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의 전망과 한국의 안보 전략
2020-10-03
월드뷰 OCTO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NTERVIEW |
첨예화되는 미중 충돌 상황 속에 군사 및 안보 그리고 국제정치 분야에서 한국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춘근 박사의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이춘근(정치학) 박사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정치학 박사와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이화여대 겸임교수와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이춘근 국제정치 아카데미의 대표로서 활발하게 유튜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격동하는 동북아와 한국의 책략, 2014>,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2016> 외 다수가 있습니다(편집자).
김승욱 :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중에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중 무역갈등이 남중국해와 대만을 둘러싸고 군사충돌의 가능성까지도 예측되는 상황으로 발전했습니다. 지금 상황을 구한말 한반도 상황에 버금가는 격랑이 한반도 주변에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미중 간의 갈등이 왜 생기게 되었다고 보십니까? 투키디데스의 함정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는 갈등인가, 아니면 어느 한쪽의 잘못 때문입니까?
이춘근 : 두 나라가 왜 싸우는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끝날지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저는 국제 안보 및 군사 문제를 전공하는 학자로서 미중 갈등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이렇게 다투는 이유는 미국은 세계 1위의 국가인데 그 지위를 노리는 중국이 2등에 올랐다는 현실 때문입니다. 정말 중국의 국력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이 세계 2위의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인정합니다. 국제정치 체제에서 1등과 2등은 경쟁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항상 전쟁을 벌이는 것은 아닙니다. 패권 전쟁을 치르지 않은 채로 미국이 영국의 패권을 물려받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1위와 2위의 국가가 체제가 다를 경우 그들 간의 경쟁은 대전쟁의 원인이 된 예가 역사에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패권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의 도전, 2차대전 이후 약 45년 지속된 미국과 소련의 패권 경쟁 등은 모두 체제의 속성이 다를 경우, 패권 전쟁이 치열했습니다. 미국의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체제의 속성이 다른 1, 2위 간 싸움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고전적인 패권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그래함 앨리슨(Graham T Allison) 교수가 투키디데스가 분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 즉 당시 패권국 스파르타가 도전국 아테네의 힘이 성장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어서 전쟁을 치렀다는 설명을 미중 관계에 적용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용어로 설명했습니다. 이는 학자들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개념을 대중화시키는 데는 기여했지만 역사를 너무 단순화시켰다고 봅니다. 게다가 그리스에서 패권국 스파르타가 도전국 아테네를 먼저 공격했는데, 이번 미중 갈등의 경우 미국이 먼저 중국에 도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국제체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힘이 지속해서 강해지는데, 중국 파워의 속성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파워와 양립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이라는 파워의 성장을 더는 방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작금의 사태가 야기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같이 큰 그림으로 보면 무역 분쟁 등은 그러한 과정의 작은 사건들 혹은 이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승욱 : 민주당의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 시절에는 중국을 그렇게 적대시하지는 않았는데, 공화당의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서 무역갈등을 시작으로 해서 기술탈취 및 환율조작 등의 문제 제기에 이어서 이제 대만 지원, 홍콩인권법 서명,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문제 등 각종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대중국 문제는 초당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한다고 하는데, 왜 그럼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중국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했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춘근 :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하던 2008~ 2016년 기간에는 미국과 중국의 노골적인 갈등이 없었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도 역시 중국이 차세대 미국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대비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미국에 제일 중요한 지역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라는 사실을 공식화한 첫 번째 대통령이 아마 오바마 대통령일 것입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서양 국가였지만 21세기 이후 세계 경제 및 안보에서 아시아의 비중이 유럽보다 더 커지기 시작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상징하는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Rebalancing Asia)’ 등이 바로 미국의 외교정책의 주공(主攻) 방향이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로 바뀌고 있었음을 말합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2011년 말에 Foreign Policy지(紙)에 기고한 논문에서 21세기의 세계정치는 아시아에서 결정될 것이며 미국은 그 결정이 일어날 아시아 한가운데 있어야 할 것이라고 천명했었지요.
이 같은 점에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바마의 전략을 태평양 전략이라고 하는데 트럼프의 전략은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이라고 하지요. 오바마가 당면한 중국보다는 트럼프가 당면한 중국이 더 막강한 중국이며, 그 결과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은 오바마의 대중국 정책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보일 수 있지요.
김승욱 : 무역갈등이 봉합되는 듯하다가, 화웨이 이슈가 터지면서 정보 및 기술탈취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일제히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미 국방수권법이 화웨이를 정부조달에서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창업자의 맏딸인 멍완저우(孟晩舟)도 체포했습니다. 이제 화웨이 문제는 산업이 아니라 안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 중국은 부정하고 있는데, 누구 주장이 더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이 단지 기술 패권을 둘러싼 갈등인지, 아니면 정말 중국이 백도어를 통해서 자료를 빼내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춘근 : 미중 갈등의 원인이 무역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안 됩니다. 미중 갈등은 패권적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무역문제도 갈등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겠지요. 미중 갈등은 사상, 이념, 체제적인 갈등입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기독교적 속성이 강한 나라이지만 중국은 전체주의, 공산주의 무신론에 기반을 둔 체제입니다. 속성이 다른 두 체제가 1등 자리를 놓고 다툴지도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 현재 미국과 중국의 상황이지요. 그러다 보니 화웨이 문제 등 제반 문제가 다 갈등의 요인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2차대전 이후 영국이 핵무장을 고려할 때 미국은 막지 않고 오히려 도와줄 정도였어요. 영국의 핵무장을 미국은 자기편이 더 강해지는 일이라고 보았으니까요. 미중 갈등은 두 나라가 본질적으로 적대적 체제라는 데 더 큰 원인이 있습니다.
김승욱 : 1999년에 미군이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했을 때나 미군 정찰기와 충돌했을 때 중국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이 있었습니다. 화웨이 문제나 데이터 문제는 사이버 전쟁의 한 양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화웨이 문제는 이러한 사이버 전쟁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춘근 : 오폭이라지만 과연 정말 오폭인지 일부러 쐈는지는 역사가 말해 주겠지요.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은 오랫동안 중국이 반미주의자들의 은신처, 반미 활동의 본거지로 활용한 곳이었지요. 요즈음은 사이버 전쟁이라는 영역이 생겨서 전쟁과 평화의 엄밀한 구분도 없어졌습니다. 컴퓨터 보급률이 지극히 낮은 북한조차 사이버 전쟁을 벌이니까요.
제가 최근 읽은 사이버 전쟁 관련 책에서 재미있는 일화를 보았는데, 소련의 해커들이 미국의 송유관 기술을 해킹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미국 CIA가 일부러 엉터리 자료를 흘립니다. 이 자료로 설계한 소련 송유관에서 폭발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셈이지요.
중국의 화웨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막강한 후원을 받아 세계 각국의 정보체계 건설을 매우 싼 가격으로 낙찰받아 세계 각국 정보망을 장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화웨이를 순수 민간기업으로 볼 수 없으며 화웨이는 중국을 위해 유용한 스파이 활동의 첨병이 된다는 것이 지금 세계 각국이 당면한 문제입니다. 미국이 화웨이를 추방하며 영국 등에게도 동참을 요청했는데, 영국이 처음에는 거부했었지요. 결국, 영국도 화웨이를 퇴출하기로 했지만 서방 세계가 단합해서 대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김승욱 : 미중 갈등의 중요한 전환점이 시진핑의 중국몽 또는 일대일로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몽과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고, 시진핑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이러한 전략을 세운 이유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춘근 : 중국의 시진핑은 독재국가의 지도자이니 탁월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서 정책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독재국가에는 대체로 예스맨이 많지요. 일대일로에 대해 저는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저는 군사 안보적, 전략적 측면에서의 일대일로를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일대일로라는 것은 크게 보아 길을 두 개 만든다는 의미인데 21세기에도 길이라는 개념이 국가 대전략으로 타당하고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먼저 길이라는 것은 물자 운반의 통로인데 가장 중요한 물자는 에너지와 식량이겠지요. 우선 석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구 석유 사정을 알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는데, 하나는 미국은 석유를 수출해야 할 정도로 석유가 풍부한 나라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은 세계에서 석유 수입량이 제일 많은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석유의 핵심지역은 중동 지역이라는 사실이지요.
지난 2014년 셰일 혁명으로 석유독립을 이룩하기 이전 약 30년 이상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앞에 미국 항공모함 전투단 두 개를 거의 상주시키다시피 했습니다. 이들의 임무는 호르무즈 해협을 언제라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 석유의 10%가 통과하던 생명선이었지요. 10%도 치명적인 것인데 한국, 일본, 중국 석유의 약 70%가 통과하니 호르무즈가 막히면 한중일 3국은 거의 즉사한다고 봐도 될 정도지요. 그런데 지금 미국은 호르무즈를 지킬 이유가 없어졌어요. 결국, 미국은 붙박이처럼 그곳에 주둔하던 항모 전단을 빼냈습니다. 최근 항공모함 3척이 태평양에 출현할 수 있는 것이 다 이것 때문이지요.
이제 미국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필요할 경우 막아버린다는 임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국이 불량스럽게 행동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생명선을 쉽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지요. 중국은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당장은 방안이 없지요. 중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항모 전단을 제압할 힘을 가질 때까지는 말입니다. 중국이 여기서 생각한 방안이 육로를 하나 만들어 두자는 겁니다. 군사 전략적 입장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가지는 의미는 중국의 생명선을 하나 더 열어두자는 뜻이 있다고 봅니다.
김승욱 : 미국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 특히 기술 및 데이터 탈취 행위에 대해서 중국은 공자학원 등을 통해서 이미지를 쇄신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자학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공자학원의 설치 목적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춘근 : 공자학원이 미국에서는 완전하게 철퇴를 맞고 있습니다. 중국이 착각한 것이 있지요. 패권국은 지구 모든 사람에게 제시해야 할 이데올로기가 있어야 합니다. 지구인 모두 따르는 보편타당한 이데올로기 말입니다. 패권국으로서 미국이 제시한 이데올로기는 자유, 민주, 평화(Freedom, Democracy, Peace)입니다. 미국이 든 깃발에 그렇게 쓰여 있고 미국은 세계에 자신이 이 이데올로기들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합니다. 중국은 공산주의 혹은 공자의 유가 사상이 보편적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완전한 착각이지요. 또 하나 착각은 중국 공산당이 돈을 뿌려서 다른 나라의 학자와 지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점이지요. 물론 일정 부분은 가능하겠지요. 넘어가는 학자와 지식인들이 적지 않을 테니까요. 미국 유명 대학 교수들이 연구비와 용돈을 받았다가 국가 반역자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공자학원이 그 같은 통로로 악용되었지요. 미국에서는 물론 서방 진영의 국가들에서 공자학원은 궁극적으로 다 퇴출당할 것입니다. 학문과 지식을 돈으로 사는 데는 한계가 있지요.
김승욱 : 주휴스톤 중국 영사관이 스파이 본부라고 판단하고 폐쇄하자 중국도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맞받아쳤습니다. 미국의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결정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정보 절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미중 간의 스파이 전쟁이 과거 구소련과의 스파이 전쟁 이상인 것 같습니다. 영사관 폐쇄 문제와 전망 등에 관한 이야기 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춘근 : 외교사절의 고유한 기능 중 하나가 정보수집 기능입니다. 당연히 주휴스톤 중국 영사관은 그중에서도 악명 높았던 스파이 조직이었지요. 미국의 폐쇄 명령을 받은 후 영사관 마당에서 비밀 자료를 태우고 그 연기가 먼 곳에서도 보일 정도로 피어오르는 모습이 중국의 민낯이지요. 그리고 차세대 세계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개발 중인 예방 주사약을 해킹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지난 7월부터 8월 사이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보좌관, FBI 국장, 법무장관, 국무장관 등 네 명의 릴레이식 연설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저는 네 개의 연설을 ‘트럼프식 선전포고’라는 에세이로 정리했습니다. 중국은 미국 시민, 학자, 정치가, 법률가, 과학자 등에 광범하게 접근해서 각종 정보를 빼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강력한 철퇴를 맞았지요. 중국의 대응 방식도 수준이 낮았습니다. 맞불 놓는 식으로 청도의 미국 영사관을 폐쇄했는데 미국 영사가 보여준 검소한 생활양식과 따뜻한 작별인사 등의 행동은 오히려 중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중국의 보통 사람들은 이제 세계의 표준이 무엇인지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승욱 : 이제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전쟁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간 것 같습니다. 무력충돌의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춘근 : 무력충돌 가능성은 절대 낮지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중국 앞바다에서 3차대전이 터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발해만에서부터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수천 킬로에 이르는 중국의 해안가 전역에서 빈번한 군사훈련이 전개되고 있으며 미국군과 연합군 해군도 막 섞여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보이는 것이지요. 8월 중순 약 3주 동안 중국은 4차에 걸친 해양 훈련을 단행했고 대만 점령 훈련도 이에 포함되지요. 대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고 미국은 신형 폭격기 6개를 띄워 중국을 겁주었습니다. 미국의 군사력을 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은 자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만 현장 장교들의 격한 감정이 발로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특히 무기체계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미국은 중국의 도발에 언제라도 쾌히 맞상대하리라는 점에서 군사분쟁의 가능성은 실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앞으로 언젠가 전쟁의 포성이 울린다면 그것은 반드시 중국의 앞바다 어느 지점에서 들려오는 소리일 것이다.”
김승욱 :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할 때 세계 여론이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COVID-19 팬데믹 이후 세계 여론이 급격하게 반중국으로 돌아섰습니다. 이제 중국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고, 국제재판 회부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반중 연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G7을 확대해서 G11을 만들어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고, 반중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 구상도 내놓았습니다. 반중 연대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성공 가능성 등에 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춘근 : 우리나라 언론에는 그렇게 비쳤을 것입니다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미중 사이에 사단이 발생할 수 있음을 말해 주는 지표였지요. 트럼프는 이미 2011년에 간행된 책에서 중국이 미국의 적(China is our enemy)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어요. 그는 중국이 훔쳐간 일자리 320만 개를 다시 찾아오겠다며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당선된 것이지요. 피 흘리지 않은 채 중국이 훔쳐 간 일자리를 찾아오기 위해서 벌이는 전쟁이 무역 전쟁이고 많은 미국인이 이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중국의 치부가 드러나고 특히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피곤하게 만든 코로나바이러스는 미중 무역 전쟁을 정당한 전쟁처럼 보는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게 하였죠. 중국이 세계를 속였기 때문에 수많은 코로나바이러스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대중공 적개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중국이 3주일만 일찍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주었다면 사망자의 95%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결국,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의 패권 도전의 꿈을 무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차이나 머니 때문에 중국 눈치를 보던 유럽국가들과 호주는 지금 완전히 미국 편이 되었고, 작금 가장 극심한 인명피해를 당하고 있는 인도는 미국 편에 붙어서 중국과 일전을 불사할 태도마저 보입니다. 전 세계가 반중공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데 우연히도 우한 바이러스가 극적인 이바지를 한 것입니다.
김승욱 :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기업들을 자국으로 리쇼어링(Reshoring)해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공장들을 다시 돌리겠다고 하고, 미중 무역갈등을 언급하고, 우방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강조할 때는 미중 갈등의 핵심을 경제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미중 갈등은 근본적으로 체제전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냉전 시대가 열린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춘근 : 트럼프의 작전이었겠지요. 우선 표를 획득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도 그렇고, 미국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었습니다. 트럼프를 돈만 아는 사람이라고 보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후 월급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액 모두를 사회에 기부한 사람입니다. 그는 패권국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는 것, 미국이 내부적으로 혼탁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을 광정(匡正)하기 위해 나온 후보였습니다. 즉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구호는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패권 및 주도적인 지위 유지(American Primacy), 대내적으로는 미국 정신의 부흥 등을 목표로 한 전략적인 구호였지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는 미국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였던 구호였습니다. 트럼프의 MAGA에 도전한 것이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이었는데 그 구체적 성격, 강도(强度)에서 시진핑의 중국몽이 트럼프의 MAGA를 압도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김승욱 : 이춘근 박사님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셨는데, 이번에도 역시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중국과 벌이고 있는 신냉전 갈등의 기본 방향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런지요?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춘근 : 미국 언론에도 트럼프가 이기리라 본 곳이 극소수였지요. 저는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되리라고 예측했던 극소수의 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마침 트럼프가 당선되는 날 저녁 사전에 약속되었던 강연에서 제가 그동안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던 이유를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청중들이 주로 중견급 이상 경영자들이셨는데 그중 한 분이 제 강연을 다 들은 후, 오늘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지난 반년 동안 신문 등 뉴스매체에서 단 한 가지도 읽고 들은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며 자기 회사에서는 모든 신문을 다 보고, 집에서도 4종류의 신문을 보는데 내일부터 모두 절독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신통력이 있어서 맞춘 것은 아니고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고 저는 트럼프가 이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한 것이었습니다. 전부 미국 10대 주에 들어가는 이 큰 주들이 공화당이 되면 당연히 트럼프가 이기는 것이었지요. 위의 세 개 주를 포함, 오하이오주까지 4개 주가 모두 공화당으로 돌아선 것은 198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트럼프가 승리한 것이지요.
미국 국민의 선택은 아주 간단합니다. 직업과 수입이지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노동자주 3개가 트럼프 공화당으로 넘어온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기업가의 정당, 민주당은 노동자의 정당이라는 공식은 깨졌습니다. 요즘 트럼프의 공화당은 Republican Worker’s Party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올해 2020년의 대선은 트럼프가 이긴다고 말하는 언론도 상당수 되기 때문에 4년 전처럼 으스스하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와의 긴 인터뷰에서 저는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이유를 한 다섯 가지 정도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미중 패권의 향방에 대해 민주당이 백악관을 장악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물론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승리할 경우라도 대중국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리라 보지 않습니다. 2021년 1월, 대통령이 누구든지 당면하는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몇 달 전 바이든(Joe Biden) 후보의 고위급 안보담당관인 앤토니 블링큰(Anthony Blinken)은 “트럼프는 말만 거칠게 할 뿐 내용이 없다. 그래서 시진핑이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 물론 스타일은 다를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가 대통령이던 그의 미국은 국가의 운명을 걸고 패권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김승욱 : 이제 한국의 대응에 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이 운명공동체라고 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멀리 있는 나라와 친해야 한다는 것은 외교의 상식인데, 문재인 정부가 친중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서, 혹자는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국과 나쁜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에 중국과 마늘 분쟁도 겪었고, 사드 보복도 당했습니다. 아직도 한한령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보는 미일과 함께하고, 경제는 중국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춘근 : 인간사회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공동체중에서 운명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조직이 국가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5,200만명의 가장 큰 운명공동체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는 지구 어떤 나라와도 함께 죽을 수 없습니다. 즉 어떤 나라와도 운명공동체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중국과 운명공동체가 되려면 중국과 한국이 한 나라가 된 후의 이야기이겠지요. 한국에 중국은 운명공동체라기보다는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이웃 강대국이지요. 지정학적인 요인 때문에 이웃의 강대국은 대체로 다 위험한 나라들입니다. 특히 그 나라가 민주주의가 아닐 경우 극도로 위험합니다. 중국은 독재국가라는 점에서 우리와 함께하기 대단히 위험한 나라이지요.
흔히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니 중요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미국이 최대 교역국 아닌가요? 우리가 중국에 어떤 물건을 파느냐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중국에 내다 파는 상품의 압도적인 부분의 종점이 미국 아닌가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가장 어이없는 말 중의 하나가 “안미경중(安美經中)”인데 말도 안 되는 억지 문장이지요.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라는 말인데,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좋으면 혹시 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지금 둘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싸우고 있어요. 이때 약한 나라가 가운데 서면 죽는다는 것이 현실 국제정치의 냉혹한 논리이지요. 전쟁의 원칙이 있지요. “적을 쏜다. 그다음에는 친구가 아닌 자를 쏜다.”입니다. 우리는 지금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데 누구의 친구도 되지 않겠다는 전략인가요? 그 경우 동맹국인 미국은 배신감을 느끼겠지요.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요? 아마도 중국은 우리에게 말하겠지요. 어정쩡하게 있지 말고 한 편을 택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당신이 진정 중립임을 증명해 보라. 어떻게 증명하느냐고요? 미국과의 동맹을 종료하면 되겠지요. 우리가 중국에 누구 편도 아니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한미동맹을 깨 버릴 용기가 있을 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제가 알기로는 문재인 정부 수립 이후 주요 과제 중에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김승욱 : 미국의 국방장관이 한미일 3국의 국방장관 회담을 요청했지만, 코로나 확산 이유로 한국은 불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지원에도 인색합니다.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도 한국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박사님께서는 늘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친사회주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친중, 친북 정책을 취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고 반중 노선에 설 수 있을까요? 경제적 관계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 설명 부탁합니다. 사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전승절 참석을 잘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물론 후에 박근혜 정부는 친중 정책을 거두어들였고, 그래서 탄핵당하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처지에서 정말 한중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가능한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춘근 : 한국 정부가 한미관계를 어정쩡하게 만든 역사는 대단히 길지요. 1990년 소련이 무너진 후 우리는 이제 미국 편 안 들어도 되는 세상이 된 것으로 착각했지요.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말한 소위 우파 대통령도 있었고, 러시아나 중국이 다 미국과 대등한 나라인 것으로 착각한 대통령들도 있었고, 미국에 사진 찍으러는 가지 않는다고 허세 부린 대통령도 있었고, 중국에는 쩔쩔매며 미국에는 맞장뜨는 것이 무슨 대단한 외교력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2015년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에 미국의 동맹국 중 유일하게 한국 대통령이 참석했었지요. 그날 중국군 12,000명이 퍼레이드를 벌였다지요. 미국 외교관들 개인적으로 만나면 그때 미국은 정말로 정말로 화가 났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미국 원로 외교관 한 분은 ‘정말로(really)’를 세 번이나 반복하더군요. 미국 시각으로 2015년 9월 3일 오전, 즉 중국군 전승 퍼레이드가 있고 난 뒤 몇 시간 지났을 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군과 일본군 11,000명이 상륙작전 연습을 단행했지요. 참, 우리나라의 입장이 대단히 어정쩡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이 우리의 원수 일본군에게 상륙작전 연습을 시키다니!! 그런데 우리가 한 행동을 생각해 보세요. 미국에 항의할 수 있겠는지를.
미국 사람들이 대체로 점잖은 편이지요. 스스로도 미국은 자비심(benevolence)이 많다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러나 미국은 무서운 나라지요. 또, 지금 스타일상 대단히 비(非)미국적인 트럼프가 대통령이고 앞으로 4년 대통령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아시아를 3개의 강대국이 있는 것으로 보지요. 중국, 인도, 일본인데 미국은 어느 경우라도 이 세 나라 중 하나를 미국 편으로 묶어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 보세요. 인도가 미국에 밀착해 있는 형국입니다. 어떤 미국 학자는 지금 아시아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친구가 세 나라 있는데 인도, 일본, 베트남이랍니다. 그 학자는 이 세 나라를 합쳐보니 인구, 경제력, 군사력이 중국보다 오히려 더 강하다고 계산합니다.
한국이 미국의 비위를 계속 건드리는 동안 미국은 함께 할 다른 파트너를 이미 다 찾아놓은 것은 아닐까요? 아무튼, 한국은 무엇보다도 자유민주주의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국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힘의 역학 구조상 중국은 결코 미국과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중 갈등에서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고 망설인다는 것은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전략적 실수를 범하면 안 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물론, 식자들, 국민 모두 정신 차려야 할 때입니다.
김승욱 : 바쁘신 중에서 귀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