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공공정책과 한국교회

기독교 공공정책과 한국교회

2019-11-19 0 By worldview

기독교 공공정책과 한국교회


월드뷰 11 NOVEMBER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9


글/ 이은선(안양대학교 신학대학장)


한국교회가 2012년 초에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이하 기공협)”를 조직하여 한국 정치에 참여한 과정을 고찰하면서, 기존의 정치참여와 기공협의 정치참여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아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1. 역사 교과서의 기독교 왜곡 서술 시정을 위한 “한국 교회 역사 바르게 알리기 운동본부” 조직


한국 교회가 정치에 참여했던 방법은 다양하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기독교 정당을 조직한 때도 있었고, NGO 단체를 조직하여 공명선거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고, 교계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을 만들어, 정부에 기독교와 관련된 정책에 입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2년에 시작한 기공협은 한기총과 한국 교회사학회 등이 중심이 되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기독교와 관련하여 왜곡된 서술을 바로잡는 활동으로 출발하였다. 박명수 교수는 금성출판사가 집필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린 기독교와 관련한 내용 가운데에서 “서양 종교의 이념은 전통적 가치관과 충돌하여 민중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특히 지나치게 복음주의를 강조하여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의 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134쪽)라는 왜곡된 내용을 발견한 후, 2008년 3월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의 기독교 서술의 문제점”이란 논문을 통해 기독교와 관련된 교과서의 서술이 지나치게 편향되었다는 것을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2009년에는 박명수, 이은선 교수 등을 중심으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금성출판사 이외의 5종의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역사 교과서들의 문제점들을 인식한 후에 한기총은 역사 교과서들의 기독교 서술에 대한 왜곡, 축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4월에 “한국 교회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본부”를 조직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하였다. 한기총은 9월에 역사 교과서 분석내용을 취합하여 ‘개정 교과서의 역사수정 요청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역사 교과서 관련 논문들을 모아 2010년 4월에 <역사 교과서와 기독교, 공정하게 서술되었는가?>(쿰란출판사, 2010)를 출판하였다. 이와 함께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역사 교과서와 지리부도가 출판되면 기독교 관련 내용이 제대로 서술되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수정을 요구하였다.


2. 역사 교과서 집필 지침의 개정


역사 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 활동의 왜곡과 축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국사 교과서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제작을 위한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2009년 당시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고, 집필 기준은 정하는 과정 중이었다. 교육과정에 천주교와 동학은 들어가 있었으나 기독교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집필 기준에 기독교를 서술할 수 있도록 개항 이후 기독교의 수용과 근대화 관련 항목을 삽입하기 위하여 전력투구하였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2010년 10월 국회에서 한국 교회 역사 바로 알리기 운동본부와 한국교회 사학회가 공동 주관하여, 역사 교과서 집필 지침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고, 10월 23일에는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하여 김영진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하였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의 열매로 2011년 에 역사교육 과정 집필 기준이 개정되었다. 개정 이전의 집필 지침은 “개항 이후의 시대를 서술함에는 특정 종교에 편향이 없도록 하라”로 규정하여 개항 이후에 들어온 기독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개정한 지침은 “개항 이후 개신교 수용과 각 종교 활동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서술하도록 유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집필 지침에 따라 2014년부터 고등학교 한국사 수업에서 기독교 수용과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종교 서술과 관련한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것인지 2018년에 제정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는 아예 조선 시대 이후부터 종교와 관련된 학습요소는 전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독교가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이바지한 내용을 정당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3. 공공정책포럼 조직


한국 교회가 이렇게 역사 교과서를 수정하는 과정 가운데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였다. 정부의 종교예산이 지나치게 불교 지원 중심으로 편성되었고, 기독교 지원 예산은 너무 빈약하다는 사실이다. 박명수 교수는 2010년 5월에 ‘정부의 종교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이란 논문을 통해 전통사찰 유지·보수, 경전 번역, 템플스테이 사업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문화재 관리비 징수까지 허용함으로써 불교 포교 예산을 암묵적으로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정부가 관광을 목적으로 매년 185억 원을 절 체험에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1,200억 원을 들여 대구 팔공산에 불교 테마공원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라면서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특정 종교의 포교를 돕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대구 팔공산 불교 테마공원 사업은 대구지역의 기독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대하면서 2010년 10월에 추진이 중지되었다. 템플스테이 예산은 2004년에는 18억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2007년에는 150억 원, 2009년에는 185억 원, 2012년에는 200억 원, 2016년에는 248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명수 교수는 2010년에 공공정책포럼을 조직하여 문화재 예산을 분석하고,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템플스테이 예산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였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불교계를 지원하는 정부 예산을 문제 삼기보다는, 기독교계도 국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한국 교회 안에도 100년이 지난 오래된 교회 건물들을 근대문화재 유산으로 등록하여 문화재로 인정받아 보호받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겠다.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진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 1897년에 지은 최초의 개신교 교회 건물.


4. 한국기독교 공공정책 협의회


박명수 교수는 공공정책포럼을 통해 활동하면서 학자들의 활동만으로는 국가 정책에 기독교의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고, 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2012년에 공공정책협의회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기공협을 조직하게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불교계에서 이 후보자에게 7가지의 불교 정책을 요구하였고, 그것이 이 대통령 공약으로 발표된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불교계는 자신들의 정책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2007년 6월 불교 정책 기획단을 만들고, 각 분야 별(불교관계법, 환경/생태, 국제사회, 불교문화 콘텐츠, 남북 불교, 문화/문화재, 교육/청소년, 사회/복지, 불교/미디어) 토론회를 거쳐 불교정책 보고서와 불교정책 자료집을 만들어 각 후보에게 전달하였다. 이러한 불교계의 요구에 응답하여 이명박 후보는 2007년 11월 13일 불교종단협의회에 참석해서 불교정책 7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1) 불교 문화재 유지 보수를 위한 정부 예산 증대 2) 연등축제를 국가전통문화축제로 지정 3) 국제 불교 문화교류센터 건립지원 4) 10·27 법란 특별법 제정을 통한 불교계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추진 5) 불교인이 임명되는 전통문화담당 보좌관 제도 신설 6) 남북 불교 교류와 북한 불교 문화재 복원사업지원 7) 가칭 불교전통 문화연구소 설립 등이었다. 그리고 2011년에 이러한 정책들은 상당 부분 실천되고 있었던 반면에, 기독교계는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적극 환영하기는 했으나, 아무런 정책을 요구하지 않았다.

여기서 기독교계 지도자들도 2012년에 접어들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하면서 기독교계에서도 정부에게 요구할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2년 초에 기공협을 조직하였고, “매주 금요일, 학계, 시민단체, 공직을 지낸 전문가들이 함께 공공정책을 연구 개발하여” 정책협의회에서 기독교계가 요구할 10가지 분야를 결정하였다. 기공협은 4.11 총선 때 여야 정당에 10개 분야 43개 항목의 기독교 공공정책을 제안해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고, 11월에는 대선후보들에게 10개 분야의 정책을 제안하였다. 이 제안의 전문을 보면 ‘지금까지 한국기독교는 정교분리원칙을 지나치게 고수한 나머지 기독교계의 바람직한 정책을 정치권에 제시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렇지만 민주주의는 정치권과 국민의 정책적인 의견교환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독교계에서도 정책을 제안한다는 것을 밝히고 나서 <기독교 공공정책 10대 정책 제안> 을 하였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근대 기독교 문화유산의 체계적 보호 및 활용지원(문화관광부)
2. 종립학교의 종교교육권 보장(교육과학기술부)
3. 정부 종교 관련 예산의 편향성 지양(문화관광부)
4. 공직자의 개인적인 종교 자유 보장(행정안전부)
5. 동성애, 동성혼의 법제화 절대 반대(법무부)
6. 국가와 공공단체의 일요일 시험실시 폐지(행정안전부)
7. 종교단체의 재산권에 대한 별도규정 마련(국세청)
8. 교과서의 기독교 관련 및 인간기원에 관한 공정한 서술보장(교육과학기술부)
9. 선교사역에 대한 정책당국의 인식전환과 지원책 강구(외교통상부)
10. 방송매체의 종교 관련 언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특히 당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하여, 350여 개의 기독교 학교에서 공공성이라는 이유로 아예 기독교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련 규정과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를 고치려고, 제2항목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정책 가운데 제6항목은 한국 교회가 1970년대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주일 시험 변경 건으로, 2015년 11월 한국산업 인력 관리공단이 주관하는 37개의 국가 자격시험이 주일에서 토요일로 변경되는 등 공무원시험을 포함하여 주일에서 토요일로 변경해 실시되고 있다. 2017년 4월에 기공협이 제안한 10대 정책에는 헌법개정의 필요성, 생명존중정책, 인권증진정책, 교육진흥정책, 사회 안전정책, 문화정책, 종교정책, 외교 안보정책, 남북 교류 및 통일정책 등이다. 그리고 기공협은 그 이후에도 정부 정책에 대해 기독교의 입장을 논평 형식으로 계속하여 발표하고 있고, 선거가 있을 때 계속하여 정책을 발굴하여 제안하고 있다.


5. 기공협의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제언


기공협의 정치참여형태는 지금까지의 기독교의 정치참여와는 약간 구별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기공협의 정치참여는 당면한 기독교의 현안들을 좀 더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서 정당과 대통령 후보들에게 제시하는 전문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일정한 효과를 거둔 부분도 있다. 앞으로 기공협의 정치참여가 내실 있는 정치참여로 나아가려면, 기독교가 한국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정부에 제안하고 정부와 기독교의 협조 아래서 열매를 맺도록 추진되어야 하겠다.

<eunlee@anyang.ac.kr>


글 | 이은선

서울대 사대 역사학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총신대 목회학석사(M. Div), 신학석사(Th. M.), 철학박사(Ph. D.)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안양대 신학대학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신학대학장, 교목실장. 신대원장역임, 한국개혁신학회 부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