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바란다

한국 사회에 바란다

2022-05-02 0 By 월드뷰

월드뷰 MAY 2022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이번 호에는 최재형 의원에게 한국 사회에 바라는 정치·경제 정책 방향을 들었습니다. 최재형 의원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지방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원장, 감사원 원장을 거쳐 2022년 3월에 제21대 국회의원(종로구)으로 당선되었습니다(편집자 주).  


김승욱 오늘은 최재형 의원님을 모셨습니다. 판사 출신인 최재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에 임명받았습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감사로 인해서 국민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선 출마를 위해서 사임하고, 지난 보궐선거 때 종로구에서 당선되어 종로구 의원으로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그의 신앙과 앞으로의 각오 등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어떻게 해서 신앙을 가지게 되셨는지에 대해 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재형 저는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교회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미션스쿨에 배정받았는데, 그때 선생님들의 권유로 처음 교회에 출석하게 됐죠. 그때는 신앙심이 깊은 상태는 아니었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또 성경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어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제가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신앙이 성숙하게 된 것은 대학교 때입니다. 수련회에서서 더 큰 믿음을 달라고 철야기도를 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믿은어 온 신앙이 과연 맞는 것일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1~2년 동안 기독교의 기본 진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과정을 거쳐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구주이심을 믿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사실 신앙의 출발은 그때부터라고 볼 수 있죠.


김승욱 신촌장로교회에 출석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미션스쿨 전도 효과의 산증인이시군요. 최근 정부가 종교단체에서 세운 종립학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교육부가 인사권도 가져가고, 학교에서 선교 활동도 못하게 하는 문제들 때문에 기독교계의 반발이 많습니다. 종립학교들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헌금을 모아 세운 학교인데,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최 의원님이 고등학교 시절에 강명훈 군을 업고 학교에 등교했다는 미담에 대해서 많이 들었는데, 그것이 신앙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야기부터 해 주시지요.

최재형 옆에 어려운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강명훈 변호사를 처음 만난 것은 교회 중등부에서였습니다. 그 친구는 몸이 워낙 불편해서 교회에 자주 출석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두 팔 아래로 소아마비여서 혼자서 앉아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중2때 척추를 받쳐 주는 철심을 넣는 대수술을 하느라 1년 휴학을 하는 바람에 저하고는 한 학년 차이가 나게 됐죠. 그래서 제가 먼저 경기고등학교를 갔고, 그다음 해에 그 친구가 같은 경기고등학교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아서 등교할 때 같이 택시 타고 학교 정문에서 내리면 거기서부터는 제가 업기도 하고 그 친구가 클러치로 조금 걷기도 하면서 교실까지 갔습니다. 하교할 때는 끝나는 시간이 달라서 반 친구들이 많이 도와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도 제가 1년 먼저 갔는데, 그 친구가 1년 후에 또 같은 대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다니던 관악 캠퍼스가 신촌에서 워낙 멀어서 택시를 타고 가기에는 좀 부담스러워 버스를 타고 다녔죠. 그 친구가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월요일에 제가 같이 버스를 타고 대학 정문에 내려서 거기서 택시를 타고 법대나 기숙사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법고시는 같이 합격해서 사법연수원은 2년 동안 또 함께 다녔습니다. 사실 제가 그 친구를 도와주었다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그 친구를 통해 제가 배우고 얻은 것이 많습니다.


김승욱 곁에 있는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 미담을 들었을 때 청량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작년에 정인이 사건이 있었을 때, 입양 문제 해결책에 대한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아를 바꿀 수 있다고 해서 아이가 물건이냐는 비판이 많았지요. 이때도 두 자녀를 두었는데도 최 의원님 가정에서 두 아들을 입양했다는 미담이 보도되더군요. 그래서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생겼습니다. 당시 우리 한국 사회는 정인이 사건으로 참 어두웠는데 최 의원님 가정의 미담이 전해지면서 한국이 살 만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양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페이스북에 큰아들 영진 군이 괜찮다며 많이 알려 달라고 한 것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이 감동했어요. 이 이야기도 좀 해 주시죠.

최재형 딸 둘을 낳은 후에 저희에게 하나님이 입양할 마음을 주셔서 입양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장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입양을 미루다가 2000년에 제 아내가 자원봉사하던 입양시설에서 저희 막내를 입양했습니다. 그 당시 제 아내와 기도할 때, 우리도 하나님께 입양된 자녀라는 말씀과 우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하나님이 끝까지 이루어 주신다는 말씀을 주셔서 입양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뜻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다른 입양가족들과 많은 교류를 하면서 시설에 있는,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늘 눈에 밟혔습니다. 그래서 2006년에 당시 4학년이던 큰아들을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큰아들은 이미 다 성장한 상태에서 입양을 하다 보니 가족들과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약 4~5년 정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죠. 그 아이도 힘들고 저희도 힘들었고요.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그 과정을 이겨 내고 잘 적응해서 잘 자라줬습니다.

지난해 대선 경선 중에 상대편 당에서 입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느냐는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했습니다. 그럴 때 저희 큰아들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어요. 입양은 자랑스러운 것이고 입양에 대해 아빠가 좀 더 많이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더 많은 아이가 가정의 보호 안에서 자라야 하고, 입양은 숨길 일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큰아들은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나는 것을 매우 불편해했습니다. 친구들을 사귈 때도 입양 사실을 터놓고 말하지 못하니 속 깊은 우정을 쌓기 어려워해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자기의 입양 스토리를 페이스북에 올린 걸 보고, 저 아이가 자기 속에 있는 콤플렉스를 많이 극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상대방의 공격을 잠재운 것보다 더 기뻤습니다.


김승욱 제가 아는 백인 캐나다인이 8명의 자녀를 키우고 흑인 딸 둘을 입양했습니다. 백인이 흑인을 입양했으니까 당연히 친부모가 아니라고 알게 되지요. 어릴 때부터 친자녀가 아닌 것을 알려 주고 우리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월드뷰>에서 입양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는데, 입양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더군요. 

최재형 선진국 중에는 고아원 같은 국가 시설에서 아이를 키우는 나라가 없습니다. 다 가정으로 입양되거나 가정에 위탁해서 키우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은 대원칙입니다.


김승욱 저희 <월드뷰>에서 지난 2018년 10월호에 아버님이신 고 최영섭 대령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부친께서도 작년에 소천하시면서 유지로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했습니다. 감사원장 임기를 남겨 두고 정치 참여를 선언하셨는데, 부친의 유지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어떤 소명감을 가지고 정치 참여를 결심하셨는지요?

최재형 제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아버님은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도 많은 고민 끝에 “제가 정치에 나서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군인 출신이신 아버님 표현대로 “싸우면 이겨야지.” 이런 말씀도 해 주셨고, 돌아가시기 전날에는 ‘대한민국을 밝혀라.’라고 마지막 글도 남겨 주셨습니다. 그 말씀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셨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평소 저희 선친께서는,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역사 인식이라든지, 또는 좌파적인 이념에 물든 교육 현장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다음에 현 정부 핵심 세력의 종북 성향, 핵 문제에 대한 미온적 대응, 또 한미 동맹이 흔들리면서 우리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마도 그런 것들을 극복해야 된다는 의미로 대한민국을 밝히라고 하신 듯하고, 제가 또 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저에게 그런 미션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정치와 친하지 않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현실을 보면서 거듭되는 정책 실패로 민생이 어려워지는데도 이념에 치우쳐서 그것을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계속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를 하는 것도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보 부분에 대한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이 걱정하셨던 것처럼 이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계속 가다가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정말 위태롭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치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말씀을 저는 우리 사회에 빛이 들지 않는 소외된 구석구석에도 빛이 비치는 정치를 해야겠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 국가의 모든 일이 법치주의에 입각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죠. 그래서 아버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제가 정치를 시작하게 된 마지막 방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김승욱 지난해 11월호에 저희 <월드뷰>는 특집으로 ‘국가의 역할’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발행사를 통해서 ‘국가가 개인의 삶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화두로 다루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5대 국정 목표 중의 하나가 ‘내 삶을 책임지는 정부’였습니다. 당시 후보로 나섰던 의원님께서는 “제왕처럼 군림해 온 대통령의 역할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솔직히 국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질 수는 없다. 국민의 삶은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나. 국민의 모든 삶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오랜 정치철학적 논쟁이 대선토론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정치도 이제 발전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윤희숙 의원도 SNS에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가’는 이번 대선의 가장 의미 있는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태경 후보가 “정부가 져야 할 아무 책임도 없다면 최 후보님은 도대체 무엇을 책임지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나오셨나”라고 비판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실망했습니다. 모처럼 중요한 화두가 정치 쟁점화되는가 했는데, 보수 야당 내부에서 이견이 나타나 결국 이 화두는 여야합공을 받는 셈이 되었고, 대신 자극적인 개인 비리, 과거사, 막말 등의 문제에 묻혀서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졌습니다. 선거 때마다 비리 캐기, 인신공격, 스캔들 수준에 여야공방이 머무르지 말고, 정말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가야 할 정치철학의 방향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그런 선거가 되기를 열망하는 국민은 매우 실망했습니다. 당시 ‘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진다고 하는 것은 전체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다시 풀어서 저희 독자를 위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최재형 큰 흐름에서 봤을 때,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모든 것을 잘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국민에게 약속했고, 국민은 그런가 보다, 하고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는 개인의 삶을 모두 책임질 수 없습니다. 아쉬운 것은 지난 대선의 흐름이 정치철학적인 이슈보다는 전 정부의 실책과 비리에 대해 누가 더 엄하게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느냐에 매몰돼 버렸어요. 사실은 그 뿌리에 정치철학적인 흐름에 대한 비판이 있는 건데 밖으로 드러난 정권의 실책이나 비리에 대한 심판에 매몰돼서 근본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아쉽습니다. 제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는 발언을 했을 때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지냐는 것처럼, 안에 담긴 의미보다는 그 단어 자체를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는 의미는 국가가 아무것도 안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거든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사회 보장 등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전제이고, 헌법상 국가의 의무입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무엇을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에 대해 한 가지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책임지겠다고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 서민들이 잘살게 하려면 최저임금을 올려야 된다고 해서 갑자기 올렸습니다. 결과는 어려운 사람은 일자리를 잃어서 더 어려워지고, 기업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는 많이 줄어들고, 세금으로 만든 공공 임시직만 늘어나서 결국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이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일 뿐 결국 국민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이제 국민들께서 체험하셨을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개인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결국 개인의 삶에 간섭한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삶에 간섭한다는 것은 국민들 개인의 삶을 통제한다는 것이 됩니다. 누군가 더 책임지겠다는 건 그가 더 간섭하고 더 통제한다는 말이죠. 그만큼 자유가 줄어드는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삶을 책임지는 수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입니다. 모든 국민은 자기 스스로 자기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집에서 사는 게 행복이지만 어떤 사람은 집은 작아도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인생을 즐기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개개인에게 맞는 행복을 정의해 줄 수가 없습니다. 획일적인 기준을 가지고 국민의 삶을 정의하고, 그걸 책임져 주겠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국가가 삶을 책임져 주겠다는 것 이면에 있는 간섭과 통제, 그리고 국민의 삶의 수준을 국가가 결정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안다면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 주겠다는 데 선뜻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삶을 책임져 주겠다고 하는 그 말만 듣고 나라가 먹여 살려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도록 현혹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더 책임져 줄게, 더 책임져 줄게 하고 끝까지 가다 보면 그게 전체주의고 공산주의 사회인데, 그 결과가 어떠한지는 역사가 증명해 주었습니다.


김승욱 저는 개인적으로 최 의원님께서 후보 시절에 소신 발언 하는 것을 들으면서 매우 기뻤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소신보다 표를 의식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소위 중도를 의식하고, 중도의 표를 얻어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실 최 의원님이 순수한 것은 매우 큰 강점인데 너무 정치적이지 않다는 평도 있습니다. 대선 당시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는 연기만 해 달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우리 정치 현실은 정치인의 철학과 소신보다는 인맥과 파벌, 여론 등을 더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신앙인으로서 현실과 신념이 갈등을 일으킬 경우 어떻게 극복할 각오이신지요? 특히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기독교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정치는 권모술수가 필요하고, 그래서 신앙양심을 가지고 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정치활동을 하실 각오인지, 특히 앞으로 대한민국을 밝혀 나가야 할 기독청년들을 위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재형 정치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말씀드리기 송구스럽긴 한데, 제가 그동안 생각한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정치는 결국 뜻이 같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이죠. 이제 대의민주주의에서 권력을 얻는다는 것은 결국 선거를 통해 표를 얻는 것이므로 표를 의식하면서 행동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쟁취해 누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죠. 그 권력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실현하느냐가 더 근본적인 정치의 목적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선순위가 바뀌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가를 위한 정치가 돼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표를 따라서 방황하는 정치가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인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가치를 제시하고 설득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바람직한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가는 소신을 지켜서는 안 된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표를 못 얻을 수는 있겠죠. 그러나 소신을 지키고 철학을 지키면 정치하기 어렵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치는 가장 큰 사랑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가장 큰 희생이라는 말도 되겠지요. 저는 정치에 발을 담근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를 정말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되거든요.

사랑과 희생은 기독교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입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이야말로 정치를 올바르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성경말씀에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처럼 순전하게, 라고 했습니다. 뱀처럼 지혜롭게 행동한다는 것이 상대방을 거짓말로 속이는 것은 아닙니다. 정직하게 현실을 정확히 판단하고 문제가 뭔지 알 수 있는 정확한 통찰력,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하는 지혜. 이런 것을 겸비한다면 저는 거짓과 술수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러운 물이 고여 있는 연못이 이 세상과 정치의 모습이라면, 밑에서 샘물이 한두 방울 솟아나서는 연못을 깨끗하게 할 수 없지만 계속 솟아 나오면 언젠가는 연못 전체가 깨끗한 물로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정말 비둘기같이 순전한 신앙과 뱀같이 지혜로운 통찰력과 분별력을 가진 기독정치인들이 많이 나온다면, 우리 정치가 국민이 바라는 깨끗한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선거 결과는 국민의 수준에 달렸다고 하는데, 어떻게 국민의 정치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요?

최재형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죠. 사실 정치가 국민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국민이 경험을 통해 이렇게 해 봤더니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해서 다른 대안을 찾기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 정치의 흐름은 대략 10년 주기로 보수 자유 우파 정당과 좌파 정당이 정권을 교대로 잡았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국민이 정치적 선전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의 진실성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진영 논리, 또는 지역 논리 등이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유 우파 정치인 입장에서 본다면, 자유 우파의 가치에 대해서 계속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져 줘야죠. 그래서 이게 정말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을 지켜 주는 것이구나,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그렇게 갈 때 우리 국민 전체의 삶이 향상되는구나, 하는 것을 계속 메시지를 통해서, 또 여러 가지 교육을 통해서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지난 3·9 대선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최소 표차로 신승을 했습니다. 이것이 한국 국민들과 사회에 주는 교훈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최재형 이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습니다. 저는 대개 10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되었는데 이번에는 5년 만에 바뀌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것은 국민들이 10년 동안 느끼는 불편함과 고통이 5년 만에 현실화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심했다는 것을 국민이 느꼈고, 그것을 표로 보여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바뀌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국민이 국민의힘 당에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맡겼지만, 이 정부도 잘못하면 바로 5년 후에 또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5년 동안 지금 근소한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 불안해할 것도 없고, 이겼다는 것에 대해 자만해서도 안 되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정말 국민들에게 필요한 좋은 법, 좋은 정책들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만들면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5년 만에 근소한 차이로 이기게 해 준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최 의원님께서는 사법부에 평생을 몸담고 계셨다가, 감사원장으로 행정부에 계셨다가, 이제는 입법부로 오셨습니다. 저는 원칙을 중시하는 판사였기 때문에 임기는 채우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임기를 다 안 채우시고 사임하셨습니다. 혹시 그런 계기가 있으십니까?

최재형 작년 봄 즈음에 많은 분이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지요.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도 계시고, 또 정치에 굳이 발 들이지 말고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남아 있는 것도 우리 사회에 참 좋은 기여를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 우리나라가 이대로 가면 참 어렵겠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제가 정권 교체의 주역이 되든지, 적어도 정권 교체를 돕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장 자리에서는 정치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위치입니다. 또 임기를 채우면 법적으로 대선 출마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임기를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대한민국을 바로잡고 바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임기 이전에 사임을 결심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김승욱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용산으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개방하고, 인왕산과 북한산의 등산로 통제가 없어지면 많은 시민이 크게 반길 것 같습니다. 특히 종로구 구민은 더욱 반길 것으로 생각합니다. 종로 일대는 조선시대 여러 궁궐과 세종대왕상, 이순신 장군상, 육의전 거리 등의 유물이 많으므로 조선시대 역사 유물 중심의 거리가 되고, 이제 전쟁기념관과 현대사 유적이 많은 용산 일대는 현대사를 이끌어 갈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종로구 의원으로서 이 상징적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최재형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단순한 장소 이전이 아니라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소통하며 정치를 하겠다는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 변화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일단 종로구민 입장에서는 서쪽에서부터 인왕산, 경복궁, 북촌 지역, 그다음에 창덕궁 종묘, 그 중간에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벨트가 청와대로 인해 단절되었습니다. 그리고 청와대가 그곳에 위치함으로써 그 지역에 규제도 많았고요. 청와대가 완전히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종로 전체를 하나의 역사 문화 전통의 벨트로 묶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규제 완화도 기대할 수 있고요. 그래서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또 개발할 것은 개발하면서 종로 전체를 거대한 역사 문화 전통의 클로스터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변화라고 봅니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개발하고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종로구민들을 비롯한 서울 시민, 그리고 전 국민의 의견을 신중하게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종로가 정치 1번지로 불렸고, 그 이름이 종로의 정치적인 풍향이 전국 정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예로운 이름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종로구민들의 민생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이전으로 이제 종로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새로운 종로의 전체적인 변화는 새 정부와 지방선거를 통해 바뀌는 시장, 구청장과 같이 협의하면서 종로구민들이 가장 원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림을 그려 보려고 합니다.


김승욱 판사로, 그리고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정부패의 현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고 판단됩니다. 한국의 부패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시는지요? 일부에서는 과거에 비해서는 한국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부패 수준이 상당하며, 심지어 더 악화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사법부에서와 감사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대한민국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말 세계를 리드하는 선진국이 되려면 앞으로 고쳐야 될 게 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지방선거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의 경우 지역 토호세력에 의한 부정부패의 염려가 더욱 크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은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시는지요?

최재형 OECD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의 부패 지수가 높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우리 국민의 부패척결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패에 민감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차 대전 후에 거의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 나라입니다. 공무원 부패가 극심했다면 사실 이런 결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제가 감사원장을 하면서 보니, 중앙정부는 많이 투명해지고 또 공무원들의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지방으로 갈수록, 또 지방정부나 지방 공기업 같은 곳은 아직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최일선에 있는 지방 공무원이나 지방 공기업들의 행태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국민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고, 또 해당 공무원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이제는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서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패 문제는 앞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정치에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국민들도 어떤 정파나 이념에 관계없이 국민들을 위해 사심 없이 일하는 정부가 어느 정부이고, 일하는 정치인이 어떤 정치인인지를 잘 보고 선택한다면 우리나라 정치도 앞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정말로 어려워하고, 국민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저도 국민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좋은 입법도 많이 마련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정책도 마련하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 드리는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김승욱 오늘 장시간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