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영역에서 종교의 자유

공적영역에서 종교의 자유

2018년 8월호 발행사

이번 8월호 특집 주제는 “공(公)적 영역에서의 종교적 자유”입니다. 공적 영역에서 종교적 자유, 더 나아가 개인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 보장이 되어야 하는가하는 문제는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자유라는 단어는 기원전 24세기에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보다 약간 동북쪽에 위치한 수메르 도시국가 라가쉬(Lagaš)에서 처음 나타났다고 합니다.

수메르어의 “아마-기(ama-gi)”는 “빚을 다 갚아서 구속에서 해방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오늘날 자유라는 단어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자유라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고대사회에서 고대사회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인의 자유는 보호되지 못했습니다. 서양문명의 뿌리가 되는 그리스나 로마에서 조차 개인의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상인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가나 군인 등 공인(公人)을 더 존경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공(公)은 선(善)이고 사(私)는 악(惡)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오늘날에도 이러한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성경은 창세기에 선악과를 통해서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주었음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약시대에 유태인의 율법과 전통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개인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예수 때문이라고 『사회분업론』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 1858~1917)이나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저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인식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후에도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개인을 억압했고, 이에 대항해서 개인을 회복시킨 사람이 바로 루터나 칼빈 등 종교 개혁가들이었습니다. 이것이 칸트 등 자유주의 철학자들에 의해서 확산되었으며 1776년의 미국 독립전쟁이나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해서 개인의 자유가 확산되었습니다.

경제사적으로 보아도 그 이전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주의가 시작된 유럽에서도 18세기까지 중상주의( Mercantilism) 이념으로 인해서 경제역역이 공적 부문에 의해서 억압되었습니다. 중상주의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상업을 중시여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부국강병을 위해서 정부가 경제를 통제해야한다는 이념으로, 경제적 자유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에서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 바로 이 중상주의 경제정책이었습니다. 오늘날 서구가 산업혁명 이후에 맬서스의 덫(Malthusian Trap – 인구가 증가하다가 전쟁, 기근, 질병 등으로 인해 다시 인구가 감소하게 되는 요인)에서 벗어나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인구가 크게 증가하게 된 이유가 이러나 개인적 자유에서 기초하는 창의로 인해서 혁신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서구 선진국은 19세기 말에 자유주의가 크게 확산되었으나, 빈부격차를 우려하는 마르크스주의의 대두와 이후 소련을 시작으로 공산진영이 확산되면서 다시 개인의 자유보다는 평등을 더 강조하고,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조류가 확산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이념에 대항해 서구에서 시작된 복지국가 이념도 역시 시장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국에서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의 영향으로 경제학에서도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맡기기 보다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케인즈(Keynes)주의 경제학이 20세기 중반 이후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20세기에 다시 국가의 공적 기능이 확산되는 현상을 신중상주의 사조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1980년을 전후로 영국의 대처행정부와 미국의 레이건행정부가 등장하면서 자유주의가 다시 확산되었습니다. 또한 1990년을 전후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 및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세계는 다시 자유가 확산되는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마치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듯이 이렇게 지난 200년 동안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이 서로 주도권 경쟁을 했습니다. 이를 두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다니엘 여진(Daniel Yergin)과 스텐니스로( Joseph Stanislaw)는 『커맨딩 하이츠(Commanding Heights: : The Battle for the World Economy, 번역서명 『시장 대 국가』)』에서 20세기를 경제주권을 서로 차지하려고 시장과 국가가 싸움을 한 시기라고 파악했습니다. ‘커맨딩 하이츠(Commanding Heights)’란 1922년 레닌이 소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국가 기간산업이나 주도 세력을 의미합니다.

경제영역에서 시장에게 어느 정도 역할을 맡기고, 국가가 어디까지 간섭할 것인가를 두고 지난 2세기 동안 논쟁을 했는데, 이제 이 경제영역의 논쟁은 다른 사회문화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생산양식(mode of production)이라고 하는 경제영역에서의 계급갈등 구조를 강조하던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문화영역에서의 계급갈등을 강조하는 네오마르크스주의가 확산되면서 이제 전선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넘어서 정신적 자유 및 종교적 자유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9세기 자유방임주의 이념 하에서는 개인의 가난이나 실업은 국가가 염려할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복지국가 이념이 확산되면서 이제 가난이나 실업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이해되어 공적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이러한 공적 영역의 확대가 다시 전근대 시대의 전체주의로 확산될 것을 염려하는 측과 발전이라고 인식하는 측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호는 지난 6월 7일에 조배숙 의원실과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전국교수연합이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중심으로 꾸몄습니다.
커버스토리는 이 발제자 중의 한 사람인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의 에릭 엔로우(Eric G. Enlow) 원장 인터뷰로 정했습니다. 그는 미국 기독법조인회(U.S. Christian Legal Society)의 창립자 이며, 한동국제법률대학원 초대 학장인 린 버자드(Lynn Buzzard) 원장의 추천으로 한동대학교와 인연을 맺고, 기독교와 법(Christianity and Law), 국제지적재산권법(International Intellectual Property)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특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종교의 자유를 어떻게 억압하게 되는지 미국의 판례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커플에게 입양을 거절한 기독교인이 이로 인해 고아원을 폐쇄시키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기독교인의 종교적 자유가 혁명적인 성윤리와 충돌한 대표적 사건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 미시시피 주정부가 통과시킨 “정부 차별로부터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는 법” 일명 “양심자유보호법”을 소개하였습니다.

이어서 특집칼럼으로는 전윤성 미국변호사의 글을 실었습니다. 그는 미국의 차별금지법으로 인해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설교가 증오표현 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역 1개월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 노방전도하다가 수감된 사례, 동성애 반대 학칙으로 인해 로스쿨 설립 인가가 취소당한 사례 등 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에서 보면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의 권리와 타인의 종교의 자유가 충돌할 때에, 성소수자의 권리만을 옹호하고 종교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제한 또는 박탈함으로써 법의 형평성을 잃고 역차별을 일으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뉴욕 주, 캘리포니아 주 등 북부의 약 19개 주에서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주법으로 제정된 반면에, 바이블 벨트로 불리는 남부의 약 21개 주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종교의자유회복법’이 입법되었으며, 나머지 주의 주에서는 양측 사이의 총성 없는 입법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호에 다룬 두 번째 종류의 ‘공적영역에서 종교적 자유’는 종교적 이념에 의해서 세워진 종립학교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종립학교에서는 당연히 그 학교의 설립 이념에 맞는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지만, 교육이 공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종교적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하는 2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먼저 자유와인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고영일 변호사가, 잘 알려진 사건이지만, 2002년에 대광고등학교에서 채플 및 성경 수업을 거부한 강의석군의 사례로 본 반기독교세력의 종교의 자유 침해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학생이 자신의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아니라, 반기독교 세력들이 사법제도를 통한 헌법과 법률 해석으로 대한민국에서 미션스쿨을 고사시키려는 싸움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고영일 변호사는 이 소송 사건의 배후인 종교정책자유연구원(일명 종자연)의 조직 등 배후 세력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로 인해서 미션스쿨에서 필수 예배 및 성경공부가 금지된 결과를 낳았으며, 이후 불교계가 미션스쿨의 예배 및 선교를 어떻게 방해했는지 그리고 기독교계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설명했습니다. 이후 차별금지법안과 학생인권조례 등 각종 입법과 행정권을 통해서 반기독교세력이 어떻게 개신교에 대한 공격을 했는지도 소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전국 교목회 사무총장 원광호 목사는 귀신 나온다고 무서워서 화장실을 못 가는 아이에게 예수님을 부르며 가면 괜찮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공직자 종교중립 복무규정’ 위반으로 감봉과 함께 전보조치를 받은 춘천의 초등학교 선생님 세 분에 대한 행정조치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교목이 종교교사로 되어 있는데, 종교교사는 종교 중립적이어야 하는 규정이 가져오는 문제점, 그리고 결원 교사에 대한 교육청의 임용 절차에 대한 간섭으로 인해서 종교 교사 자격증을 가진 천주교나 원불교 심지어 통일교 교사도 후보로 포함시켜야 하는 기우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서 학교의 설립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시급함을 주장합니다. 지난 5월호의 “침해당하는 기독교교육에서의 자유”라는 제하의 특집 칼럼들과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대학에서 교수의 학문의 자유와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루는 두 편의 칼럼을 소개했습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 이념으로 세워진 대학에서 반기독교적인 연구나 강의를 하는 교수를 처벌할 수 있는가, 또는 동생애에 반대하는 이념으로 세워진 대학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학문적 주장이 용인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영화교수는 종립대학의 교수는 “종립대학의 정관과 학칙에 반하는 강의와 강연을 임의로 할 수 없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음선필 교수도 역시 “종립대학 교수와 학문의 자유”에서 “종립대학의 건학 이념에 반하는 내용을 강의·강연함으로써 종교적 교리에 기반을 둔 학문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경우, 종립대학은 종교교육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 구성원인 해당 교수를 징계하거나 그 재임용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특집 주제와 관련된 서적으로는 맥스 L. 스택하우스(Max L. Stackhouse)의 『글로벌 시대의 공공신학: 세계화와 은총』을 실었습니다. 총신 신대원의 이상원 교수는 이 책을 소개한 후 비판적 관점에서 평가했습니다.

월드뷰 발행인 김승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