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2020-09-11
월드뷰 SEPTEMBER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8 |
글/ 서헌제(중앙대 대학교회 목사)
“그들이 이같은 일을 행하는 자는 사형에 해당한다고 하나님께서 정하심을 알고도 자기들만 행할 뿐 아니라 또한 그런 일을 행하는 자들을 옳다 하느니라(롬 1:32).”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현재 법사위원회에서 관련 기관의 검토의견을 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는 별도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정의당안은 법 위반자에 대한 시정조치와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을 직접 인권위에 부여한다는 점에서 과거 노회찬 의원안과 같은 강력한 내용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이나 평등법을 입법 권고한 국가인권위는 이 법안은 고용, 재화·용역 등의 일부 영역에 적용되므로 종교인의 강론이나 설법, 설교나 전도 그 자체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약한 소수자를 섬기고 보호하는 게 종교 본연의 임무이므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이 법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1. 차별금지법 대상으로서의 종교단체와 종교인
차별금지법은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사법절차 및 서비스의 제공·이용의 4개 분야에서의 차별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5인 이상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종교단체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사업장이므로 당연히 이 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종교단체에서 직원을 채용하면서 신자임을 요구하거나 개종을 권하면 차별로서 제재를 받게 된다. 또한 종교단체에서 사이비 이단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퇴거를 요구할 경우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이 될 수 있다. 종교단체에는 지교회뿐 아니라 노회, 총회, 선교단체 등이 포함된다.
이때 종교단체의 대표자(주지스님, 주임신부, 담임목사)가 처벌받게 되며 양벌규정에 의해 종교단체에도 벌금형이 부과된다. 특히 일반 언론은 물론이고 종교방송을 통해 동성애를 비판하거나 타 종교에 대한 비판은 금지된다. 이렇게 되면 종교방송 자체의 존립근거가 없어진다. 온라인 설교가 보편화된 오늘의 현실에서는 더욱 문제가 된다. 따라서 종교인의 설교나 전도 그 자체는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거나 일부러 진실을 숨기는 저의가 있다고 보인다.
문화서비스 제공과 이용도 적용 대상인데 ‘문화’의 개념에는 종교도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교회나 선교단체 등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성경세미나, 전도 집회를 하면서 다른 종교나 동성애자들을 비판하면 적용 대상인 문화행사가 된다. 따라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이비 종교인들이나 동성애자들은 ‘괴롭힘’을 이유로 세미나 주최자나 강사 등을 고발할 경우 차별이 아니라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법에 따른 민형사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종교단체가 아닌 일반 직장의 경우에는 차별금지법이 제한 없이 적용된다. 따라서 직장 내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신우회 모임 등에서 동성애자나 타 종교에 대한 비판은 바로 제재의 대상이 된다.
2. 종교교육의 자유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부분이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이다. 가령 학교에서 특정 종교행사를 하거나 종교교육을 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로 되어 종교교육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대법원은 종교계 고등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에 대해 “비록 종립학교가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종교교육을 할 자유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종립학교가 공교육 체계에 편입되어 있는 이상 원칙적으로 학생의 종교의 자유, 교육을 받을 권리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는 조치를 취하는 속에서 그러한 자유를 누린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적절한 대체과목을 편성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종교교육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이 입법화되면 특정 종교교리에 입각한 종교교육은 타 종교에 대한 차별이 되어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동성애를 비판하거나 그 폐해를 알리는 교육도 차별이 된다.
한편 종교계 대학에서 채플학점 이행을 졸업요건으로 정하는 경우 타 종교에 대한 차별이 되어 차별금지법의 제재대상이 된다. 참고로 현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기독교 대학의 채플학점제는 기독교 사학의 종교교육의 자유로 보장한다.
3. 종교적 양심의 자유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개혁교회의 대장정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0장 “기독교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에 기원을 두고 있는 천부인권, 하나님이 주신 신성한 권리이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믿는 기독교인의 양심을 직접적인 표적으로 한다. 따라서 차별금지법과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양립하기 어렵다. 이는 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나 각 주별로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는 미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동성커플의 결혼축하 케이크 주문을 거절한 제과점 주인이 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거액의 징벌배상금을 부여받자 종교 자유의 침해로서 수년간의 법정 투쟁이 벌어졌다. 2018년 마침내 영국의 대법원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동시에 동성애 차별보다는 종교자유가 우선한다는 기념비적 판결이 내려졌지만 이들은 그동안 거액의 배상금지급, 소송 비용감당, 동성애자들의 위협 등 종교적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룬 대가가 너무 크다.
구약성경 창세기 49장 20절에서 따온 ‘Ashers’이라는 상호로 제과점을 운영하던 북아일랜드의 맥아더(McArthur) 부부는 하나님께서 받아들이는 유일한 형태의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결혼이라는 믿음을 가진 기독교인이다. 이들이 2014년 케이크에 ‘동성결혼 지원’이라는 문양을 새겨달라는 주문을 거절하면서 고난이 시작되었다. 수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영국대법원은 2018년 “맥아더 부부의 주문 거절은 주문자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케이크에 그들의 종교적 양심에 반하는 ‘동성결혼 지지’라는 문언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표현을 강제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 제9조(종교의 자유), 제10조(표현의 자유)에 반한다.”라고 판결하였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2018년 MASTERPIECE CAKESHOP 사례에서 유사한 판단을 하였다.
이러한 영국과 미국의 사례들은 차별금지법이 입법화될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일어날 수 있고 양국 대법원의 판결은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준다. 그런데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케이크 주문을 거절한 미국의 잭 필립스(Jack Phillips)와 영국의 맥아더 부부는 대법원 판결로 그들의 신념을 지켜냈지만 거액의 징벌배상금, 폐업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외에도 동성애자들의 갖은 괴롭힘과 언론의 집요한 공격은 이들로 하여금 견디어 내기 어려운 고난을 겪게 하였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현실로 벌어진다면 누가 얼마나 이겨낼 것인지 의문이다.
2018년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리고 대체복무를 허용하였다. 국민의 기본적 의무이며 국민 대부분이 감당하는 병역을 종교를 이유로 거부하는 극소수의 양심도 보호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대부분의 국민이 수긍하지 못하는 동성애를 비판한다는 것만으로 무차별적으로 민형사 제재를 부과하려는 차별금지법은 설득력이 없고 균형에 맞지 않는다.
4. 종교적 비판의 자유
차별금지법안은 23가지 차별사유 중에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도 포함한다. 이는 현행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적 비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가령 교회에서 이단 사이비의 폐해와 실상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교육 세미나를 개최할 경우 여기에 참석한 이단교파 교인들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인권위에 진정하면 강사나 교회대표자인 담임목사는 제재 받게 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종교적 비판의 자유는 다른 표현의 자유보다 훨씬 더 강하게 보호한다. 따라서 설사 이단교파에 대한 다소 모욕적이거나 과장된 비난을 하더라도 교리적 근거에 입각한 비판은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안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과는 상관없이 이단 사이비 비판이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이고 괴롭힘이 된다면 제재를 가한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누려온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5. 맺는말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의 구현’이라는 매우 그럴듯한 구호를 내건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종교소수자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막아 버리려는 발톱을 숨기고 있다. 이 법은 ‘차별’이라는 모호하고 주관적인 잣대로 국민들이 누리는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크다. 특히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차별, 괴롭힘 등을 이유로 묻지 마 진정이나 고소·고발의 남발로 갈등사회가 더욱 확대되고 상호간의 불신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차별금지법은 종교단체, 종교교육, 종교적 양심, 종교적 비판 측면에서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직접 충돌한다. 특히 남녀의 결합을 통해 이룩한 가정만이 하나님이 정하신 유일한 결혼으로 믿는 기독교인의 종교적 양심에 배치되는 동성애, 동성결혼에 대한 비판을 차별로 규정하고 민형사 제재를 가함으로 기독교인의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국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한 진보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도 통과시킬 수 있다. 오직 국민의 여론과 주권자이신 하나님의 섭리와 개입만이 소망이다.
<lawprofsuh@gmail.com>
글 | 서헌제
중앙대 명예교수, 중앙대 대학교회 목사이며,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