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 2030 청년 이해하기
2019-09-07새로운 세대, 2030 청년 이해하기
월드뷰 09 SEPTEMBER 2019●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
글/ 황동한(함께하는교회 담임 목사)
“아이구, 나는 도대체 요즘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지? 자기들 생각이 다 맞는 줄 알아.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들 같아…”
60대 이상의 어른들이 20-30대 청년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괴리감’이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지만 전혀 다른 생각과 가치관으로 살아가기에, 60대 이상의 어른들이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20-30대 청년들을 바라본다면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외계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20-30대 청년들도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들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무언가가 있었기에 지금의 그들이 된 것이다. 무턱대고 “청년들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야”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저들은 왜 저런 생각들을 할까? 청년들은 어떻게 해서 저런 가치관과 세계관들을 가지게 된 것일까?”라는 이해의 출발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 ‘이성과 경험’
그렇다면, 2019년을 살아가는 20-30대 청년들의 정신과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 뿌리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의 역사 중에서 르네상스 이전인 서양의 중세 시대라고 불리는 전근대 사회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혹은 세계사에 조금이나마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중세 시대를 지배하던 사상이 무엇인지는 잘 알 것이다. 바로 ‘신학’이다. 중세는 교회가 권력으로 세상을 장악하던 시대였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인식되던 시기였다. 중세 시대 사람들의 판단 기준은 교회 혹은 종교였으며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기독교적 범주 내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르네상스를 계기로 중세 시대는 사라지고 근대사회로 넘어오며 사람들의 가치 판단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세 시대에 기준이 되었던 신앙은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눈에 보이며 직접 부딪히면서 습득하는 경험적 가치와 판단의 세계인 이성만이 믿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즉, 경험과 이성이 사람들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물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근대 사회도 세계 1,2차 전쟁으로 마감이 되고 새로운 사회가 도래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험과 이성이 가치의 기준이라는 근대적 사고방식은 여전히 존재하며 시대는 바뀌었지만 그 정신은 이어져 가고 있다. 이성이 중심이 되는 사상은 합리주의와 과학적 사고를 낳고, 합리성과 과학성이 없는, 즉 이성과 논리에 맞게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배려의 차원에서 다원주의가 생겼다. 예를 들면, 종교·구원의 문제는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종교는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없으니 너의 종교를 존중할게. 나의 종교도 존중해줘”라는 다원주의적 관점의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 세대가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은 그 세대가 살고 있는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칼 만하임(K.Mannheim, 1952~)은 한 세대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경험의 성층화’라는 개념을 도안해 냈다.
1) Karl Mannheim, “The Problem of Generation”, PP. 276-320이는 한 세대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회적 의식을 형성할 만한 사건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세대는 문화를 만들고 거대한 담론을 형성한다. 한국은 6.25 전쟁과 그 뒤 곧바로 이어진 경제 성장이라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추어 ‘물질’ 이라는 세대 간 담론을 형성했다(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발전 현상이 비슷해서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물질이라는 거대 담론을 잡고 있다).
2) 세대 차이와 갈등, 이론과 현실, 박재흥 지음그렇다면, 물질을 충분히 경험한 세대에서 그다음 할 수 있는 것은 탈 물질을 통한 ‘가치’ 중심의 담론 형성이다. 실제로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물질을 추구하는 세대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탈 물질 현상이 나타나서 가치 중심적으로 바뀜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세계적인 흐름과 다르다. 물질 이후에 탈 물질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범위가 너무 작게 나타난 것이다. 즉, 물질을 벗어나 가치로서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물질과 탈 물질이 교묘하게 혼합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 이후 곧바로 IMF 외환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아직 물질에 잡혀 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 현상을 함께 경험한 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관계, 공동체, 소속감, 성취감 등의 대안 교육이다. 탈 물질문화를 이끌어내어 가치 있는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이 세대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칼 만하임의 세대 이론과 세계 역사적 의식의 흐름을 바탕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20-30대 청년들을 보면, 이들은 철저히 근대 이후의 사고 방식인 ‘이성과 경험’ 아래에서 교육받은 세대들이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대한민국이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시대에 태어나 자랐기에 이들의 부모 세대와는 또 달리 ‘이성과 경험’이 더욱 확고해졌고, 여기에 물질주의까지 더해지면서 “오로지 이성적인 판단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물질적인 번영을 주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는 생각이 기준으로 심어진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이성, 경험, 물질 등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기에, 이 가치와 상충하는 공동체, 정신, 사랑 등은 비교적 덜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세대가 바로 오늘날 20-30대 청년들이다.
청년들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 ‘불안과 단절’
로날드 잉글하트(Ronald F. Inglehart, 1934~)는 1970년대 <근대화와 탈 근대화>라는 그의 저서에서 ‘결핍 가설’과 ‘사회화 가설’을 발표했다. ‘결핍 가설’이란 개인의 결핍 혹은 공급 부족 상태에 있는 대상에 일차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 가치 선호가 사회 경제적 환경의 반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또한, ‘사회화 가설’은 개인의 가치가 대체로 성인기 이전에 형성되고 지속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회 경제적 환경과 가치 선호 사이에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적 지체 현상이 수반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후기 청소년 혹은 청년들 시기에 경제적, 신체적 안전을 경험했는지 여부가 성인이 된 이후의 가치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견해이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던 전쟁 경험 이전의 세대들은 생존에 대한 가치 혹은 물질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욕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전쟁 경험 이후의 세대들은 삶의 질, 탈 물질 등의 가치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현재 새로운 세대들이 ‘삶의 질’과 같은 가치를 추구할 때 나타나는 현실적인 갈등의 감정들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20-30대 청년들의 감정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20-30대 청년들은 주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났다. 지금의 청년들이 자란 시대에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두 사건을 만난다. 바로 ‘ IMF 외환 위기’와 ‘모바일의 등장’이다.
20-30대 청년들의 부모 세대인 386세대들은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한참 이룩할 때 사회생활을 했다. 부모 세대들은 열심히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 있었던 시대가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 세대인 70년대생과 80년대 초반 생들의 생활을 달라졌다. 대학생 혹은 사회 초년생일 때 IMF를 경험한 70-80년대생들은 열심히 해도 더 이상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사회 구조는 점점 변하고 더 이상 회사는 자신들의 평생 안정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열심히 회사에 충성했건만 되돌아오는 것은 ‘정리해고’ 와 ‘명예퇴직’ 이었다. 치열한 70-80년대 생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자란 세대가, 바로 80년 후반부터 90년대에 태어난 지금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회사가 개인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자랐다.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은 기업도 나라도 아닌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배운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이런 불안정하고 불안한 감정은 결국 표면적으로 정년을 보장해주고 안정적인 환경처럼 보이는 ‘공무원’으로 표출되고, 이로 인해 20-30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바로 불안한 감정 때문이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모바일의 등장은 청년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들은 청소년 시기부터 인터넷 환경에 노출되어 자란 세대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누군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타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20-30대 청년들에게 모바일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으며, 어딘가로부터 연결되지 않는 인생은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이다.
정신적으로는 이성과 판단이 작용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불안과 단절이 있는 오늘날 20-30대 청년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소용돌이 속에 자라나 복잡한 환경 속에 커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품고 이해하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되고, 특히 교회는 다음 세대라 불리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새로운 세대에게 줄 수 있는 희망적인 대안 4가지
1) ‘세계를 보는 눈, 정직한 세계관으로’ – 성경적 가치, 탈 물질적인 가치관
이성과 합리로 발달해 결국 물질이 최우선이라는 가치로 살아가는 20-30대 청년들에게 그보다 더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20-30대 청년들의 정신을 구축해 온 인류 역사를 돌이켜봐도 인간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즐거움만 추구하는 쾌락주의자들이 결국은 허무주의에 빠지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오늘 또한 가치 있게 살 수가 없음을 알고 있다.
이는 세계를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들의 사상과 가치가 완전하지 못한 세상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직한 세계관, 바른 세계관, 기독교적 세계관이다. 교회는 기독교적 세계관의 열쇠를 들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제대로 된 관점의 중심이 교회에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대들을 받아들이고 변화시킬만한 힘이 있다.
2) ‘단절의 두려움을 연결의 회복으로’ – 가족 같은 공동체
20-30대 청년들의 감정 상태 혹은 불안에 대해 이미 교회는 알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하나님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이 느끼고 있는 단절의 불안이 단순히 모바일 매체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피조물인 우리는 창조주와의 관계가 단절되면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전인류의 수많은 세대들이 경험한 것이고, 그 방법은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 연결로 인한 회복밖에 없다. 이 부분이 교회가 나아가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다원화된 문화와 다채로운 생각을 가진 세대들이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는 결국 다 내려놓고 원래 현상만 진단해야 한다. 교회는 이들이 교회를 향해 문을 두드릴 때,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이들의 근본적인 단절 원인을 파악하고 예수님께로 돌아가도록 돕는 그 일, 교회가 그 작업을 하고 있다.
3) ‘안정이 없는 세대에게 영원의 안정을’ – 하나님 아버지 안정감
기업이 더 이상 자신들에게 안정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공무원을 꿈꾸며 몇 년씩 준비하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교회는 본질적인 안정, 영원의 안정을 줄 수 있다. 교회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잊거나 혹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 중 하나는 천국이, 하나님 나라가 죽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삶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기업은 나의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고, 언제 나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만 주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원의 안정을 약속하셨다. 그리고 그 약속이 죽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지금 살아 있는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내일의 불안을 느끼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뤄질 수 있음을 약속하셨다. 이것은 세상이 절대 줄 수 없는 보물과 같고, 어두운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을 한 줄기 빛이다. 20-30대 청년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내 인생 전체의 안정이고, 나아가 죽음 이후의 안정까지 생각한다면 오직 교회만이 답이 될 수밖에 없다.
4)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창의적 교육’ – 고난과 경험의 훈련
현재 교회가 맞이해야 하는 새로운 세대들은 결핍이 없는 시대에서 자랐다.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고난이나 어려움을 만나면, 이를 스스로 극복할 힘이 없다. 우리 몸도 외부로부터 위험을 지키기 위해서는 근력을 키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20-30대 청년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도전하기 위해서는 영적 근력을 길러야 하고, 결국 이는 고난과 경험의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교회가 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이다. 청년들은 공동체를 통해 고난을 극복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도전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하게 된다. 이는 짜여진 틀, 주입식 교육에서는 맛볼 수 없는 성취의 기쁨을 느끼게 하며 이 같은 경험의 누적은 내면에 근력을 만들어 어떤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그 길을 달려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줄 것이다.
20-30대 청년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세계를 살펴보고 그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인다면 지금의 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받아들인 후에는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이게 될 것이다. 교회에 다음 세대가 사라져가는 이때, 먼저 20-30대 청년들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 한걸음 다가가면 그다음 문은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hdosa31@hanmail.net>
글 | 황동한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백석대학교에서 기독교상담학으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사)십대의벗 선교회 이사장이며, 부산 함께하는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에서 담임 목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