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원인과 해결을 위한 제언: 이스라엘을 통한 함의

저출산의 원인과 해결을 위한 제언: 이스라엘을 통한 함의

2020-05-12 0 By worldview

월드뷰 05 MA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글/ 김교연(건강한가정회복연구소 소장)


들어가며


한국의 2019년 합계 출산율은 0.92명(2019년 인구동향조사, 통계청)이다. 2년 연속 0명대의 유례없는 꼴찌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 절벽 현상으로 인해, 우리 경제·사회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이 보고되었다. 국가는 저출산을 국가의 운명이 걸린 사안으로 상정하여 2006년부터 14년간 185조 원의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여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출산율은 1.13명에서 0.92로 더욱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주된 원인은 미혼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통한 가족 형성은 과거 우리 사회의 아주 보편적인 통과 의례였으며 가족은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과 자아실현, 애정, 정서적 안정의 중요한 근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결혼을 하여 가족을 형성하는 것이 개인의 선택 사항이 되었다. 2011년 33만 건이었던 혼인 건수가 2018년 26만 건으로 줄었고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1인 가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를 통해서 본 한국 여성들의 결혼 장애 요인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은 일본 사회도 유사하다. 일본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1/3이나 되고 많은 젊은이가 결혼을 하지 않는다. 일본 남성의 생애 미혼율(50살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비율)이 23.7%이며 여성들도 14.6%나 된다(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2015년).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무연사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은 지금 상태로라면 2035년부터 한국의 생애 미혼율이 일본을 앞설 것이며 2045년에는 한국의 생애 미혼율이 남성 36.9%, 여성 26.2%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무연사가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진 죽음을 맞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아래의 한국과 일본의 설문 조사를 비교해 보면 젊은이들의 결혼 의식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차이점을 볼 수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설문 조사에서 일본 여성 89%가 미혼보다는 결혼을 택하고 싶다고 응답했는데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결혼 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응답했다. 즉 일본의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결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결혼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일본과 달랐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설문 조사에서 우리나라 20대 미혼 여성들의 47%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미혼 여성들은 일본과는 다르게 결혼할 의지조차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의 여성들에게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했을까? 같은 조사에서 결혼 의향에 부정적인 여성 응답자들을 조사해보니 ‘가부장제 등 양성 불평등 문화가 싫어서’가 30.5%,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다’가 29.1%로 나타났다. 한국의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일본처럼 낮은 임금, 일자리 부족, 주택 문제 등의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의 문제, 즉 결혼이 가부장제의 양성 불평등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진적 페미니즘이 낳은 저출산 현상


우리는 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이 시대정신인 것처럼 추앙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페미니즘 여성 단체가 정부와 국회에 입법을 제안하고, 정부와 국회에서는 페미니즘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낙태 합법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등의 입법을 추진하였다.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으며,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든 정당에서 페미니즘 정책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고, 이에 반대하면 혐오 세력으로 몰릴 각오를 해야 하는 페미니즘 절대 권력의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페미니즘이 여성들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오히려 페미니즘 사상은 가족과 노동 현장,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가부장제의 틀로 편협하게 진단하고 다각적인 접근을 막아,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을 한데 묶어 “피해자” 프레임을 씌우고 모든 남성을 “가해자”로 몰아세우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부추긴다. 모든 불평등 현상을 가부장제의 탓으로 돌리는 편협한 인식이 남성들과의 갈등과 분열, 남성들의 역차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더 근본적인 문제는 페미니즘 사상이 가족과 결혼 제도를 가부장제의 억압의 뿌리라고 외치며 가족과 결혼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있다. 일례로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해방의 해결책으로 선포하고 있는 4B 운동(연애, 성관계, 결혼, 출산 거부 운동)은 페미니즘의 결혼과 가족 제도에 대한 인식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즘 정책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여성가족부는 2018년부터 건강가정기본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현재 혼인과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의 범위에 사실혼을 추가하여 비혼과 동거도 가족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법 개정은 민법에서 제시된 가족의 구성 범위와 충돌하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저출산의 극복은 혼외 출산이 답이다’라는 주장 하에 비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페미니즘에서는 가족이 아빠, 엄마, 자녀로 구성된다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 때문에 ‘여성 억압’이 생기며, 따라서 그것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가족 해체가 옳다고 믿는 좌편향 된 여성 단체의 수장들이 정부 관료와 국회에 입성하여 시민 사회단체들과 협력하며 여성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저출산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국가가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여한다고 해도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페미니즘이 초래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이 한 시대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존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불평등의 핵심적인 원인


대한민국의 여성 평등 수준을 진단해보면 경제 활동 참여·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수명, 정치적 권한의 4개 부문 통계를 측정하는 세계경제포럼의 성별 격차지수(GGI)는 세계에서 118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생식 건강, 여성 권한, 노동 참여의 3가지 영역을 측정하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 불평등지수(GII)는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지표의 성적을 통해 대한민국의 여성 평등 수준은 세계 118위의 심각한 여성 불평등 사회와 세계 10위의 우수한 여성 평등 사회로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해, 평등 수준을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세부 측정 항목을 살펴보면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에 불평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20대 후반의 여성 고용률이 69.6%로 매우 높다가 30대 후반에 들어서면 출산과 양육의 사유로 56.5%로 급격히 떨어진다. 즉 한국 사회의 여성 불평등 문제는 출산과 양육으로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18년 한국재정학회가 발간한 ‘OECD 국가들의 합계출산율’ 자료에서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증가할수록 출산율이 상승한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미혼 여성들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이거니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스라엘에서의 함의


이스라엘의 여성들은 2014년 1인당 3.08명의 아이를 낳고 OECD 국가 중에 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회는 여성으로 태어나서 성별에 관계없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자녀들을 낳고 기르는 것이 존중받는 사회, 즉 출산율도 높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사회이다. 이스라엘은 인구 천오백만의 이스라엘은 국민소득이 3만 5천 불로 경제적으로도 부강한 나라인데, 전 세계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30%나 배출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서 아이를 가장 많이 낳는 나라이다.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는 유사점이 매우 많다. 역사적으로 열강의 침략으로 인해 나라가 없어지는 수난을 경험하고, 1948년에 독립을 선포한 것도 유사하다. 주변국과 늘 긴장 상태에 있고 특별한 천연자원이 없으며, 우수한 인력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국민들이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매우 뛰어난 것도 유사하다.

그런데 왜, 나라가 건국되고 70년이 지난 지금 이스라엘과 한국은 다른 것일까? 한국의 미혼 여성들은 결혼을 ‘지옥문: 게이트웨이’라고 하며 거부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고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의 미혼 여성들은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자녀를 많이 낳으며 동시에 경제 활동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함께 선택하도록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로 이스라엘에서는 단시간 노동 관행으로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다. 2013년 OECD 자료에 기초하여 여성 취업률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25~54세 전체 여성 평균 취업률은 72.5%로 OECD 평균 71.8%보다도 높고, 우리나라의 61.8%보다도 높다. 또한 0세부터 14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69.4%가 취업 상태에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출산과 양육의 이유로 경력 단절이 되는 여성이 2.4%로, 매주 적은 수만 노동 현장을 떠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이스라엘 근로자들은 연평균 1,889시간, 하루에 7시간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에서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오전 7시 30분 혹은 8시에 업무를 시작하여 오후 4시 정도에 퇴근하고 있다. 2016년 발간된 이스라엘의 육아 정책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보육 시설은 부모들의 근로 시간을 고려하여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된다. 4시 이후에는 보육 시설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늦은 오후가 되면 아이들은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와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단시간 근로 관행으로 인해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도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근로시간 조정 제도와 같은 입법을 통해 양육기 자녀를 둔 여성들이 근로 시간을 짧게 조정해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이스라엘에서는 양성평등의 양육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다. 이스라엘에서는 자녀 양육에 아빠의 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국민들은 신앙의 기반 하에 자녀 교육의 주체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며 가정은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삶에 필요한 지혜와 지식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장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의무 교육이 시작되는 3세부터 교과서에서 가족의 중요성과 양성평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가르치고 있다. 교육에서도 그렇지만 국가도 아내가 임신할 경우 아빠들을 교육한다. 남편들은 아내가 임신하면 한 달에 한 번씩 보건소에 가서 기저귀 가는 법, 태교방법, 목욕시키는 방법, 젖병 물리는 방법을 배운다. 임신할 때부터 아빠로써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된 부모가 되기 위해서 준비한다.

이뿐만 아니라 남편은 퇴근을 하면 곧장 집으로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식탁 교제를 통해 하루 일과에 대해서 대화를 하며, 성경을 가르치고, 학교 교육과는 별도로 아이들에게 역사와 율법, 도덕을 가르친다. 이때 아이들과 토론하는 교육 방법을 하브루타 교육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방법은 유태인들을 천재로 만드는 비법으로 전 세계로부터 조명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처럼 남성들이 자녀 양육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여성들이 자녀 양육으로부터 부담이 적다. 한국 사회에서 아빠들이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하루에 3분이라는 OECD 통계는 우리 사회가 이스라엘 사회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높이기 위해 양육기 자녀를 둔 아빠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줄이는 접근과 동시에 자녀 양육에 있어서 아빠의 역할에 대한 교육 및 양성평등의 양육 문화를 만들어가는 대책이 요구된다.

<somang012@hanmail.net>


글 | 김교연

세 자녀의 엄마이자, 건강한가정회복연구소 소장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빈곤 청소년과 가정을 만나면서 가정의 운명에 키를 잡고 있는 여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 과정에서 저출산 문제를 연구하였으며 이후 <엄마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책 발간을 통해 저출산의 해결을 위한 여성 정책을 제안했다. 현재는 가족 파괴를 막기 위한 사회 운동과 사회복지학과 대학 및 사회단체에서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개념여성TV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 결혼과 가족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