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선거
2020-03-02
월드뷰 03 MARCH 2020●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
이번 커버 스토리는 한국교회언론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억주 목사를 모셨습니다. 이억주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루이지에나뱁티스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칼빈대학교 역사신학 교수를 역임하고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으로 20년 동안 활동했으며, 현재 대석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자치법연구원 김성호 부원장이 수고했습니다(편집자).
김성호: 목사님께서는 한국교회언론회에서 오랫동안 대변인 역할을 하시면서,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쳐 온 것으로 압니다. 현재 공동대표로 계시는데, 한국교회언론회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요?
이억주: 1999년 말, 성탄절을 한 달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 KBS(한국방송)는 교회를 비난하는 방송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교계의 중심 되는 분들이 뜻을 모아 언론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2000년에 한국의 38개 교단이 모여서 한국교회언론회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데 교회의 입장을 밝히고, 교회와 사회, 정부, 언론과의 브리지(Bridge) 역할, 또는 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이슈마다 교회 입장을 밝히기도 하고, 선제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말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각 교단의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충분히 소통한 후 정리하여 입장을 발표합니다.
김성호: 목사님께서는 교회사를 전공하시고, <한국교회사>와 <한국교회를 향한 시대적 물음>이라는 책도 쓰셨습니다. 지금 어느 때보다 교회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한국 교회를 향한 시대적 물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억주: 우리 교회가 가지고 있는 것과 사회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회는 “교회가 교회다워 달라”라고 요청합니다. 교회는 이 요구에 답을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진실이 담겨있지 못하다면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진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해진 지 135년이 되었는데, 이 복음이 우리나라를 바꿨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 <기독교 전래사 연구>와 <한국기독교와 민족주의 문제 연구> 등의 논문도 썼습니다. 교회와 사회에 관련된 연구는 계속해서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교회사 연구는 변화하는 시대를 향한 교회의 역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우리 사회 전체를 바꿨습니다. 예를 들면, “삼 일 굶으면 도둑질 안 하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복음이 전해진 후에 믿는 사람들은 “우리는 굶어 죽어도 도둑질 안 해!”로 변화되었습니다. 복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캐서린 선교사가 우리나라에서 경험한 것을 쓴 책이 최근에 나왔는데, 이를 보면 딴 세상 이야기 같은 130년 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복음이 없었던 그 시절 조상의 모습을 모르고 있는 겁니다. 복음이 한국 사람들의 사상, 세계관, 생활 방식 등을 얼마나 많이 바꿔 놓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30년 이후에 교회를 비난했지만, 춘원 이광수도 처음에는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었습니다. 당시에는 6~7살 된 여자아이를 며느리로 데려와 하인처럼 일을 시키며 사는 조혼 풍습이 있었습니다. 기독교가 들어오며 이런 비인격적인 조혼을 폐지하게 되었고 이것은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신분 차별 철폐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440년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했지만 180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맹률은 90%였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조선인들에게 한국어로 번역된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야학당을 만들었습니다. 소설 <상록수>도 그러한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한글 문법책을 미국인 선교사 언더우드가 썼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복음이 들어와서 개인의 영혼뿐만 아니라 전인격의 구원을 가져왔고 사회 전체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승동교회 박성춘 장로는 천민 계급인 백정에서 장로가 되었습니다. 복음이 들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신분 질서가 운명을 정하고 또한 사람들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음이 들어온 이후 모든 사람이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고 구원의 감격으로 하늘에 소망을 두고 이 땅에서 말씀대로 살아가니까 하나님께서 그들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나라를 새롭게 하셨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를 하나님이 많이 사랑하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러다가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가는 것이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신앙적으로 먼저 이해를 해야 합니다. 제가 몇 나라의 국가를 분석해 보았는데 우리나라 애국가가 세계 제일입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게 애국가 1절의 가사입니다. 애국가는 우리나라 최초 찬송가인 찬미가 14장에 나오는 찬양이었습니다. 예배 때에 부르는 찬송가가 애국가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김성호: 이제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교인들도 많고,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요. ‘정교분리’에 대해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억주: 복음은 전인 구원입니다. 감사한 일이라고 해야 하는지 유감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제 때 우리 민족은 민족주의에 눈을 떴습니다. 성경은 민족주의를 말하고 있고, 선교사들이 이것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기독교인들이 독립운동에 앞장설 수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의해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개념이 잘못 들어왔는데 ‘정교분리 원칙’은 정치가 종교를 지배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지 종교가 정치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본 사람들이 교회의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정교분리’의 뜻을 왜곡시킨 것입니다. 또 권위주의 시대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교분리 원칙’을 가져와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정교분리 원칙’은 종교에 국가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원칙입니다. 신정국가 때는 제사장이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정치에 관여했습니다. 왕이 잘못했을 때 선지자는 왕의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국민주권주의입니다. 국민의 주권으로 뽑힌 사람들이 잘못했을 때 교회가 잘못된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강단에서 목사님들이 정치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왔습니다. 이제 강단에서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야 합니다. 특히 정책이나 사회의 변화가 교회에 해를 미치는 것이라면 더더욱 이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이슬람 우대법 등 반기독교적인 법안을 만들려고 할 때 적극적으로 교회가 나서서 입법을 저지하고 좋은 법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시대적 사명입니다. 우리가 이 사명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우리 후손들이 반기독교적인 국가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칼빈(Jean Calvin, 1509-1564)은 제네바시에서 개혁할 때 교회의 어린아이들에게 정치를 가르쳤습니다. 매우 중요한 것인데 지금 우리는 이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정치가 잘못되면 교회도 잘못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호: 현재 제왕적 권력으로 인해서 삼권분립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반기독교적인 법안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현 20대 국회에서 반기독교적인 법안이 많이 통과되었고, 이에 대해서 한국교회언론회에서도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억주: 소위 촛불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이들이 전 정권의 행태보다 더 권위주의적이고 위법과 탈법 행위가 무척 심각합니다. 그리고 입법, 사법, 행정의 독립과 견제의 기능이 무너졌습니다. 문재인 정권 2년 반 만에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먼저 한 예로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를 하는 것입니다. 집권 여당이 행정부에 협력하여 국정을 잘하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하명에 무조건 따르고, 때로는 무법하게 문제가 많은 법안까지 생산해 내는 예가 많았습니다.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추천했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은 국가로서 불행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돼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서 국민의 불신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 기독교와 불편한 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지금도 긴장 관계에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고 인류 보편적인 것을 지켜가려고 하는데 정부는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합니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 차별금지법, 인권법이라는 이름으로 기독교의 가치관을 허무는 일들을 끊임없이 하려고 합니다. 기독교는 앞으로도 기독교적 가치, 인류 보편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표를 의식해서 지금까지 추진하던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정부와 교계가 계속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것입니다. 지난 2008년에 SBS는 ‘신의 길 인간의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했는데 그것은 기독교를 허구와 신화로 몰아가려는 시도였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가 앞장서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동성애 문제도 그렇고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교회언론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습니다.
김성호: 기독교 정당을 표방한 기독자유당이 지난 2016년에 있었던 4·13 총선에서 정당득표율이 3%에 못 미치는 2.63%를 얻어 원내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독자유당이 비례대표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기독교 내부에서도 기독교 정당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억주: 저는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의 약 40%가 기독교인입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이 기독교 입장의 법안 발의에는 비협조적이고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도 않습니다. 또한 반기독교적 법안에도 당론이기에 반대하지 못하는 현실을 봅니다. 국회의원들은 공천 문제가 있다 보니 정당의 입장에 반하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수가 적어도 기독교 정당이 있다면 기독교적인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총선 결과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지만 저는 기독자유당이 비례대표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 가치와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성호: 반기독교적인 법안이 통과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은 각 후보의 공약을 면밀하게 살펴서 그 공약에 따라서 투표해야 할 텐데, 공약을 검토할 때 기독교인으로서 유의해야 할 점들을 좀 지적해 주시지요.
이억주: 어느 정당이 친기독교인지 분별하여 정당을 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회의원을 잘 뽑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지원하고 감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독교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낸다고 해도 정당에만 맡기지 않고 반기독교적인 정책들에 대해서는 기독교인들이 끊임없이 싸워야 할 것입니다. 정치가 잘못된 길을 걸을 때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사회 각 분야의 평신도 전문가들을 앞세워 일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극심한 이념 갈등을 겪었습니다. 성경에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으니 기독교를 박해하는 공산주의, 사회주의자들도 사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마귀를 대적하라(야고보서 4: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자들은 원수가 아니고 마귀입니다. 공산주의가 점령한 나라에 교회가 있습니까? 없지 않습니까? 기독교인은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기독교인의 판단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총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성호: 창조질서에 부합되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법들이 있을까요?
이억주: 지금 상황은 법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법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정부가 현 정부라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 정부라고 몰아붙이고 자신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전 정부와는 비교가 안 되는 권력을 행사해 온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법치주의 확립을 위하여 시민들, 기독교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표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부합하는 법이라는 주제는,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하지 않는 세속 정권에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다만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창조질서에 부합하는 법은 제정의 당위성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법을 제정할 때 종교를 존중하는 태도로 임하기를 주문합니다.
김성호: 창조질서의 하나가 다양성이라고 봅니다. 획일주의적 사회주의는 기독교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이억주: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갈등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정권을 차지한 이들은 권력의 확장과 권력의 유지를 위하여 획일주의와 전체주의의 유혹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국가(정부)라면 다양성의 가치를 귀히 여기고 개인의 자유에 관한 일들을 다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가지는 소회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정직성을 가지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지켜가는 정치를 펼쳐주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김성호: 장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