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삶의 질과 아동복지

2021-12-10 0 By 월드뷰

월드뷰 DECEM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8


글/ 김미숙 (한국아동복지학회 감사)


아동 삶의 질의 현주소


우리 사회에서 아동은 사회적 약자임과 동시에 저출산으로 인해 사회적인 관심을 많이 받는 대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의 삶의 질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석유 등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1인당 GDP 3만 달러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때문이다. 높은 교육열에 의한 우수 인력 양산으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고속성장이 가능했고, 자동차, 반도체, 조선 그리고 최근에는 K-Pop, K-Drama와 같은 예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이러한 전무후무한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사회적 희생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아동 삶의 질이다. 우리나라 아동은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면서 남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한국 아동의 행복 수준은 조사대상국 35개 국가 중 31위로 나타났다.1) 영역별로 보면 아동의 대인관계 만족도(14위)는 양호한데 반해, 학습만족도(25위), 안전환경 만족도(26위), 자기 자신 만족도(28위), 물질적 수준 만족도(29위), 시간 사용 만족도(31위) 등은 순위가 낮았다.2)

아동의 학습만족도와 자기 자신 만족도, 그리고 시간 사용 만족도가 낮다는 것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아동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사용하기 어렵고 학습시간이 긴 편이며, 학업성취에도 대한 불만족으로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아동의 삶의 질은 더욱 낮아졌다. 이러한 삶에 대한 불만족은 자살률로 연결된다. 2016년 우리나라 10~19세 아동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9명으로 OECD 평균 3.4명보다 1.5명이나 높았다.3) 이처럼 우리 사회는 사회적인 실력과 경쟁력은 갖추었으나, 아동 개인적으로는 휴식, 삶의 재미, 여유, 놀이 등 삶의 여러 부분에서 기회를 빼앗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동복지는 어떠한 방향과 목적, 그리고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아동복지는 무상 영·유아 복지 및 저연령 대상 아동수당,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복지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아동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정책 방향으로 선회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우리나라 아동복지예산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 후, 아동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아동복지정책 방향을 논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아동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동복지 현황 및 문제점

우리나라 아동복지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서 예산구조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글에서는 청소년복지예산(여성가족부)과 교육예산(교육부)은 포함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 2021년 예산만을 중심으로 했다([표 1] 참조). 2021년 보건복지부의 총예산은 90조 원 정도이다. 이중 사회복지예산은 76조 원이다. 영·유아 및 아동만을 대상으로 보면 영·유아(0~5세) 보육예산은 5조9천억 원(총지출의 6.6%)이고, 아동(0~17세) 복지예산은 2조6천억 원(총지출의 2.9%)이다. 즉 영·유아 예산은 아동예산의 2배 이상이다. 아동복지예산을 분해해 보면 86%의 예산이 아동수당이다. 그런데 아동수당 대상 연령은 만 8세 미만으로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고, 나머지 8세부터 17세 아동은 제외되어 있다. 이처럼 아동복지예산은 대부분 영·유아 및 초저아동에게 가는 불균형을 보인다. 아동복지예산에서 아동수당을 제외하면 총 복지지출의 0.4%만이 아동복지예산이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과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한 ‘다함께돌봄’ 사업이 있다. 아동복지예산 대비 비중을 보면 ‘지역아동센터’ 사업은 7.2%, ‘다함께돌봄’ 사업은 1.5%로 매우 미미함을 알 수 있다.

이를 1인당 예산으로 환산하면 [표 2]에 제시된 것처럼 영·유아는 1인당 260만 원가량인데 반해, 아동은 1인당 34만 원에 불과하다. 영·유아 1인당 복지예산은 아동 1인당 복지예산의 7배 이상이나 된다. 같은 아동이라고 해도 연령대에 따라서 복지예산이 매우 차등적으로 배정되어 있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영·유아 예산을 지속해서 증액하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2020년 현재 0.84명). 이에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복지에 대한 시각이 전환되어야 한다.

아동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아동복지 과제

그렇다면 아동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동시에 우리 사회 최대의 난제 중의 하나인 저출산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아동복지에 초점을 두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영·유아에게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보육예산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유아 보육 지출 규모와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 예산상의 누수가 없는지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출산율의 감소로 폐원하는 어린이집은 아동복지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부족한 국·공립어린이집은 증설하여 보육의 질은 높이면서 규모의 경제로 어린이집이 운영되도록 한다. 한편, 유치원의 경우는 조기교육 및 특별활동 교육을 제공하면서 일부 비용은 부모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러한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재가 아동의 경우는 양육수당을 받게 되는데, 이는 아동의 발달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동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앞의 [표 1]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아동을 위한 복지지출은 매우 미미하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 되면 가정에서 아동의 교육비용을 모두 충당해야 하는 구조이다. 더욱이 방과 후나 지금과 같은 간헐적 등교 상황에서 맞벌이 가족의 경우는 아동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다. 다함께돌봄센터는 이제 시작 단계로 전국에 424개소가 있고 이용 아동은 7,403명에 불과하다. 이에 일반 및 맞벌이 가구 아동을 돌볼 수 있는 기관을 확충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아동수당 예산부담으로 인해서 다양한 복지를 하는데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현금보다는 아동을 돌보아 주는 서비스 지원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아동이 방과 후 이용할 수 있는 돌봄센터의 확충이 시급히 요청된다.

셋째, 저출산 대책 중의 하나로 맞벌이 가정 부모의 육아휴직 지원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중견기업 이상에서만 육아휴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쉽지 않다. 이에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등에서도 법정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동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복지 다양화가 필요하다. 학교를 활용할 경우 비용도 저렴하고, 양질의 방과 후 활동이 가능할 수 있다. 현재는 무상급식에 상당히 큰 비용이 투입되고 있어서,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의 지원이 어렵다. 이에 무상급식 제도를 제고하여 취약계층 중심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도록 하며, 대신 남은 비용은 다양한 방과 후 활동 개발 및 지원에 활용하도록 한다. 이로써 부모의 사교육비는 절감되고, 아동은 다양한 학습 및 여가활동을 학교에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성경 에베소서 6장 4절에는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라고 되어 있다. 아동기의 분노와 불만족 그리고 이로 인한 삶의 질 저하는 평생을 간다. 아동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로 하지만 말고, 아동의 현재 삶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인 걸림돌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되, 방과 후 활동지원과 부모의 양육기회 제공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사회의 건강성이 회복되어 아동의 삶의 질이 제고될 수 있고, 가정에서는 최소 2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서 키움으로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mskim144@naver.com>


1) 복지타임즈. (2021.6.21). “한국 아동의 행복도, 35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 (2021.11.2 인출) http://www.bokj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141
2) 복지타임즈. (2021.6.21). “한국 아동의 행복도, 35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 (2021.11.2 인출) http://www.bokj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141
3) 세계로컬타임즈. (2021.5.22). “10대 청소년 최대 사망원인은 극단적 선택” (2021.11.2. 인출) http://segyelocalnews.com/news/newsview.php?ncode=1065625174670496


글 | 김미숙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아동복지학회 감사로 활동하면서 정부 및 민간으로부터 과제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아동 삶의 질, 아동 생활시간, 아동학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