제학 교재가 될 것이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개혁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경제개혁 교과서인 셈이다.
박동운 교수는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에서 자신이 자유주의자가 된 이유와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삶의 경험과 학문 세계 탐색을 통해 자유주의자가 되었다. 북으로 간 큰 형이 내게 남긴 의문과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가 내게 준 학문적 충격이 나를 자유주의자로 만들었다. 나는 자유주의자가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유주의에 흠뻑 빠져 왔다. 내가 써온 수많은 글은 거의 모두 자유시장 경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나는 자유주의를 ‘규범이 아닌 실증’ 차원에서 논의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자유시장 경제가 우리를 잘살게 해준다’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단국대학교에서 ‘시장경제’ 강의를 처음으로 개설하는 등 자유시장 경제에 그 누구보다도 큰 믿음과 열정을 가진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의 인생을 살았다. 그는 저술과 연구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에 자유시장 경제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했다.
김영신3) : 박동운 교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척박한 우리나라의 토양에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유시장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글과 강의를 통해 한국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규제와 장애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일반인에게 어렵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경제원리를 쉽게 풀어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가 생전에 집필한 저서들은 독자에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박동운 교수는 그가 근무했던 전남대와 단국대에서의 교육 활동은 물론 하이에크소사이어티를 중심으로 한 1세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학자로서의 활동을 통해, 한국경제가 암초를 만날 때마다 근본적인 처방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번영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조성봉 : 박동운 교수의 저서는 대부분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주창하고 있다. 그는 정부 주도식 경제발전을 해 온 우리 경제가 더 성숙한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과 간섭 및 규제를 철폐하고 개방과 경쟁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현해야 함을 여러 저서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 중심의 중상주의적 경제정책에 비판적 자세를 견지했다. 그의 저술들은 정부 주도형 산업정책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동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노조가 지나치게 정치세력화되어 있고,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인해 오히려 정규직의 고용이 위협받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불필요한 규제가 오히려 비정규직의 안정적 고용을 해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과거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통독 이후의 경제난을 극복한 독일의 슈뢰더(Gerhard Schroder) 총리처럼 우리나라도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파견근로를 자유화하고, 기간제 근로 확대로 일자리를 늘리며, 근로자의 노조 선택권을 허용하고, 노사문제에 엄격한 법치주의를 적용하는 것과 함께 노동시장 규제 완화가 국외 자본의 유출을 막고 외국인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기업가와 소비자 등 경제주체가 갖는 자유의 힘을 확신한 경제학자였다.
오정근4) : 박동운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활발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며, 특히 최근에는 병환 중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와 저술 활동을 중단 없이 계속해, 후학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근년 들어서는 영국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수상, 미국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대통령, 독일 슈뢰더(Gerhard Fritz Kurt Schröder) 총리의 구조개혁,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자유 우파 개혁정책을 연구하고 저술로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구조개혁, 규제개혁, 노동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박동운 교수의 저서를 읽다 보면 연구 활동을 하면서 구상해 온 대한민국의 모습은 자유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선진국이며 이를 달성해 줄 수 있는 위대한 자유 우파 정치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노총, 전교조, 전대협이 출범했던 ‘87년 체제’에 이어 거대 좌파 여당을 등에 업고 있다. 새로운 좌파 ‘21년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반시장 경제입법과 정책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암흑의 형국이다. 그러나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오는 법이다. 국민의 절망이 극에 달하면 비로소 반전이 오는 것이다. 연구와 저술 활동에 나타난 그의 경제학자로서의 꿈이 이루어져, 대한민국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날이 머지않은 시기에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기독교인의 시장경제관 정립
최승노 : 박동운 교수는 기독교인으로의 삶에 충실한 학자였기에 기독교와 경제에 관한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대표적인 책이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이다. 이 책은 많은 이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며, 기독교 속의 시장경제를 발견하는 연구는 자유시장 경제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성경, 예수, 그리고 기업가 정신>은 성경에 따라 경제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경제원리를 채택할지를 제시한 뛰어난 책이다. 그는 책에 성경 속의 인물을 통해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을 조명했다. 아브라함이 순종함으로 믿음의 조상이 된 이유가 첫 사례다. 야곱: 자손이 별처럼 많아지게 할 12지파의 아버지가 되다, 요셉: 430년 동안 이집트 종살이를 통한 믿음의 연단 기회를 마련하다, 모세: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을 이끌고, 법치의 기틀을 마련하다, 여호수아: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땅 분배를 마무리하다, 다윗: 이스라엘을 통일하여 기독교 국가의 기틀을 다지다, 솔로몬: 성전을 건축하여 기독교의 기틀을 다지다, 예수: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러 이 세상에 오시다, 예수의 열두 제자: 예수의 가르침을 사방에 전도하다, 바울: 로마 전도에 성공하여 기독교가 세계 종교가 되는 길을 닦다 등이다.
그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논문 ‘역대 정부의 가격정책 평가’를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학회지인 <자유와 시장>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의 헌신적인 연구 활동은 후학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내가 만난 경제학자, 박동운 교수
김영용5) : 내가 처음 박동운 교수님을 만난 것은 1997년 자유기업센터(현 자유기업원)가 출범한 이후 2년쯤 되었을 때라고 기억된다. 자유기업센터를 중심으로 자유주의 사상을 연구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뵌 것이다. 그전부터 교수님과 부인이신 김애실 교수님이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계셨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 처음 대면한 교수님은 자신의 지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의견을 망설이지 않고 아주 거침없이 주장하시는,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교수님의 고향인 광주광역시에 있는 전남대를 떠나 단국대로 옮기신 것도 거침없는 소신 발언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와이 대학 유학을 마치고 전남대에서 교편을 잡고 보니, 유학을 떠나기 전과는 달리, 크게 발전한 한국의 모습이 반가워 한국의 경제 성장에 찬사를 표한 것이 당시의 정권 문제와 결부되어 학내에서 문제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그런 찬사는 이후 한국경제의 실제 모습으로 확인되었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사실을 사실대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학자적 소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지적 실력과 도덕적 품성이 없이는 행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교수님은 자유 시장경제 사상으로 견고하게 무장된 활력 넘치는 학자이셨다. 그리고 교수님의 거침없는 소신과 에너지는 오롯이 많은 저작에 투입되었다. 교수님은 내가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과 한국경제연구원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한국에서 자유 시장경제를 창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연구 제안을 해 주셨다. 밀턴 프리드만( Milton Friedman)의 음(마이너스)의 소득세제에 기초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재설계한 연구와 알기 쉬운 시장경제 홍보물 제작 제안 등은 학회와 연구원의 연구 그리고 홍보용 유인물 제작에 반영되었다.
조성봉 : 박동운 교수님은 필자가 섬기고 있는 서울영동교회에 출석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산 크리스천이었다. 교수님은 교우들과 테니스를 즐겼고, 주일 예배 후 마당에서 교제할 때에 늘 쾌활하게 인사하고 환담을 나눴다. 필자는 박 교수님을 학회와 세미나 등에서 자주 뵈었다. 그때마다 반갑게 맞아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또 경제학자로서 열정을 갖고 뚜렷한 소신을 지닌 분이었다.
그러나 2014년에 악성 림프종 암이 발병하여 치료를 시작했다. 73세 넘어 시작한 항암치료는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초인적인 투지로 이를 이겨냈다. 서울영동교회는 매주 수요일 저녁 ‘환우기도회’와 새벽기도회에서 환우들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에 대한 성도들의 기도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 항암치료를 마친 후 암세포가 사라졌고 완전히 회복되어 예전처럼 건강하게 걸을 수 있게 되자 환우기도회에도 참석했다. 기도의 빚을 졌다는 것이다. 항암치료 후 휠체어에 앉아 모자를 쓰고 교회에 오셔 다른 환우들에게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든지 한 인간으로서 그는 최선을 다해 용감하게 삶의 한발 한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필자가 한국기독교경제학회 회장이었던 2019년 7월 월례회에서 ‘성경에 나타난 기업가 정신’이란 논문을 열정적으로 발표하시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2019년 8월, 발병 5년 만에 암 완치 판정을 받기 위해 정밀검사를 하던 중 척추에 암이 전이된 것이 발견되었다. 힘든 항암치료가 다시 시작되었다. 중간에 낙상과 대상포진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늘 기도를 부탁했다. 그는 언제나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늘 감사를 잊지 않았다.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한다고 그 키(목숨)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마 6:27)”라는 말씀을 환우 기도회 단톡방에 올려 담담하게 투병 심정을 밝혔다. 그는 끝까지 용감하게 최선을 다했다. 창조주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겼으나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한 인간으로서의 고귀함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놀랍도록 성실하고, 정직하고, 투지 넘친 삶을 사신 분이었다. 서울영동교회에서 발간하는 ‘서울영동지’에 실린 그의 기도로 글을 맺는다.
“아버지 하나님! 저는 지금 한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정된 삶이 오늘 하루일지, 한 주일일지, 또는 아흔 살까지의 긴 시간일지 오직 하나님만이 아십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하루가 하나님께서 제게 새롭게 주신 한정된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정말이지 최고로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도와주세요.”
1)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편집위원장, 한국제도·경제학회 공동편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자유시장경제와 공공선택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기독교경제학회 사무국장, 자유경제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자유기업원 원장이며, 저서로<작은 정부가 답이다> <정의로운 체제 자본주의>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3)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을 거쳐 현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산업조직론, 에너지경제와 함께 최근에는 통일 및 동북아 국제정치를 연구하고 있다. 박동운 교수가 출석하던 서울영동교회 시무장로로 섬기고 있다.
4)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은행 외환연구팀장 및 통화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고려대 경제학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한국국제금융학회장, 건국대 특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자유시장연구원장이다.
5)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거쳐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를,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교수, 한국경제연구원장,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전남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일간지에 500여 차례 칼럼을 기고하는 등, 자유 시장경제 창달에 힘쓰고 있다.
내가 읽은 박동운 교수 저서
1) 노동시장 개혁은 슈뢰더처럼, 대처처럼
심재철(전 국회부의장)
박동운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는 지금 총체적으로 가라앉고 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규제가 지나치게 심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책은 제목처럼 경제를 살리려면 슈뢰더(Gerhard Schroder)와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의 노동시장 개혁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진국에서도 실업을 막자는 취지의 각종 고용 보호가 고용안정을 위한 안전망 역할을 해주리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로 인한 각성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등장했는데, 그 성공적인 추진 모델이 바로 슈뢰더와 대처였다. 슈뢰더와 대처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경제에 경쟁 원리를 도입해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구조개혁 차원에서 실시되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동운 교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해서 경제 자유 지수와 고용 보호 지수를 비롯해 실업률, 고용률, 성장률, 노조 조직률 등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독일, 영국, 뉴질랜드, 아일랜드, 한국을 비교한다. 또한, 이들 비교 대상 6개국이 노동시장 개혁을 어떻게 추진했는지를 당시의 시대 상황과 정책추진을 예를 들며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대처의 경우 금융개혁, 규제개혁, 교육개혁, 친시장적 복지정책을 어떻게 추진해 영국의 복지병을 깨트렸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슈뢰더가 구조개혁안인 어젠다 2010, 그중에서도 핵심인 하르츠 노동시장 개혁안을 도입한 배경과 내용, 추진과정 등이 상술(詳述)되고 있다.
그는 이들 각국의 노동시장 개혁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많은 시사점과 교훈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곧, 미국의 경우 ‘일시해고제도’가 있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발휘되고 있는 점을, 영국은 ‘법과 원칙’의 적용으로 대처가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한 경험을, 뉴질랜드는 ‘고용계약법’ 도입으로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했음을, 독일은 슈뢰더의 노동시장 개혁으로 독일경제가 되살아났음이 설명되고 있다.
이와 같은 외국의 사례와 함께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했고, 어떤 문제점을 드러냈는지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곧, 전두환 정부는 ‘기업별 노조’를 허용했고, 노태우 정부는 학력 인플레이션 유발로 청년실업에 ‘기여’했으며, 김영삼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계획을 세웠다가 포기한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또한, 김대중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로 노동시장을 경직시켰으며,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으로 한국을 파업 공화국으로 만들었고, 이명박 정부는 명분 없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도입해 노동시장을 경직시켰으며, 박근혜 정부는 규제와 반 규제가 뒤엉켜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박동운 교수는 이와 같은 외국의 사례와 역대 정부의 정책을 검토한 뒤 성공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9가지 제언을 하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 개혁은 구조개혁 차원에서 추진할 것, 둘째 ‘정규직 쉬운 해고’는 보약(補藥)이며, 셋째 비정규직 보호법을 폐지해야 하고, 넷째 파견근로는 독일처럼 자유화해야 하며, 다섯째 기간제 근로 확대로 일자리를 늘려야 하며, 여섯째 개별 근로자의 ‘노조 선택권’ 허용을 확대하라고 주문하며, 일곱째 ‘호봉제(연공급 임금체계)’ 개편은 단순화해야 하며, 여덟째 노사문제는 법치로 다스려야 하고, 아홉째 노동시장 규제 완화로 자본 유출을 막을 것을 제시하고 있다.
2) 대한민국 가꾸기 – 정치가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
최영집(대성삼경회계법인 전무이사)
박동운 교수의 “정치가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부제인 <대한민국 가꾸기>는 제목이 말하듯이 자유주의자이며 자유시장주의 경제학자가 평생 연구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 땅의 정치가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9개 주제와 45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1. 나는 왜 자유시장주의자가 되었는가?”, “2. 한국의 창업가 5인은 한국경제를 어떻게 이끌었는가?”, “3. 그들은 왜 훌륭한 정치가로 존경받는가?”, “4. 누가 베푸는가?”, “5. 어떤 나라는 변하고 어떤 나라는 변하지 않는가?”, “6. 역대 정부의 정책은 왜 아쉬움을 남겼는가?”, “7. 노동시장은 왜 유연해야 하는가?”, “8. 웰빙시대 가꾸기”, “9. 신변잡기도 ‘대한민국 가꾸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의 주제별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류의 사상 가운데 ‘개인의 자유’에 핵심가치를 둔 사상이 자유주의이다. 저자는 개인의 자유가 인류발전의 원동력임을 역사적 흐름으로 증명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자유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가정사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선택의 자유>, 한국의 자유시장주의자들과의 교류, 시장경제의 강의와 집필 등 성장배경과 경험, 학문 세계 탐색을 통해 저자는 자유 시장경제가 우리를 잘살게 해 준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음을 말한다.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대표적 창업가로 박승직 두산그룹 전 회장, 유일한 유한양행 전 사장,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73세에 반도체 사업에 도전한 이병철, 자동차와 조선 사업으로 ‘無에서 有를 창조한’ 정주영의 기업가 정신을 소개한다. 한 나라의 경제발전은 대중이 아닌 창업가와 기업가 정신이 이끈다는 근거로, 큰 나눔을 실천한 빌 게이츠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경제에도 빌 게이츠 같은 창업가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현재 한국경제는 이들과 같은 창업가가 나타나기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음을 주장한다. 계속하여 훌륭한 정치가로 존경받는 6인의 정치가를 소개한다. 특히 리콴유(李光耀), 박정희, 덩샤오핑(鄧小平), 마거릿 대처 (Margaret Hilda Thatcher),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넬슨 만델라(Nelson Rolihlahla Mandela)를 훌륭한 정치가로 소개하는 이유는 그들이 국가와 세계를 개조해 ‘잘사는 나라. 잘사는 세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한국의 대표적 창업가 5인과 정치인 박정희 사이의 에피소드는 정치지도자와 기업가가 어떠한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교훈적 메시지가 분명하다.
자발적 베풂의 원조가 기독교임을 성경을 중심으로 밝히고, 국내외 대표적 기부자 5인을 소개한다. 자발적 마음과 경제력이 베풂의 전제 조건인바, 베풂은 사적 소유를 허용하는 자유시장 경제의 선물임을 주장한다. 나아가 베푸는 자는 바로 부자들임을 과감하게 지적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베풂이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더 많은 부자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보여온 한국경제에 교훈이 될 수 있는 나라로서 아일랜드, 스웨덴, 아르헨티나, 필리핀, 북한을 소개한다. 또한,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의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아쉬운 점을 지적한다. 특히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난제 ‘유연한 노동시장’의 필요성을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규제철폐, 장묘문화 개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이 땅의 젊은이들을 생각하는 저자의 식지 않는 열정과 자유주의 경제학자로서의 깊은 식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민을 위한다며 집단주의 실현을 목표로 반시장적 가격규제정책을 도입해 경제를 망가뜨리는 정치가들에게 나는 계속 외쳐댈 것’이라는 자유주의자 故 박동운 박사의 외침은 국가권력 앞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는 2020년, 대한민국의 국민이 현세대와 후세대 모두를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5천 년 유구한 역사에서 최초로 개인의 자유 인권을 기반으로 한 나라를 이끈 정치가들과 무수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이 땅에서 가난을 극복한 기업가들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 발전과 국민 행복에 기여한 인물이었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3) 위대한 7인의 정치가 – 국가와 세계를 바꾼
조윤희(금성고등학교 교사)
훌륭한 정치가는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여건에서 스스로 노력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박동운 교수님의 주장에 상당 부분 공감이 되었다. 일곱 명의 정치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시각에서 지도력을 실천했던 사람들이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의 덩샤오핑(鄧小平)조차도. 물론 그는 공산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시장경제’도입이 굶어 죽어가던 나라였던 중국에서, 그 위기를 돌파하는 중국으로 바뀌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7인의 훌륭한 지도자들의 핵심정책은 ‘자유와 경쟁의 존중’이었으며 그것은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을 철저하게 도입한 결과로 완성되어간 것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지도자는 아마도 박정희와 마거릿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박정희의 통치과정을 살펴보면 대외무역 개방과 차별적 지원을 통한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장 경제적 논리가 관통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어느 지도자보다도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했음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마거릿 대처의 혁신과 민영화의 성과를 보면서, 무엇이든 국가의 이름으로 정부가 나서면 정의가 실현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와 너무나 대조되는 점이 보였다. 특히 노조와의 일전 장면은 노조에 끌려다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매듭을 풀기 어렵다면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차라리 끊어내는 결단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 다시 이런 위대한 정치가를 만날 것인가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자유는 법에 의해 만들어진다’라는 박동운 교수님의 말씀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