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헌금을 어떻게 볼 것인가?
2020-07-13
월드뷰 07 JUL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1 |
글/ 이상원(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예배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될 수 있겠지만, 이 모든 정의의 중심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하여 행하신 은혜의 사역에 대하여 감사를 표현한다는 의미가 자리 잡고 있다. 예배는 이 의미를 살리기 위하여, 두 가지 틀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하여 행하신 은혜의 사역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은 설교로 표현된다. 설교 시간에는, 하나님이 이 세상과 더불어 인간을 창조하셨고, 창조하신 인간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은혜를 베푸신다는 사실이 선포되어야 하며, 동시에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시고, 십자가 위에서 죽게 하시고, 부활시키신 특별한 구속의 은혜를 선포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하나님이 행하신 은혜에 대한 인간 편에서의 감사의 표현이 있어야 한다. 감사의 표현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회개와 결단의 기도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는 인간이 범한 죄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므로, 이 특별한 은혜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회개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죄를 회개하는 것이 예배자의 과거를 향한 것이라면, 결단의 기도는 예배자의 미래를 향한 것이다. 예배자는 결단의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로서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바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다음은 찬양이다. 찬양은 우리의 입을 열어서, 하나님이 행하신 은혜의 사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헌금 또는 헌물을 드리는 것이다. 헌금 또는 헌물을 드리는 것은, 물질로써 하나님의 은혜 사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회개와 결단의 기도, 찬양, 헌금 – 이 세 가지 요소들이 통합될 때, 예배는 전인적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헌금은 예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예배형식의 변화
앞에서 말한 예배의 구성요소들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시대의 모든 예배가 갖추어야 할 본질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이 본질적인 내용을 담는 예배의 형식은 시대와 장소가 달라지면 바뀔 수가 있다. 가장 결정적이고 극적인 예배형식의 변화는, 출애굽 사건을 기념했던 구약의 예배형식과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신약시대의 예배형식이다.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기념하고 찬양하고 감사한다는 점은 동일하나, 구약의 예배는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고, 신약의 예배는 십자가 사건을 기념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예배의 구성요소들 가운데 하나인 헌금의 방식도 시대와 장소와 문화적 환경이 달라지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농경사회에서는 수확으로 거둔 농산물을 헌물로 드릴 수 있고, 목축업을 하는 사회에서는 가축을 헌물로 드릴 수 있다. 화폐경제가 보편화된 시대에는 헌물이 물품에서 화폐로 대체되었다. 한국 교회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밥을 할 때마다 십 분의 일을 떼어서 모았다가, 성미로 드리는 관행이 있었는데, 근래에 들어와서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식단도 다양해져서 성미를 모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졌다. 그 결과 근래에는 성미를 드리는 교회가 자취를 감추었다.
헌금방식의 변화
사회의 경제활동 방식이 변하면, 헌금방식에도 일정한 변화가 찾아오는 것은 불가피하다. 물물교환경제로부터 화폐경제로 변화되어 온 경제구조는, 최근에 이르러서는 컴퓨터와 인터넷과 결합한 신용경제구조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예컨대 요즈음은 월급을 현금으로 받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일상생활에서의 소규모 거래를 제외하고는, 현금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일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경제구조 변화에 부응하여 헌금방식에 변화를 준 대표적인 교회로는 네덜란드 교회를 들 수 있다. 필자가 네덜란드 교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놀란 것은 화폐로 헌금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네덜란드 교회의 예배에서는 화폐를 헌금으로 내지 않고, 우리나라 오백 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로 된 둥근 플라스틱 표를 하나씩 헌금 바구니에 넣는 것이 헌금의 전부였다. 이 플라스틱 표는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800원 정도에 해당하는 1길더에 해당하는 일종의 돈표로서, 예배를 드리기 전에 미리 사 두었다가, 예배 시간에 사용했다. 물론 플라스틱 표를 구입한 금액은 교회의 헌금으로 들어간다. 예배 시간에는 화폐로 헌금을 드리지 않았다. 그런 광경도 낯설었고, 네덜란드 교회 교인들은 일주일에 이 정도밖에 헌금하지 않는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네덜란드 교회는 해외구제에 많은 헌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교회인데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네덜란드 교회 교인들은 연초에 일 년에 내는 헌금 총액을 미리 작정한 후에 자동이체로 은행으로부터 교회로 들어가도록 해 놓고, 예배 시간에는 헌금하는 의식을 치르는 정도로 그쳤다.
미래의 경제구조가 화폐경제로부터 화폐가 필요 없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반을 둔 신용경제구조로 점차 전환되어 가다가, 완전히 신용경제구조로 전환되는 때가 오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지만, 현재의 경제구조는 여전히 화폐 경제구조가 기반을 이룬 상태에서, 신용경제구조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헌금방식에서도 두 가지 방식이 혼용되거나 아니면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어느 한 가지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해도 무방하리라고 판단된다. 헌금의 방식을 화폐 형태로 드릴 것인가, 아니면 온라인 형태로 드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성도들이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 곧 아디아포라 문제다. 다만 온라인 형태로 헌금을 드리는 것은 새로운 헌금방식으로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을 수 있고, 화폐 형태로 헌금을 드리는 것도, 온라인 헌금이 제공하지 않는 장점을 여전히 지니고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두 가지 헌금방식을 적절하게 혼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가수들이 TV를 통하여 전국적으로 방영되는 무대를 이용하여, 노래를 부르면서도 라이브 무대를 병행하는 것과도 같다. 왜냐하면, 두 무대가 모두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헌금
온라인으로 헌금을 드리는 방식이 화폐로 헌금을 드리는 경우와 가장 선명하게 차별화되는 점은, 화폐로 헌금을 할 때는 자기 이름을 밝힐 수도 있지만, 본인의 결단에 따라서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고 무명으로 할 수 있는 반면에, 온라인 방식으로 헌금을 드릴 때는 헌금자의 이름이 정확하게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특징의 차이는 바른 헌금 생활을 하고, 교회가 헌금을 관리하면서, 각각 장단점을 아울러 지니고 있으므로, 더욱 신중한 분별이 요구된다.
우선 화폐로 헌금하는 경우에, 헌금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무명으로 할 수 있는데, 이 점은 헌금자로서는 영적으로 유익이 될 수 있는 반면에, 교회의 헌금관리 입장에서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헌금을 무명으로 할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점으로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만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 점이 영적으로 매우 큰 유익을 준다. 헌금하는 것은 사실상 구제에 해당한다. 물론 헌금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헌금을 직접 자기 주머니에 챙기시는 일은 없고, 헌금 전액은 모두 사람을 위한 용도로 쓰이게 되어 있다. 헌금 일부가 하나님께 드리는 종교예식에 필요한 기물들이나 예배당 건축과 관리 등에 들어가지만, 헌금 대부분은 별도의 직업을 가지지 않는 교역자와 선교사들의 생활비와 기타 구제 성격의 용도로 사용된다. 따라서 구제할 때는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헌금에도 적용된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받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구제할 때에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서 영광을 얻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1-4).”
무명으로 헌금을 하는 것이,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에, 교회가 헌금을 관리할 때는 나쁜 유혹에 빠뜨리는 계기로 악용될 수도 있다. 돈의 출처가 불분명하면, 교회의 헌금관리가 허술해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 교회의 심각한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가, 헌금의 관리와 사용에 있어서 공공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목회자와 재정 관리자에게 확고한 재정관 곧, 교회재정은 성도들이 피땀을 흘려서 일한 대가로 얻은 돈을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 정성스럽게 드린 거룩한 헌물이요, 따라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른 목적을 위하여, 최대한 절약하면서 공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사용해야만 한다는 뚜렷한 인식이 없으면, 특히 출처가 밝혀져 있지 않은 헌금은, 목회자의 사적인 용도로 전용될 수 있다. 온갖 형태의 목회자와 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온라인을 통한 헌금방식은, 철저하게 헌금자의 이름이 실명으로 공개가 되고, 그 증거가 교회 장부에뿐만 아니라 은행의 기록에도 정확하게 남기 때문에 헌금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중적으로 기록이 남으면, 헌금을 함부로 전용하려는 유혹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재정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은행에 남는 기록에 의지하여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은행에 기록이 남든 남지 않든, 양심적으로 재정을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가 양심의 차원에서 이렇게 할 능력이 없으면, 은행이라는 제도를 이용해서라도,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다.
마음으로 준비하는 예배
온라인으로 헌금을 드리는 것이 통전적인 예배를 드리는 일에 심각할 정도로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볼 필요는 없다. 이점에 있어서, 예배자는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예배자의 마음가짐 여하에 따라서, 바른 헌금 생활을 조금 더 증진할 수도 있고, 바른 헌금 생활에 손상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간단히 말해서 만일 예배자가 예배를 드리기 전에, 온라인으로 먼저 헌금을 드린다면, 바른 헌금 생활을 증진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예배자가 예배를 드린 후에 온라인으로 나중에 헌금을 드린다면, 헌금 생활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배자의 마음가짐이다.
예배를 드리기 전에 온라인으로 헌금을 드린다는 것은, 예배를 드리기 전에 벌써 마음으로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으로 헌금을 드리는 과정 자체가 자동으로 예배 준비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과정에 기대어서 자동으로 준비된 예배를 드린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온라인 헌금방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바른 교회 생활을 영위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헌금을 할 때, 자동이체 방식을 이용하여 일 년 정도의 기간 헌금할 액수를 사전에 정하고, 자동으로 이체하도록 조처할 수가 있다. 헌금을 포함하여 도덕적인 선행은 들쭉날쭉하거나, 기분 내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되고, 지속해서 꾸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연초에 일 년 동안 헌금할 액수를 결정하고 꾸준히 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다. 일 년 동안 할 헌금 액수를 정할 때, 교회의 전체 예산 규모도 고려하고 그 안에서 교회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하여, 자신이 담당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몫이 어느 정도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한 후에, 그 일을 책임 있게 감당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은,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아름답고, 또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도덕적인 태도다. 단, 이 기간은 일 년 정도가 적절하며, 너무 길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직장 이동이 있을 수도 있고, 월급이 오르거나 줄어들 수도 있고, 특히 자영업의 경우는 수입의 변동 폭이 매우 불안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로 일 년 정도는 예측할 수 있고 설혹 중간에 변동이 생겨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온라인 방식을 이런 의도와 마음으로 활용한다면 예배자 자신의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교회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헌금이 예배 후에 이루어진다면, 바르고 통전적인 예배에 어느 정도 손상이 찾아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배 후에 온라인으로 헌금을 한다는 말은 예배를 드리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예배에 참석하기에 바빴다는 말이 될 수가 있다. “예배 때 헌금을 준비하지 못하면 나중에 온라인으로 넣어 주면 되지 뭐.” 이런 마음가짐이 습관화되면, 온라인의 신속함과 편리함이 예배를 마음으로 준비하는 일을 게을리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남용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바른 통전적인 예배가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기술적인 발전결과가 등장할 때, 너무 소극적인 태도로 뒤로 물러나려고 해서는 안 되고, 보다 적극적이고 냉철한 태도로 그 발전된 기술들이 그리스도인의 예배와 삶에 가져오는 장단점을 분석한 후에, 단점이 삶과 예배를 손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한편,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삶과 예배의 격을 높이는 지혜와 분별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한 후에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 M.)와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 D.)를 졸업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로 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