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존재 증명 2: 존재론적 논증과 우주론적 논증

신 존재 증명 2: 존재론적 논증과 우주론적 논증

2020-03-12 0 By worldview

월드뷰 03 MARCH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1


글/ 이상원(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신 존재 증명 1(11월호)에서도 이미 강조한 것처럼 신 존재 증명으로부터 우리는 한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말이 되는가?”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말이 된다는 것이 확인되면 신 존재 증명은 성공한 것이다. 신 존재 증명을 통하여 사람을 예수께 인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거듭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 존재 증명을 통해서는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사실이 이성적으로 말이 되거나 경험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있음을 보여 주면 된다.


I. 존재론적 논증(Ontological argument)


존재론적 논증이란 인간 존재의 특성으로부터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사실을 논증해내는 논증 방법을 말한다. 이 논증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전개된다.

첫째로, 모든 인간은 자신이 유한하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안다. 인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무한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무한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모르면 유한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도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완전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완전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면 불완전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무한과 완전의 관념이 있다.

둘째, 그러면 이런 관념들은 어디서 왔는가? 인간이 유한하다거나 불완전하다는 사실은 인간 존재를 잘 관찰해보면 어렵지 않게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인간 신체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관찰과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예컨대 인간은 자기 힘으로 자동차를 들어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안다.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관찰과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예컨대 인간은 숫자 계산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복잡해지면 계산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하여 알며,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며, 단 몇 분 뒤에 일어날 미래의 일에 대하여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안다. 더욱이 인간은 자기 신체의 수명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하여 안다.

그러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이나 완전이라는 관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인간이 무한이나 완전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 존재는 무한과 완전이라는 관념을 담을 수가 없다. 유한한 인간은 무한을 관찰할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다. 불완전한 인간은 완전을 관찰할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다. 그것은 큰 건물의 작은 방안에서만 있었던 사람이 방안의 풍경만 알 수 있을 뿐, 건물 전체의 모습을 알 수 없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이처럼 인간은 무한과 완전을 한 번도 경험한 일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데도 무한과 완전이 무엇인가를 안다. 이 말은 인간은 방안에만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건물 전체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사람은 어떻게 방 안에서만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건물 전체의 모습을 알게 되었는가? 방법은 하나다. 건물 전체의 모양을 알고 있는 사람이 건물 전체의 모양을 방안에 있는 사람에게 알려 주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인간 안에 무한과 완전의 관념이 있다는 말은 누군가가 무한과 완전의 관념을 인간 안에 넣어 주었다는 뜻이다. 그 누군가가 누굴까? 그 “누구”는 무한과 완전을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자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조건을 갖춘 자는 하나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 관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하나님 관념은 관념일 뿐 하나님이 실재하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라는 관념 자체가 하나님이 실재하신다는 것을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특성은 완전성인데, 실재하지 않고 관념만 있는 존재는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하나님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완전한 존재라면 하나님은 실재해야만 한다. 이 말은 하나님이라는 관념이 형성되는 순간 이미 하나님은 실재하신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인간 존재의 특성으로부터 하나님의 실재를 논증해내는 방식을 존재론적 증명이라고 한다.


II. 우주론적 논증(Cosmological argument)


우주론적 논증(Cosmological argument)이란 우주 안에서 진행되는 모든 운동에는 원인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하나님의 존재를 논증해내는 논증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자동차 바퀴가 구르기 시작한다. 자동차 바퀴가 구르는 이유는 차축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차축이 움직이는 이유는 엔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엔진이 작동하는 이유는 시동 모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동 모터가 작동하고 있는 이유는 시동 스위치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 내부에서 운동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시동 스위치가 돌아갔는데 그 원인이 자동차 내부에는 없다. 그러면 우리는 운동의 원인 추적을 중단해야 하는가? 여기서 원인 추적을 중단하면 우리는 답답하여 견딜 수가 없다. 우리는 자동차 밖에 있는 어떤 인격적인 존재(운전자)가 시동 스위치를 돌리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마음속의 추론을 끝낼 수가 있다.

이제 우주로 우리의 눈을 돌려 보자. 우주 안에서는 끊임없이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운동은 원자나 세포와 같은 미시적인 세계에서부터 우주와 같은 거시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중단없이 진행된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단 한 순간도 정지됨이 없이 핵 주위의 궤도를 돌고 있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 안에서는 끊임없이 자기복제와 단백질 생성이 진행된다. 우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고, 모든 행성들이 공전과 자전을 한다. 미시적인 세계로부터 거시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모든 운동의 원인을 물질의 세계 안에서 밝혀내는 작업을 하는 학문이 과학이다. 그런데 과학은 이 운동을 설명할 때 일정한 한계를 넘지 못한다.

원자의 운동을 아무리 세밀하게 관찰해보아도 원자 안에는 이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없다. 원자 안에 원인이 없다면 원자 밖에 원인이 있다는 말인데, 원자 밖에는 다른 원자가 배열되어 있을 뿐이며, 나머지는 빈 공간이다. 원자 밖에 있는 원자에도 다른 원자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이 없으니까 우주 안에는 원자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 운동이 없다는 말이 된다.

세포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기복제와 단백질 생성도 마찬가지다. 세포 안에는 자기복제라는 운동의 원인이 되는 운동이 없다. 그렇다면 운동의 원인은 세포 밖에 있다는 말인데, 세포 밖에는 또 다른 세포들이 있을 뿐이다. 모든 세포 안에는 운동의 원인이 없으므로 운동의 원인은 세포 밖으로부터 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포가 없는 곳에는 빈 공간이 있을 뿐이다. 세포 밖에 원자들이 있을지라도 원자 안에는 심지어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에 대한 원인 운동조차도 없으므로 어떤 원자도 세포 안에 있는 운동의 원인을 제공할 수 없다.

세포의 자기복제가 진행되면 인간수명의 열쇠인 텔로미어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다가 텔로미어가 다 떨어져 나가면 인간은 수명을 다한다. 그런데 초기 배아에게는 떨어져 나간 텔로미어를 복원시켜 주는 유전자가 켜져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꺼지는데 이 유전자를 끄는 원인 운동이 세포 안에는 없다. 또한 특정한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켜지는데, 그 유전자를 켜는 원인 운동이 세포 안에는 없다.

지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모든 행성이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과 팽창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별들의 집단인 은하가 끊임없이 팽창 운동을 하게 하는 원인 운동이 무엇인지 우주 안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원자 안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끊임없는 회전,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자기복제, 단백질 생성, 유전자 발현,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행성들의 자전, 공전, 은하의 팽창 등과 같은 운동들의 궁극적인 원인 운동이 우주 안에는 없으며, 과학은 이 궁극적인 원인 운동을 우주 안에서 영원히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원인 없는 운동은 없으므로 이 모든 운동의 원인 운동이 우주 안에 없다면 우주 밖에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주 밖에 있는 원인 운동은 무엇일까? 이 원인 운동은 스스로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 인격적 의지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우주 전체를 담을 수 있는 무한하고 완전한 존재여야 하는데, 이 조건에 맞는 존재는 하나님뿐이다.

이처럼 우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운동에는 원인 운동이 있다는 우주의 특성으로부터 하나님의 실재를 추론해내는 논증 방식을 가리켜서 우주론적 논증이라고 한다.

<swlee7739@hanmail.net>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한 후에 미국 웨스트민스트 신학교(Th. M.)와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 D.)를 졸업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와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