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창의적 사역 과제
2021-11-18제2부 선교사와 타문화 사역 (8)
월드뷰 NOVEMBER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3 |
글/ 전성걸(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상임대표)
우리는 감염병 대유행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말라리아, 홍역, 뎅기열과 같이 오랫동안 알려진 질병도 있지만,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과 같은 새로운 감염병도 있다. 그 중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는 인수공통전염병, 즉 동물 숙주로부터 바이러스로 전파된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감염병과 유사 질병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감염의 확산 양상과 이를 억제하려는 시도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현상들이 참으로 이례적이다. 코로나는 의료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 경제, 교육, 기술, 종교 등 가히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위협하는 글로벌 문제가 되었다.
위협
기독교 선교 진영도 코로나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1년 사이 필자와 가깝게 교제하며 지냈던 두 분의 선교사가 코로나로 사망했다. 지금도 코로나 감염으로 투병 중인 선교사들을 위한 긴급 중보기도 요청을 SNS를 통해 받고 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에 의하면 8월 현재,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해외 파송 선교사는 23명으로 집계되었다.
코로나19로 선교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선교사들의 수 또한 늘어가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비자가 만료된 선교사들이 사역지를 다른 국가로 재설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을 역임한 조용중 선교사에 의하면 코로나로 인해 해외 파송 선교사의 약 20%가량이 귀국 혹은 철수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장신대 박보경 교수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에 비유했다.
한편, 한국 교회 역시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에 온라인 예배를 경험하지 않은 교회는 무려 70%에 달했고, 그중 코로나 이후에 온라인 예배를 하지 않는 교회가 50%에 달했다. 방역 당국의 규제로 현장 예배가 금지된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를 경험하지 못한 교회들은 현장 예배의 위기까지 직면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교회가 성도 수 100명 미만의 소형 교회들이어서 그 안타까움은 더 크다. 온라인이 됐든 현장 예배가 됐든 코로나로 인해 예배 참석자와 헌금이 모두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결국 선교비 지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지금 한국 교회와 한국 교회의 선교는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긍정적 변화
동전의 이면이라고 해야 할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협적 상황에도 꽃피운 긍정적 변화의 씨앗들이 있다. 온라인 비대면 방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예배의 형태가 모이는 예배에서 흩어지는 예배로 확장되고 있다. 예배란 무엇인가에 대한 신학적 입장과 논쟁도 균형 있게 살펴봐야겠지만, 코로나19는 적어도 주일예배의 자리를 예배당에서 가정으로 가져오는 맛을 보게 했다. 초대 교회의 예배가 오이코스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기억할 때 이런 변화는 의식화된 예배를 신선하게 흔들어 깨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종교개혁의 시기를 지나며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장소’로서 교회의 개념이 강조되면서 오늘날까지 우리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당에 ‘간다’. 삶의 자리에서 드려졌던 오이코스의 예배가 분리된 공간인 예배당에서 드리는 예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필자는 지금 예배당에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장소의 개념으로 예배가 해석되는 것, 그래서 그 장소로 갈 때만 가치 있는 예배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비록 코로나로 비자발적 비대면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흩어지는 예배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정에서 쌓는 제단, 제사장으로서의 부모 역할, 세대가 공감하는 예배, 세상에 침투하는 예배자의 삶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이다.
한편, 첨단을 달리고 있는 온라인 기술은 비대면의 상황에 부닥친 선교계의 커뮤니케이션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선교를 더는 지역적인 개념으로 보지 말아야 하지만, 소통의 차원에서 보면 비대면 상황은 여전히 글로벌 선교에 어려움으로 존재한다. 이럴 때 온라인 소통 방식의 적극적인 수용은 선교 관련자들 간의 대화를 더욱 활성화해주고 있다. 화상회의, 그룹 영상통화 등은 시각적 협업을 넘어 소통의 빈도수, 집중도, 효율적 운영 등의 효과를 낳고 있다. 어느 지역교회에서는 특별 새벽기도주간 동안 선교지에 있는 파송 선교사들이 실시간 줌(Zoom)으로 참여하여 말씀을 전하는 매우 특별한 기도회를 하기도 했다. 기도편지로만 접했던 선교지를 이제는 후원 선교사들과의 온라인 비대면 만남을 통해 현장 사역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더욱 가깝고 긴밀한 동역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응 과제
코로나19의 상황이 여전히 진행형인 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어쩌면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지속할 가치가 있는 대응책 마련이 더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주도하는 선교에서 동역하는 선교로
코로나로 인한 비자발적 선교지 후퇴의 상황을 선교지 성숙을 위한 기회로 선용해야 한다.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이다. 선교의 주체는 선교사가 아니다. 선교사는 부르심을 받아 맡은 소임으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할 뿐이다. 만약 코로나로 선교지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두고 온 선교지가 스스로 그들의 신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선교사 부재의 상황을 선교사 역할 전환의 단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재생산의 중요성을 기억하면 좋겠다. 선교사 부재의 상황을 현지 교회와 성도들이 스스로 교회의 존립과 성장을 위해 헌신할 기회로 삼는 것이다. 선교 전략가 헨리 벤(Henry Venn)이 주창했던 선교의 안락사(Euthanasia of a Mission: 선교사는 선교지의 영구적 존재가 아니므로 현지인들에게 점차적 이양을 통해 더는 선교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으로 선교지를 자립, 자치, 자전시켜야 한다는 이론)를 출구전략으로 삼아 성령님의 인도하심 아래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선교사가 주도하는 선교에서 선교사가 현지인들과 동역하는 선교로, 나아가 그들을 후원하는 성숙한 선교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선교사 멤버 케어의 강화
코로나 상황으로 야기된 선교사 후퇴와 사역 전환의 위기는 선교사들에게 심적 부담과 불안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미래 사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사와 그들의 가족은 외부의 시선까지도 떠안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블루가 선교사들에게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진정성 있는 선교사 멤버 케어(Missionary Member care)이다. 멤버 케어란 선교사와 그의 가족들을 포함한 선교 사역자들이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삶과 사역을 수행하도록 전방위적 차원에서 그들을 돕고 지원하는 선교 관련자들에 의한 지속적인 돌봄의 투자이다. 코로나 상황 중 선교사는 하나님의 돌보심을 신뢰해야 하며 이 시기를 거룩한 멈춤의 기회로 삼아 영육 간 자기 돌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들을 파송한 파송 교회와 단체들은 코로나로 후퇴한 선교사와 그들의 가정이 충분한 기간 머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심적 부담과 우울과 불안 등을 목회적, 신체적 돌봄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사역지를 옮겨야 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그들의 사역 경력과 전문성이 단절되지 않도록 새로운 사역과 사역지 연결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창의적 선교교육의 발견과 도입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테크놀로지의 필요는 이제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뉴노멀의 중심이 되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속도를 높여 놨고, 온라인의 생활화를 광범위하게 펼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익숙지 않았던 원격교육, 원격진료 등은 이제 자연스러움을 넘어 트랜드화 되어가는 추세다. 온라인 생활화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는 이때 선교 진영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필자는 선교계에 종사하는 선교교육 디자이너로서 바로 지금이야말로 선교교육의 새로운 방정식을 세워가야 할 때라고 믿는다. 지금까지의 선교사들을 위한 재교육과 지역교회의 선교교육은 나름의 규정과 방식에 따라 진행됐지만, 여전히 한시적이며 제한적인 요소들이 많다. 선교사들이 재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안식년을 활용하거나 본국을 방문해야만 가능하다. 지역교회의 선교교육 역시 특정 헌신자들을 위한 한시적 프로그램 중심이다. 이제는 이와 같은 제한적 요소들을 탈피하면서도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필자는 이에 대한 접근법을 에듀테크(Edtech)에서 찾는다. 교육과 기술이 결합하여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때, 강사의 능력과 폐쇄적 학습에 집중해 발전한 이러닝(e-Learning)의 차원을 넘어 LMS(학습관리시스템), AI, 빅데이터, AR & VR 등의 기술이 학습 전반에 활용되는 시스템 도입이 선교교육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에듀테크에 기초한 양방향 온라인 선교교육을 마련하게 된다면 양질의 선교교육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가능해진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교사들은 물론 일반 성도들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기 주도적이며 평생 학습적인 선교교육의 참여가 가능해질 것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필요와 철학에 기초해 현재 에듀테크에 기반한 자기 주도적 양방향 온라인 선교교육 플랫폼 MEX College를 구축 중이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앞으로의 칼럼 연재를 통해 나누려고 한다.
선교의 역사는 시대의 물결을 따라 때론 순항하고, 때론 폭풍을 지나는 가운데 쓰여 왔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앞에는 써가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적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성경의 교훈과 시대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창의적으로 써나가길 기대해 본다.
<chunsunggeol1@gmail.com>
글 | 전성걸
캐나다 NSCAD University (B.A.), Tyndale Seminary (M.Div.)를 졸업하고,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D.Min. in Intercultural Studies)를 취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교회 개척 선교사로 사역했으며, GMF 산하 한국글로벌리더십연구원(KGLI) 원장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TMTC) 상임대표 및 MEX 디렉터로 사역하고 있다. 저서로는 <타문화 관계전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