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
2020-05-16
월드뷰 05 MA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3 |
글/ 김욱(CBS 기독교방송 사목)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참 많이 바꿔 놓았다. 그것은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마치 양날의 검처럼, 부정과 긍정, 그 양면성을 지닌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고민하며 주목해야 할 것은, “추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어날 일들 – 부정적인 것들
기사를 낱낱이 검색하고, 각계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하며,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나름대로 예측해 보았다. 물론 이런 예측에도, 당연히 양면성은 나타난다. 그중 먼저 부정적인 것들을 살펴보자.
첫째로 경제가 지금보다 더 많이 어려워질 것이다. 보통 주가는 6개월 선행지수라고 말한다. 즉 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해서 주가가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4월 7일 기준), 코로나 전과 비교해 30%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은 6개월 후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주가가 50% 이상 떨어졌고, 환율도 2배 가까이 급등하였다. 그러나 IMF 사태는 아시아에 국한된 위기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로 번진 상황이었었기에, 달러를 어마어마하게 찍어내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지구적 현상(팬데믹)이다. 세계의 공장이 멈춰 서고, 실업률이 상승하고, 경제 활동이 급격히 둔화한 시점에서, 내수와 수출 모든 부분에 어려움을 겪을 한국 경제는,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지속 시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그해 가을부터 다음 해 봄까지 지속하다 여름에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가을이 되었을 때, 2차 창궐이 시작되었고, 바이러스 변형이 일어나, 그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한다. 자료를 살펴보면, 전 세계 GDP의 7%(약 5천만 명 사망)가 감소했다고 한다[매경이코노미 제2052호 (2020.04.01~2020.04.07일 자) 기사 참조]. 우리나라에서만 14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었던 기간이 2년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의 지속 시간도, 우리의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전보다 의학은 발달했고, 전염병 예방에 대한 국가적 역량이나 국민 의식이 높아졌지만, 그 누구도 종결 시기를 장담할 순 없다. 더구나 스페인 독감 때는 대량 감염이 빠르게 일어났고, 수천만 명이 짧은 시간에 죽었고, 집단 면역도 그만큼 빨리 생겨서, 2년 만에 종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량 감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그 진행 속도를 천천히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말은 코로나 지속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속히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상은,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 그리고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은 경제가 어려울 때, 구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기 어려운 집단이다. 대부분 부채가 있고,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 지출이 상대적으로 큰 집단이다. 지금처럼 수입이 급속히 줄고, 고정 지출에 변화가 없다면, 이들의 파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성당이 직영점이고, 절이 프랜차이즈라면, 개신교회는 자영업자란 말이 있다. 세 종교집단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그룹은, 개신교회라는 이야기가 된다. 근근이 유지해온 수많은 작은 교회들은, 코로나로 인해 속절없이 문을 닫고, 여러 목회자와 사역자들은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몇몇 대형 교회와 중견 교회를 중심으로 한국교회는, 급속히 재편되고, 전체 교세는 줄어들 것이다.
셋째, 가나안 성도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성도는 967만 6천 명이다. 그런데, C채널 매거진 굿데이(2019. 8. 30) 보도에 따르면, 전체성도 중 23%가 가나안 성도라고 한다. 약 2백만 명이 가나안 성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가나안 성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교회의 여러 병리 현상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로서, 기존교회를 벗어난 새로운 신앙생활을 추구한다. 온라인을 통해 영상예배에 참여하거나, 교회 관리 시스템에 구속받지 않고, 더욱 편하고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는 편향적 모습을 보인다. 또한, 십일조와 헌금을 기존교회가 아닌 자선 단체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 보내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한국교회는 경제적 어려움과 수많은 작은 교회의 파산, 실업자로 전락한 적지 않은 수의 목회자들 그리고 가나안 성도들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어날 일들 – 긍정적인 것들
반대로 코로나19로 인한 긍정적인 것들을 살펴보자.
첫째는 경제적 어려움이 교회에는 고난이자 동시에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물질에 빠져 있던 한국교회와 성도가, 하나님께 나아가게 되는 일종의 채찍질 역할을 할 수 있다. 911테러 이후, 상실감에 빠졌던 미국 성도들이, 다시 십자가 앞에 나아온 결과, 미국교회 출석률이 11% 증가하게 되었다.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과 궁핍은, 하나님께 더욱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둘째는 대규모 실업 사태와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기존보다 심화 되고 전문적인 사역이 요구될 텐데, 이는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역의 장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IMF 때 수많은 실업자 양산으로 인해, 그들을 위한 사역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실제로 많은 인력이 사역 현장에 투입되었다. 지금까지도 실업자와 경제적 빈곤층을 중심으로 사역하는 교회가 있는데, 해가 갈수록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며, 이를 위한 많은 사역자의 공급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로는 작은 교회의 파산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목회자들이 선교적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선교는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지난날 학생 선교운동의 부흥은 많은 선교사 양성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적 선교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갈수록 학생 선교운동이 쇠퇴함에 따라, 더 양질의 선교사들을 세계 선교에 공급하지 못하는 현실에 이르고 있다. 이러할 때 실업자가 된 다수의 목회자가 선교나 구제 사역의 장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어떨까? 마치 핍박당한 수많은 초대교회의 사역자들이, 선교사역으로 그 눈을 돌렸듯, 파산한 작은 교회의 양질의 목회자들이, 선교사로서 훈련받고 파송된다면, 새로운 선교적 부흥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대로,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돕는, 구제 사역의 장으로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잘 훈련 받고 파송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할 교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
그래서 이러한 일들을 위해 한국교회는 연합해야 한다. 큰 교회들이 자선하듯 작은 교회를 돕고 있지만, 자립과 자생을 위한 실질적 도움이 아닌, 형식만 그럴듯해 보이는 표면적 선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치료가 아닌, 진통제만 처방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속히 한국교회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그만두고, 기존의 체질을 바꾸고, 새롭게 구조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선교학교나 개척학교를 함께 세워,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선교적 자원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한국 목회자들은 선교나 개척을 위한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사역 현장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간혹 훈련의 기회가 있을지라도, 이에 필요한 고액의 비용을 선교사나 목회자 본인에게 부담 지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역자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연합으로 나서야 할 때다. 더불어 목회자 자녀들의 교육과 가정을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둘째, 다수의 실업자와 복지의 사각지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듬는 연합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과거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 한국교회는 70만 명이라는 대규모 자원봉사자들을 파송함으로 오염된 자연을 치유하는 데 앞장섰었다. 이처럼 각 교회가 힘과 역량을 모아, 사회·경제적 빈곤층을 보듬는 연합기관을 설립하게 된다면, 병든 사회를 치유하고 돌보는 아름다운 사역을 감당하고, 더 나아가 가나안 성도들의 마음과 재정도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연합기관에 모인 재정은, 기관 유지가 아닌, 오롯이 이웃을 돕는 일에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십시일반 마음과 뜻을 모은다면, 기관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왜곡되지 않은 재정 사용과 투명함이, 연합기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말한 방법으로 NGO를 운영하는 교회가 있는데, 검증된 NGO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한, CBS나 국민일보와 같은 방송 기관 및 언론들이 협력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셋째, 작은 교회들은 하루 속히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갈수록 교인들은 작은 교회에 소속되길 원하지 않고,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춘 교회의 모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소속을 강화하기보다, 양질의 기독교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상담과 교육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형태를 추구하는 것, 또는 각자의 강점을 가진 작은 교회들끼리 연합하는 일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농촌이 농협을 세워 상생을 도모하듯이, 작은 교회들의 연합기관을 두어 각 교회를 체계적으로 돕는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큰 교회 중심으로 작은 교회를 개별적으로 돕기보다는 교단 차원에서, 작은 교회에 대한 대책과 목회자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넷째, 4차 산업혁명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라도, 온라인을 통한 사역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많은 교회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목회자에게서 한순간,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은 현상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몇몇 교회와 목회자들은 디지털과 온라인 역량을 강화한 사역을 했더니, 오히려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헌금도 온라인으로 내니, 일일이 계수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단다. 교인들 또한 교회가 헌금 사용의 투명성을 잘 보장해준다면,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헌금을 할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 사역역량이 강화되면, 장소에 국한되지 않은 성도들을 모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가나안 성도들은 여전히 교회를 찾고 있다. 그들이 지금은 교회를 지리적으로 떠나 있으나, 끊임없이 좋은 교회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온라인을 통해 좋은 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가는 말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이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이 이러한 사고를 공론화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발점이 되길 소망한다. 결국, 생각과 생각이 모이다 보면, 좋은 결론에 도달하고, 그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자신만의 더 나은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초대교회와 같이 이러한 어려움을 이기는 지혜는, 결국 깨어있는 자(마가복음 13:37)가 얻는 특권이지 않을까?
<kimwook1907@gmail.com>
글 | 김욱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온누리교회 대학부와 청년부 출신으로, 한소망교회, 충신교회에서 부목사 생활을 하던 중, 청년 학생 부흥 운동인 Again 1907운동을 7명의 목사님과 설립하고, 섬김이로 봉사하였다가, 서초동에 동행교회를 개척하였다. 개척 4년 후, 하나님의 새로운 부르심을 받고, CBS에서 사목으로 재직하고 있다. 오랜 시간 청년들을 섬겼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섬기며, 한국교회를 위해,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