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사회,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포스트 코로나 사회,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2020-07-02 0 By worldview

월드뷰 07 JUL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국제미래학회 회장을 8년간 역임한 서울예술대학교 이남식 총장을 만났습니다. 이남식 총장은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간공학연구실 책임연구원,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초대 학장과 부총장을 지냈습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전주대 총장을 매우 성공적으로 감당하여, 이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계원예술대, 서울예술대 등에서 그를 총장으로 초빙하였습니다. 현재 국제미래학회 공동회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비상임), 백남준문화재단 공동이사장직(비상임) 등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본보 김승욱 편집장이 수고했습니다. (편집자)

이남식 총장.


김승욱: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뜻밖에도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생명과 직장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은 코로나 이후 사회 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모셨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국제미래학회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남식: 과학과 기술이 발전되고 사회 변화가 빠를수록 미래 예측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국제미래학회는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UN Millennium Project)를 진행했던 제롬 글렌(Jerome Glenn)과 한동대 김영길 전 총장 등이 공동 설립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래학의 혜택을 많이 본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초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세우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미래학은 내일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라기보다는, 30년 또는 50년 후의 변화를 합리적인 추론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서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고 현재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의해 변하는 것입니다. 미래학은 영어로 ‘Futures studies’인데, 복수인 이유는 가능한 미래가 다양하다는 것이죠. 미래학은 다양한 대안 제시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미래정책연구회라는 연구회가 있습니다마는, 현재 정부나 정치계에서는 미래에 대한 그림들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여야가 30년 뒤의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달성해 가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산을 편성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이런 지표들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미래학회는 ‘국가미래기본법’을 제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김승욱: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간공학연구실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산업공학이 미래학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요?

이남식: 미래를 예측할 때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연구하고 그러한 변화를 종합해서 예측하기도 하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그것이 미래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다 보니 과학, 엔지니어 입장에서도 미래 예측에 많이 참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승욱: 인공지능(AI), 로봇, 사물 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블록체인 기술,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가 촉매제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급속하게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가장 첫 번째로 직접적 영향을 받은 산업이 의료산업입니다. 그동안 원격진료가 금지되었었는데 이번에 불가피하게 허용되었습니다. 먼저 앞으로 의료산업의 예상되는 변화를 말씀해 주시지요. 이것이 한국에 유리한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요?

이남식: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전염이 일어나지 않다가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 등에 의해서 동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가게 된 조류 독감과 유사한 형태의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따라서 팬데믹의 원인은 지구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교란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가 생산, 공급, 소비에 있어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도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지금까지 769만 명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도 43만 명에 달합니다(6월 15일 기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이전에 정보화 시대를 맞아서 컴퓨터,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습니다. 스마트폰 탄생 이후에 전 세계 모바일이 연결될 뿐만 아니라 많은 정보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분석해서 의미 있고 생산성 있는 결과물들이 나오다 보니 이제는 모든 것을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의해서 사업도 하고, 미래도 예측하고, 의사결정도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딥러닝으로 차별화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로 연결되고 많은 부분에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적 변화가 확보되어 있어서, 팬데믹이 왔지만, 또 다른 소통의 채널, 온라인 구매 이런 것들로 경제가 유지되고 있고 소통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에도 원격진료 덕분에 환자나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원격진료에 대해서 찬반이 있습니다. 편리성이라는 측면에서 환자는 원격진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진 입장에서는 안전성 문제나, 1차 진료기관이 타격을 입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격진료를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을 거쳐서,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가게 되어있는데도 많은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을 먼저 방문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도 120만 명 정도의 도서 벽지, 교도소 등 소외지역에 있는 분들은 의료혜택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동네 의원들이 몹시 어렵습니다. 따라서 원격진료를 1차 의료기관부터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3차 의료기관에 가면 환자가 의사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이 1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원격진료를 하게 되면 환자가 의사와 대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원격진료를 하면 비싼 임대료를 내지 않고 가정에서 재택으로 진료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업무를 분산시키게 되면 간호사 없이도 진료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없어졌는데, 일본에는 의사가 환자를 방문해 진료합니다. 이런 왕진 시스템을 동네 병원들이 전담해서 1차 진료를 받은 이후에 상급 병원에 가도록 한다면 의료전달체계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의사도 저비용 고효율로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현재 IOT 발전으로 의사가 환자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기계들이 다양합니다. 기계를 택배로 보내 환자들이 기계를 차고 그 기계를 통해 환자의 체온, 심박수 등의 정보들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검진기관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검진팀이 환자를 방문하여 검진하는 시스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적으로 원격진료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기반들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예술대학교 이남식총장.


김승욱: 이와 유사한 변화가 다른 산업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소위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그동안 급속하게 성장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한국어 번역은 공동소유라고 오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소유를 공동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사용을 공동으로 하는 것이지요. 소유주가 사용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사용하도록 해서 활용도를 높이자는 것이므로 “공동사용경제”라고 번역해야 적절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남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크게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동사용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남식: 승용차의 90%가 주차되어 있는데, 개인이 소유하다 보니 내가 사용하지 않을 때도 아무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비효율이 있습니다. 공유경제는 이런 비효율적인 면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장소를 인터넷을 통해 연결시켜서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유를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는 여행 같은 것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어든 것뿐이지 앞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음식 배달이 늘어나서 주방만 갖춘 식당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식탁을 없애고 주방을 넓히고, 그것도 여러 쉐프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 주방은 늘어났다고 합니다. 쉐프들이 비싼 식당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공유 주방을 이용해 배달하는 식당이 늘어난 것입니다. 공유경제가 필요한 영역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일자리의 변화도 예상됩니다. 미국에서 이미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코로나 이후에도 100% 재택근무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더군요. 제 아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J.P.모건체이스에 근무하는데, 그 회사도 은행 종사자들은 출근하지만, 투자자문은 재택으로 모든 시스템을 다 바꾸었다고 합니다. 원래 사용자들은 직원들이 눈앞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의 성격에 따라서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이 강제로 확대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근무형태에 대해서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는지요?

이남식: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많은 기업은 재택근무가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져왔고, 직원들의 자유도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집이 홈 오피스가 되어 넓은 집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사무실 공간을 줄이게 되면서 사무실 공간에 대한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아졌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회사에 정해진 개인의 공간이 없어지고, 예약을 해서 공간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회사 전화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개인 휴대폰이 회사 전화로 전환되게 하고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휴대폰 비용을 회사에서 지불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 속에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심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즉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이 가능한 계층과 적응하지 못하는 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질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기존의 빈부격차가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김승욱: 이렇게 비대면 서비스가 많아지면 가뜩이나 AI의 출현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었는데, 더욱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는 근로자 의식을 없애고 프리랜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뿐만 아니라 80대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해서 누구나 스스로 일을 하는 자영업자, 또는 기업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이남식: 현재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는 예전에 기대했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대규모 사업보다는 개별화된 사업에 대한 필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대면, 즉 언컨택트(Uncontact)’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언스케일(Unscaled)’도 있습니다. 경제학에 ‘규모의 경제(Ecnomy of Scale)’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즉 규모가 커지면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규모로 주문을 하면 개당 비용이 저렴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이지요. 반면에 규모가 지나치게 크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됩니다. 이런 것을 ‘규모의 비경제(Diseconomy of Scale)’라고 합니다. 조직이 비대해져서 관리비용이 지나치게 들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제 규모의 경제가 끝나고, ‘언스케일(탈규모의 경제)’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대량 구입, 대규모 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컸으나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개별화되고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혼자 하더라도 얼마든지 큰 회사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아마존이나 네이버에 입점하는 소규모 기업들도 많아졌습니다.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가 ‘언리얼(Unreal)’이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 가상으로 경험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은 크게 성공할 것입니다. 이런 변화에 적응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이남식 총장.


김승욱: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온라인 교육이 강제되었습니다. 이제 학생, 교사 모두 상당히 적응한 것 같습니다. 평가도 온라인으로 하게 되는데, 여러 문제점은 있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습니다. 근로자가 인공지능(AI)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일에 특화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지요. 한국 교육은 모두 산업화시대에 갖춰진 것이지요. 공감능력, 창의성 계발 등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 코로나 이후 교육의 변화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남식: 지금까지 교육은 대량생산 체계였습니다. 큰 캠퍼스에서 다양한 전공을 많은 학생에게 가르쳐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량생산 교육이 지금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많은 변화에 대비하는 교육을 학생들은 굳이 대학에서 배우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 무용론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에 “대학이 왜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학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수도 지식의 전달자라기보다는 멘토, 안내자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대학은 앞으로 관계를 맺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교육하고 경험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관계 형성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문 교육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김승욱: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이 많아지면서 주거공간이나 도시공간 재배치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안에만 갇혀있어서 정신건강에 안 좋다는 말도 있는 반면에 가족의 가치가 살아나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족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홈캉스를 즐긴다고 하고, 가족애가 살아나서 좋은 측면도 있는 반면에 서로 사이가 나쁜 부부가 하는 수 없이 오래 접촉하다 보니 싸움을 많이 해서 이혼율도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가족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요? 핵가족을 넘어서 이제 1인 가족 즉 원자가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1인 가족의 외로움은 더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족관계 변화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남식: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요즘 인테리어 업계가 호황이라고 합니다. 집이 효율적인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재택근무에 맞는 환경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주방인데 호주 같은 경우에는 주방이 없다고 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일을 하다 보니, 외식하거나 주문해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급속하게 이런 변화가 올 것입니다. 냉장고 제조 회사의 최대 경쟁자는 아마존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의 목표는 집에서 냉장고를 없애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많은 사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대입니다. 현대인의 집에서 가장 많은 불필요한 공간이 책과 의류를 보관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실제 우리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불필요한 물건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도 필요할 것이라 봅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시대를 겪으면서 가정을 돌보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데 더 힘을 기울였는데, 이제는 가정을 가꿔나가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확진자 동선파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우려했던 빅브라더의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합니다. 안면인식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거리 곳곳에 CCTV가 설치되고, 스마트폰으로 위치 추적을 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어디까지가 보호해야 할 개인 프라이버시이고 어디까지가 정부가 침해해도 되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남식: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능하게 된 빅데이터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의 모든 활동이 구글과 애플에 제공되고 있고, 그 정보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개인정보 차원을 넘어서서 우리 개인의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규제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를 하면 빅데이터가 구축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불필요하게 많은 규제가 있기도 합니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를 못 하게 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어떠한 부분에 위험이 존재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런 위험을 피해가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분을 규제하고 어떤 부분을 풀어줄 것인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김승욱: 이런 시대에 한국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폭넓은 신뢰를 받는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이 공정성인데, 이번 4.15 선거에서 정부의 신뢰성에 의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선거부정 여부는 앞으로 밝혀야 할 과제이지만, 현재 선거 관리가 잘못된 것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인데, 정부 신뢰성 제고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이남식: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모든 부분을 전문가 의견보다는 힘의 대결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민간, 전문가들이 합의 기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비전문가가 표에 의해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이 참고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김승욱: 정치 논리보다 전문가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온누리교회 장로로 계시는데, 마지막으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언컨택트 사회가 되면서 개인주의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랑과 베풂을 실천해야 하는 기독교인으로서 이러한 시대에 바람직한 크리스천의 의식은 어떠해야 할까요? 사회를 위한 교회의 적극적인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

이남식: 코로나 사태를 맞은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교회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감염 통제로 인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사태는 하나님의 경고, 사랑의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역사하고 계십니다. 하나님께 이 시기를 맡겨드리고 기도하며, 우리를 부르신 곳에서 예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배 공동체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또 이 시대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치유와 도움의 손길이 임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 크리스천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이 어려운 시기를 역전의 시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