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공적 영역을 가르치라
2020-01-26
월드뷰 01 JANUARY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4 |
글/ 오광일(월드뷰 미디어 홍보팀장)
들어가며
직장생활, 육아에 하루 24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30~40대 젊은 아빠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젊은 아빠인가? 좋은 아빠, 존경받는 아빠인가? 현시대의 젊은 아빠들은 온 가족의 존경을 받는 아버지의 모습보다는 가장이라는 권위로 가족들을 힘들게 한 아버지의 모습들을 보고 자란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로서의 권위와 존경을 추구하기보다는 자녀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 인기 많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물론, 자녀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좋은 아빠, 존경받는 아빠의 모습일까? 탈권위적인 모습이 반드시 현시대의 젊은 아빠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일까?
대부분의 젊은 아빠들은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격이 없이 지내고, 소통을 많이 하려는 모습은 분명 산업화와 민주화운동이 격돌했던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 설문 조사에서 ‘당신의 자녀가 당신을 닮아도 좋습니까?’라는 질문에 90% 이상의 사람들이 ‘절대 안 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자녀는 부모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부모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포함된 대답일 것이다.
젊은 아빠가 가져야 할 자세 : 자녀들에게 믿음의 공적 영역을 가르치라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아빠는 어떤 모습을 지향하며 나아가야 하는가? 아빠의 약속 코너를 통해서 이 변화된 시대에 필요한 젊은 아빠들이 갖춰야 할 아빠의 자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회학자인 피터 버거는 현대 사회가 3가지 흐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세속화(secularization), 다원화(pluralization) 그리고 사사화(privatization)라고 말했다. 세속화, 다원화, 사사화가 진행 발전하여 오늘날의 해체주의(deconstruction)에서 주장하는 이론적 토대가 되고 그것이 우리 사회와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반응 중 하나는 ‘교회가 정치적 이슈, 사회문제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고 복음만 전하고 개인의 믿음을 세워주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세상은 어차피 악에 속한 것이니 세상의 변화에 너무 민감하지 말라’는 목소리이다. 표면적으로는 복음을 위하는 목소리처럼 들리지만,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것은 마귀의 간교한 지혜에 속고 복음이 공격받으며 가정이 흔들리게 만드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믿는 믿음 생활을 개인적인 문제로 특히 자신의 영적 생활, 내면의 문제로만 국한해 버릴 때 예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복음의 진리 영역은 축소될 뿐 아니라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라는 주님의 말씀에도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시대 상당수 기독교인들 특히 젊은 아빠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점이다. 믿음은 단지 사적인 차원이 아닌 공적인 영역의 것이며,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시민으로, 더 나아가 한 국가의 국민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을 포함한다. 젊은 아빠들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태도는 이것이다. 믿음이란 사적 영역의 차원을 넘어서 공적 영역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특별히 믿음의 공적 영역을 바르게 알고 그것을 어린 자녀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믿음의 공적 영역은 무엇일까?
이것은 온 우주 공간에 하나님의 주권이 다 미친다는 것을 알고, 교회 안과 밖에서 신앙의 모습이 동일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 죄인이 예수그리스도의 은혜의 복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죽으면 언제든지 천국 간다는 일차원적인 기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영역, 즉 정치와 경제, 문화와 예술, 환경에 이르기까지 죄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온 창조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단순히 ‘예수님 믿고 구원받고 천국 가세요’라는 식의 일차원적인 복음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소위 어느 이념 진영에서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예수님이 오셨고 사회 구원을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기에 그리스도인은 먼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죄의 사슬과 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씨름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마귀가 교묘하게 파고들어 그리스도인들의 정신을 혼미케 만드는 정치이념, 문화 이데올로기 등을 통찰력 있게 분별해 내고 ‘무엇이 성경적 관점에 올바른 시민의식인지?’, ‘무엇이 성경적 관점에 올바른 역사관인지?’, ‘무엇이 성경적 관점에 올바른 가치관인지?’를 알고 삶의 영역 전체에서 말과 행동으로 믿음을 입증하는 것이 바로 믿음의 공적 영역이다.
특별히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젊은 아빠들은 이 믿음의 공적 영역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공부하고, 정립하여 그것들을 자녀들에게 가르쳐 믿음의 공적 영역이라는 유산이 계속해서 후대에 이어지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자녀들에게 실제적으로 믿음의 공적 영역을 어떻게 가르칠까?
그렇다면 어린 자녀들에게 믿음의 공적 영역을 가르치기 위해서 일상생활 가운데 무엇을 먼저 실천하면 좋을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로 인한 다양한 영상매체 홍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서 수십만 건의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러한 정보의 포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데 영상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젊은 아빠들조차 어떤 지식을 전달하는 채널이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세속적인 해석의 틀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어린 자녀들은 무방비 상태로 영상정보에 노출되는 양상이며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기술의 발달로 하루에 상당한 시간을 부모 자녀 할 것 없이 영상을 보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게 사실이다.
젊은 아빠들이여! 자녀들에게 믿음의 유산을 전달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어떠한 영상정보든 그 안에 이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어떤 일을 해석하는 해석의 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마귀가 자신의 간교한 지혜로 이브를 속여 하나님을 온전히 단순한 마음으로 신뢰하는 것에서 떠나 부패하게 만들고 하나님과 교제에 문제가 생기게 만든 것처럼 영상매체 문화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지금 이 시각에도 마귀는 간교한 지혜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아빠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일상 속에서 자신과 아이들이 접하는 영상매체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것들이 성경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내용과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끔은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의 내용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점검해 주어야 한다. 젊은 아빠들은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영상을 모니터링 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적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보는 영상이 재미, 유머라는 것으로 포장되어 아이들에게 성경의 가르침과 벗어난 내용들을 무의식중에 주입하고 있지는 않는가?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울 때는 일단 유튜브부터 켜서 문제를 무마시키려고 하지는 않는가? 키즈 유튜버들의 아동노동의 문제, 어린아이가 부모의 도구처럼 사용되는 문제, 아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 어린아이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 문제, 표절, 자극적인 내용 문제에 대해서 젊은 아빠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아이들이 즐겨보는 키즈 채널의 한 유튜버는 임신과 출산하는 모습, 자동차로 인형을 다치게 하여 팔다리를 자르는 모습, 심지어는 인형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 등 자극적인 내용들로 조회수를 높이고 그런 것들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고가의 건물을 매입하는 일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이 글을 통해서 젊은 아빠로서의 역할을 정립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신인 사탄은 이런 것들이 ‘시대의 흐름, 재미, 문화 콘텐츠, 돈 버는 기술’이라는 말들로 포장을 한 다음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교회를 통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가치관과는 거리가 먼 이 세상에서의 물질적인 행복에 우선순위를 두게 만드는 사고의 틀을 무의식중에 아이들에게 주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의 가르침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가 바로 설 수 있고 인류가 발전할 수 있는 건전한 가치관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현대문명의 발달과 그것을 통해 파생된 다양한 가치관들의 확산 및 다원화 상황에서 이제 기독교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수많은 종교 중에 하나로 인식되며, 기독교 구원의 절대성을 강조하고 성경의 가르침대로 가정이 서고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낙오자를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교회 밖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수많은 영상매체의 공격으로 퍼지고 있다.
예수님께서 주신 구원의 은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공적인 영역으로까지 반드시 확산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젊은 아빠들에게 어린 자녀들에게 그러한 믿음의 공적 영역을 가르칠 책임을 요구하고 계신다. ‘아이가 마땅히 가야 할 길로 아이를 훈련시켜라. 그리하면 그가 늙어서도 그 길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언 22:6).’는 말씀으로, 오늘도 젊은 아빠들의 심장을 울리고 계신다. 아이가 마땅히 가야 할 길로 아이와 대화하고 놀아주라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아이를 훈련시키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무엇을 훈련 시킬까? 아빠의 약속 코너에서 첫 번째로 주는 미션은 영상을 선별해서 보는 훈련을 제안한다. 일주일에 하루를 떼어내 아이가 즐겨보는 영상기록을 보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아이가 미취학 아동이라면, 영상 선별 작업을 같이 해주고, 아이가 영상을 보는 중간중간 아이의 변화를 관찰하고 점검해 주어야 한다. 부모가 이런 일을 귀찮아하는 순간 아이는 보호자 없이 위험이 도사리는 정글 숲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josephoh1611@gmail.com>
글 | 오광일
성균관대학교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교육, 출판업으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월드뷰>에서 미디어 홍보팀장으로 일하며 인천사랑침례교회에서 중고등부 설교 사역을 통해 청소년들의 믿음을 세워주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