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나아갈 방향

한국 정치의 나아갈 방향

2022-02-01 0 By 월드뷰

월드뷰 FEBRUARY 2022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글/ 이상원(월드뷰 주필, 전 총신대 교수)


대통령 선거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점에서 <월드뷰>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글들을 준비하며,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기독교 정치윤리의 관점에서 해석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과 정부를 선택해야 하며,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어떤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색과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 후보들을 둘러싸고 들려오는 추문에 가까운 정보들은 우리를 한국 정치에 대한 자포자기적인 비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모 후보는 상스러운 언행, 그리고 나라를 영화 “대부”(The Godfather)”나 “아수라”와 같은 복마전 속에 빠뜨릴 수도 있는 정치 배경으로 상당수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더욱 혼란스러운 일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집요한 중상모략으로 건전한 양식을 가진 후보를 끊임없이 흠집 내기해 정치 바보로 윤색해 버리려고 합니다. 비열한 정치 공학적 마타도어는 지난 선거에서도 유능한 대통령 후보를 정치 우둔아로 둔갑시켜 버렸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국정을 이끌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무차별하게 적용해서 한국 근대정치사에서 아예 지워 버리려고 합니다. 안순우 목사의 글, “아들과 함께 시대를 읽는 식탁 담화(2): 정치의 계절에 선거를 말하다”는 기독교인들에게 정치의 문제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발하면서, 그 이유가 공직자의 직분(정치 지도자)은 ‘모든 소명 중에서 가장 명예롭고 신성한 것’인 동시에 ‘하나님의 소명의 영역’이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거룩한 사역’이기 때문임을 역설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대통령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독려입니다.

세 편의 글이 외교와 안보의 영역에서 현 정부의 미숙성과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외교와 안보 문제는 나라의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작성한 글들은 무거운 비중으로 다가옵니다.

먼저 베테랑 외교전문가인 장기호 목사는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국격이 높아졌어도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국력의 순위는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4강 다음의 약한 나라라는 냉엄한 현실을 환기시킵니다. 그는 100년 전과는 달리 북한이라는 새로운 위협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러시아·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전체국가들과 영합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은 구한말의 비극을 재현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며, 대한민국이 냉엄한 동북아 국제정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견고하게 하는 것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부터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와 긴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공산주의 좌파가 강세일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었으며, 그것은 냉엄한 현실이었습니다. 북한 전역이 공산화되었고, 남한에도 남로당이 암약하고 있었던 전후의 한반도는 최소한 3/4이 좌파 공산주의 천하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반도의 절반이라도 헌법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근간을 이루는 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초대 대통령이 기독교인이었고 기도하는 가운데 나라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물론적 좌파 공산주의를 사상적으로 제대로 비판할 수 있는 기독교가 부흥하여 한국의 사상과 정치를 주도하는 중요한 중심축을 담당해 왔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철저하게 추구하는 미국의 협력과 지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를 위축시키고 미국과의 동맹을 끊는다는 것은 유물론적인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세력에게 나라를 내어 준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나라를 심각한 파멸의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 불을 보듯 환한 것입니다.

맹목적인 반일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에 가한 과거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현재의 일본은 제국주의 일본과는 성격이 다르며,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정부라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2차 대전 당시 러시아와 독일은 적국이었으나 전쟁이 끝난 후 선린우호 관계를 훌륭하게 유지하고 있고, 독일이 유대인 6백만 명을 가스실에서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으나 두 나라는 지금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고 미국이 원자폭탄을 일본에 투하했으나 미국과 일본이 끈끈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을 한국 정부는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따져야 하지만, 외교 관계는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동북아에서는 중국과 북한과의 영합이라는 위험한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되며,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맹 관계를 선택하는 정부라야 합니다.

터프츠(Tufts) 대학교 이성윤 교수의 글 “평화협정은 김정은이 이기는 길”과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의 글 “안보 헌법, 국가보안법의 정당성”은 남북관계에서 북한 김일성 왕조의 호전성, 핵무장, 적화통일전략, 대남간첩 활동 등과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평화 및 종전협정, 국가보안법 폐지에 매진하는 현 정부의 순진하고 위험한 안보정책을 비판하고, 차기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바른 안보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 문제에 있어서 바른 정책은 존 롤즈(John Rawls)가 말한 맥시민 원리(the maximin principle)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맥시민 원리란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항상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을 뜻합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한다면, 대한민국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핵우산에 참여하거나, 한국도 핵무장을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강력한 군사력으로 무장한 군사 국가를 지향할 때 전쟁을 막는 길은 북한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대남간첩 활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모세의 율법에서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원리를 제시함(레 19:18)과 동시에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로 요약되는 동해보복법도 함께 제시했습니다(레 24:20;신 19:21).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랑의 원리와 냉엄한 정의의 원리는 적용영역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사랑과 은혜와 긍휼의 원리가 규범적인 원리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국가기관은 냉엄한 정의의 원리에 따라서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특히 안보의 문제에 있어서 국가기관은 동해보복의 관점에서 핵에는 핵으로, 군사력에는 군사력으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성경적인 국가관입니다.

김정호 서강대학교 겸임교수의 “징벌적 다주택 규제의 시장 효과”는 경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이고 이론적인 어설픈 결과적 정의관에 근거해 경제 활동을 규제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합니다. 그는 현 정부의 다주택규제정책을 사례로 들면서 현실의 복잡성과 탄력성 그리고 과정적 정의와 자유시장의 원리에 보다 충실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국민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목적으로 다주택을 가지게 되었는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극히 획일적인 방법으로 ‘일 가구 일 주택’을 강요하면서 두 개 이상의 주택보유자에게 폭탄 세금을 부과해 다주택 소유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주택이 필요한 평범한 국민의 거주와 활동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자기 주택을 소유한 상태에서 특별한 연구공간이 필요해 오피스텔을 구하고자 할 때, 다주택 세금 때문에 구입을 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창의적 연구역량이 현저히 침해받게 됩니다. 거주 주택 이외에 연구용 오피스텔을 하나를 더 구입하는 것이 결코 부당한 부를 소유하는 것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정직하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노후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거주용 주택 이외에 다른 주택을 소유할 경우, 단순히 2주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금폭탄을 때리게 되면 사실상 이 사람의 노후 생활을 망가뜨리고 빚더미 위에 앉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평범한 국민의 주택 소유가 탄력 있게 유지될 때 많은 세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를 사회주의 구조로 전환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연취현 변호사의 글, “Beyond Feminism”은 현 정부의 여성 정책이 남성과 여성을 마르크스주의적인 적대적 갈등구조의 기반 위에서 편당적인 여성우대를 주창하는 페미니즘에 장악되어 있음을 비판하면서, 새 정부는 페미니즘이라는 목발을 벗어 버리고 모든 여성과 남성이 각자의 개성에 따른 차이를 상호 인정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배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오정환 MBC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정 보도가 미덕인 사회를 바라며”는 현재의 언론이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중국의 신화사 통신 그리고 삼류 독재국가의 언론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주창 저널리즘 곧, 특정 정당의 집권에 사활을 거는 막무가내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편파 보도를 일삼고 있음을 비판하고, 언론이 특정 정당의 시녀역할에서 벗어나 공정한 보도를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 정부는 언론을 정부의 관변언론으로 악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치특집에 게재된 위의 글들에 언급되어 있지는 않으나, 성교육과 역사교육에 있어서 현 정부 소속 국가공무원들의 횡포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비윤리적인 동성애를 조장하며 조기 성애를 강요하는 왜곡된 성교육에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함으로써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을 도덕적으로 무감각하게 만들고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근대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역사교육과 잘못된 국가관을 어린 학생들에게 강제로 주입해 정체성을 흔들고 있습니다. 관 주도의 공교육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6·25 전쟁의 실상을 왜곡하고, 산업화를 주도하여 오늘의 풍요로운 한국을 있게 한 정치 지도자와 정부의 활동을 곡해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공산주의의 위험성에 관한 안보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어린 세대를 가능한 한 학부모로부터 분리해 국가기관의 통제하에 두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어린 세대 교육의 상당 부분을 학부모들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돌려주어야 하며, 성교육을 이성애적 성 윤리를 가진 건전한 기관에 맡기고, 역사교육을 좌 편향된 관변 어용단체로부터 분리해 이념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순수하게 역사를 탐구하는 민간기관에 이관시켜야 할 것입니다.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되, 공무원이 교육내용에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특집에 게재된 글들은 현 정부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새 정부, 그리고 한국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윤곽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현실이 혼탁해도 정치가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중요한 소명이자 실천 현장이라는 해석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정치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정치와 경제구조가 헌법적 민주주의와 경제적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조건하에서의 자유시장 경제원리라는 레인(lane)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비판과 감독과 참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3월 초의 대선에 이와 같은 관점이 반영되는 선택을 하도록 교인들과 국민을 독려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글 |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과(B.A.), 동 신학대학원(M.Div.),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Th.M.),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교(Th.D.)에서 수학했다. 미국 보스턴 대학교와 네덜란드 우트레히트 대학교에서도 공부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조직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한동협 현대성윤리문화교육원 원장, 월드뷰 편집위원, 차바아 운영위원, 복음법률가회 운영위원, 카도쉬 아카데미 고문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