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2020-10-02
월드뷰 10 OCTO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
수출 주도적 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이 최근에 COVID-19 펜데믹과 미중 충돌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1979년 미중수교 이후 약 40년 동안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물건을 사고, 중국은 미국에 물건을 많이 팔아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사용하면서 중국몽을 꾸기 시작했고, 급기야 미국과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무역전쟁을 넘어서 체제전쟁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고, 신냉전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러한 급변하는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대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과거에 청와대 경제수석도 역임하시고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하신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님을 인터뷰로 모셨습니다.
김인호 이사장님은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차관보 등을 역임하고,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대외경제조정실장, 김영삼 정부에서는 철도청장, 장관급 초대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격랑의 한복판에 있었고, 그 책임자로 지목되어 구속기소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1심부터 검찰의 기소 논리를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바 있습니다. 그 후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원장, 중소기업연구원 원장도 역임하였으며,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연구원을 직접 설립, 이사장으로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역임하였습니다. 최근 회고록 <명과 암 50년 – 한국경제와 함께 1권 : 영원한 시장주의자, 2권 : 외환위기의 중심에서다>를 발간하였습니다(편집자). 사진: 이청원
김승욱: 바쁘신 중에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 경제가 수출 덕분에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최근에 한국이 3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하였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에 들어간 나라들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한때 세계를 제패한 나라들인데, 거기에 한국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한국이 어떻게 무역 면에서 이런 대국이 되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인호: 1964년 11월 30일에 우리나라가 1억 불 수출목표를 달성했는데, 이것이 당시에는 대단한 일로 생각해서 그날을 수출의 날로 정했습니다. 2012년에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이 1조 달러에 이르러서 세계 9번째로 1조의 무역을 하는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인 2019년에 수출이 5,422억 달러로 세계 7위의 기록을 달성했으니 엄청난 성장을 했지요. 우리 GDP 규모는 세계 12위 내외인데, 무역은 그보다 순위가 앞서 있지요. 지난 30년간 우리 수출증가율은 9.5%로 연평균 GDP 성장률(5.1%)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이것은 무역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수출 덕분에 383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었고(2018년 기준), 이는 총취업의 약 16% 정도를 차지합니다.
어떻게 발전했겠느냐? 정부가 우선 무역 입국정책을 썼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무역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찍부터 눈을 떴다는 사실입니다. 한국무역협회는 1950년대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아니라, 정부 출범 2년 전인 1946년에 창설되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 무역량은 정말 보잘것없었는데도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 무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선각자 105인이 모여서 만든 것이 오늘의 저 방대한 기구와 무역센터라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서 수출에 힘썼지요. 소위 ‘한국주식회사’적 전략이지요. 물론 그 당시 세계무역환경이 우리 같은 후진국도 열심히 하면 발전할 수 있도록 GATT 체제가 가동하고 있었고 금융에는 브레톤 우즈 체제하에서 IMF와 IBRD가 있어 우리나라는 그런 환경을 최대한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오늘의 무역 대국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말씀하신 바와 같이 무역이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데, 오늘날 미중 충돌이 일어나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본론에 들어가서 미중 무역충돌의 1) 현황, 2) 전망 그리고 3) 대책, 이렇게 3가지로 나누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현황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는 등 매우 우호적인 시기를 40년 가까이 보냈는데, 이렇게 미중 간에 무역갈등이 생기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요?
김인호: 미국과 중국이 2018년 이후 무역분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관세, 지적 재산권, 환율 등에서 연이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 문제들은 결과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지 사실 근본적인 배경이나 원인은 아니에요. 후진국이었던 중국에 대해 미국이 1972년부터 대중 유화정책을 펴고 1979년에 수교를 맺었죠. 이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컸지만, 또 중국의 경제가 발전되면 중국이 시장경제원칙과 자유기업주의를 수용하여 세계경제질서(Global standard)에 순응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중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형성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충돌하는 것입니다. 과거에 등소평은 현명해서,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의 칼날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진핑이 ‘대국굴기’를 주장하면서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AIIB를 설립하는 등 중국몽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 내에서 여러 가지 논쟁이 있습니다만 중국이 이런 상태로 계속 나아가는 건 세계의 안전과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무역, 제조업 등 산업 정책에 가장 영향을 준 책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교수가 쓴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이 미국 정책의 기초가 되고 있는데, 그 책을 보면 ‘중국이 결국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망칠 것이므로, 중국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당장 하지 않으면 전 세계는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만 이해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알 수 없습니다.
김승욱: 무역갈등이 봉합되는가 싶었는데, 화웨이 기술탈취가 부각되면서 기술 패권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제조 2025’를 대적하기 위해 미국은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EPN)’ 구상을 제시했고, 호주, 인도, 일본 등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중국 위주의 공급망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인호: 최근 미중 무역 분쟁 중에 중요한 것이 화웨이 기술탈취문제입니다. 미국은 화웨이를 순수한 사기업으로 보지 않습니다. 사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사기업이란 존재하기 어렵죠. 미국은 화웨이를 중국 군부나 공산당의 스파이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웨이 장비를 쓰면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미국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 이전에 영국 M16(중앙정보기관)이 먼저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국은 이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쟁력은 기술에서 나오는데, 힘들여 개발한 기술을 정당한 대가를 내지 않고 탈취하는 데 대해 미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미국은 호주, 캐나다, 프랑스, 그리스, 이스라엘, 스웨덴 등과 함께 화웨이 등에 대적해 클린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위해 내세운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에는 동맹국들의 정부뿐만 아니라 사기업과 각종 기관, 심지어 시민단체까지 중국에 대한 견제에 동조하도록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당연히 이에 동조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명확한 입장 표명을 안 하고 있습니다.
김승욱: 시진핑은 2013년에 주석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중국몽(中国梦) 실현을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일대일로 등의 계획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인호: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는 중국 주도의 내륙 실크로드와 해상 경제벨트를 지칭합니다. 중국과 주변 나라들이 경제, 무역 합작 확대를 해서 함께 잘사는 걸 추구하자는 개념이죠. 미국이 2차대전 이후 마샬플랜(Marshall Plan)을 통해 유럽의 전후 복구를 도왔습니다. 유럽이 재건되고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 미국에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니까요. 이것을 벤치마킹해서 중국도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2019년 3월 기준 125개국 및 29개 국제기구와 173건의 일대일로 협력문건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방식과 중국의 방식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은 거의 무상원조 방식으로 도와줬지만, 중국은 빌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의 도움을 받은 유럽 각국은 전쟁으로 인해 잠시 멈추었을 뿐이지 복구되면 언제든 다시 경제활동이 가능한 기반을 가진 국가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국가 등은 경제활동 기반이 약한 국가들입니다. 그러니 중국이 돈을 빌려준다고 경제가 쉽게 살아나는 것이 아니죠. 셋째, 미국은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그 나라의 노동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도움을 받는 나라들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거의 중국의 유휴 노동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익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요. 이 밖에도 중국은 일대일로 관련 국가와의 관계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지요. 채무, 토지 압류, 부패, 환경 파괴, 일자리 창출 실패, 산업 효율성, 투명성, 공정성 등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 평가가 많습니다. 중국과 함께했던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몰디브, 스리랑카는 사업추진으로 인한 부채증가 등 이유로 사업의 재협상 및 축소, 전면 취소 요구를 하고 있고 인도, 터키 등과는 추진전략 충돌, 인권침해 등의 외교 마찰이 있고 원활한 협력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 정책을 중국의 신식민지 정책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대일로 사업이 실패한다면, 시진핑에게는 심각한 위기가 될 것입니다.
김승욱: 지금까지 미중 경제충돌의 현상에 대해서 들어봤습니다. 이제 두 번째로, 전망에 대해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 개발 계획에 너무 많은 돈을 써서 경제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일대일로 정책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는데,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김인호: 사실 중국 내부에서도 일대일로 정책을 계속 추진할 능력이 되고, 이것으로 수익이 생기는 사업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만 시진핑이 워낙 강력하게 정권을 잡고 있어서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못 하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시진핑이 흔들리면 이와 관련된 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김승욱: 트럼프 대통령이 WTO 탈퇴 위협을 했고, 영국의 EU 탈퇴, 소위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되면서 자유무역 사조가 약화하고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경향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특히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될 때 이사장님께서는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계셨는데, 세계적인 보호주의의 확산 경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인호: 어려운 질문이네요. 먼저 영국이 브렉시트(Brexit)한 것은 보호주의의 강화라고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생겼을 때 이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정부가 생겨난 셈입니다. 어느 정부든 규제를 합니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국가인데, EU의 개입과 간섭이 불편한 것이지요. 그래서 영국은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추구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없는 데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지 이해관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관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옛 보수주의적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 WTO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과거 GATT 체제에서는 무역분쟁 시 상호 간에 협의를 통해 해결하던 것을 이제는 권위 있는 상소 기구가 해결해 주는 등 WTO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중국의 부상과 함께 WTO에서 중국과 같이 좌편향된 국가들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기대했던 기능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 흐름을 바로잡아야겠다고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를 단순한 보호무역주의자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WTO 체제(다자주의)가 사실상 한계에 부딪치고 도하라운드가 정체되어있는 상태, 특히 미국과 중국이 각각 독자적인 블록(bloc)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다자주의에 입각한 보편적 자유무역으로의 회귀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것이 사실입니다.
김승욱: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김인호: 미국이 좀 더 큰 시각으로 세계 경제를 바라보면서 GATT를 만들었을 때처럼 전 세계 국가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과거보다 경제가 발전한 각국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특히 중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한국도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과거에 자유무역주의의 최대 수혜자가 된 국가들의 적절한 역할이 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1930년대 대공황은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생겼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호주의로 다시 회귀해서는 안 되고 자유무역의 확대로 나아가야 전 세계가 동반해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김승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 일본, EU 등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많은 유동성이 시중에 풀렸습니다. 그래서 자산 거품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도 미국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 자산 거품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다시 올 것이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중국은 공산국가이므로 다를 것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만.
김인호: 2008년에 세계금융위기의 특이한 점은 출발점이 미국이라는 점 그리고 저금리 정책(Easy money policy)으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내 집을 갖게 하겠다는 사회주의적 주택정책을 펼치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생긴 문제를 또 돈을 풀어서 해결하려고 했던 점이 문제였습니다. 미국은 이런 문제점을 알기에 돈을 풀었다가 어느 정도 지나 바로 회수를 시작했는데, 다른 나라는 그럴 능력이 없죠. 그런 의미에서 세계 경제에 위기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취약합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포함 G2라고 부르지만, 그런 용어를 쓰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중국을 미국과 비교될 정도의 국력을 가진 나라로 보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중국 내부를 들여다보면 소득분배 면에서 지니계수가 0.5에 근접할 정도로 세계 최악의 불평등 국가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소득분배에 있어서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불평등하다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이러한 중국의 정책들이 계속 유지가 될 수 있겠나요? 또 한 가지 중국의 국영기업, 지방정부의 부실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중국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러한 것들이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자유시장 국가는 문제가 있어도 정보가 공개되고 시장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안 되는 부분만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하는데, 사회주의 국가는 모든 것을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데, 이렇게 축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질 때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요? 시장이 해결할 영역을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할 때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장경제를 경험해 보지 않은 중국이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과연 어떤 나라나 국제기구가 중국을 도울까요? 저는 이런 문제가 언젠가는 터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김승욱: 중국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전망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하고 운명공동체라고 했습니다. 이런 한국 정부의 태도가 앞으로 위기가 왔을 때 상당히 어려움에 직면하게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인호: 중국과 운명공동체라는 말은 매우 부적절한 시기에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미동맹과 한미 FTA가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의 두 축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사실상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트럼프는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이라는 책을 써서 중국을 혹평한 피터 나바로를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으로 세웠습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세계가 불행해지고 지금 중국에 대해 조치를 바로 취하지 않으면 어려워진다는 두 가지 주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 그대로 미국은 대중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과 데탕트를 시작한 바로 그 닉슨 대통령의 기념관에서 중국과 48년간 유지해온 유화정책은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시진핑에 대해서도 국가 주석이라 하지 않고 공산당 총서기라고 부릅니다. 중국 국민과 중국 정부를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지금 이런 분위기인데, 한미동맹을 안보의 기본축으로 하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 중국과 운명공동체라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매우 사려 깊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그 힘을 믿어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중요한 외교적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 어떤 입장에 설 것이며, 그 입장에 대한 확고함, 이를 유지할 외교력 등 이런 것들이 정부가 해야 할 부분들입니다.
김승욱: 이제 세 번째 주제인 한국의 대책과 전략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일본은 자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2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자국으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서 별로 지원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기업들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김인호: 사실 우리나라도 2013년에 ‘해외 진출 복귀법’을 만들었습니다. 세제 혜택, 설비투자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기업들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한국이 기업을 경영하기에 어려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세금, 온갖 규제, 노동 편향적 노사관계 등 때문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는 반기업 정서 때문입니다. 기업이 물론 잘못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미제스(Mises)가 말한 것처럼 “거대 기업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거대 정부가 초래하는 해악보다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행한 악이 가장 나쁜 것입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로 바꿔야 합니다.
김승욱: 미국이 중국과 기술 패권 다툼 속에 있는데, 중국이 한국 기술에 대해서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쌍용자동차를 기술만 빼먹고 팔아넘겼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서 중국으로 원전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제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기술이 많지 않은데, 이제 그것까지 중국에 탈취당하면 한국이 설 자리는 없어질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정책이나 전략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요?
김인호: 우리나라가 탈원전하면 제일 좋아할 사람이 누구일까요?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이죠. 우리가 핵무기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은 원자력 발전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의 원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죠. 그런데 이 원전기술을 아무런 대책 없이 포기하는 정책은 국가적 자살행위입니다. 도대체 누가 문재인 정부에 탈원전 생각을 넣어줬는지 통탄합니다. 정부가 할 일은 중국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선 기술을 보유하는 기업을 육성,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도저히 자동차 산업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자동차를 만들어 냈습니까? 기업이 했지요.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 누가 이룩했습니까? 기업이 해냈습니다. 석유를 정제해서 더 비싼 값으로 판다는 생각을 공무원들은 못 하지만 기업은 합니다. 기업들은 여기에 목숨을 걸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부가 할 일은 무엇보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길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제발 정부는 자유롭게 기업활동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무역협회 회장 재임 시 ‘기업가형 국가’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제창하고,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에 좋고, 국가에 좋은 것이 기업에 좋다’는 조건이 동시에 성립하는 국가라고 정의했습니다. 정부는 세제, 환경 위해, 소비자 안전, 자율적 노사관계 등 기본적인 규제만 하고 나머지는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김승욱: 이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제기해서, 결국 다시 했습니다. 자동차, 농업 등에서 더 양보했는데,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사실 한미 FTA 당시에 많은 사람이 한국이 손해를 보았다고 했었는데, 이번 일로 한국이 당시에 잘한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 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부응했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이러한 요구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김인호: 자동차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안전기준 완화 같은 것만 보면 우리에게 손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미 FTA의 재협상 결과도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시장을 소홀이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모든 시장은 미국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한국 금융계를 제재하면 한국 금융은 한순간에 죽습니다. 혹자는 경제는 중국하고 하고 안보는 미국하고 하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한마디로 천둥벌거숭이 같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미국의 힘,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한미 FTA에서 미국이 적자 봤다고 하는데, 트럼프의 쇼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FTA 없었으면 400억 불 적자 날 것을 FTA로 270억 불 적자로 그 폭이 감소했다는 미국 FTC의 보고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것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경제는 개방하면 할수록 이득이 되는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FTA를 통해 흑자를 봤다면 어떤 형태로든 미국에 좀 돌려주어야 합니다. 과거에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쁜 것으로 생각했지만, 무역은 확대 균형으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때 물건을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투자를 통해 사람, 기업, 기술이 상호 교류되는 것이 더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이 절대 한국을 무시하거나 버리지 못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안보와 경제를 장기적으로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승욱: 화웨이가 제재를 받기 때문에 삼성이 중국 자리를 대신 차지해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사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이 중국의 빈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김인호: 화웨이가 못하니까 이것이 우리의 기회라는 생각은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화웨이가 앞으로 공정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상대방이 공정하게 성장하는 가운데 우리도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만약 삼성이 화웨이 같은 경쟁상대가 없었으면 오늘날의 삼성이 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경쟁력은 오직 경쟁적 구조에서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화웨이 문제로 ‘미국기업들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는데 이는 ‘중국제조 2025’를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화웨이는 우리 기업들과 경쟁 관계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지만,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계속된다면 미국의 타겟이 되지 않는 샤오미와 같은 다른 중국 기업들로의 수요의 대체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가형 국가’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 시장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하고 있고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어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장의 힘을 믿고 기업을 신뢰하는 정책 방향이 아쉽습니다.
김승욱: 결론적으로 만약 한국이 중국과 미국 중에 강제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느 나라를 택해야 할까요?
김인호: 다음 질문에 대답을 해보시면 됩니다.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가치체계(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주의)와 근접하는가? 어느 나라가 더 강한 나라인가? 어느 나라가 과연 우리를 진정 도와준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 안보의 근간이 한미동맹으로 정착되어 있는데 이것을 바꿔도 안보의 유지가 가능할까? 등입니다. 결론은 자명합니다. 기업은 양자택일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분명한 스탠스를 가지고 입장을 정리해 주고 외교적으로 유지해 주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기업들은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갈 것입니다.
김승욱: 오늘 말씀 중에 시장경제 원리에 대해 확신을 하고 계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시장경제 원리를 많은 사람에게 이해시키고 확산시키기 위해서 시장경제연구원을 설립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목사님이셨고, 이사장님도 지금 새문안교회에 출석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시장경제에 대한 소신을 포함하여 오늘의 주제와 관련 기독교인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인호: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는 시장경제’에 대해서 강연과 글쓰기 활동을 많이 해 왔습니다.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자유의지와의 조화가 기독교인의 정체성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회주의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고 전체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는 언제라도 희생당할 것을 요구합니다.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선택할 자유>에서,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는 평등과 자유 모두를 잃는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평등은 결과의 평등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소중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사는 사회는 글로벌 사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상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구한말에 세계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러시아와 중국에 의지하다가 나라를 빼앗긴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정부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태도도 버려야 합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태도도 버려야 합니다. 사회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알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역사성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이 시점에 사회주의의 문제점과 본질에 대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자유주의냐 사회주의냐는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진위의 문제다”라고 했습니다. 사회주의의 모든 가정, 전제, 결론은 허구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지 않습니까? 사회주의는 정부가 국민의 삶을 전부 책임진다고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지금 사회주의를 추구했던 국가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사회주의자가 될 수 없다”
김승욱: 여담입니다마는 지난 2001년에 KBS 교향악단을 지휘한 것이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KBS 교향악단 역사상 아마추어 지휘자가 공식 연주회를 지휘하기는 처음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KBS 교향악단 지휘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인호: KBS 교향악단뿐 아니라 무역협회 창립 70주년 기념연주회에서 강남심포니도 지휘했습니다. 사실 아마추어가 정규 교향악단을 지휘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찬송가로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고 미국 유학 시에는 음악도서관에서 듣고 싶은 음악만 종일 듣기도 했습니다. 특히 종교음악에 관심이 많아 메시아 전곡, 베르디 레퀴엠 등은 백번 이상 들어 전곡을 거의 다 외고 있습니다. 결국, 많이 듣다 보니 지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면 지휘를 하는 기분으로, 또는 혼자, 때로는 집사람을 앉혀 놓고 지휘를 하면서 듣기도 합니다.
김승욱: 그런 취미 생활이 80세가 다 되신 고령에도 이렇게 장시간 인터뷰를 하실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오늘 귀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