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태에 대한 책갈피

경제 실태에 대한 책갈피

2020-02-13 0 By worldview

월드뷰 02 FEBRUARY 2020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1


글/ 송인규(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


지금까지 여러 주제를 접하면서 나의 아마추어 됨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나의 수준이 그러함을 참으로 뼛속들이 절감하는 계기가 아닌가 한다. 나는 경제학이나 경제 사상(및 경제 사상사)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다. 미시 경제와 거시 경제의 용어상 구분, 경제학의 학문적 경향에 있어 영미 쪽[경제 현상을 수량적으로 설명하는 일(explanation)에 주력함]과 대륙 쪽 [경제 행위를 사회학적 통찰력과 더불어 이해(understanding)하고자 힘씀]의 차이, 그리고 널리 알려진 몇몇 인물들[아담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스, 하이에크 등]의 이름이 내 경제학 상식의 전부이다.

이런 처지에 “경제 실태”의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전혀 신앙적 준비 없이 골리앗에게 달려드는 가상적 다윗 못지않게 무모한 행동임을 자인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 과제를 꼭 수행해야 한다면, 나의 무모성에 대해서도 한 가지 의의를 부여할 수 있겠다 싶다. 그것은 나처럼 경제 분야의 문외한인 이들이 어떻게 경제 실태라는 주제에 접근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접근하게 되는지) 보여 주는 일이다. 이번 책갈피에 선별한 책들, 내용의 파악, 개인적 논평은 이러한 안간힘의 과정을 여실히 반영할 것이다.

대부분의 비전문가들은 “경제 실태”하면, 자신들이 당면한 어젠다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경제 분석을 통해 부동산 경기라든지 내수의 신장 가능성이라든지 중소기업의 전망에 대한 예측이라든지 하는 것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정작 경제학 연관의 전문가들[기독교인을 포함하여]은 좀 더 근본적이고 좀 더 광범위한 이슈들 ─ 이윤 추구의 정당성, 불평등/차이에 대한 이해, 개인의 자유, 집단(혹은 공동체)의 성격, 경제 활동의 사회·정치적 관련성 등등 ─에 천착한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경제사나 경제 사상의 발전 과정 등에는 무관심하든지 등을 돌리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문외한인 나의 판단에 의거할 때에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현안들의 예측과 그에 따른 대응책의 마련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경제 사상과 다양한 학파들에 대한 이해 또한 백안시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호 책갈피에서는 할 수 있는 한 양자 ─ 이론적 탐구와 현실에 대한 진단 ─를 함께 아우르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처음으로 다루려는 책은 미국인 저술의 번역서이다.

토드 버크홀츠 지음, 이승환 옮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서울: 김영사, 1994).

저자인 버크홀츠(Todd G. Buchholz)는 버크넬 대학교(학사)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석사)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그 사이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법학 과정(법무 박사)을 수료했다. 그는 한때 백악관의 경제 담당 비서관으로 지냈고, 국제적 경제 컨설팅 회사인 G7 그룹을 창설했으며, 현재는 수학 교육 프로그램인 Sproglit의 대표자로 일하고 있다. 책명은 원제인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Penguin Books, 1989)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만 30만 부 이상 팔렸고, 15개국 언어로 번역되는 호황을 누렸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장과 13장을 서론과 결론으로 처리하면, 모두 11항목의 경제학자(혹은 경제학파)를 취급하는 셈이다. 저자가 다루는 대상은 다음과 같다.

제1장 곤경에 처한 경제학자들
제2장 애덤 스미스의 재림(再臨)
제3장 맬서스: 인구 폭발과 멸망의 예언
제4장 데이비드 리카르도와 자유 무역론
제5장 존 스튜어트 밀의 격정적 일생
제6장 격분한 현자(賢者) 카를 마르크스
제7장 앨프레드 마셜의 한계적 시야
제8장 구 제도학파와 신 제도학파
제9장 구원에 나선 풍류 도락가 케인스
제10장 케인스 학파와 통화주의자들의 대결
제11장 공공선택학파: 정치는 곧 비즈니스
제12장 합리적 기대가 지배하는 기상천외의 세상
제13장 먹구름, 그리고 한줄기 햇빛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접할 수 있었다. 경제 사상 입문서로서는 이보다 적합한 책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경제학 관련서를 읽는다는 비장한 각오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읽는 동안에 내가 누구의 전기를 읽고 있는지 무슨 역사책을 읽고 있는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특히 책의 1/3 정도까지는). 물론 뒤로 가면서는 어쩔 수 없이 경제 본연의 주제와 맞닥뜨려야 했다.

이 책의 특이점은 세 가지로서 서로 맞물려 있다. 첫째, 중심인물을 살려내어 독자와 만나게 해 준다. 이것은 우리를 그 시대로 데려가거나 과거의 인물을 우리 시대로 데려옴으로써 할 수 있는 바이다. 둘째, 경제학자의 사상을 추상적 개념의 틀로부터 해방시켜 삶의 현장으로 이식시킨다. 이로써 사람들은 사상의 핵심이 무엇인지 ‘감’을 잡게 되고, 삶을 ‘경제적’ 각도에서 보도록 훈련이 된다. 셋째, 여러 가지 일상적 예와 예화를 통해 자신의 논점이나 이론의 내용을 쉽게 풀이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별종의 이야기꾼(story-teller가 아니고 story-maker)인 셈이다.

나는 이 책을 나와 같은 경제 관련 문외한에게 기꺼이 추천하고자 한다.


다음에 선보일 도서는 경제 사상의 역사에 관한 한국인의 작품이다.

주노종 지음, <알기 쉬운 경제사상사 ─ 분석과 이해 ─> (서울: 법문사, 2007).

책을 집필한 주노종은 경원대(학사)와 한국외국어대학교(석사)에서 수학했고, 일본 구주대학의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는 <한국정부조달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자는 제목이 예시하듯 경제 사상의 역사를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본 저서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경제와 경제 문제에 대한 사상과 이념을 연대순으로 기술하여 당대를 대표하는 학파적 관점과 사상가들의 가치 사고를 소개하였다. 이를 통하여 다양한 부류의 독자들에게는 경제 사상사에 관한 이해력을 높이고, 경제 사상에 관한 미래의 예측 사고와 통찰력을 주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p. 294)라고 되어 있다. 저자의 의도와 목표는 얼마나 달성되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책의 목차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은 “부”의 도입 없이 모두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이 장들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자 한다. (“부”의 구분만이 아니라 부에 대한 표제까지도 본 기고자가 임의로 고안한 것임을 밝혀 둔다.)

1장 경제사상과 사상 연구 방법론

제1부 고전학파에 이르는 과정

2장 고대의 경제사상
3장 중세의 경제사상
4장 중상주의의 경제사상
5장 중농주의의 경제사상
6장 고전학파의 경제사상

제2부 고전학파에 대한 사회주의의 도전

7장 역사학파의 경제사상
8장 사회주의의 경제사상
9장 마르크스주의 경제사상
10장 사회주의분파 경제사상

제3부 새로운 시대의 사조

11장 경제적 정의의 경제사상
12장 뉴 라이트운동 · 뉴 레프트운동의 경제사상
13장 현대 경제사상의 흐름과 방향
14장 21세기 시민사회의 경제사상
15장 21세기 경제사상사의 흐름 고찰

<알기 쉬운 경제사상사>는 제목에 걸맞은 저술이다. 나 같은 문외한으로서도, 소개하고 있는 경제 사상을 어느 정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오늘날의 경제 실태를 경제 사상적 측면에서 어떻게 분석하고 파악해야 하는지 ─ 비록 아마추어 수준밖에 되지 않겠지만 ─ 중요한 이론적 도구를 얻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12∼15장의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아쉬운 면도 없지 않다. 가장 불만스러운 점은 6장의 내용이다. 우선, 아담 스미스와 나머지 학자들 사이의 지면 할당이 크게 불균형적이다. 스미스에게는 15쪽이 할당된 반면, 나머지 학자들[리카도, 맬서스, 밀 등]은 밀착 상태에서 12쪽의 공간에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리카도의 여러 이론들이 왜 등장하는지, 각 이론이 그의 전체 사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이것은 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또 7장 역사학파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도 문제를 느꼈다. 무엇보다도 역사학파의 명칭, 성립 배경, 주된 사상, 경향 등에 대한 소개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경제 사상의 커다란 물줄기 속에서 흐름을 놓친 것 같아 고립감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특히 막스 베버를 역사학파의 일원으로 소개하면서도 그가 역사학파의 방법론을 비판했다는 말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서야 궁금증이 누그러졌다.)

나머지는 주로 글쓰기에 대한 비판이다. 문장의 형식에 있어서 어법이 맞지 않는 곳이 있고, 같은 말이나 비슷한 표현이 반복되는가 하면, 글의 묘사가 부정확해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없을 때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명이나 표기에 오류가 빈번했고, 심지어는 사실상의 오류 ─ 베버는 “간염”이 아니라(p. 120) “폐렴” 때문에 사망했음 ─ 도 있었다. 게다가 ‘일목요연’, ‘착취’, ‘저항’ 등 이미 잘 알려진 단어들에다가 한자와 영어를 병기하곤 했는데, 도무지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아쉬운 점들의 열거가 이 책의 강점과 성취도를 무위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등장하는 책자는 어느 서구 크리스천 경제학자가 경제 현상을 신학적 관점에서 조망한 노작이다.

Douglas Vickers, A Christian Approach to Economics and the Cultural Condition (New York: Exposition Press, 1982).

저자 비커즈(Douglas Vickers, 1924-2019)는 호주 태생으로서,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1949년] 런던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1952년] 및 경제 사상사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1956년]. 그 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재정학 교수로 15년[1957-1972년]을, 서부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경제학과 주임 교수로 5년[1972-1977년]을, 다시금 매사추세츠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로 17년[1977-1994년]을 지낸 후 은퇴했다. 그는 자기 본연의 연구 분야인 경제학은 말할 것도 없고, 종교 개혁 전통의 신학 사상에도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집필 경력에는 경제학 분야의 전문 서적뿐 아니라 기독교 경제학 계통의 연관서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경제 사상과 신학적 성찰이 함께 어우러진 특유의 역작이라고 하겠다. 책의 제목에 “경제학 및 문화적 형편”이 함께 언급된 것은 경제 행위와 현상이 문화 활동의 일부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한 가지 흠으로서, 저자의 글 쓰는 스타일에 대해 말해야겠다.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고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각 논점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논점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는지 정확히 집어내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논점의 핵심 또한 흐릿해지곤 했다. 게다가 한 가지 내용을 이곳저곳에서 자꾸만 반복하는 것도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쨌든 이 기독교 경제학 분석서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과 취급 내용은 아래와 같다.


1장 서론 및 독자를 위한 안내

처음 장에는 책을 저술하는 취지와 목표가 소개되어 있고, 곧이어 각 장의 내용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개략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2장 문제점

비커즈는 인간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지난 2세기 동안 발전해 온 “인간 중심적 인본주의”(anthropocentric humanism) ─ 인간이 만물의 척도이다 ─에서 찾는다. 한편으로 인간은 자신이 신이 되어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는 것으로 말하지만[‘합리성’의 측면], 우주의 피조성을 부인하는 순간 만물은 우연적/비확정적 대상으로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비합리성’의 측면]이 된다. 현대 사상은 이러한 합리성·비합리성의 변증법적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3장 지적-문화적 형편

저자가 살던 시대[1980년]의 지적-문화적 분위기는 실존주의와 허무주의를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비커즈는 당시의 시대적 풍조를 가리켜 “주관주의적-신비주의적”(subjectivistic- mystic)이라고 명명한다. 이러한 주관주의적-신비주의적 경향은 한편으로 도덕과 행위의 영역에서, 다른 한편으로 과학 기술적·경제적 압박에 처한 현대인의 멍한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4장 경제학자의 관점

이 장은 고전 경제학의 대부인 아담 스미스와 그의 교리 ─ “보이지 않는 손” ─로부터 출발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이론은 각 개인이 시장 체제의 메커니즘을 통하여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그것이 자동적으로 사회 전반에 최대의 혜택을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비커즈는 “보이지 않는 손”의 교리에 기초한 고전적 이론이 인간의 경제 현실과 부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여 주된 경제 사상으로 자리 잡았는지 역사적 발전 과정을 묘사한다. 이와 연관하여 당시 경제 사상가들이 기독 신앙을 어떻게 간주하고 어떤 관계를 설정했는지 (아니면 어떻게 배척/도외시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5장 경제적 문화의 뿌리

비커즈는 경제적 문화의 뿌리로서 다섯 가지 항목 ─ 가치중립적 탐구, 인간의 자율성, 인간 내재적 설명, 유물론적 과정, 비확정성의 법칙 ─을 거론하는데, 이것들은 기독교적 영향력과 무관히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바이다. 동시에 비커즈는 성경에 경제사상의 기초를 이룰 만한 다양한 자료가 포진되어 있음을 발견하고서, 이것을 일, 재산, 권세, 분배, 형평성, 가난한 자의 상태, 무역, 교환, 부, 불평등, 투자, 정부의 역할 등의 주제에 따라 정리한다.

6장 경제학, 문화 그리고 합리성

6장에서 비커즈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한층 확대시켜, 경제 이론의 형성에 큰 비중을 차지한 이슈들을 연관된 성경적 교훈과 더불어 소개한다. 이 이슈들은 (i) 재산과 권력의 의미 및 분배, (ii) 경제적 안정과 발전의 결정 요인들 및 전망, (iii) 자유와 안전(security) 사이의 실제적·실존적 긴장 문제, (iv) 경제적·사회적 책임과 혜택 사이의 상관관계, (v) 평등과 기회의 동시적 실현 등이다. 또 이들과 연관하여 정부의 경제적 특권 및 책임, 집단주의와 자본주의의 현행적 쟁점, 개인적 행위와 사회적 행위의 유발 요인 등도 언급한다.

7장 문제점에 대한 재고

이 마지막 장에서는 앞에서 다룬 것들을 배경으로 하여 개인-집단[비커즈는 “개체성-유대성”(individuality-solidarity)이라고 표현하는데]의 문제를 논한다. 특히 저자는 ‘유대성’의 개념을 자본가와 노동이라는 경제적 맥락에 적용하면서, 기업 차원에서의 협동적이고 협업적인 새로운 관계를 창안해 보이고 있다. 책 전체를 마감하면서 저자는 두 가지 중요한 신학적 주제 ─ (i) 일반 은총, (ii) 인간사에 대한 종말론적/목적론적 관점 ─를 밝혀 준다.


비커즈가 “보이지 않는 손” 교리를 반대하고 케인스의 수정적 입장을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시장 경제 이론 전부를 배척하든지 케인스의 학설을 통째로 수용하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개인의 중요성, 인간의 공동체적 실존, 정부의 의의를 지지하는 면에서나 인간의 자유로운 경제 행위, 부득이한 경우에 있어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어느 독자라도 비커즈의 설명과 주장에 모두 다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경제 활동과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매우 합당하고 솜씨 있게 통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반대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책은 경제 사상이나 사상사에 대한 것이 아니고 현재 한국의 경제 실태를 분석·진단하는 도서이다. 글은 단일 저자가 아닌 6명에 의해 작성되었다. 또 한국의 실정을 다루니만큼 저자들은 모두 한국인들이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엮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과 과제> (경기도 파주: 한울 아카데미, 2019).

이 논집은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의 연구 총서 가운데 38번째 책이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1993년에 발족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서, 진보·개혁 성향의 사회·경제학자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자에는 다섯 가지 논문이 실려 있는데, 한 논문이 두 저자에 의해 쓰였으므로 여섯 명의 전문가가 투입된 셈이다.

이 책은 부피가 크지는 않지만, 곳곳에 고도로 농축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글의 성격상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연구소의 현 소장(장세진: 인하대 명예교수)이 쓴 “머리말”(pp. 3-9)은 이모저모로 도움이 된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과거의 ‘양적 고도성장’에서 방향을 바꾸어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를 강령으로 한다고 밝힌다. 또, 이러한 정책 전환이 양쪽 ─ 과거의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과 과연 정책 전환에의 의지가 투철한지조차 의심쩍어하는 입장 ─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 논문의 글들은 대체로 중도적 입장을 견지한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정책의 전환은 지지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집행에서는 문제가 있다(p. 4)”라고 평가한다.

다섯 개의 논문을 싣게 된 내력을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첫 번째 글은 양극화 현상에 대한 고찰인데, 이는 경제 정책 전환의 이유가 바로 양극화 현상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서 2∼4번째 글들은 각각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전환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아 이에 관한 분석과 제안의 내용을 글로 담게 되었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과 과제>에 실린 글들의 제목과 저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1장 한국 경제 양극화의 역사적 기원, 구조적 원인, 해소 전략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제2장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프레임워크와 주요 정책 (주상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3장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박규호, 한신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

제4장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정책 평가와 과제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경제학 교수)

제5장 복지재정과 교육재정 적정성 전망과 지방재정 운용의 시사점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류덕현,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전환이 얼마나 바람직한지, 또 정책 전환에 대한 상기 저자들의 평가가 얼마나 타당한지 판정하는 일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이 되었다.

경제 실태를 센스 있게 파악하고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그러나 상기한 책들이라도 읽고 나면, 그래도 첫걸음마는 뗀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이것이 이 문외한의 소박한 변이다.

<seniosong@hanmail.net>


글 | 송인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칼빈 대학교에서 변증학(Th.M.)과 시라큐즈 대학교에서 분석철학(Ph.D.)을 공부했다. 한국기독학생회(IVF)의 총무 및 합동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한국교회탐구센터 소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