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으로 두 자녀를 키운 어머니 이야기

2019-05-11 0 By worldview

홈스쿨링으로 두 자녀를 키운 어머니 이야기

 

월드뷰 05 MAY 2019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10

 

이수진/ 주부

 

홈스쿨링을 시작하기까지

 

2011년 봄이었다. 큰 아이는 이미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공교육 시스템 속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작은 아이는 아직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 때 나와 남편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시 매스컴에는 학교 폭력 이슈가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었고 교회에서는 자녀를 주님의 훈계로 양육하라는 말씀이 나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어느 길을 가야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영어 학원에 간다, 수학 학원에 다닌다 하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공교육의 환경 속에서 불어오는 다양한 풍랑들은 나의 마음을, 우리 가족을 이리저리 떠미는 것만 같았다. 나는 기도하면서 우리 가족에게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교육 방향이 과연 무엇인지 물었고 어느 날 홈스쿨링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남편에게 홈스쿨링에 대해 얘기했더니 인터넷으로 며칠 동안 조사해보고는 기독교 홈스쿨링은 남들이 잘 안 가는,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좁은 길인 것 같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주님과의 엄청난 교제가 이루어지는 매우 좋은 기독교적 교육 방식이라면서 실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가정을 만나 자세히 문의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1년간의 준비 끝에 2012년, 우리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올라가는 큰 아이(호성이)와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작은 아이(한나)에게 홈스쿨링을 제안했다.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잘하고 있던 큰 아이는 ‘이건 뭔가?’하며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고, 아직 천진난만한 작은 아이는 그저 엄마 아빠가 하자니까 뭐가 뭔지 잘 몰라도 마냥 좋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홈스쿨링은 대환영. 큰 반대 없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가 아직 어려서 부모인 우리의 제안에 별다른 저항 없이 따라와 주었기에 그 시작이 가능했는데 이 또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생각한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지나 8년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 어떻게 홈스쿨링을 해왔는지 되돌아보면서 정리해 보았다.

첫째,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이 가장 중시했던 것은 ‘가정 예배’이다. 매주 주일과 피치 못한 사정에 의한 날들을 빼고 우리 가족은 매일 아침 가정 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정 예배라고 해서 어떤 특별한 형식을 갖추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인도 하에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읽고 서로 잘 이해가 안 되는 구절이 나왔을 때는 성경 주석을 참고삼아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알기 위해 애쓰는 시간이다. 솔직히 말해 가끔씩 습관처럼 가정 예배를 드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온 가족이 모여 매일같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축복이다. 예배를 통해 그 날 나눈 말씀이 때때로 실제 삶 속에서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다루심으로 섬세하게 나타남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둘째, 엄마로서 아이들의 학습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게 했다. 학교를 가지 않고 가정에서 학습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시간 사용에 게을러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학교와 같은 시스템으로 1교시 수학, 2교시 영어 등의 시간표를 짜고 그 시간표대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매일 공부해야 할 학습량을 아이들 스스로 정하도록 독려하고 정한 만큼의 분량을 그 날에 완수해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 공부하도록 했다. 처음엔 의욕이 앞서서 많은 양의 공부를 한꺼번에 하려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적당한 학습량이 얼마인지를 알게 되고, 따라서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매일의 목표량을 달성함으로써 작은 성취감을 얻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작은 아이는 10살 때부터 스스로 성경 필사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일일이 손으로 쓰는 것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른 채 하루에 10장씩 쓰겠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가 하루 만에 10장씩 쓰기가 무리란 것을 깨닫고 10장에서 5장으로 또 3장으로 줄였고 지금은 매일 빠짐없이 1장씩 한글 버전과 영어 버전 성경을 교차로 필사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기 원치 않았기에 학습에 있어 필요한 부분들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인터넷 강의의 특성상, 하루라도 밀려버리면 갈수록 하기 싫어지고 나중에는 포기하는 상태로까지 갈 수 있음을 알기에 매일 또는 격일로 해야 할 학습 분량을 미루지 않고 당일에 모두 완수할 수 있도록 체크하고 격려했다. 이런 모든 과정 가운데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소위 말하는 ‘자기 주도 학습’ 방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평탄하고 무난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일례로 악기 얘기를 하자면, 두 아이 모두 홈스쿨링을 시작함과 동시에 현악기를 배우고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악기는 특성상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의 연습이 성실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격려하는 가운데 엄청난 인내심 훈련을 받아야 했다. 모든 배움이 그렇듯 악기도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연습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하니 아이들 입에서는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고 ‘오케스트라에서 합주하는 건 즐겁지만, 개인 연습은 지루하고 싫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엄마인 나로서도 갈등이 없을 수가 없었는데, 때로는 회유정책으로 때로는 위협(?) 정책으로 매 고비를 잘 넘기며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올해 신학대에 입학한 큰 아이는 학교 앙상블 팀에 속해서 예배 시간에 섬기고 있다. 큰 아이는 “악기를 배워둔 게 학교에서 이렇게 쓰일지 몰랐다.”라며 중도 포기하지 않고 배워두길 잘했다고 한다. 이 때를 놓칠세라 “네가 엄마 아빠의 말에 순종하고 잘 견뎌온 열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한마디 해줬다.

셋째, 우리는 홈스쿨링의 제일 큰 장점 중 하나인 시간의 자율성을 활용해서, 아이들 각자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잘 살피고 그 맥이 꾸준히 이어져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책을 좋아하는 큰 아이를 위해 도서관은 물론이고 인근 서점, 파주 출판 단지 같은 곳에 종종 데려가서 마음껏 책을 보게 했다. 특히 역사, 고전, 성경, 신학 등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성경을 여러 가지 다른 영어 버전으로 읽어보기를 권한다든지, 신학적으로 궁금한 부분을 나눌 수 있도록 아는 목사님과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든지, 또 실제로 기독교 고전 교육 현장에 계시는 분에게 여러 가지 정보와 조언을 구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작은 아이의 경우는 손으로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손뜨개로 수세미를 떠서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고 스스로 뿌듯해하면서 기뻐한다. 요즘은 베이킹에도 관심이 생겨서 유튜브를 보고 만들기 쉬운 빵이나 쿠키를 구워서 가족이 함께 먹기도 하고 선물하기도 한다. 또 여러 언어에 관심이 많은 작은 아이가 어느 날 독일어를 공부해보고 싶다고 해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도록 해 주었는데 6개월째 꾸준히 학습을 하고 있다. 요즘은 간단한 회화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때마침 신학대에 입학한 큰 아이도 교양 필수로 독일어 수업을 듣게 돼서 가끔씩 둘이서 독일어로 간단한 회화(물론 본인들이 배운 한도 내의 기본 회화 정도지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근사해 보인다.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짧은 독일어 한마디도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홈스쿨링은 자유롭게 자신의 관심 분야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좋아하지 않는 과목이나 분야에 관심이 소홀해져서 아무래도 학습 불균형 등의 문제가 생기는 단점이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의 경우도 너무 심한 학습 편식(?)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해주려고 노력은 했지만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극명한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은 각 가정의 상황에 맞게 또 부모님들의 소신대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 가족에게 홈스쿨링은 실(失)보다 득(得)이 더 많은 기회의 장(場)이다.

넷째, 우리 가정이 홈스쿨링을 하는데 있어서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때마다 역사하심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은 이른바 ‘영적’인 영역뿐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부분까지도 늘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셨다. 그것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일례가 아이들의 영어 학습과 진로이다. 사실 홈스쿨링을 맨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는 영어 교육에 대해 딱히 별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홈스쿨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족을 미국인 목사님이 계시는 작은 교회로 인도하셨고 아이들은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영어를 듣고 말해야 하는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영어책 읽기 사이트를 통한 학습을 성실히 병행하면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부쩍 성장하게 되었다. 또한 아이들이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의 외국인 구성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서로 함께 대화하며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고, 신앙과 영어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되었다. 특히 교회 목사님께서는 아이들의 성장에 큰 관심을 가지시고 이런저런 영어책들을 선물로 사 주시기도 하고, 아이들의 서투른 영작을 고쳐주시거나 영문법을 조금씩 가르쳐주시기도 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아무런 대책이나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시고 원어민들로부터 마음껏 영어를 배우도록 역사하신 것 같다.

시간이 흘러 큰 아이가 고등학생 나이가 되면서 진로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제도권 밖에 있는 홈스쿨러로서 진로 문제는 마치 태산같이 무거운 바위를 등에 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큰 아이는 ‘기독교 변증’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또 입시같이 실질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막연하고 안개처럼 희끄무레할 뿐이었다. 그렇게 늘 고민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떠안고 일 년여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하나님은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상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역사하셨다. 모 신학대에서 주최한 성경 경시대회에 아이가 응시했는데(앞에서 언급한 대로 큰 아이는 성경을 잘 알고 관심이 많았기에 본인의 성경 실력 테스트 삼아 응시해본 시험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상을 받게 되면서 특별전형을 통해 전액 장학금을 받고 제 나이보다 2년이나 빠르게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당시 남편이 실직을 하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때였는데 골리앗 같은 거인처럼 느껴지던 아이의 진로 문제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염려하지 마라. 너희가 아니라 내가 너희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자녀들의 인생에 무엇이 펼쳐질지 우리는 털끝만치도 알 수 없으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하며 나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작은 아이 또한 하나님께서 그 미래를 미리 예비해 놓으셨음을 신뢰하며 걱정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홈스쿨링을 하면서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처음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몸담고 있었던 공동체에서 함께 견학을 가거나 트레킹을 가거나 할 때 남편이 되도록 함께하려고 노력해준 덕분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고 지금도 우리 가족은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10대 중후반을 지나고 있는 두 아이가 우리와 스스럼없이 편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큰 아이는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숨김없이 얘기해준다. 물론 부모인 우리가 먼저 “오늘은 어땠어?”라고 묻기도 하지만, 큰 아이 스스로 학교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얘기들을 늘어놓는데 듣는 재미도 재미지만, 그 시간을 통해 우리 가족만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새삼 느낀다.

 

인도하신 하나님

 

‘우리 가정은 홈스쿨링을 어떻게 했나?’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8년이란 짧지 않은 홈스쿨링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처음 홈스쿨링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가정과 동행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차고 넘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8년 전 신앙과 아이들의 교육을 놓고 고민할 때부터 시작해 그 전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홈스쿨링의 길을 알게 하시고, 그 길로 들어서기에 앞서 1년의 준비 기간을 갖게 하심도 하나님의 은혜요, 홈스쿨링을 하는 가운데 즐거울 때도 어려울 때도 항상 우리 가족과 함께 하신다고 일깨워주심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믿음의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왜? 우리 가족의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시기에…

 

<suzinlee@naver.com>

 

이수진 | 18년 차 전업주부로, 남편과 함께 두 아이(호성이와 한나)를 8년째 홈스쿨링하고 있는 평범한 아내이자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