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 금지와 구별 금지의 난센스

포괄적 차별 금지와 구별 금지의 난센스

2020-09-09 0 By worldview

월드뷰 SEPTEMBER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6


글/ 지영준(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대사인적(對私人的) 효력 : 자유와 평등의 갈등 관계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하면서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를 강학상(講學上) ‘기본권의 대국가적(對國家的) 효력’이라고 한다. 이는 기본권 보장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도 부합한다. 그러므로 기본권 특히, 자유권과 평등권의 주체는 국민이고, 의무의 주체는 국가가 된다. 위와 같이 자유권과 평등권이 동일한 주체인 국민에게 귀속되어있는 경우에 양자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게 된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안은 국민 또는 법인 등 ‘누구든지’ 차별을 금지하여 대사인간(對私人間)에도 직접 차별을 금지하는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 중 일방은 평등권의 주체가 되고, 다른 국민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한편으론 자유권의 주체인 국민이 다른 사람의 평등권에 대해서는 의무의 주체가 되어 권리·의무의 주체인 국민 사이에서 자유권과 평등권이 서로 갈등 관계에 있게 된다.

종래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이념과 결부시켜 이해했고, 자유를 주된 이념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의 이념을 중시하는 평등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의 등장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헌법은 제119조 제1항에서 사유재산제도와 사적 자치의 원칙 및 과실 책임의 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른바, 계약자유의 원칙 또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란 자기 일을 자신의 의사로 결정하고 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원치 않으면 하지 않을 자유로서 우리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하나이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안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구속하는 계약’까지도 평등권의 침해로 보고, 이를 전부 금지하게 되어, 계약의 자유 또는 사적 자치(私的 自治)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


차별 금지와 구별 금지의 난센스


그리고 헌법상 평등이란 기회균등 또는 자의(恣意)의 금지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평등하게 다루어야 할 것을 불평등하게 다루거나, 불평등하게 다루어야 할 것을 평등하게 다루는 것은 오히려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자의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안은 차별의 개념을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 구별, 제한,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렇듯, 차별금지법안이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의 영역에서, 성별 등을 이유로 한 ‘분리·구별’을 차별로 보게 되면, 예컨대 ‘화장실 또는 목욕탕(시설)’에서 남자와 여자의 ‘분리·구별’은 그 자체로 ‘차별’에 해당하게 된다. 소위 ‘화장실 전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안은 성별 등을 이유로 분리·구별을 ‘표시’하거나 광고 행위도 차별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백화점이나 옷 판매장에서 여성용과 남성용의 의상을 분리·구별하는 표시 또는 광고도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차별금지법은 성별 등을 이유로 한 ‘분리 또는 구별’ 자체를 차별로 간주하게 되는데, 차별금지법은 곧 구별 금지법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법의 관념에 반한다. ‘구별’은 법을 구성하는 필수 관념이다. 법이라는 것은 그 속성상 분류(구분)를 하고, 그 요건에 해당하면, 일정한 효과를 부여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효과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평등원칙의 특수성은 우선 법 적용과 관련하여 상호배타적인 두 개의 비교집단을 ‘구별’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2007헌바87)는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에 대해 양자의 차이가 반영되지 아니한 것, 즉 분리·구별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불합리한 차별 취급에 해당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라고 하고 있다.


소위 복합 차별에 대하여


한편, 우리 헌법은 사회구성원들의 최저한 생존을 보장하고 실질적 평등이라는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헌법 제34조 제2항은 국가에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여자, 노인과 청소년, 장애 및 질병·노령 등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에 관한 책임과 역할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사회보장기본법 제5조).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고령자고용법, 외국인처우법, 문화다양성법 등 수십 가지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은 개별적 법률 제정이 어려운 성적지향(동성애), 성별 정체성을 끼워 넣으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다.

이에 대해 2가지 이상의 성별 등 차별금지사유가 함께 작용하여 발생한 ‘복합 차별’에 대응하기 위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복합 차별도 결국 4가지 영역(고용, 재화·용역, 학교, 행정)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위 4가지 영역, 즉 ① 고용영역에서는 고용정책기본법(제7조), 근로기준법(제6조), ②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의 영역에서는 사회보장기본법(제3조 제1호, 제4호), ③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훈련이나 이용에 대해서는 교육기본법(제4조),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제9조의4) 등은 위 각 영역에서 2가지 이상의 차별금지사유를 복합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현행 각 개별적 법률에서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에 나뉜 권한을 ‘국가인권위원회’로 일원화함으로 기능적 권력분립원칙에도 반한다.

성별 차별금지와 구별금지의 난센스를 반영한 상징물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사유와 체계 정당성


다른 한편,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사유로 20여 가지를 열거하면서, 그다음에 ‘등’을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입법 기능에서 존중되어야 할 원칙으로 ‘체계 정당성’이라 함은 일정한 법률의 규범 상호 간에는 그 내용과 체계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고 상호 모순이 없어, 결국 모든 규정의 내용과 체계가 상호 모순과 갈등 없이 그 본래의 입법목적 실현에 합치되고 이바지하는 것을 말한다(헌재94헌마136).

그런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종교,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분리·구별’을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① ‘나이(연령)’에 관하여, 제32조 제5항, 제34조 제4항 및 제5항에서 ‘연소자, 청소년, 노인(노령)’을 “분리·구별”하고 있고, ② ‘학력’에 관하여, 헌법 제31조 제2항 및 제4항에서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의무교육’과 ‘대학’을 “분리·구별”하고 있다.

나아가, 차별금지법안에서 ‘성별 등’에 대한 분리·구별 금지의 논리를 ‘종교, 장애, 연령, 학력’ 등의 경우에 포괄하여 적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난센스’인 것이다. 예컨대, 동성애 등 성적 지향에 대한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를 차별이라고 한다면, 학력에서 ‘진학상담’을 차별이라고 할 것인가. 이러한 예는 ‘종교, 사회적 신분 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차별금지사유를 복합적으로 열거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법규범 상호 간 규범 구조나 규범 내용 면에서 서로 상치 또는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체계 정당성의 원리에도 반할 위험이 있다.


이제 여자대학은 간판을 내려야 하는가?


또한, 차별금지법안은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성적 지향(안 제2조 제4호), 성별 정체성(안 제2조 제5호) 이외에 성별을 ‘남자와 여자 외 분류할 수 없는 성’으로 정의하고 있다(안 제2조 제1호). 그리고 법안 제31조는 “교육기관의 장은 성별 등을 이유로 교육기관에 지원·입학·편입을 제한·금지하거나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을 달리하거나 불리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것과 제32조 제2호는 “성별 등에 따라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현재 존재하는 여자대학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시정명령을 거쳐 결국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성결혼 법제화와 일부일처제의 붕괴


더욱이, 차별금지법안 제2조 제4호는 ‘성적 지향’을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더 나아가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합법화된다면, 곧바로 ‘양성애자들’의 혼인을 금지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양성애자’의 혼인제도는 필연적으로 배우자가 2명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간통(姦通)’이 혼인제도로서 법제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차별금지법안 제2조 제5호는 ‘성별 정체성’ 즉 젠더 정체성을 차별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위 젠더(gender) 또는 제2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여성, 남성 이외 ‘그 외 분류할 수 없는 성’은 몇 개나 된다는 것인가. 혹자들에 의하면, 소위 젠더(gender)는 3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헌법 제36조 제1항이 규정한 ‘양성(兩性)’은 이제 30가지 이상의 다른 젠더(gender)들 사이의 결합, 소위 다자연애, 즉 비독점적 다자연애(polyamory)의 길이 열린다는 말인가.


상향적 가치와 하향 평준화


양심적 존재로서 인간의 본성은 진(眞)·선(善)·미(美)·성(聖)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거짓(위,僞), 악(惡), 추(醜), 속(俗)을 싫어하고 혐오한다. 그런데도 차별금지법은 진위, 선악, 미추, 성속의 분리·구별을 차별로 보고, 불법과 부도덕에 대한 혐오 표현을 괴롭힘이라며 제한하고자 한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은 개인의 기본권 신장이나 제도의 개혁에 있어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실현을 보편화하기 위한 것이지, 불균등의 제거만을 목적으로 한 나머지 하향식 균등까지 수용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이 아니다. 그런데도 차별금지법안은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등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게 되고,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도록 강제하여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반할 뿐 아니라, 결국, 하향 평준화로 귀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 제정에 반대한다.

<pro-jee@hanmail.net>


글 | 지영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육군법무관으로 재직 중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가 징계 파면을 당하였다. 이후 재판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회복했고, 현재 복음법률가회 실행위원장,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기획실행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