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독수리기독학교의 준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독수리기독학교의 준비

2020-06-21 0 By worldview

월드뷰 06 JUNE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4


글/ 이윤석(독수리기독학교 기독교학교연구소장)


이달에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자녀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정규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교육의 혁신이야말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정규 교육은 무너지고 있는데, 미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한 대안학교는,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가고 있다. 이제 그 사례를 자세히 알아보자.

물론 정규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의 사례여서,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수 있지만, 기독교 교육을 교육의 근간으로 하는 대안학교의 구체적인 사례로서, IT 기술과 복음의 한 축을 담당할 적극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윤석 목사는 KAIST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목회하게 된 분으로서 사회의 생리와 목회의 생리를 두루 잘 아는 전문가이다.

강두영, [IT 기술과 복음] 코디네이터
WTIT 국제정보기술민간협력기구 상임이사


지금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의 대유행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물리적 이동과 모임에 현저한 제약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들의 개학이 몇 차례 연기되었고, 개학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COVID-19는 우리가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있다. 물리적 접촉을 피하고자 많은 회의가 영상회의로 대체되고 있고, 온라인 개학 상태에서 재택 학습하는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구글 클래스룸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게 되기도 하였다. 전염병의 대유행 가운데, 기업이나 대학이 아닌 초․중․고등학교가 이런 새로운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문명의 발전에 힘입은 것이다.

독수리기독학교는 교육부의 개학 연기 발표와는 관계없이, 지난 3월 2일에 온라인 개학식을 하고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였다. 일반 학교들과는 달리 개학 시기를 늦추지 않으면서, 이런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학교가 수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준비를 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독수리기독학교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어떻게 해 왔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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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기독학교 제2캠퍼스 건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준비


독수리기독학교는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제시되고, 이어서 3월에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완파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일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이며, 학교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를 시작하였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요즘 많이 들리고,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학교 차원에서도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또 일본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로봇 페퍼를 학교에 하나 구입해 두면 좋지 않을까 하셨던 단혜향 교장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그래서 2017년 봄, 4~5월에 독수리기독학교의 기독교학교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상황 파악 작업을 신속하게 수행하였고, 그 결과 2000년 무렵에 있었던 e-비즈니스 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에 따라 학교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발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학교의 준비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해야 할 뿐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였다. 한편 대안학교라는 특성이 안고 있는 취약한 재정 구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여,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했다.


가장 중요했던 교사들의 준비


무엇보다 교사들에게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각 교과 교육 및 학교의 종합적 교육 체계 안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였다. 그래서 2017년 1학기 종강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6월에, 매주 1회 잡혀 있는 전체 교사 교육 시간을 이용하여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로봇’,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였다. 이런 교육은 교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던 자신을 성찰하게 했다.

이어서 여름방학 기간에 있었던 2박 3일 교사수련회도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FMnC 선교회의 강사를 초빙하여, 4차 산업혁명이 선교적인 면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도 듣고, 더 나아가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신개념 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 사용법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공교육에서도 2018년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한 학기 실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계획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우리 학교도 이를 앞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다양한 과목들을 전공한 교사들은 과거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하더라도 배운 것이 주로 FORTRAN, C, JAVA 등과 같은 것들이었기에, 최근에 개발되어 초등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는 SCRATCH나 ENTRI 같은 새로운 개념의 코딩 언어를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편 모든 교사는 조별 토론과 전체 워크숍을 통해, 학교의 전반적인 교육 커리큘럼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과목별로 자신이 맡은 교과 과정의 교육에는 4차 산업혁명의 어떤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학교의 시설이나 기자재는 어떻게 보강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4차 산업혁명 태스크포스 운영


2017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독수리기독학교는 ‘4차 산업혁명 태스크포스’를 조직하여 활동을 시작하였다. T/F는 서울대학교의 메이커 스페이스, 판교에 있는 K-ICT 디바이스랩 등을 직접 방문 조사하였고 기타 여러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사하여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와 시설을 갖추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였다. 그전까지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본 교사가 한 명도 없었고, 새로운 코딩 언어에 익숙한 교사도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맨땅에서부터 시작하는 셈이었다.

한편 교과별로 학년별 교육 과정에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도록 하였는데, 원래 있었던 컴퓨터 과목뿐만 아니라 과학과 수학 과목에서도 많은 아이디어가 도출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거리가 멀 것 같은 국어, 영어, 사회, 미술, 음악, 체육 등의 과목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적용한 다양한 교육 과정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였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 하면 학교에서는 컴퓨터 과목만 관련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모든 교과목에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적용할 여지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컴퓨터 교과의 경우, 기존의 교육 과정을 대폭 수정하여, 새로운 개념의 코딩과 피지컬 컴퓨팅까지도 포함하는 교육 과정으로 업그레이드하였는데, 공교육에서 시도하고자 하는 코딩 의무교육 시수의 4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배정하였다.

교사들은 각자 자발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와 영상들을 보며, 4차 산업혁명에 더욱더 익숙해졌고, 여러 외부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교육을 받기도 하였다. T/F는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수요를 종합하여, 내년도에 갖추어야 할 공간과 기자재,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목록을 정리하고 소요 예산을 추정하는 작업도 수행하였다.


학생들에 대한 4차 산업혁명 교육


2017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학생들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친숙해지도록 교육하기 시작하였다. 매주 금요일에 있는 ‘더 큰 세상 조회’ 시간을 이용하여 7회에 걸쳐 전체 학생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한 여러 주제에 대해 강의하였다. 그때 최초로 다룬 주제들은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로봇 전성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기회의 창”, “사물인터넷으로 모두 연결된 세상”, “새로운 시대의 원유, 빅데이터”,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유전체 연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적 변화” 등이다. 이 조회 시간을 통해 모든 학생은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세상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2학기 조회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제들로 진행하는 것은, 2018년과 2019년에도 계속되었다. 학부모들로 구성한 학교발전위원회 위원들을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해 그와 관련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분들로 선정하여 학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학교발전위원회 위원들이 2018년과 2019년 2학기 조회 시간에, 전체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또한, 2017년 9월에 있었던 전체 가족 기도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루면서, 학생들과 그 가족들까지도 함께, 학교의 변화 노력을 공유하고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과정 중에 필자의 책인 <4차 산업혁명과 그리스도인의 삶>도 출간되었고, 2018년 가을학기부터는 11학년 학생들이 성경 교과 시간에 과제 도서로 읽으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기독교의 관점에서 성찰해 보도록 하는 교육도 해오고 있다.


펀드레이징 그리고 메이커 스페이스를 비롯한 기반 환경 확보


2018년 3월에는 전체 가족 기도회를 통해 후원 요청을 하였고, 모든 가족이 모금에 기꺼이 동참하여 4차 산업혁명 T/F가 준비했던 기획안에 포함된 여러 사항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 구축, 3D 프린터, 아두이노, 마인드스톰, MBL(microcomputer based laboratory) 고등패키지, 제2 컴퓨터실 등 다양한 시설과 기자재들이 이 1차 모금을 통해 확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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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펀드레이징 후원 약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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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 스페이스와 3D 프린터.
마인드스톰.
아두이노.

그 결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여러 기술을 조금이라도 더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다양한 교과에서 좀 더 발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교과에서 계획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적용한 교육들이 하나씩 하나씩 꿰어지면서, 학교의 교육 전반에 있어서 상당한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져 갔다.

한편 새로운 교육 환경 구축을 위한 투자는 2019년에도 계속되었다. 2차 모금을 통해 1차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교육 시설을 구축할 수 있었고, 다양한 교육 기자재를 추가로 확보하여, 중고등학교 수준에서는 효율적이면서도 아주 우수한 수준의 교육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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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은 날짜: 2020년 03월 30일 오후 12:38
새로운 메이커 스페이스.


유튜브 사용자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교육 확대


독수리기독학교는 유튜브 사용자들과 유튜브를 주요 플랫폼으로 하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영상을 제작하는 능력이 코딩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능력이 되는 것을 인식하고, 모든 학생이 코딩 능력뿐 아니라, 스토리 있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방향을 잡았다.

이를 위해 먼저 2019년 여름방학 중에 있었던 2박 3일 교사수련회 기간에,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강의를 들으며, 각자 영상을 제작하여 마지막 날에는 모두가 만든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 시상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계기를 통하여 교사 대부분이 영상 제작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직접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었다.

그 후로 2019년 2학기부터는, 교사들이 거꾸로 수업 등에서 영상을 제작하고 활용하는 일이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학생들도 영상 제작과 관련된 프로젝트나 과제 수행능력이 현저히 높아졌다.


COVID-19 상황에서 더 빛나는 그동안의 준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수리기독학교의 교사들 역시 수학 선생님은 수학 선생님, 사회 선생님은 사회 선생님, 영어 선생님은 영어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2017년 6월 이후 지속해서 추구했던 4차 산업혁명 대비 노력을 통해, 독수리기독학교는 코딩, 메이커 활동과 미디어 크리에이터 활동에 있어서, 교과를 불문하고 교사들과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매우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COVID-19라는 가공할 전염병의 위세를 피하면서, 3월 2일에 온라인 개학식을 한 이후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재택 학습하는 학생들의 학업을 관리하고 있으며 필요한 교육 영상들은 모든 교사가 대부분 각자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환경과는 교육의 기본 플랫폼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온라인 환경에서 학생들을 대하면서도, 교육의 결손을 최소화하며 학기를 진행해 나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독수리기독학교에서는 모든 교사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들을 이용하여 (5년 전에 COVID-19 사태가 일어났더라면 전혀 손을 쓸 수 없었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어느 정도의 교육을 진행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yoonseoklee@naver.com>


글 | 이윤석

KAIST에서 경영학 전공으로 학사(B.S.), 석사(M.S.), 박사(Ph.D.)학위를 받고 삼성SDS와 포스코경영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총신대학교에서 조직신학 전공으로 목회학석사(M.Div.), 신학석사(Th.M.), 박사(Ph.D.)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수리기독학교 기독교학교연구소장, 보배교회 협동목사, FMnC 선교회 사역총무로 사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