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2022-05-01 0 By 월드뷰

월드뷰 MAY 2022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글/ 조평세(월드뷰 부편집장)


들어가며


본지가 아드벤투스(adventus, 대망)라는 키워드로 2022년 한 해를 시작한 지도 벌써 절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사이 한국 사회는 뒤늦게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을 찍더니 지난 3년의 소동이 무색할 정도로 황급히 모든 방역조치가 해제되었습니다. 그리고 딱 반으로 갈라진 국민 여론 속에서 어쨌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인수위를 거쳐 새 정부도 출범하였습니다. 북한은 4년 3개월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열기가 무섭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차질로 또 다른 차원의 국제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난리와 난리의 소문(마 24:6)이 점점 더 무성해져 가는 이때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더욱더 믿음 위에 굳게 서야 하겠습니다.

이제 대선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역의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의 연장이라고 할 만큼 새 정부에 대한 평가전 성격을 갖는 선거이기도 하고, 또 우리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 사실상 국민의 실생활에 가장 가까운 정부 정책의 방향을 가르는 선택이기도 하기 때문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과 가까운 정부


미국의 공화주의를 잘 표현하는 말 중에 “국민과 가장 가까운 정부가 국민을 가장 잘 섬긴다(government closest to the people serves the people best).”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 작성자이자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한 말로 알려져 있지요. 물론 이 말은 여러 가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 정책은 국민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워싱턴의 중앙정부가 아니라 국민과 가까운 주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나온다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종주국 영국이 바다 건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독립하기 전부터 상당한 ‘자치(self-government)’를 연습할 수 있었고, 영국인이나 유럽인들보다 월등히 높은 문해율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미국의 건국 당시 연방(federal)정부보다 13개 주(State)정부가 먼저 수립되었고, 각 주의 대표단이 필라델피아 대륙회의에 모여 미합중국(United States)을 세운 것입니다. 때문에 애초부터 미국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분권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20세기 들어서 상당히 비대해진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권한을 다소 침해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국 대부분의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권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수립 당시 연방헌법의 비준을 옹호했던 <연방주의자 논고(Federalist Papers)>와 더불어 연방헌법에 반대하고 주정부 권한을 보존하자고 주장했던 당시 <반연방주의자 논고(Anti-Federalist Papers)>가 미국 서점에서 재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대한민국의 정치는 미국의 원형을 따르고 있지만, 그 현실과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영토 규모의 큰 차이를 차치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자치는 미국과 달리 애초에 위(중앙)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습니다. 민주공화정의 원칙인 ‘피지배자의 동의’는 형식적인 것이었고, 이는 국민의식의 계몽과 개화에 따라 차차 ‘설득’되어질 과제였습니다. 자치의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쥐어지는 그 권력과 이권은 특정 집단의 부패로 이어질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 수립 이전부터 건국을 방해했던 사회주의 세력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의 권력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더욱이 6·25전쟁과 그 이후 계속되는 북한정권의 위협 및 내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이 필연적이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은 여전히 더욱 엄중하고 국민의식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지방 간 불균형 및 중앙집권화의 계속되는 모순으로 인해 지방자치와 분권의 요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정부의 안보와 외교력을 저해하지 않고 지방의 부패 가능성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와 분권을 효과적이고 균형 있게 전개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막중한 과제입니다. <월드뷰>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호 특집 주제로 지방자치의 원칙과 한국 현실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개선점을 다룬 전문가들의 글을 실었습니다.


커버스토리


먼저 커버스토리에는 최재형 종로구 의원을 모셨습니다. 지난 2018년 10월호 <월드뷰> 커버스토리로 모셨던 대한해협 해전의 영웅 고 최영섭 대령님의 차남이기도 합니다. 최재형 의원은 문재인 전 정부의 감사원장으로 임명받았지만 정부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며 국민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사퇴하면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부친이신 고 최영섭 대령님이 작년 7월 소천하시면서 남기신 ‘대한민국을 밝히라’는 유지가 최 의원이 정치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게 된 마지막 방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비록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탈락했지만 이후 종로구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전략 공천되어 ‘3선 종로구청장’ 출신의 김영종 무소속 후보를 큰 표 차로 이겼습니다.

최재형 의원은 고등학교 시절 장애가 있는 친구를 업고 등교했고, 네 명의 자녀 중 두 아이를 입양한 사실 등이 알려져 대선 과정에서 ‘미담제조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본지 <월드뷰> 독자들을 비롯한 많은 기독교인들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크리스천 정치인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최 의원의 신앙인으로서의 소명의식과 기독교 정치관, 그리고 크리스천 국회의원으로서의 각오를 들어보았습니다. 또한 이번 호 특집 주제인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감사원장으로서 목격했던 지방정부의 부정부패 문제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달의 특집(ISSUE)


특집 주제에서는 먼저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세 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김대호 소장은 한국 지방자치법의 개정 역사를 살펴보고, 2020년 국회를 통과하여 올해 1월 13일부터 현재 시행 중인 전부 개정 지방자치법의 내용과 취지를 검토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임현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역사를 보다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임 교수는 지방자치제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치법연구원의 김성호 부원장은 성경적 관점에서 지방자치제와 지방분권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는 고대 이스라엘 건국(신 1장)에서 지방자치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국가 이전에 더 근본적이고 우선적인 공동체로서의 지방정부가 아래서부터(bottom up) 건강하게 수립되는 것이 성경의 창조질서에 부합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음으로는 현재 지방자치제도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네 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홍익대학교 음선필 교수는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의 장·단점을 도출하고 대안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정당공천이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켜 지역의 필요와 무관한 소모적인 대결 양상을 낳는다고 지적하면서, 지방자치를 바람직하게 정착시키기 위해 공천과정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진행하고, ‘지방정당’의 활성화를 위해 정당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법무법인 저스티스의 지영준 변호사는 지방의회의 조례제정권이 낳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인권 관련 조례’, ‘학생인권조례’, ‘혐오표현 금지조례’ 등의 지방의회 제정은 많은 경우 그 한계를 벗어난 위법임을 설명합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에 의해 설치된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교사가 억울해하며 자살한 사례를 들면서 지방의회 조례제정권의 심각한 폐해를 지적했습니다. 주민자치법반대연대의 이희천 대표는 현행 전부 개정 지방자치법에서는 삭제되었지만 더 보강되어 따로 발의된 ‘주민자치 기본법’이 ‘좌파마을독재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법안이 ‘주민자치’, ‘마을민주주의’, ‘주민의 자율성과 독립성’, ‘직접민주주의’ 등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사회주의 공동체 모델을 전국의 모든 읍·면·동에서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원광대학교 박민정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국책사업 유치 경쟁이 되어 버린 지방공항건립으로 인한 예산낭비와 재정적 적자를 공공선택론과 지대추구론의 분석틀을 통해 지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제도의 개선방안을 살펴보는 네 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먼저 중앙대학교의 마강래 교수는 지방자치의 원칙적 이상과 냉철한 현실을 진단하며 지금의 행정구역으로는 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마 교수는 ‘압축도시’ 전략과 ‘지방 대도시권’ 구상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숭실대학교의 김성배 교수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포용적 정치관계를 확립시키기 위해 도와 광역시를 통합하는 ‘지역중심 분권형 국가운영체제’ 구축을 제안합니다. 또한 시, 군, 구를 광역화하여 행정비용이 가장 낮아진다는 15만 명에서 50만 명 정도 규모의 새로운 시를 만드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부산대학교의 김행범 교수는 지대추구의 장으로 전락하는 지방자치를 막기 위해 자치단체가 파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역설적으로 제안합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잘못된 재정관리로 파산할 수 있듯이, 재정 기반을 무시하고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위기를 초래했을 때는 자치단체도 파산하는 제도가 있어야만 지방자치가 더 책임 있는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산교회 원대연 목사는 교회가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성공적으로 막아 낸 사례를 소개하며 더 나아가 어떻게 교회가 나서서 차별금지법과 같은 악법을 막아 낼 수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나가며


종합하자면, 더 좋은 정치와 효과적인 정부 정책을 위해 지방자치와 분권은 원칙적으로 마땅하나, 첫째, 대한민국의 안보현실 및 위법적 조례제정 사례 등을 고려하여 중앙정부가 보존해야 할 외교안보 역할 및 헌법적 원칙을 위해하는 지방의 권한을 경계해야 하며, 둘째, 부정부패가 없는 진정한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건강한 자치 의식이 충분히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자유민주, 공화주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하고 이에 합당한 개개인의 양심을 바로 세우는 과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부 이승만의 <독립정신>을 보면 흥미로운 결론이 나옵니다. 바로 나라와 정치가 바로잡히기 위해선 개인이 먼저 개화되어 양심이 깨우쳐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각 개인이 상 주시고 벌하시는 하나님을 믿어야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 두려운 마음에 악한 일을 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에 착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도덕’이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이 결론을 가지고 <독립정신>을 다시 읽으면 그 정신이 청나라나 일제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홀로(獨) 선다(立)’는 차원의 ‘독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승만이 볼 때 개인의 양심을 깨우치고 사회의 도덕을 정립하며 진정한 개인의 자유사상을 배양하는 곳은 교회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어찌 교회가 정부의 근원이 아니리오!’라며 탄복합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놀라운 성공을 면밀히 연구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결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즉 자유도 민주도 그 원천이 기독교에 있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지방자치와 분권의 열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교회가 바로 서는 것, 그래서 성경의 진리로 각 개인과 공동체가 스스로 자치(自治)를 누리는 것이 곧 ‘아래로부터’ 진정한 정치를 세우는 길입니다. 기독교세계관 월간지 <월드뷰>가 소명으로 받은 길이기도 합니다.

이번 호부터는 “최PD가 간다”라는 제목으로 [문화·공연] 칼럼이 연재됩니다. 여성단체인 ‘센saint언니’ 대표와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청년이사를 맡고 있는 최가슬 시인이 이 칼럼의 진행을 맡는 PD로 수고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대한시문학협회 우수상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창작뮤지컬 ‘평양마켓’ 작가 및 주제곡 작사에 참여했고, 청년금식기도운동 ‘그리스도의 계절’, 청년연합예배 ‘청년한국’을 기획했으며, 문화예술/여성운동/통일운동 분야 강사와 문화기획자로 활동 중입니다. 앞으로 젊은이들을 위해서 문화 공연 분야의 여러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소개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pyungse.cho@gmail.com>


글 | 조평세

영국 킹스컬리지런던(KCL)에서 종교학(BA)과 전쟁학(MA)을 공부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트루스포럼 연구위원 및 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의 이사로 활동하며 영미식 보수주의를 한국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 <레이건일레븐(열아홉, 2020)>과 <예수는 사회주의자였을까(개혁, 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