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출생, 엄마와 아기

출산과 출생, 엄마와 아기

2021-12-25 0 By 월드뷰

: 아기는 이 사회의 판단대상이 아니라, 삶의 주체이다


월드뷰 DEC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WORLDVIEW MOVEMENT 3


글/ 홍순철(고려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1. 에피소드 (1) : 성경 출애굽기/마태복음


모세의 출생(출 1:15-21)

15 애굽왕이 히브리 산파 십브라라 하는 사람과 부아라 하는 사람에게 말하여 16 이르되 너희는 히브리 여인을 위하여 해산을 도울 때에 그 자리를 살펴서 아들이거든 그를 죽이고 딸이거든 살려두라 17 그러나 산파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애굽왕의 명령을 어기고 남자 아기들을 살린지라 18 애굽왕이 산파를 불러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어찌하여 이같이 남자 아기들을 살렸느냐 19 산파가 바로에게 대답하되 히브리 여인은 애굽 여인과 같지 아니하고 건장하여 산파가 그들에게 이르기 전에 해산하였더이다 하매 20 하나님이 그 산파들에게 은혜를 베푸시니 그 백성은 번성하고 매우 강해지니라 21 그 산파들은 하나님을 경외하였으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집안을 흥왕하게 하신지라

예수의 탄생(마 1:18-25)

18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19 그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그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 하여 20 이 일을 생각할 때에 주의 사자가 현몽하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21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22 이 모든 일이 된 것은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이르시되 23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24 요셉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여 그의 아내를 데려왔으나 25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하지 아니하더니 낳으매 이름을 예수라 하니라


2. 에피소드 (2) : 셰인 마이클 헤일리(www.anencephaly.info/kr)


2014년 10월 9일 첫째인 셰인 마이클 헤일리가 태어났다. 셰인은 비록 4시간밖에 살지 못했지만, 대부분 사람이 100년 안에도 이뤄내지 못할 자취를 남기고 떠나갔다.

2014년 4월 10일(임신 13∼14주경) 정밀 초음파 검사를 한 의사는 초음파 사진 한 장을 출력하여 건네주며 말했다. “문제가 있습니다. 아기는 현재 무뇌증이라는 신경관 결함을 앓고 있습니다. 생존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저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부분 사람은 이런 아기를 낙태시킨다는 의사의 말에 나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이때 친정엄마는 의사의 말을 끊으며, 딸은 예정일까지 생명을 지킬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꼭 껴안은 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초음파 사진을 바라보았다. 우리 눈에는 건강하게만 보이는 아기였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임신 소식을 알도록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아기가 무뇌증을 갖고 있으니 아기를 무사히 잉태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글도 덧붙였다.

우리는 셋이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은 장소를 선정해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 댄은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여 가족과 친구들이 우리의 모험을 팔로우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케이프메일 동물원, 메리랜드 오션시티, 지노스 치즈 스테이크, 뉴욕시티, 스르루스 스트리트의 하버 파크 등을 여행했고 야구 경기도 관람했으며 심지어 기차를 타고 랭커스터 여행도 했다. 이러한 모험은 우리에게 엄마와 아빠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름을 선사해 준 아들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고 이를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 뉴스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 첼시가 우리 여행 스토리를 기사화해도 되는지 물어보았고, 우리는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는 셰인의 사연을 공유하고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다. 셰인과 함께 하는 버킷 리스트를 막 시작했을 때, 페이스북 팔로우는 몇백 명 정도였다. 몇 달 후 버킷 리스트를 마쳤을 때 페이스북 팔로우 수는 955,000명에 다다랐다.

(임신 39주) 우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하나님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이겠다고 기도했다.

셰인의 눈과 우리가 마주쳤을 때 순간의 경험은 그 어떤 경험과 견줄 수 없이 고귀했다. 마침내 아이의 작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행복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이는 두 눈을 뜬 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탄생을 축하하는 가족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렇게 약 1시간 반이 지난 후 우리 부부가 아이와 조용히 있을 수 있도록 다들 자리를 떠나 주었다. 2시간 후 셰인은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불러 아기 천사의 작별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공동묘지에 마련된 ‘천사 구역’에 셰인을 묻었다. 우리는 일주일에 수차례 셰인을 찾아갔고, 아직도 아기가 좋아하던 동화책을 낭독해 주곤 한다. 시간은 우리의 상처를 고쳐주지 못한다. 우리는 셰인이 일궈낸 발자취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비록 지구에 머문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지만, 몇 세대를 거쳐 지속될 자취와 영향을 남기도 떠난 아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아들아, 너는 이 세상을 하나로 만들었고 모든 생명이 가치 있으며 보호받고 존경받아야 함을 증명했단다. 우리 천사 셰인 마이클 헤일리를 그리며. 엄마, 아빠는 너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


3. 에피소드 (3) : 자궁 적출술 직전의 발견된 자궁 내 아기


나이 40세, 거대 자궁근종.

30세에 결혼하여 10년간 임신 노력을 했으나, 임신되지 않음.

자궁근종이 복강 전체를 채울 정도로 커져서 수술하기 전날 초음파 검사 시행.

담당 부인과 종양 전문의 의뢰: 홍 교수님 어떻게 할까요? 내일 자궁 적출술 예정인데, 입원 후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 우측 끝에 태아 심장박동이 보여요. 예후는 안 좋을 것 같은데…. 현재 낙태금지법으로는 수술하면 안 될 것 같고요.

환자와의 면담: 자궁근종이 커서 예후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한 번 해봅시다.

하나님이 만드신 우리 몸의 신비는 산부인과 의사도 놀라게 한다. 태아는 큰 근종에도 불구하고 우측 상복부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잘 자라 나간다. 자궁근종은 더는 커지지 않고 아기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준다. 2018년 8월, 임신 35주 이후 더는 임신유지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제왕절개 시행.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나율이)는 신비한 힘이 있다. 항상 어두웠던 웃지 않던 부부가, 활짝 웃는 엄마, 아빠가 되어 나타났다. 당시에 태아 보호법, 낙태 금지법이 있었음에 감사하다.


4. 출산과 출생, 엄마와 아기


위의 에피소드(1)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산파일까, 요셉일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닐 수도 있다. 하나님을 경외한 산파와 천사의 목소리에 반응한 요셉은 역사에 참여한 자가 맞다. 하지만, 그들의 도움으로 세상의 빛을 본 모세와 예수님. 성경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주인공인 역사서이다.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의 억압에서 가나안으로 이끈 모세와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모세와 예수님에게도 태중으로부터 위기가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 4시간밖에 살지 못했지만, 엄마의 태내에서 39주(약 10개월)의 삶을 부모와 가족과 온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사랑을 알게 하고 떠난 셰인. 온 가족의 삶을 희망 없음에서 기쁨으로 바꾸어 놓은 나율이.

‘출산’이 부모, 특히 엄마의 역할을 주로 강조했다면 ‘출생’은 자궁 안에서 함께 협조하고 있는 아기의 역할을 함께 강조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임신의 주인공이 엄마 혼자만이 아니라, 자궁 내의 아기도 주인공임을 알려준다.

뱃속의 태아가 보이지 않으므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속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부모가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그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실체이다. 배 속의 아기는 오늘도 얘기하고 있다. “엄마 나는 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아기는 내 몸속에 있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말한다. 이를 법으로 만들어 임신 22주 또는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합법화하려고 한다. 자궁 안의 모세, 예수님, 셰인, 나율이를 죽일 수 있는 법을 막아야 한다.

낙태를 더 자유롭게 하고자, 미프진(국내 미프지미소, 현대약품)이라는 약을 식약처 승인을 내주려 하고 있다. ‘미프지미소’ 구성 성분을 보면, 미페프리스톤 200mg(1정)과 미소프로스톨 800㎍(200㎍ 4정)으로 구성된 약제이다. 이미 미소프로스톨은 자궁파열 및 산후 출혈 증가로 인해 유도분만 약제로 금기된 약제이다. 낙태 유도제로 해당 약제의 사용은 분만 후 출혈과 자궁파열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유도분만제로서 미소프로스톨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식약처가 비의학적 이유로 낙태 유도제인 ‘미프지미소’ 사용을 허가한다면 이후 발생하는 모든 의학적 문제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5. 성산 생명윤리연구소 ‘낙태 반대 3대 원칙’


(1)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한다(모든 낙태 행위를 반대한다).
(2) 상업주의를 배격한다(낙태가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3) 의료진이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novak082@naver.com>


글 | 홍순철

고려대학교 산부인과 교수이며,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상임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