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인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2020-05-05
월드뷰 05 MA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2 |
글/ 김원호(국립보건연구원 심혈관질환과 과장)
“사람들은 술을 왜 마시는 걸까?”라는 질문의 답을 필자는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질병 발생 연구를 하는 기초과학자로서, 술이 신체 모든 장기에 해롭다는 것은, 여러 실험을 통해 생산된 과학적 근거들을 통하여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 특히 유명의사들까지도 TV나 인터넷 매체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하여, 적당한 음주가 몸에 좋다고 얘기를 한다. 정말 적당한 음주가 몸에 좋을까? 일부 사람들은 내 주장에 반박할지 모르지만, 필자는 단언컨대 “아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해 보고고자 한다.
나는 술을 마셔도 되는 사람인가?
답을 먼저 말하자면 술에 잘 맞는 사람 또는 마셔도 되는 사람은 없다. 술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성분인 알코올(C2H5OH)은, 마취제들과 구조적으로는 다르지만, 그 작용기전이 마취제와 비슷한 중추신경 억제제이다. 알코올은 물에 잘 녹아, 음주 후에는 위나 소장 윗부분에서 대부분 흡수되어, 혈류를 통해 뇌와 간을 포함한 신체 각 조직으로 전달된다. 혈류를 통해 간으로 운반된 알코올은, 알코올 1차 분해 효소인 알코올 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를 만나 산화되어, 알코올에 의해 우리 몸속에서 생산되는 산화적 스트레스의 가장 주요한 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를 생성하게 되고,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는 2차 분해 효소인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 ALDH)에 의해 다시 산화되어, 아세트산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이 ADH와 ALDH는 우리 몸속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필수효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30~40%가, 알코올 2차 분해 효소인 ALDH의 유전자가 돌연변이 형태를 띠고 있어, 알코올에서 일차적으로 생산된 독성이 강한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2차 분해가 되지 않아, 그대로 몸속을 돌아다니며 여러 조직의 세포들을 죽이거나, 손상을 입히게 된다. 특히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ALDH 유전자가 돌연변이 되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사람들이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호흡곤란, 급성간질환, 졸도, 사망 등에 이르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실제로 ALDH의 유전적 특성과 기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도 사람마다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다시 말하면, ALDH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은 산화적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우리 몸속에서 분해시킬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쌓이게 되는 것이다. 해마다 학기 초가 되면, 대학 MT에서 한두 명의 학생들이 술을 마시다 죽는 사고들이 발생한다. 이 주요 원인은 바로 사람마다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술을 과다하게 권하거나 마심으로, 알코올에서 생성되는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와 여러 활성산소가 과음자의 뇌를 비롯한 각 장기들을 손상시키고, 심지어 산소 부족 등으로 인한 호흡곤란증세를 동반하게 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이 더 위험하겠지만, 사람에 따라 한 잔의 술도 이러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술은 우리 신체 각 장기조직을 파괴하는 주범
술을 마시면 왜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간이다. 알코올은 주로 간에서 분해되고 해독되는데, 이때 간세포(hepatocyte)들이 정상적으로 해독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간세포 에너지 대사 작용에 산소가 요구되는데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의 경우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와 ALDH가 알코올을 분해시킬 때 많은 산소를 사용하게 되어 인체 내 특히 간세포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이러한 산소공급이 부족한 경우, 산화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성되는 산화독성물질들의 공격으로 간세포가 쉽게 손상되고 심지어 죽게 된다. 그로 인하여 간의 고유 기능인 핏속의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해독작용을 못 하게 되고, 그 결과 몸속의 피가 깨끗해지지 않아, 독소를 함유한 피가 몸 전체를 흐르게 되어 그들이 각 장기의 조직들에 해를 입히는 것이다.
흔히 술로 인하여 가장 많은 손상을 입는 장기가 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술 마시는 횟수를 줄이면 간경화 이상의 심각한 간 손상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간은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술에 의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입는 장기는 사실 뇌이다. 소량의 술에도 뇌세포는 바로 손상 또는 죽을 뿐만 아니라, 회복능력도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이러한 뇌세포의 손상과 죽음으로 기억력 감퇴나 행동 및 인지장애 등이 쉽게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치매와 뇌혈관질환 등의 발생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람과 비슷한 유전자구조와 장기구조를 가진 마우스(쥐)를 이용한 여러 실험에서도, 술을 지속해서 먹인 쥐는 인지 및 운동능력이 현저히 감소되어 있었다. 특히, 임산부가 술을 지속해서 마시면 태반으로 알코올이 그대로 전달이 되어 아이의 뇌 및 각 장기의 발달이 현저히 저하되어, 비정상적인 아이의 출생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또한, 술을 마신 임산부와 술을 마시지 않은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뇌 크기에 현격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지능 저하 및 안면 얼굴 기형 등의 태아알코올증후군 발생이 크게 증가함을 보였다.
술은 뇌 손상, 간 손상, 심혈관, 당뇨 등의 주요 원인
알코올이 해를 입히는 또 다른 과정을 살펴보자. 알코올이 인체에 들어가면, 여러 질소산화물(peroxynitrite)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들은 기존의 유전자나 단백질에 붙어, 그들의 고유 기능을 변화시킴으로,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본 연구팀에서는, 알코올에 의해 생성되는 질소산화물이 당 분해 효소 단백질 기능을 변화시켜 당 분해 능력을 크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 보고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고혈압 발생이나 콜레스테롤 축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에, 당뇨 발생률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서 오히려 더 낮게 나온다는 보고들이 의외로 많다. 흔히 공복혈당을 측정하여 125mg/ml 이상인 사람을 당뇨로 진단하게 되는데, 술을 마신 다음 날 대부분의 경우 공복혈당은 평소보다 낮게 나오게 된다. 우리 몸은 음식 섭취를 통한 당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 간에 저장되어 있는 중성지방으로부터 당을 새롭게 만들어 필요한 에너지원을 공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잠자는 동안 필요한 에너지인 당을 간에서 만들어 혈액으로 공급함으로 뇌와 근육 등 다른 장기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알코올은 간에서의 당 생성 대사작용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물질로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공복혈당을 측정하는 경우 혈당이 평소보다 낮게 측정되게 된다. 사실 술 마신 다음 날 숙취로 머리가 아픈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뇌로 당 공급이 충분치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포도당 주사를 맞거나 꿀물을 마시면 나아지는 경우를 경험한 사람들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심지어 당뇨병 환자가 술을 마시고 잠을 잔 뒤 공복혈당을 측정하게 되면 혈당이 낮게 측정되어 실제 당뇨병이 아닌 것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술을 마신 사람에게서 공복혈당만을 재서 당뇨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저혈당을 촉진시키는 것과 같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은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오래전에 필자에게 한 분이 물어온 말이 술이 혈당을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자기는 당뇨병 환자인데 매일 반주로 소주를 반병씩 먹는다고 하면서 괜찮은지 물어 온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안 됩니다. 당장 끊으세요. 당뇨병 환자에게 술은 독약과 같습니다!”라고 대답을 해 주었다. 2005년 후반에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전문임상의사 선생님과 만났는데 자기가 치료하고 있는 알코올 중독 환자 중에서 약 30~40%의 환자들이 당뇨를 동반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내가 알코올과 당뇨병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 연구를 하게 된 계기였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알코올섭취와 당뇨병 발생 간의 상관성 분석 연구도 거의 없었던 때였으니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분야였었다. 실제로 필자 연구팀에서 태어난 지 25주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제2형 당뇨가 발생하는 쥐를 이용하여 당뇨병 발생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10주령의 쥐에 알코올을 넣은 먹이를 섭취하게 했더니 약 43%의 쥐에서 (당뇨병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 16주에서부터) 당뇨병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심지어 이와 동시에 간과 췌장 등에서 여러 유전자의 발현 및 활성이 크게 변해 있었고, 뇌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이나 호르몬 펩타이드 구성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노화가 일어나고 대사기능이 감소되면서 비만이나 당뇨가 발생하게 된다. 보통 당뇨병 발생 환자들의 평균 나이를 55세라고 가정하고 그보다 훨씬 젊은 건강한 시절부터 술을 지속해서 마신 사람과 마시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을 하여 당뇨병 발생 여부를 추적한 결과, 한 사람은 훨씬 이른 40대 초중반에 당뇨병이 발생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당뇨병 발생이 55세나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이다. 당뇨병은 모든 만성질환합병증의 주요 원인질환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심장 및 혈관질환, 신장질환, 뇌혈관질환 및 치매 등의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사망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평생 약을 복용하고 합병증 발생을 염려하며 살아야 하기에 삶의 질을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질병 중의 하나이다.
예전부터 최근까지도 많은 유명의사나 과학자들이 TV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반주로 하루에 한두 잔 정도의 술은 건강에 좋다고 하거나 적당량의 술은 심지어 심혈관질환 발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는 술이 고밀도지방콜레스테롤(HDL)의 농도를 높여줌으로 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할 수가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 술을 마신 경우, HDL이 증가하고 심지어 혈액 속의 당 농도가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들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술로 인해 손상이 나타나는 다른 장기들과 몸속에서의 여러 대사 작용 이상 등을 고려하면 결코 이롭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실제 우리 연구에서도, 술을 지속해서 마시게 되면, 혈액 속의 당을 분해시키는 글루코키나아제(glucokinase, GCK) 효소 단백질의 발현과 활성이 크게 감소되었고, 간과 근육 등으로 당을 전달해주는 GLUT2, GLUT4와 같은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여 우리 몸속에서 비정상적인 당대사가 일어나 혈당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고혈당은 모든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질환인 당뇨병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공복혈당만으로 보면 술이 혈당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발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올바른 결론이 아니다. 우리 연구결과에서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알코올 섭취 초기에는 위에서 말한 당 분해 효소 단백질 발현이 오히려 증가되어 당 분해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술 먹는 양과 기간을 일정 부분 늘리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사라지고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오히려 우리 몸속에서 당 축적을 증가시켜 혈당을 크게 높여 여러 합병증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술을 마시는 초기에는 당 분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슐린 호르몬 분비가 췌장에서 일시적으로 증가하여 혈당을 낮추는 좋은 효과가 일시적으로 나타났으나, 일정 기간이 지나게 되면 인슐린을 만들어 내는 췌장에 손상이 나타나고 인슐린 생성 및 분비 능력이 크게 떨어져 궁극적으로 우리 몸에서 당을 분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사라져 당뇨병 발생이 촉진되고 심지어 당뇨 합병증을 야기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한 마디로 “술은 일시적인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 선을 가장한 악마의 두 얼굴을 가진 물질”이라는 것이다. 또한, 알코올은 심장근육 세포의 수축능력을 크게 감소시키고, 혈관으로 호모시스테인이나 여러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 등의 분비를 촉진해, 동맥경화 및 심혈관질환을 촉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은 청소년, 여성에게는 치명적
한편, 우리나라 청소년과 여성 음주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면역체계와 몸의 방어체계가 갖추어진 성인이면, 술에 대한 저항성이 다소 있지만, 발육 및 성장을 해야 하는 어린아이나 청소년이면, 음주가 발육 및 성장에 큰 장애를 유발한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호르몬 분비 대사를 비정상적으로 유도함으로, 여성들의 생리불순 등을 일으키고, 최근에는 불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위험인자로도 알려진 바 있다. 우리 인체 내에서 엽산(Folate)은 DNA 합성과 DNA 메틸화(methylation)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단일 탄소 대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영양소로서, 특히 엽산 대사 관련 효소인 MTHFR, MTR, MTRR 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효소 유전자에 단일염기변이(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즉 유전적 다형성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 생산되는 호모시스테인을 메치오닌으로 전환을 시킬 수가 없게 되어, 위에서 언급한 호모시스테인 축적을 가져오게 되어, 혈관 내 혈액 응고 등을 일으키고, DNA 합성 및 수선(repair)을 못 하게 하여,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 및 심장질환 발생, 그리고 간 질환 및 췌장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젊은 여성(35세 이전)의 경우, 유방암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전체 약 16.8%, 35세 이전 약 10%. 2002년. 한국 중앙 암 등록자료), 이의 주요 환경적 요인 중 하나가 술로 인한 엽산 대사 능력의 결핍이다. 최근 여러 보고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이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의존적으로 증가함을 보였고, 심지어 하루에 불과 10g 정도 즉 포도주 1잔 정도의 양을 마신 경우에도, 유방암의 발생률이 약 7.1%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10명 중 8~9명이 술을 마시고 있고, 그중 알코올 의존과 남용으로 인한 사용 장애 유병률이, 2001년 기준 6.8%에 이르고, 특히 성인 남자는 10명 중 1명 이상은 사용 장애를 가지고 있다. 2005년 송현종 박사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주로 인한 질환별 비용이, 약 2조 7,900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알코올 기인 암이 약 900억 원 이상으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알코올은 암 발생뿐만 아니라, 심혈관, 뇌혈관질환, 동맥경화, 당뇨 등 고혈압성 질환, 간, 대장 등 소화기계 질환 그리고 정신질환 등에도 매우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음주 기인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경우 8.7%(2001년 기준)로서 세계 선진국들인 미국(4.5%), 캐나다(3%), 독일(4.8%), 뉴질랜드(5.3%)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알코올 중독 및 음주도 유전
더 놀라운 것은 임신 중 술을 마신 엄마 쥐와 마시지 않은 엄마 쥐에서 태어난 새끼 쥐들을 같이 섞어 놓고 한쪽에 술을 마시는 쥐를 같이 둔 결과, 임신 중 술을 마신 엄마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들 모두가 술을 마시는 쥐 쪽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 관찰한 결과가 발표된 바가 있었다. 이는 술에 대한 후각적 민감도 발달과 더불어 알코올에 대한 선호 성향이 나타나는 특성을 획득한 경우로, 이러한 쥐들은 향후 자라면서, 술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알코올 의존 및 사용 장애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지배될 수 있다고 주장한 본 연구자를 비롯한 여러 주장들과 일치하는 연구결과라 하겠다.
한편, 술은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알렉산더 대왕은 전쟁의 영웅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알코올 중독 환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간질 환자였고 전쟁에 나가기 전에는 극도의 긴장이 나타나고 이 긴장이 심해지면, 알렉산더는 항상 간질을 앓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긴장을 이완시키고 진정시키기 위해 술을 마셨는데, 이로 인해 나중에 술이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알렉산더는 각 나라를 정복하고 난 이후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철저히 불태우고 파괴하였고 승리를 자축하는 음주 가무 파티를 며칠이고 즐겼다고 한다. 야사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독살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술 중독이 죽음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그로 인한 모방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자살 이면에는, 대부분이 그날 술을 마신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그들이 “그날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정말 자살을 했겠느냐?” 하는 의문이 필자는 항상 드는 대목이다. 단언컨대 필자는 “아니다”라고 확언하고 싶다. 실제 술은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지어 육체적인 고통도 잊게 해 주는 진정효과와 일시적인 안정효과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과 술을 마시거나 술자리를 파하고 나서 혼자만의 시간 또는 공간으로 돌아오는 경우, 그 안정감과 진정효과는 사라지고 우울감과 상실감이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는 게 중독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평소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필자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운동이나 음악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 기분을 전환한다. 때로는 집에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나가 공놀이나 배드민턴과 같은 운동을 함께 해 기분을 푼다. 기분이 좋지 않아 우울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술보다는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술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술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병으로 개인의 삶과 가정이 파괴되고 또한 사회적·경제적 폐해 유발의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실 술에 대한 위험성과 선을 가장한 이중적인 악마의 두 얼굴을 제대로 알고 대처만 잘해도 나와 주위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 다른 여러 노력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바라건대, 우리 사회에서 음주를 조장하고 권장하는 문화보다는 그 위험성을 알릴 수 있는 교육과 홍보들이 더 강화되기를 바라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구조를 형성하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자발적인 금주 실천 운동이 일어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절주가 아니라 금주가 최고의 선택
알코올섭취는 유전 및 환경적 요인들이 함께 상호작용하여 행하여지게 되는데, 이제 술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폐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준비하고 실천해야만 한다. 최근 우리 사회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뇌 질환, 심혈관질환,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의 발생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들은 대부분 생활 습관성 질환으로서 그 발생의 주요 환경적 요인 중 하나로 흡연에 대한 위험성은 누구나 다 동의하지만 음주가 위험 요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 잔의 술이 또 다른 술을 부르게 되고, 제어할 수 없는 욕구로 인하여, 지속해서 갈망하여 마시게 되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술은 마약이다. 술은 그 어떠한 마약류보다도 갈망의 정도가 높은 물질 중 하나이다. 술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대비용은 매년 약 22조 원에 이를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해악 중 하나이다. 그 무엇보다 가정의 행복을 파괴하는 가장 큰 주범이 바로 술이다. 우리는 모두 내 가정을 행복하게 지켜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내 아이들을 좋은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양육하고 성장 발전시켜줘야 할 의무가 바로 우리에게 있다. 그래서 술은 절주가 아니라 금주여야 한다.
질병 연구를 수행하여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 내는 필자로서도, 술이 우리 인체에 주는 이로움을 한 가지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술보다는 절제된 생활습관을 통해 직장이나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 아이, 내 아내, 나 자신, 내 가족, 내 이웃, 우리 사회 그리고 내 나라를 위하는 첫걸음이자 행복의 시작이라 말하고 싶다.
<jhkwh@nih.go.kr>
글 | 김원호
중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알코올연구소(NIAAA/NIH) 포스닥 연수를 받았다. 국립보건연구원 (Korea NIH) 책임연구원,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연구관(대사질환과, 심혈관질환과)으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국립보건연구원 심혈관질환과 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