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많은 여성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2020-09-22
월드뷰 SEPT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3 |
글/ 송혜정(케이프로라이프 상임대표)
낙태 옹호론자들의 주장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한 부녀와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며 국회에 올해 12월 31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하라고 했다.
이에 국회의원 발의가 없는 상태에서 법무부가 ‘낙태죄 폐지’를 정부 입법안으로 추진한다고 밝혔고. 법무부 정책 자문 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정책위)가 12일,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삭제하도록 입법 권고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전면 낙태 허용을 선언한 것이다.
낙태법 개정을 앞두고 그동안 태아의 생명 보호에 관심을 둔 많은 여성, 시민단체들은 형법의 폐지를 최악의 상황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형법 폐지는 더 이상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예정되었던 간담회를 취소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낙태를 옹호하는 여성·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등과의 면담을 통해 낙태죄 폐지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은 이러한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낙태법을 두고 찬반 논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이 낙태를 옹호하는 쪽의 의견만 듣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낙태를 옹호하는 측은 낙태로 인한 처벌의 부당성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추 장관도 이에 동조하여 무조건 처벌을 없애는 데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유감이다.
모든 사람의 생명은 평등하며, 국가는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생명권은 가장 우선시 되는 헌법 정신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낙태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낙태법의 목적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낙태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효과적인 입법 수단이라는 것이다. 낙태죄가 낙태를 완전히 근절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법이 존재함으로 인한 위축 효과는 분명 있다.
낙태 옹호론자들은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태아가 여성의 삶을 불행하게 한다고 여겨지면 그 생명을 해쳐도 된다는 생각은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를 방해하는 것은 제거할 수 있다는 위험한 사고방식을 갖게 할 것이다. 이것은 낙태를 넘어 유아 유기, 살해, 말기 환자 안락사 등 인명을 경시하는 많은 끔찍한 일들을 가능하게 할 만큼 위험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인공 임신 중절 실태 조사 재조명
여성 대부분이 낙태죄 폐지를 원한다는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낙태는 분명 근절될 수 없는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문제이다. 원치 않는 임신은 언제나 있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태아가 생명이며, 생명을 해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인공 임신 중절 실태 조사에서도 여성들이 낙태하지 않은 이유로 “태아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71.5%로 가장 높았다. 이것은 여성이 태아를 생명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며 낙태로 인한 죄책감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님을 뜻한다. 누구든 내 몸의 일부인 머리카락을 원하는 대로 자른다든지, 손톱을 자르는 것과 낙태는 다르다는 것을 안다. 아무리 낙태 옹호자들이 “내 몸은 내 맘대로, 태아는 내 몸의 일부, 세포 덩어리”라고 외칠지라도 대부분 여성은 그것이 거짓임을 안다. 그런데도 언론과 교육 단체들이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에 동조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낙태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실태 조사 결과를 낙태죄 폐지가 요구된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실태 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케이프로라이프(K pro-life)는 실태 조사에서 여성들이 호소한 실제적인 부분에는 주의하지 않고 정부가 원하는 결론을 도출해서 낙태죄 폐지로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케이프로라이프는 실태 조사의 세부적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재조명한다.
○ 인공 임신 중절을 했을 당시 불완전한 피임 방법을 사용한 비율 47.2%, 비실천 40.2%, 피임 비실천 이유 중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 50.6%
성관계는 항상 임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여성이 생명에 대해 상당히 안이한 자세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잘못된 태도까지 여성 자기 결정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그것도 생명을 죽여 가면서까지 국가가 보장해 주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 여성들은 낙태하는 이유를 “학업, 직장 등 사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3.4%,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 32.9%, “자녀 계획” 31.2%라고 응답했다.
○ 상담에 관한 질문에서 여성들의 96.7%가 출산, 양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관련된 상담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여성들은 낙태에 대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부분에서 국가의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 낙태와 관련해서 국가가 해야 할 일로 남녀 공동 책임 의식 강화(27.1%)가 가장 많았고, 형법이 개정해야 하는 이유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이라는 응답(66.2%)이 가장 많았다.
여성들은 임신, 출산에 대해 남녀 공동 책임을 요구했다. 또 여성만 처벌받는 것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여성 대부분이 출산과 양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관련된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인프라(Infrastructure)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 임신 여성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상담도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생명을 존중하는 국가 정신과 여성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인프라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것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낙태법을 폐지해서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시도는 결국엔 많은 문제만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낙태죄 폐지의 문제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합법적인 의료를 가능하게 하여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낙태 그 자체가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으로 나쁘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면 마치 여성이 낙태로부터 자유로워질 것 같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자유함에 불과하며 오히려 여성은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낙태 이후의 신체적인 후유증과 정신적 죄책감까지 여성들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성관계 시 여성이 피임을 한다는 것을 알면 상대 남성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남성 책임법도 없는 상황에서 낙태까지 허용된다면 남성은 더욱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피임, 임신, 출산, 낙태까지 성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여성이 지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성차별’이다. 낙태죄 폐지는 사실상 여성에게 모든 부담을 지게 하는 성차별적 발상으로 여성들을 더 큰 어려움에 놓이게 할 것이다.
또한 낙태죄가 폐지되면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청소년 임신과 낙태이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지는 성관계는 대부분 계획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발생하게 된다. 말 그대로 ‘그 날’,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권이라고 하며 어린 학생들도 자신이 원한다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내가 낙태 반대 운동가로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년 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시위’를 하면서 반대 측의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을 지켜보았다. 그곳에서 청소년들이 “내 몸은 내 것이에요. 청소년도 섹스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낙태가 죄라서 너무 힘들었어요. 청소년에게도 낙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라며 낙태죄 폐지를 외치며 울부짖었다. 처음엔 학생들의 주장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교육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왜 청소년들이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여성가족부의 ‘나다움 책장’이라는 기획을 통해 전국 초등학교에 추천 도서가 비치되어 있는데, 학부모 단체들이 거기에 비치된 문제 도서들을 분석해서 고발한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다. 고발된 도서에서는 성은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며, 성인들이 봐도 민망할 정도의 성행위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성 경험을 하는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 낙태까지 자유롭게 된다면 우리 자녀들은 그야말로 ‘프리섹스, 프리 낙태’의 세대가 될 것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게 될 것이다.
낙태법 개정,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여성들은 낙태죄 때문에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낙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정부는 낙태죄를 폐지할 생각만 하지 말고, 생명 존중을 국가적인 가치관으로 삼고 위기 임신 여성들을 도울 방안 마련에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태아의 생명은 혼자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 교회, 가족 등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법무부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법무부 정책위는 “여성이 임신 중지를 결정할 땐 이후 아이의 양육 환경과 삶까지 고려하는데, 이를 배제한 채 ‘생물학적 생명’만 강조하는 건 맞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얼마나 교만한 말인가? 우리는 태아의 생명을 생각할 때 ‘생물학적 생명’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인간을 어떻게 생물학적 생명으로만 볼 수 있는가? 이것은 극히 유물론적 사고방식이다.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임산부의 환경이 어렵다고 아기의 인생까지 임부가 예단하고 결정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한 이유로 생명을 없애는 것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낙태법 개정을 두고 국회의원 발의안이 없다. 위와 같은 정부 입법안만 발의된다면 낙태죄 조항은 폐지될 것이다. 그러므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낙태법 개정안이 발의되길 바란다. 분명 그런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이 있겠지만 이 문제를 국회의원만의 책임으로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여론이 없이는 어떠한 국회의원의 발의도 영향력을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법무부안에 관한 기사가 나왔을 때, 낙태 옹호자의 목소리는 컸으나, 그 반대의 소리는 없었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 침묵은 낙태죄 폐지에 동조하는 것이 될 것이다.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애쓰는 분들이 많다. 이번 법무부의 안을 보고 놀란 많은 단체가 한국프로라이프연대를 결성하였다. 대한민국의 생명 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낙태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santamami@hanmail.net>
글 | 송혜정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임상상담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숭실대학교 평생교육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8년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대표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낙태 반대 시민 활동을 하고 있다. 생명 보호 낙태법 개정을 위한 한국프로라이프연대에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