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경제
2021-11-17곽태원 교수의 성경과 경제 이야기 (6)
월드뷰 NOVEMBER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BIBLE & WORLD VIEW 2 |
글/ 곽태원(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자본의 중요성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가시적인 기준의 하나는 자본이 얼마나 풍부한가이다. 흔히 자본을 금융자본과 실물자본으로 분류한다. 실물자본은 기계나 장비, 건물 등 형체를 가지고 있고, 직접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사람이 만든 물건을 말한다. 금융자본이란 실물자본을 구매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자본’은 주로 실물자본을 지칭한다.
선진국에는 자본이 많아서 생산 활동에 노동보다 자본이 훨씬 더 큰 몫을 담당한다. 반면, 후진국에서는 사람은 많은데 자본이 매우 귀한 경우가 많다. 자본이 풍성하면 당연히 노동자 한 사람이 주어진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커지는데, 이것을 노동생산성이라고 한다. 노동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의 소득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어떤 후진국이 경제성장을 하려면 우선으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자본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자본을 확보하는 것을 투자라고 한다. 투자를 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한 나라 경제가 투자의 재원을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길은 소득을 전부 소비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국가에서는 그해의 소득으로 그해에 쓸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입하기에도 부족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국민이 저축하는 습관이나 적절한 유인이 없어 소득을 전부 써버리거나,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저축이 크게 부족해서 저축 장려운동을 활발히 펼쳤었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제도도 만들었다.
자본 조달의 방법
저축을 통해서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자본축적과정은 매우 더딜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노동생산성이 낮아서(주로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고, 낮은 소득 때문에 저축할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 기쁜 소식은 부유한 국가의 원조 등 선진국의 자본이 도입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것은 선진국 국민이 저축한 돈을 후진국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이러한 일을 ‘해외저축’의 도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선진국으로부터 차입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선진국 기업이 소위 해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형태로 후진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
소득이 매우 낮은 후진국의 경우, 선진국으로부터의 차입은 신용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다. 그래서 민간부문의 상업적 차입은 이루어지기 어렵고 대부분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유상원조 형태, 즉 차입이긴 하지만 이자율이 낮거나 이자가 없는 차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나라도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 차관을 많이 도입해 이것으로 여러 가지 산업시설에 투자했다. 우리나라는 소위 개발연대라고 말하는 기간 중 국제수지가 만성적인 적자를 지속했는데, 이것은 국내저축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앞에서 말한 소위 해외저축의 도입이 이루어지는 모습이었다.
간단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우리가 국내에서 생산해서 얻은 것을 쓰고 남는 부분을 수출하고, 수출한 금액만큼만을 수입하면 국제수지는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개발연대 기간에는 수출해서 얻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의 수입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기계나 장비 부품 같은 자본재와 에너지 그리고 원자재 등이었다. 이처럼 해외무상원조나 차관 등을 이용한 후진국의 성장 시도는 많은 경우 해당국 정권의 부패 등에 의한 대규모 횡령 등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해외직접투자(FDI)는 민간을 통해 후진국에 경제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경로였다. 그러나 많은 경우 선진국의 기업들이 후진국에서 방치되고 있는 자원을 개발해 헐값에 사들이는 착취적 성격의 투자였기 때문에 후진국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아니어서 직접투자의 수요도 많지 않았고,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를 꺼리고 차관을 선호했기 때문에 자본도입이 주로 차관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사례였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거쳐 이제 OECD에 가입했고, 소득수준도 선진국 수준이 된 상황에서 우리도 상당한 자본축적을 자랑하게 되었다. 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직접투자형태로 많이 들어와 있고, 우리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선·후진국에 광범하게 진출하게 되었다. 이른바 세계화 현상은 국가 간 자본의 이동을 매우 자유롭게 바꾸었고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 세계화의 대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다국적 기업 유치
다국적 기업의 유치가 자본도입 현상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요즈음에는 더 주목을 받는다. 우수한 다국적 기업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므로,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제대로 된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자국 유치를 위한 경쟁에 전력투구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다. 다국적 기업의 유치를 위해서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규제를 개선하고 노동 개혁 등을 통해 노동비용의 안정화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법인세는 대기업 대주주들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세율을 높여야 공평하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높은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을 우리나라에서 몰아내면 가장 손해를 보는 계층은 일자리를 잃는 중산층 근로자들이다. 정작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를 찾아갈 수 있는 대기업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는다.
고령화가 급진전하는 상황에서 성장둔화로 청년실업이 최악의 상태를 보여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단기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좋은 기업이 더 많이 세워지거나 유치되고 국내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물론 기술개발, 교육개혁 등을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일자리 문제는 결국 지속적인 성장이 있어야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은 고령화 때문에 불가피하게 나타날 복지재정 문제 해결에도 중요하다.
맺음말
개발연대 기간에는 대통령 한 사람의 탁월한 리더십으로도 국가의 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바로 서야 한다. 또 노동조합 같은 이익단체의 태도도 중요하다. 물론 기업가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교육기관은 더 중요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도의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이미 2,000여 년 전에 교회에 전해준 바울 사도의 권면은 여전히 절실하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1~2).
<twkwack1@naver.com>
글 | 곽태원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을 거쳐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에서 2년 그리고 서강대학교에서 20년간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조세연구원 이사,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친 조세 관련 전문가로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소득 과세의 연구에 몰두했으며, 2006년에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