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교회에 바란다

한국 사회와 교회에 바란다

2022-01-02 0 By 월드뷰

월드뷰 JANUARY 2022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2022년 새해 첫 커버스토리는 대전 새로남교회의 오정호 목사님을 모셨습니다. 오정호 목사는 부친 오상진 원로 목사 슬하에서 4대째 기독교 가문에서 자랐으며, 서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함께 한국 교회의 중요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목회포럼 이사장과 대표를 역임하며 교회가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기여했으며, 대전 지역에 기독교 대안학교를 만들어서 미래 세대 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김승욱: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새해에 한국 사회와 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는 코로나에서 벗어나서 보다 밝은 미래로 나가자는 취지로 먼저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젊은이들이 취업이 어렵다 보니 결혼도 못 하고, 결혼해도 자녀 양육비 부담으로 아이도 안 낳고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아서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는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다음 세대를 끌고 나갈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가 어렸을 때는 나라가 가난했기 때문에 불행한 세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강국에 들 정도로 잘살게 되었는데도, 젊은이들은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다시 꿈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희망찬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오정호: 저는 젊은이들에게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늘 하도록 권합니다. 모든 인간이 마지막에 기댈 언덕은 자기 정체성, 바로 아이덴티티(identity)입니다. 내가 누구인지에 답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가치 있는 일들이 시작하기 때문에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Who Am I(온 땅의 주인)’라는 복음성가 있습니다. ‘나는 피었다 지는 꽃과 같고 바다에 있는 파도와 같지만, 주님은 나를 붙들어 주시고 나를 응원해 주시고 나를 주의 영광스러운 자녀로 삼으셨다’라는 가사는 자기 정체성과 신뢰의 대상에 대한 확신으로 끝을 맺습니다. 만약에 ‘나는 하루살이다’라고 말하고 끝났으면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그런데 마지막이 정말 영광스럽게 소망을 주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내가 주님 앞에서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되새겨야 합니다. 먹고 입는 문제를 떠나 내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를 깊이 숙고하고 정체성을 가질 때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기술발전으로 인해서 세계가 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른에게 배우라는 말은 정말 옛말이 되었습니다. 삶에 꼭 필요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도 고령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젊은이들을 가르치기는커녕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유교 문화 때문에 나이가 조금만 어려도 무시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되어서, 제자가 스승의 권위까지도 무시하는 지나친 평등주의가 문제라고도 합니다. 이런 급변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오정호: 시대마다 시대를 이끄는 시대 정신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 오백 년은 유교가 다스렸고, 지금은 세속주의 문화가 시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무쌍한 가운데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이 저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아무리 세상이 뒤집힌다고 할지라도 살아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는 크리스천입니다. 크리스천이란 말 자체가 ‘나는 그리스도께 속해 있다’라는 소속감, 관계를 나타냅니다. 건전한 소속감에서 ‘나는 어떤 가치 있는 존재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하는 것처럼 인생의 집을 건축할 때도 역시 첫 선택이 중요합니다. 아무것이나 그냥 선택하고 나서 나중에 ‘나는 왜 이럴까’가 반성할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검증되고 불변하는 그 원리나 기초 위에 집을 지어야 흔들리지 않습니다. 주님은 주님의 사랑의 대상인 나를 계획에 두고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올바른 정체성과 관계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우리 인생은 허무해질 것입니다.

김승욱: 새해를 맞이해서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고쳐야 할 부분이 어느 부분일까요?

오정호: 우리나라는 이전부터 남북한 간의 이념 갈등, 동서 지역갈등, 노사갈등, 빈부갈등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이대남 이대녀의 갈등까지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까지도 여학생과 남학생 간에 갈등이 있다더군요. 심지어는 이 갈등의 파도가 교회 안에까지 들어와서 목회자와 성도의 갈등도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의하면 이간질을 하는 것은 사탄의 역사입니다. 성령은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십니다. 성경 어디를 보아도 ‘너희들은 상전에게 적대시하라, 깨부숴라, 무너뜨려라’ 이런 말씀이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영적인 원동력은 주님의 사랑에서 나옵니다. 개인이나 가정, 교회가 우리의 통치자이신 주님 앞에서 상호 존중하는 삶을 실천하고 순종할 때 우리의 관계가 상호 보완적인 것이 됩니다.

김승욱: 성경에는 성 문제나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교회 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목사님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정호: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기도해 왔고 행동을 취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역차별을 하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미풍양속으로 내려온 가정의 제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하는 것이 성경적 창조 원리이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우리가 불행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야 하지만, 중독된 사람들을 도와줘야지 너희들은 너희들 성향대로 살라는 식으로 중독에 계속 빠져들도록 외면한다면 그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김승욱: 정부가 교회 예배를 금지하는 조치에 대해서 기독교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뉩니다. 만원 버스나 지하철은 놔두고, 띄엄띄엄 앉아서 1주일에 한 번 드리는 대면예배 금지는 종교탄압 또는 정치 방역이라는 비판이 있는 반면에, 일부 기독교 지도자 중에는 당연한 조치라고 합니다. 예배 금지 조치 때문에 1만 개의 교회가 사라졌고, 특히 초신자 16%가 교회를 떠났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정호: 최전선에 있는 목회자 입장에서 초기 대응에 너무 미숙했다는 사실로 인해 가슴 아팠습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 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기관이 파트너십을 가지고 카운터 파트너가 되어서 정부와 대화를 해야 했습니다. 교회처럼 생명을 존중하는 곳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마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면 코로나가 확산되는 것처럼 정형화시켜서 예배를 통제했습니다. 교회는 예배가 생명입니다. 그런데 예배를 못 하게 강제했습니다. 우리 교회에도 예배를 취재하겠다며 언론사가 오고, 대전광역시 방역 당국도 왔습니다. 우리는 협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들이 출근하는 것 이상으로 기독교인은 예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만약에 방역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당신들도 출근을 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또, 방역 당국에서도 인정했듯이 예배로 인해 확진자가 나왔다는 통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예배를 중단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버스나 지하철을 보면 마스크 끼고 좁은 공간에 빡빡하게 끼여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배실에 뚝뚝 떨어져 앉아 있습니다. 이게 뭐 하는 일입니까? 이것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교회가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것입니다.

그리고 또 문제는 교회 안에서 한목소리가 되어도 부족할 때에 ‘적전 분열’이 일어나듯이 사상 초유의 ‘비대면 예배’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예배는 원래 주님 앞에서 성도들이 함께 더불어서 하는 예배밖에 없습니다. 비대면 예배는 한시적으로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정착돼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선제적으로 제압을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교회에서 예배 자유를 위한 예배 자유 수호연대, 시민연대가 출발했습니다.

매스컴은 뉴스 자막에 예배 강행이라고 붙여 국민에게 반감을 가진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예배는 강행이 아니고 예배의 기쁨과 예배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강행이란 말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억지로 밀고 나가는 느낌을 줍니다. 예배는 교회의 사명이고 자연스러운 것인데, 오히려 예배 안 드리는 것이 강행이 아닐까요? 예배 강행이란 프레임을 씌워서 교회에 국민이 악감정을 갖게 하고, 교회 내부적으로 이간질을 한 것이 정부의 계책인지, 어떤 프레임을 더 씌웠는지 심사숙고하고 다시는 이런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아야 합니다.

김승욱: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그리고 교육감 선거까지 있어 ‘선거의 해’라고 하는데, 정치에 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정교분리라고 하면서 많은 오해를 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교회나 개인은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것에 대한 오해가 무엇이고, 마땅히 크리스천의 정치 참여에 대한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오정호: 일제 시대에도 그랬는데, 일반적으로 교회 지도자들이 정치 권력을 비판하면 독재자들이 정교분리인데, 왜 종교가 정치를 비판하느냐고 합니다. 정치권이 종교를 간섭 안 할 테니, 종교인들도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교분리는 잘못된 해석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우리의 삶 자체, 우리 일상 행위 자체가 정치 행위입니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원칙을 세워서 다스리면 가정 정치가 되는 것이므로 정치는 모든 곳에 다 있습니다. 교회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면 마치 잘못된 것처럼 오해하는데 이는 그릇된 생각입니다. 성경적 원리가 설교를 통해서 제시되면 이것이 성도들의 삶을 통해서 실천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성도들의 삶을 통해서 실천되는 것은 사회적 행위며 동시에 정치적 행위를 띄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부정과 부패가 있다면 저항을 할 수도 있고, 또 삶을 통해 모범을 보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두 개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대한민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천국 시민으로서 윤리적인 차원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치적인 판단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가로막고, 성경의 가르침을 위반하면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비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올바른 정치가 구현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모든 크리스천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김승욱: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성경 공부하며 삶의 적용으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정치, 관광, 취미 활동 등에 관해 이야기하다 성경 공부는 뒷전에 가 있고 온통 이런 이야기를 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 공부할 때 세상 얘기는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삶과 동떨어진 신앙은 죽은 신앙 아닐까요? 우리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이런 다양한 이슈를 성경에 기초해서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오정호: 흔히 교회나 신앙에 관계된 일은 성스러운 것이고, 일반적인 직업은 세속적이라고 하면서, 성과 속을 구분하는 것을 이원론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주일에는 모여서 예배드리고, 평일에는 각자 일상의 자리에서 예배자로 사는 거예요. 그 자리가 가정이든 직장이든 학교이든 모든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면서 예배자로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고보서에 기록된 것처럼 순종, 실천, 삶을 동반하지 않는 믿음은 바로 죽은 믿음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삶이 신앙 고백과 일치되는 훈련과 교육이 바로 제자훈련입니다.

교회 안에서 주님의 통치를 받고, 교회 밖에서도 역시 예수님의 통치를 받아 이런 틈(Gap)을 점점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주님 지난 6일 동안 세상일을 하다 왔습니다.’라고 대표기도를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세상일과 주의 일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주님이 삶의 정황에 인도하셨기 때문에 모든 일이 주님이 맡기신 일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자녀로서 소금으로 빛으로, 때로는 녹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모델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 대해서 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디에 영향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거룩한 고민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변화산에 올라가서 변화되었을 때 베드로가 너무 놀라서 초막 셋을 짓고 살자고 했을 때 예수님께서 산을 내려가자고 하셨습니다. 성과 속이 구분된다면,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서 내려가자고 했겠습니까? 물론 때로는 특별히 주님과 가깝게 하기 위해서 금식도 하고 자기 스스로 격리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크리스천이 불신자들에게 ‘나는 너희와 다르다’라고 하면서 우리끼리 모여 산다면 우리가 어떻게 복음을 전도하며 어떻게 그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고 어떻게 빛으로 그들이 비출 수가 있겠습니까?

김승욱: 마치 물 위에 배가 떠 있어도 물이 배 안에 들어오면 안 되듯이, 우리가 세상 속에 속해 있으나 세상의 가치관에 물들면 안 된다는 말씀이군요. 대전에서 시민교육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 조례안에서는 노동연대, 환경 평화의 가치와 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을 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이 조례는 공교육 현장에서 성인지 교육과 사회주의 교육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동 중시란 좌 편향된 노조 강령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이고, 환경은 원전 대신 태양광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안보는 미군 철수를 교육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사회가 지금 이념 갈등으로 심하지 않습니까? 좌파, 우파, 진보, 보수의 이런 갈등이 심한데 사실 크리스천에게 좌파가 어디 있고 우파가 어딨습니까? 우리 모두 하나님의 파죠.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하나님 말씀의 진리 위에서 봤을 때 어떤 게 옳은지 서로 터놓고 얘기하고 해야 하는데 실상은 못 그런 거 같아요. 정치적인 색깔이 다르면 같은 교회 교인이라도 서로 소원해지고, 크리스천이 아니라도 정치 색깔 비슷한 사람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정호: 정말 정확히 보셨습니다. 대전의 경우 스물두 명의 시의원 가운데서 스물한 명이 여당입니다. 다수가 국민이나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자기들의 이념들, 자기들의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로 교육을 이용한 것입니다. 특정한 세력에 물든 사람들이 내 아이를 정치사상의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가 깨어서 우리 자녀를 지켜내야 합니다.

김승욱: 여야 대선 후보들이 지역에 내려가서 지역 민원들을 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기독교도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기독교계에서 세운 종립학교들이 많이 있는데 학교에서 성경도 못 가르치게 하고, 기독교 정체성에 맞는 교육도 못 하게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불신자도 교사로 채용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 설립의 기본 정체성을 간섭받는 것인데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든지 교회를 강제로 셧다운 하지 않겠다든지 이런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대선 후보들에게 교회가 요구할 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오정호: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올바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그의 도덕성과 경험, 능력을 점검해야 할 뿐 아니라 동시에 교회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교회에 대해서 그가 크리스천이든지 아니든지 상관이 없이 교회를 존중해 주고 교육의 정체성을 성경적으로 확립할 때 도와주겠다는 분에게는 박수 치겠지만, 교육을 장악해서 자기들의 이념을 펼치는 도구로 삼겠다면 그것은 강력히 대응해야 합니다. 이것은 대선뿐 아니라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이 어떤 생각과 가치를 가졌는지를 알아보는 일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승욱: 지난번에 목사님께서 새로남 기독학교를 보여주셔서 제가 아주 감명 깊게 잘 봤습니다. 이렇게 기독학교를 세우신 동기가 있을 것 같은데, 기독학교 설립 동기에 대해서 좀 듣고 싶습니다.

오정호: 미래 세대는 당대의 책임입니다. 믿음의 전 세대가 우리에게 배턴을 주었습니다. 이것을 떨어뜨리거나 묻어버리면 안 되죠. 반드시 다음 세대에 넘겨야 하는데, 믿음의 세대만이 우리의 배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육신의 아들, 딸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믿음의 세대 계승을 해야 할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시간과 물질과 마음을 투자한다는 것은 너무 귀한 일 아닙니까? 제가 학교를 설립한 이유도 신앙의 세대 계승을 위한 것입니다. 저희는 몇 가지 학교 가치가 있습니다. 견고한 영성, 기독의 인성, 예수님을 닮는 인성, 그다음에 뛰어난 지성, 국제적 역량, 섬김의 지도력입니다. 어디를 가나 섬기는 아이들은 배척받지 아니하고 환영을 받을 텐데 섬길 수 있는 능력은 견고한 영성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 뿌리 깊이 신앙을 가지면 자기도 행복하고 남들도 복되게 할 수 있고 흔들린 사람을 붙잡아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대안학교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음 세대를 복음으로 살리기 위한 처절한 대안이고 몸부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새로남 기독학교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인가요?

오정호: 그것도 전략입니다. 인가를 받으면 방해 조건이 많이 생깁니다. 특별히 재정은 국가로부터 한 번도 받지 않았는데, 만약에 재정을 국가기관으로부터 받게 되면 커리큘럼에 간섭을 받게 됩니다. 저희는 우리의 고유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아이들을 양육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자녀들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서 너의 마음이 있다”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다른 데 돈 쓰지 말고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투자를 하자 해서 부모들이 학비를 통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승욱: 그러면 교회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겠군요.

오정호: 교회는 지금 좋은 땅에 건물을 지어서 우리 아이들이 교육의 수혜를 누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른 교회에 다니는 자녀도 그 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추천하면 똑같은 조건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김승욱: 정부로부터 간섭을 안 받고 커리큘럼이나 자율성을 유지해서 말씀에 기초한 올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바로 기독교 대안학교의 장점이 되겠군요. 사실 공교육 현장에서 참 어려움을 토로하는 분이 많습니다. 어느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과거에는 흥부전의 교훈이 흥부처럼 착하게 살면 나중에 하늘이 돕는다는 권선징악이었는데 거꾸로 읽기가 한동안 유행하면서 요즘에는 능력도 안 되는 게 자식을 그렇게 많이 낳아서 고생시키느니, 놀부처럼 딱 능력에 맞게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는 게 차라리 낫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학생들에게 흥부전에서 계급 투쟁적 요소를 찾으라고 한다니, 정말 큰일 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CTS에서는 ‘일 교회 일 대안학교 운동’을 벌였지요.

오정호: 저는 우리의 미래 세대를 책임지겠다고 하는 열정에는 찬성하지만,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좀 더 많은 경험과 커리큘럼과 운영의 노하우와 같은 부분이 서로 공유되어서 초대 교회가 교육 선교에 앞장선 것처럼 다음에 교육의 영적인 진흥기, 부흥기가 오면 좋겠습니다.

김승욱: 사실 일제 치하에서도 많은 인사가 우리나라에 학교를 세우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교육의 힘으로 나라를 일으키려고 애를 썼고요. 오늘날 또다시 그런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안학교라고 하는 것이 취지도 좋고 목적과 동기도 모두 좋은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러 대안학교가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땅값이 싼 지방으로 가다 보니 교사들이 자녀를 키우기도 어렵고, 해서 결혼만 하면 교사를 그만두다 보니 대안학교에서는 자격을 갖춘 교사진을 확보하기가 참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교육 현장의 교사보다 대안학교 교사의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더군요. 교사의 질이 좋으면 사실 어떤 걸 가지고 가르치든지 잘할 수 있고, 만약 교사의 수준이 떨어지면 좋은 교과서가 또 필요한데 사실 아직 그런 것이 개발되지 않은 것이 현실 아니겠습니까? 새로남 기독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계시는지요.

오정호: 저희는 교과서 커리큘럼은 일반 학교에서 쓰는 것을 그대로 씁니다. 그 대신에 큐티라든지 채플이라든지 특별 활동을 통해 성경적 기반, 소위 비블리컬 스탠다드(Biblical standard)를 채우려고 합니다. “교육은 경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학생들에게 큰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에 대해서도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더불어, 교사와 함께 더불어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드리기를 원합니다.

김승욱: 오늘 이렇게 사회 문제, 정치 문제, 교육 문제 등 다방면에 걸쳐서 목사님의 목회 철학과 여러 가지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사님께서 4대째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고, 삼부자가 목회자가 되시고 한국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계신데요. 제가 옛날에 다녔던 교회에 강태광 목사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아버님이신 오상진 목사님 밑에서 전도사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벽기도가 끝나고 나면 아버님께서 무릎 꿇고 ‘우리 정현이 정호 훌륭한 목회자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는 소리를 들으면서 너무 부러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믿음의 가문의 뿌리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국 사회에도 많은 믿음의 명문 가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정호: 저는 개척교회 목회자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부모님께 매우 감사합니다. 부모님을 통해 주님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충분히 입혀주고 먹여주지는 못하셨지만, 영혼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믿은 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이미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벌어야 성공한 것이 아니고 이미 주님 안에 있으니 성공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아들이 둘인데 하나는 결혼하고 또 다른 아들이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게 신앙의 그 은혜, 복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동시에 우리 자녀들이 신앙을 세대 계승했다는 것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받은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가,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다’ 이 고백이 바울만의 고백이 아니라 저의 살아 있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동시에 책임이기도 합니다. 이제 손자가 태어났으니 믿음의 유산이 6대째 계승되었습니다. 당대 예수 믿는 분들을 보면서 우리가 디딤돌 하나라도 더 놓아드리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승욱: 오늘 이렇게 장시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