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교육의 특징과 북한 해방 전후 교육의 방향 (2)
2019-12-20
월드뷰 12 DECEMBER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1 |
글/ 심대한(‘생명의 강’ 회원)
1. 특권과 저급의 차별 교육
지난 호에서는 북한 교육의 특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북한의 교육은 정치사상 교육, 우상화 교육, 특권과 복종을 요구하는 차별 교육이 특징이었다. 이번에는 그 교육의 결과로서 노예성 문제와 극복 방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북한 교육의 핵심을 요약하면 김일성-김정일주의적 사교(邪敎)를 바탕으로 전 인민을 노예화하는 (민노(民奴)주의를 택한) 차별적 세뇌 교육이다. 북한은 평양 중심의 극소수 지배층이 특권층을 형성하여 절대다수의 인민을 지배하고 거짓 선전·선동, 착취, 압제(무력과 공포)를 앞세워 지탱하는 체제이다. 체제 유지의 주요 수단 중 하나는 선전·선동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이다. 북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절대 권위에 복종하고 김씨 왕조를 위하여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총폭탄으로 산화시킬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된다.
아이러니는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는 교육을 모든 시민의 권리로 보장하고, 내재된 불평등을 경쟁을 통해 교정하여 평등을 보장하려고 하지만, 평등을 강제한다는 사회주의 국가는 교육을 교화의 수단으로 보고, 저급한 교육은 다수 인민에게, 특권층에게는 고급 엘리트 교육을 실시한다. 대다수를 위한 저급한 보통 교육과 출신 성분이 좋은 일부 특권층을 위한 차별 교육, 우열 교육은 북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북한은 대다수의 인민을 당과 수령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념은 깊고 풍부하며 전문성은 낮은, 보통 교육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인민들이 배울수록 비판의식이 성장하여 대안적인 이념과 체제를 갈망하게 되므로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차별적‧특권적 교육 제도를 만들었다.
북한은 내부 단속을 위해 진실을 가리고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한·미·일에 대한 적대 정책을 통해 공포와 감시, 처벌로 지탱하는 사회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지배층의 역사적 죄악은 크다. 현재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폭압으로부터 해방은 더 멀어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달리 보면 그만큼 권력은 1인에게 고도로 집중화되어 있고,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한 비용은 많이 들고, 다수 인민과 소수 지배층은 만성적인 적대 관계에 놓여 불안하기 그지없는 정권이다. 즉 3대 세습의 압제와 빈곤은 지배층과 인민들 사이의 만성적인 대결과 체제 불안을 낳고 있다.
2. 거짓 선전·선동과 압제로 만들어지는 신민(臣民) 의식
북한의 제1 신조는 북한 전체를 대표하는 한 수령을 위하고, 수령 하나는 북조선 인민 전체를 외부의 사악한 제국주의 침탈에서 보호해준다는 허상의 국제 관계에 기초하는 체제이다. 북한의 대다수 주민들은 왕조, 사농공상, 가부장제 아래 조선 말 ‘황제’의 신민에서, 일제 식민지 압제 하의 ‘천황’의 신민으로, 해방 후에는 공산당의 ‘위대한 수령’의 신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만성 노예 상태인 북한 주민들은 압제자의 교체만 경험했을 뿐이다.
북한 주민을 조형하는 것은 교육보다 더 생활 밀착적으로 행해지는 10대 원칙이다. 1974년 김정일은 김일성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으면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라는 10조 65항으로 된 북한 전 국민 남녀노소가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생활 준칙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것은 북한의 온갖 법 위에서 모든 인민을 실제로 지배하는 생활 속의 사상이고 규칙이다(김현식, 2007: 224-225). 김정일 사후 개정된 10대 원칙은 김일성에 김정일을 합하여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강고히 하고 ‘대를 이어’ 충성을 강요하는 일종의 ‘10계명’이 되었다. 다음은 개정된 10대 원칙과 일부 하위 항목이다.
1.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기 위하여 몸 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2. 김일성과 김정일을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으로, 주체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한다.
3.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 당의 권위를 절대화하며 결사옹위하여야 한다. 3-3)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려는 자그마한 요소도 절대로 융화 묵과하지 말고 비상사건화 하여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리며 온갖 계급적 원쑤들의 공격과 비난으로부터 김일성과 김정일의 권위, 당의 권위를 백방으로 옹호하여야 한다.
4. 김일성과 김정일의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당의 노선과 정책으로 철저히 무장하여야 한다. 4-8) 우리 당의 혁명사상, 당의 노선과 정책에 대하여 시비 중상하거나 반대하는 반당적인 행위에 대하여서는 추호도 융화 묵과하지 말아야 하며 부르주아 사상, 사대주의 사상을 비롯한 온갖 반당적, 반혁명적 사상 조류를 반대하여 날카롭게 투쟁하며 김일성-김정일주의의 진리성과 순결성을 철저히 고수하여야 한다.
5.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당의 노선과 방침 관철에서 무조건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6. 영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전당의 사상 의지적 통일과 혁명적 단결을 백방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7. 김일성과 김정일을 따라 배워 고상한 정신 도덕적 풍모와 혁명적 사업 방법, 인민적 사업 작풍을 지녀야 한다.
8. 당과 수령이 안겨준 정치적 생명을 귀중히 간직하며 당의 신임과 배려에 높은 정치적 자각과 사업 실적으로 보답하여야 한다.
9. 당의 유일적 영도 밑에 전당, 전국, 전군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강한 조직 규율을 세워야 한다.
10. 김일성이 개척하고 김일성과 김정일이 이끌어온 주체 혁명 위업, 선군 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 완성하여야 한다. 10-5) 당 중앙의 권위를 백방으로 보장하며 당 중앙을 목숨으로 사수하여야 한다.
북한은 공식적인 교육보다 10계명과 같은 10대 원칙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이다. 김일성-김정일을 신적인 존재, 특정 이념의 화신으로 받드는 가히 사교(邪敎)에 가깝다. 전지전능, 무오류, 영생의 기독교 하나님 자리를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의 최고 권력이 차지한 형국이다. 위의 3조 3), 4조 8), 10조 5) 등의 하위 항목들을 보면 북한은 안팎으로 물샐틈없이 촘촘히 그물망을 짜서 체제를 공고히 사수하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사람을 특정 방향으로만 조형하는 것이 북한의 교육 훈련이고, 생활 속의 반성과 나와 남을 비판하는 것이 제도적 장치로서 ‘총화’이다. 북한 주민들이 어떤 인생관, 세계관을 형성하고 대물림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위의 10대 원칙 65개 항목에서 잘 드러난다.
사람은 누구나 절대 권력 앞에 공포와 무력감을 느낀다. 절대 권력에 대한 절대복종이다. 이는 나보다 더 강한 이들에게는 복종하지만, 돌아서서 나보다 더 약한 이에게는 무자비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편으로 가학성이 다른 한편으로 피학성이 되어 발휘된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자유 민주적 정치 이념 교육이 필요하다. 이 교육의 주요 내용은, 자유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누구나 신이나 법 앞에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 그간 절대 권위 앞에 무력한 종 또는 노예로서 가졌던 가학성과 피학성을 떨치도록 하는 것, 각인이 자신의 주인으로서 자유롭고 평등한 사람들 간에 사랑과 배려의 관계를 만드는 것, 국가 사회의 주인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 자립성을 키우는 것 등이다. 또한, 나아가 경제 교육과 직업 교육 및 과학 기술 교육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쓸모 있는 생산적인 인간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도록 돕는 일이다.
3. 노예근성을 근절하기 위한 교육의 지난한 어려움
일제 치하와 6.25 전쟁을 겪지 못한 북한의 전후 세대들은 기본 인권도 없는 사회에서 사는 것을 애초부터 정상 생활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은 현대 자유 민주주의 사회가 말하는 개인의 존엄과 가치,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과 정부의 계약으로서 국민 국가, 정부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복지 등을 전혀 알지도 경험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자주독립적인 개인의 능력, 경쟁력을 발휘해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다. 수령이 모든 것을 은혜롭게 해결해주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외세 특히 미제의 방해로 인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세뇌하고 있다. 이런 세뇌는 유아 시절부터 이루어지는 의도적 정신 조작이다.
다른 나라들 특히 남한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들도 어렴풋이 듣고는 있으나 압제로부터 해방을 기획하기에는 억압하는 무력이 너무 센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은 여기서 무기력해진다. 북한 주민들은 창발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전제 국가, 수뇌부가 제멋대로 해도 되는 독재 국가의 억압 하에 살고 있다. 수뇌와 당 중앙이 중요한 결정과 계획을 하는 곳에서 주민들은 수동적 신민이 되었고, 무기력한 노예가 되어왔다. 정치적으로 노동당원이 되어서야 무엇을 할 수 있는 정치 우선 혹은 무력 우선의 국가 체제이다.
북한 주민들의 사상적 개혁 작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방도를 마련하는 것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북한을 남북한을 포함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북한의 실정이 잘 드러나, 북한 주민의 사상 개조가 훨씬 쉽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남북한의 비교가 가장 손쉽고 설득력이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북한에 비교한다면 대한민국은 얼마나 발전하였나? 북한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백두혈통의 거짓 선전을 드러내고, 남조선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행한 6.25 남침 전쟁과 그 후의 끊임없는 대남 도발, 적화를 위한 각종 만행을 역사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주변국들 또는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을 비교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포함된 자유 진영 국가들이 북한이 포함된 사회주의 국가들에 비해 얼마나 자유롭고 사람답게 사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통일될 우리나라에 어떤 나라들인가? 중국과 러시아는 통일될 우리나라에 어떤 나라들인가? 이는 과거의 역사를 살핌으로써 드러날 수 있다. 조선은 어떤 나라였나? 조선의 종주국으로서 중국은 어떤 나라였나? 일제하 국권 상실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에 대한 소련(러시아)과 중국의 이념적 침투와 이로 인한 북한의 후진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대외적 여건만 탓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후진성을 가져온 대외적 간섭을 북한 주민들에게 철저히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당위적 인식과 더불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몇 가지는 대한민국의 국민 각자가 언젠가는 도래할 해방 후 북한의 재건을 위하여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소명의식이 뚜렷하고 이에 관한 훈련이 철저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는 대민 업무인 보건·의료, 교육 등은 탈북자를 포함한 북한 현지인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의료 보건 위생은 즉각적인 필요와 효과를 보이므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상, 이념, 정신을 개조하는 교육은 재교육된 북한 교사들을 활용하게 되면 자칫 반감을 초래하거나 전달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 해방의 주체인 우리들은 평소 북한의 정치 경제, 과학 기술, 사회 문화 등의 실상에 대해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해방 후 남북한 역사를 비교하면 어떤 모습인지, 북한 주민의 기저 이념은 어떠한지, 대남·대미·대일 적대 의식은 어떠한지, 대외 개방을 시작하면서 생길 새로운 적대 의식이나 차별 의식을 예방할 방안은 무엇인지, 그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과 숙원 사업은 무엇인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물질적 요구 외에 더 높은 요구는 무엇인지, 그들에게 기본권, 참여, 권리, 의무와 같은 자유 민주주의 사상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자유 시장, 경쟁, 자립, 성실, 책임 등 자본주의 사상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등등은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는 신민 의식과 노예성의 제거 문제에 귀착된다. 교육을 통해 이런 수동성과 무기력성을 바꾸는 것은 매우 지난한 과업이다.
탈북자들도 남한에서의 경쟁 상황과 자조 독립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압제 아래 살던 인민들이 배급이 끊어진 후에 장마당을 통해 자구책을 세우는 정도의 적극성으로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기 힘든 것이다. 이런 정신 개조 운동은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나 남한의 새마을 운동 등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해방된 북한 주민들이 근대 사회의 국민이 되려면 시민 혁명의 자주 독립적 의식을 가진 국민으로서 성장, 산업혁명의 경제적 독립의 직무 수행 능력, 과학 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자세와 능력 등을 익혀야 할 것이다.
나라의 체제, 이념, 헌법 등은 그 국민들을 복지로 이끌 수도 있고, 독재국가에서처럼 지옥으로 이끌 수도 있다. 체제와 이념이 다르면 통일은 매우 어렵고 대결은 깊어진다. 북한에서 진행된 세뇌 교육의 깊은 뿌리를 생각하면 남북한이 제도적이고 영토적인 통일을 이루고 새 교육과정을 마련해서 새 교육을 시행하더라도 마음과 머리의 통합을 이루는 데에는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예상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교육 당국과 교육자들이 미리 남북한 교육 통합을 위한 장기적인 구상 아래 공론을 거쳐 새로운 교육 설계를 탄탄하게 구안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서는 해방 직후 북한 교육의 방향과 목표 재설정 및 교과목의 개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참고문헌>
교육위원회(2013). 제1차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강령(소학교). 교육위원회.
교육위원회(2013). 제1차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강령(초급중학교). 교육위원회.
교육위원회(2013). 제1차 전반적 12년제의무교육강령(고급중학교). 교육위원회.
김일성(1977).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 김일성저작선집(7). 조선로동당출판사.
김현식(2007). 나는 21세기 이념의 유목민. 김영사.
https://namu.wiki/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
글 | 심대한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석사 졸업. 전 한국교육개발원,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 남북한 교육에 관심이 높고, 특히 정치사상 교육에서 신분제 사회의 신민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근대 시민, 국민 국가의 국민 형성 교육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