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의 이해와 기독 자사고의 필요성

자사고의 이해와 기독 자사고의 필요성

2020-04-11 0 By worldview

월드뷰 04 APRIL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8


글/ 조규철(안산동산고등학교 교장)


1. 자율형 사립고의 설립 배경과 현황


고교 입시 경쟁의 과열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로 1974년에 평준화 정책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학교가 획일화 단순화되면서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1995년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위한 교육 개혁안이 발표되면서 과학고, 외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등 특목고가 설립되었다. 그 후 김대중 정부의 전국단위 학생선발, 자율성 보장, 사립학교 설립 정신 구현을 위한 정책으로 6개의 자립형 사립학교가 시범 운영되었지만, 교육집단 간의 갈등으로 전면적 시행은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평준화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학생 선택권과 교육의 선택권 보장 그리고 사학이 설립 정신에 기초하여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적 운영과 창의적 교육을 제공하는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추진하였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 제3항에 의거해 설립된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자사고는 정부의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다. 자사고의 지정은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여 교육감이 결정하게 되며, 5년 단위로 평가해 재지정이나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사고의 종류는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로 나누고, 전국단위 자사고는 이전의 자립형 사립고와 대기업이나 사립대학 법인에서 주로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자사고는 광역단위 자사고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2020년 현재 10개 고교로 서울 하나고, 인천하늘고, 용인외대부속고, 북일고, 민족사관고, 김천고, 포항 제철고, 현대 청운고, 상산고, 광양제철고가 있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35개 중에서 전북 군산 중앙고, 익산 남성고, 대구 경일여고, 서울에서 경문고가 자사고 포기를 선언한 상태이다. 2019년 자사고 평가를 통해 서울에서 8개 고교와 안산동산고, 해운대고가 자사고 지정취소와 관련하여 자사고 취소 가처분신청을 하여 인용됨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소송의 결과에 따라 자사고로서 지위 여부가 결정된다.


2.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자사고의 존립 여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학교 서열화, 귀족학교로 계층 간의 위화감, 사교육비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주장이 얼핏 보기에는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내용이 주로 자사고에 대한 이슈로 다루어지다 보니 많은 사람은 그에 대한 검증 없이 자사고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서열화라는 것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공부만이 아닌 어떤 다른 분야에서도 항상 존재하는 것인데, 자사고가 대학 진학에 관한 결과만으로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사고는 설립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요자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은 열정을 쏟게 되고 그에 관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여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고 논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비약이 아닐 수 없다. 중학교 학업성적 산출은 절대평가로 진행되어, 석차가 아닌 5단계의 등급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그룹별로 많은 학생이 분포되어 있다. 높은 성적의 학생들이 모두 자사고로 진학하는 것도 아니다.

자사고를 귀족학교라며 사회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말한다. 학생 모집에서 20%의 학생들을 사회통합전형으로 모집하고 있다. 참고로 서울 소재의 대학에서 기회균등 전형으로 선발하는 비율은 10%가 안 된다. 또한, 자사고 중 그 지역에 있는 학생들만을 위해 학업성적을 배제한 채 추첨을 통해 1단계 선발한 후 면접으로 선발하는 지역우선 전형도 있다.

사교육비 문제와 관련하여 2020년의 교육부 통계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75%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자사고나 특목고만이 아닌 거의 모든 학교에서 사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사교육 지출이 전년도 비해 7.8% 증가하여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라고 한다. 이러한 원인은 대학입시에 수학능력시험을 반영하는 정시모집 비율의 증가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녀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렇듯 서열화, 귀족학교, 사교육과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점들이 자사고 폐지의 원인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3. 자사고 폐지를 위한 부당한 평가와 시행령 입법예고


자사고 학교들 대부분이 평준화 정책으로 획일화된 교육이 아닌 교육 수요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운영하고 있다. 안산동산고등학교는 안산동산교회 성도들의 헌금과 기도로 기독교적 가치에 따라 영적 리더를 배출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이다. 안산이 비평준화 지역일 때 학생들이 선택하여 입학하였기에 기독교적 세계관을 기초하여 종교 수업과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산지역이 평준화되면서 기독교 학교로서 학교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었는데, 때마침 자사고가 도입되었다. 본교는 기독교 학교로서 교육을 감당하기 위해 재정적 비용과 무거운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사고를 선택하였다.

이처럼 자사고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잘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나 교육감들은 앞서 언급한 내용으로 자사고가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특권과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자사고 폐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의도는 평가에도 반영되어 공정성, 타당성 또한 형평성을 상실한 부당한 평가지표를 만들어 기준 점수에 이르지 못하도록 설계하였던 것이다. 예를 들면 종전의 평가 방식과 달리 예측 가능성이 없는 평가지표를 신설하였고, 점수 배점을 큰 폭으로 변경하였으며, 심지어 감사 지적 사례에서 감점 제도를 도입하였고, 정성평가 비중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의도적이고 계획된 평가 방법을 반영하였다.

그로 인해 평가 대상인 학교에서 평가 기준을 올바르게 잡지 않으면 운영성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부당한 평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이기에 당당히 평가를 받기로 하여 교육청에 자료를 제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교육청에 항의 방문 및 시위가 있었다.

2019년도에 서울에 8개 고교와 지방에 2개 고교가 평가에서 기준 점수 미달로 자사고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는 학교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고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학교들은 가처분 소송을 하였고, 그것이 인용되어 일단 자사고 유지를 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소송 중에 있다.

지난해에 평가를 받지 않은 자사고는 대부분 금년도에 평가를 받게 되어 있는데, 교육부는 2019년 11월 7일, 2025년도에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로 인해 2020년에 자사고, 외고에 대한 평가 자체가 없어졌다. 이러한 중차대한 결정을 하려면 우선 사회적 합의 공론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당사자인 학교는 물론 교육계나 학계의 의견 수렴 과정도 배제한 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심히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조치가 일반고 역량을 위해서라면 5년간의 기간을 두어 그 결과를 지켜보고 피드백을 통해 결정해도 될 일이다. 그런데 시행령을 통해 자사고 특목고를 폐지하려 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을 위해 결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자사고에 재정결함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일반고에 역량 강화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하였다. 지금까지 진행된 지원 사업에 대해 일반고가 역량이 얼마나 강화되었는지 결과물을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선행 작업으로 정부를 믿고 투입된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해 예상되는 문제점과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을 만회할 자신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의 방침에 대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대응해 나가겠다고 천명하였고, 헌법 소원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4. 기독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독 자사고의 필요성


헌법 제31조에는 교육 기본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4항에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교육의 주체가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 교육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할 것이다. 사학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평준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사학이 본연의 설립 취지대로 학교를 운영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후학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가산을 털어 학교를 세운 많은 사학이 각종 규제를 감내하며 재정결함 보조금을 교육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사립학교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수단이 되어 사학이 자율성을 갖고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자사고인 학교에서는 학교의 특성에 맞게 교육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교육정책으로 학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불안해하나, 확진자의 비율에 따른 사망자는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낮다. 이는 국민의 면역력이 한몫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저변에는 교육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문맹이 가장 적은 나라이며, 대다수의 사람이 고등교육을 받은 나라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드론(Drone), 자율자동차 등 모든 면에 교육이 크게 이바지하였다. 이러한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닌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은 교육을 통해 성장 발전하는데 이것을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없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암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잘 맺어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주 만물을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알고 그분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마가복음 12장 30절과 31절에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니….”라고 한다. 이러한 하나님의 계명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은 어려서부터 기독교 교육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세상의 많은 학교들은 지식을 연마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배출된 인재들이 세상과 인류를 위해 어떻게 기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기 위해 선호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하여 자신들이 목표한 것들을 달성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의 자신은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감사하게 될 때 인류를 위해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리더가 되겠다는 마음은 사람의 마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받은 달란트를 찾아 하나님의 목적에 합당하게 살아갈 때 진정한 삶의 의미가 있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삶이 된다. 이러한 인재를 배출하고자 세워진 학교가 바로 기독교 학교인 것이다. 기독교인재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게 되면 인본주의가 팽배해지고, 결국 반목과 갈등만으로 점철된 세상이 된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다. 세상이 아무리 오염되고 타락했어도 바닷물이 3%의 소금으로 바다가 썩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처럼 우리들을 사용하시길 원하시며, 어둠의 세상 가운데 생명의 빛을 비춰 참 소망과 희망을 나눠 주길 바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인 것이다. 왜 기독교 학교가 자사고로 유지되어야 하는지 해답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영적 리더가 필요하다. 영성이 없이는 세상과 구별된 거룩한 빛을 발할 수 없다.

기독교 사학들이 세상적인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독교 사학들이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독 자사고가 세상의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위기에서 탈출하여 기독교 학교로서 면모를 갖춰나가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길이다.

<chokind@korea.kr>


글 | 조규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영어전공) 석사, Midwest University Leadership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교우회 상임이사, Midwest 대학교 상임부회장, 기독교학교연맹 이사이다. 반월신문 교육칼럼(2018), 안산교육신문 교육칼럼(2019)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