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과 미중 군사충돌 가능성

남중국해 분쟁과 미중 군사충돌 가능성

2020-10-06 0 By 월드뷰

월드뷰 OCTO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글/ 임방순(인천대 겸임교수)


1. 들어가며 : 남중국해 개관


남중국해는 중국 남부 해안과 인도차이나반도, 보르네오섬, 필리핀으로 둘러싸인 바다이다. 넓이는 350만km²로 한반도의 약 15배이며, 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제도)와 시사군도(西沙群島, 파라셀 제도) 등 바위섬이 산재해 있다(사진 1 참조).

남중국해의 변천은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은 한나라(AD 1~3세기) 시대부터 이 지역에서 어업을 하였고 청동기가 출토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유권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근대에 들어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인도차이나반도를 점령하고 남중국해를 지나해(支那海)라고 불렀다. 종전 후 국민당 정부는 1947년 남중국해에 11단선을 설정하고 이 지역 90% 이상을 자국 영토로 표기하였다. 공산당 정부도 국민당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 1953년 남중국해에 9단선을 유효화시켰다. 줄어든 2개는 베트남 통킹만 일대로 당시에 중국-베트남은 관계가 좋았다. 중국은 2009년부터 9단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근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미국과도 대립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전략적인 가치가 크다. 첫째, 군사안보 측면에서 이 지역은 중국 남부 지역을 보호하는 완충 구역이며, 중국 해군이 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는 바시 해협(대만-필리핀 사이)이 있다. 둘째, 한국과 일본, 대만의 석유 수송로이다. 이 지역을 장악하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셋째, 남중국해는 자원의 보고이다. 어업자원과 천연가스는 물론 구리, 알루미늄, 망간 등 각종 광물이 풍부하고, 석유 또한 최대 1,00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중국은 남중국해를 핵심이익 지역으로 선정하고 주변국 및 미국과 양보 없는 대립을 하고 있다.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호/news.usni


2.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관련된 중국의 조치


가. 군사적 조치

중국은 1974년 베트남과 무력분쟁을 통해 난사군도를, 1988년 필리핀으로부터 시사군도를 점령하였다. 그 후에 2013년부터 이 지역 7개의 작은 섬들을 각각 인공적으로 확대하여 군사시설을 배치하기 시작하였다. 이 중 메이지자오(美濟礁, 미스치프)에는 H-6J 전략폭격기 이착륙이 가능한 약 3km 활주로와 격납고, 방공포, 레이다 시설과 전파 교란 장치 등을 설치하였고, 일부 지역에 전투기와 전폭기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행정적 조치

중국은 2012년 남중국해 시사군도에 있는 융싱도(永興島, 우디섬)에 싼사시(三沙市)를 개설하고 산하에 시사군도 일대를 관할하는 시사구(西沙區)와 난사군도를 관할하는 난사구(南沙區)를 설치하였다. 이어서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있으며, 호텔과 박물관, 병원, 은행 등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추가하여 이 지역에 크루즈 관광도 추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2012년부터 자국민 여권에 남중국해와 대만을 표기하고 있다(사진 2 참조). 영유권을 기정사실로 하려는 조치들이다.


다. 외교적 조치

시진핑 주석 집권 후 중국은 공세적인 대외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남중국해 일대가 핵심지역이다. 이 지역 연안국들과 경제적인 협력을 강화하여 함께 번영하자는 경제공동체 정책인 것이다. 중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들 국가를 자국의 경제권에 편입시켜 영향력을 강화하여 남중국해 영유권을 공고화하려는 것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빨간 점선 내)/american-interest


3. 관련국의 반발 및 갈등


남중국해 관련국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자신의 영해를 침범당하고 섬을 점령당한 상태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조치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계속해서 중국을 향해 석유시추선 철수, 자국 어선 침몰 및 강제 퇴거 조치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연대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2018년 3월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다낭항 입항을 받아들였고, 필리핀은 2016년 미군의 자국 배치에 합의하였다. 이는 1992년 미군이 철수한 이래 24년 만이다. 또한, 필리핀은 2016에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은 법적 근거가 없다’라는 판결을 받았다. 물론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적 측면에서 볼 때, 10개의 아세안 회원국은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있는데, 라오스, 캄보디아 및 미얀마는 중국에 동조적인 입장이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동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경계하고 있고, 태국과 싱가포르는 대체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2018년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행동준칙(COC) 초안에 합의하였다. 행동준칙은 2002년에 채택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 선언(DOC)의 후속 조치이다. 그렇지만 초안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협상 시한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른바 아무 법적 근거도 없는 신사협정 초안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중국 여권에 표시된 남중국해와 대만.


4. 미국의 대응과 중국의 반발


미국은 패권 도전자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2011년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했고, 2018년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하였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모래장성’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지역에서 수시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하여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굳히기를 제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력충돌을 한다면 미-중이 대립하고 있는 네 지역 중 남중국해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네 지역은 한반도,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대만해협 그리고 남중국해이다. 남중국해가 가능성이 큰 이유는 첫째, 현재 해군과 공군이 근접해서 대응-맞대응을 하는 진행형으로 이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크고, 둘째, 다른 지역에 비해 무력충돌 강도가 경미할 수 있으며, 셋째, 확전을 피하고 곧바로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에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미군 EP-3 정찰기와 중국 J-8 전투기의 기체 충돌이 있었다. 당시 미 정찰기는 하이난도(海南島)에 불시착했고 중국 전투기는 추락했으며 순직 조종사 왕웨이(王偉)는 영웅 대우를 받았다.

그 후 2017년 7월 미군 정찰기와 중국군 전투기의 충돌 위기가 또 한차례 있었고, 해상에서도 2018년 10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하는 미군 함정과 이를 감시·추적하는 중국 해군 함정은 약 41m까지 근접하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최근 2020년 7월 초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군사훈련을 하며 대치하였다. 중국 해군이 6월 19일부터 7월 5일까지 훈련을 시행하자, 미 7함대도 7월 3일 니미츠 항모와 로널드 레이건 항모 그리고 B-52 전략폭격기를 투입하여 대응훈련을 하였다. 미 항모 두 척이 동일지역에서 훈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의 사례는 또 있다. 중국은 2020년 8월 26일 남중국해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JL-2(쥐랑, 巨浪)와 항공모함 타격용 탄도미사일 등 4발을 시험 발사하였다. 미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맞대응으로 그다음 날 27일 미사일 구축함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해공군에 의한 양국 간 대응과 맞대응의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그 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어서 바로 오늘 무력충돌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논리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 미국은 남중국해와 관련 없는 역외세력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간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 ‘중국이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인근에서 군사작전을 하면 미국은 가만있겠는가?’이며 셋째, 남중국해는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국제법을 위반하여 남중국해를 내해(內海)화 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 ‘모래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의 세력확장을 억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보다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적 존재감을 증강하고 있다. 특히 해공군 및 미사일 등 군사력 증강과 중국군의 적극 대응은 이 지역에서 작전을 전개하는 미군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중국의 미국 견제가 점진적으로 효과를 보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 국방부 장관은 2020년 8월 6일 전화통화에서 자국의 입장을 주장하는 가운데 우발적 충돌 방지에는 인식을 같이하였다. 즉 상호 대립과 견제는 계속하겠지만 무력충돌과 이로 인한 확전은 피하겠다는 의도이다.


5. 나가며 : 남중국해 문제와 우리의 안보


이 지역의 정세변화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그것은 첫째, 우리의 자원 수송로가 위협받기 때문이며, 둘째,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한 다음은 우리를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과 서해 EEZ와 이어도 문제가 있다. 중국은 영토분쟁 문제에서 양보한 사례가 거의 없다. 셋째, 선택의 문제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냐 하는 어려운 과제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계속 모호한 입장을 취할 수도 없다. 우리가 남중국해 문제를 유의 깊게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imbangsoon@naver.com>


글 | 임방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야전 근무를 하며 국방부 중국 담당 실무자, 주중국 한국대사관 육군 무관을 역임하였다. 국내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중·북 관계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인천대 비전임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