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지표로 본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 어떻게 보아야 하나?
2021-07-05
월드뷰 JULY 2021●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ISSUE 3 |
글/ 이봉화(명지대 사회복지대학원 초빙교수)
문제 제기
우리나라는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했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세계 각국은 1995년 제4차 세계여성대회의 북경 행동강령이 모태가 되어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별 불평등 종식을 위해 노력해 왔고 이에 따라 여성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유엔개발계획(UNDP)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성 평등 정도를 측정해 정책의제로 확장할 수 있도록 남녀개발지수(GDI), 여성권한척도(GEM), 성불평등지수(GII)를 개발하여 발표하고 있고, 2006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성격차지수(GGI)를, 2009년부터는 우리나라도 국가성평등지수를 개발하여 정책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측정한 성 평등 관련 지표의 국제 순위가 서로 상이하고 지표 간의 불균형과 격차가 존재하고 있으며 특히 WEF의 GGI는 우리나라 순위가 세계 하위권으로 측정되어 지표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을 비롯한 여성계에서는 국가성평등지수에서 저평가된 지표에 대해 여성 할당제나 결과론적 평등을 위한 정책의제로 검토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와 관련한 국가순위와 UNDP의 GII 순위는 10위권으로 크게 차이가 없지만, WEF의 GGI는 세계하위권으로 우리나라 세계 경제 수준을 연동하고 지표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합리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저평가된 지표의 개선과 관련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활발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져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는 데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
한국 여성 정책의 실태와 문제점 분석
한국의 여성 정책은 유엔의 남녀차별 철폐협약과 1995년 북경 행동강령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고 발전되어 왔다. 여성에 대한 문호개방과 남녀차별 철폐의 초기 여성 정책에서 시작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남녀가 평등한 참여를 보장받고, 동등한 권리와 기회, 조건과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강화한 결과 호주제 폐지, 고용차별 금지 및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시행, 여성폭력 방지, 경력단절 여성지원 및 성별 영향 분석평가 도입 등 양성평등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성 정책은 급진적 페미니즘과 젠더 이데올로기가 기반이 되는 정책으로 급선회하여 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헌법을 양성평등에서 성 평등으로 개정을 시도한 것, 여성가족부의 정책 슬로건, 양성평등기본법과 기본계획의 비전에서 명확히 알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정책 슬로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에는 ‘양성평등과 일·가정 양립’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은 ‘여성‧가족‧청소년이 함께 만드는 성 평등한 민주사회’로, 2019년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 평등 포용 사회 실현’, 2020년에는 ‘평등을 일상’으로, 2021년은 ‘평등하고 안전한 일상,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바뀌었는데 성 평등, 민주사회, 다양성, 포용 사회, 평등의 용어가 페미니즘과 젠더 이데올로기 기반으로 정책전환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이에는 실질적 평등과 결과론적 평등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적 성평등지수와 국가 성평등 지수로 본 한국 여성의 지위
1. 국제적 성평등지수
UNDP의 남녀개발지수(GDI)와 여성권한척도(GEM)는 인간개발의 수준에서 여성 불평등 정도를 반영한 것으로, GDI는 인간개발 수준과 성 평등 수준을 함께 반영하는 지수이고, GEM은 개발된 능력의 활용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이지만, GDI가 성불평등성을 측정하는 별도 측정지수가 아니라는 점이, GEM은 선진국, 도시 엘리트 중심이라는 점이 비판을 받아 2010년부터는 성불평등지수(GII)로 대체해 측정하고 있다.
WEF의 성격차지수(GGI)는 UNDP의 GDI, GEM과는 철학적 토대가 다르고 오로지 성별 격차에 집중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UNDP의 GDI는 건강한 삶, 교육(지식), 소득에서의 인간개발 수준의 성별 격차를 측정하는 것으로 출생 시 기대여명, 평균 교육 연수, 기대 교육 연수, 1인당 추정소득(GNI)이 구성지표이며 UNDP의 GII는 생식 보건, 권한, 노동시장에서 성 불평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인간개발의 손실을 측정하는 것으로 구성지표로는 모성 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여성의원비율, 중등학교 이상 교육받은 비율, 경제활동 참가율로 지표가 구성되어 있다.
WEF의 GGI는 경제, 정치, 교육, 건강 지표에 대한 성 격차를 측정하는 데 경제참여와 기회(5개 지표), 교육적 성취(4개 지표), 건강과 생존(4개 지표), 정치 권한(4개 지표)으로 지표가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국제적 성평등지수의 한국 순위를 보면 GDI는 1995년 세계 37위에서 점차 지수가 좋아져 GII로 지수가 대체된 2009년에 세계 25위, GEM은 1995년 세계 90위에서 2009년 세계 61위로 개선되었다. 2009년 이후에는 GDI와 GEM이 대체되어 GII로 측정하기 시작했는데 2010년에 세계 20위, 2015년에 14위, 2020년에 10위를 차지했다.
WEF의 GGI는 2006년 측정을 시작한 해에 92위, 2010년에 104위, 2015년에 115위, 2020년에 108위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하위권에 있다.
2. 한국의 국가 성평등 지수
2009년부터 여성가족부에서 국가의 성 평등 수준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국가성평등지수(Korean Gender Equality Index-KGEI)를 개발, 산출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시도별로 지역 성 평등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여성발전기본법에 이어 2015년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3개 영역, 8개 분야로 구성되는 데 사회참여, 인권 및 복지, 의식 및 문화영역이 있고 사회참여 영역은 경제활동, 의사결정, 직업훈련 교육으로 인권 및 복지에는 복지, 보건, 안전이 의식 및 문화에는 가족과 문화정보로 구성되어 있는데 남녀의 격차를 측정하는 지수로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성비가 완전한 평등상태를 100으로 산정하는데, 2019년 국가성평등지수 종합점수는 전년 대비 0.5점이 오른 73.6점으로 측정되었는데, 2015년 70.5점, 2017년 72.2점으로 매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역별로는 여성의 인권 및 복지가 79.2점, 성 평등 의식 및 문화는 74.5점, 성 평등한 사회참여는 64.2점이고 의사결정 분야가 여성위원회와 4급 이상 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높아져 2018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국가성평등지수의 출발점은 양성평등기본법의 기본이념과 정의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차별, 편견, 비하, 폭력 없이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참여를 통해 인권 존중과 존엄성이 보장되는 것”이라는 법의 정의가 해석이 다양하고, 추상적이어서 향후 국가성평등지수가 왜곡, 변질되어 적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3. WEF의 GGI 지표의 문제점
한국은 세계경제력 순위와 IMF의 세계국가의 경제력 순위, 1인당 GDP 순위를 보면 대체로 세계 10위권 내외에 있다. 또한, 국제적 성평등지수에서도 GDI와 GEM가 계승된 GII는 10위권으로 세계경제와 관련한 국가순위와 유사하다.
그러나 WEF의 GGI는 2006년 측정을 시작한 해 이래 한국은 줄곧 110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GII와 비교하면 지표의 격차가 극심한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에는 GGI지표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문제점을 설명했는데 당시 지표에서 건강기대수명은 144개국 중 공동 1위, 유사직종 임금 성비는 125위, 추정소득은 120위, 관리직 비율은 114위,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112위, 출생성비는 125위, 장관 여성 비율은 128위 등으로 지표가 세계 1위에서 128위까지 분포되어 논란이 컸었다. 수집 자료의 적절성과 공식성 등에서 합리성,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 결핍된 지표로밖에 볼 수 없다.
4. 적극적 조치와 결과론적 평등정책의 적용문제
1995년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된 성 주류화 전략은 각국 정부와 기관, 정책담당자들에게 모든 정책과 프로그램에서 성인지적 시각을 주류화하는 가시적인 정책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성발전기본법과 이후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적극적 조처와 결과론적 평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적극적 조치는 여성의 과소 대표성을 차별로 보고 성 평등 달성을 위해 추진하는 전략적 조치로 ‘성(性)’을 판단기준으로 하고 결과론적 평등은 각 개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 다른 조건을 가진 개인과 집단에 같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으로 명확한 기준과 목표를 가지게 된다. 국가성평등지수는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를 갖고 있는데 국제적 성평등지수의 지표와 함께 여성 지위와 성별 격차 해소정책에 유용한 자료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페미니즘 갈등으로 여성의 지위 향상과 성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적극적 조처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앞으로 양성평등, 성 평등, 젠더, 성인지, 성별 영향평가 등 개념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며 이러한 논쟁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빠진다면 양성평등의 계량화는 기계적 해석에 머무른다든지 아니면 너무 섣부르게 앞서 나가 정책의 후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우려도 있다. 따라서 각 지수의 지표에 근거하여 여성 정책을 수립할 때 평등에 대한 수준과 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가면서
여성의 지위와 성 평등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개발된 국제적 성평등지수와 국가성평등지수는 각국의 성 평등정책과 전략을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성평등지수의 측정결과를 기반으로 지표별 수준 관리를 통해 세계 각국은 미진한 여성 정책 분야에 대해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성평등지수에 낮게 평가된 지표에 대해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해 왔고 국가성평등지수를 개발하여 불평등이 심화된 지표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결정 분야의 지표 점수가 낮고, 임금과 상용직 등 경제활동 분야가 지표 수준의 하위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개선에 시간을 요하고 있고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국가성평등지표를 활용하게 되어 있어 지표와 계획을 연동해 정책에 반영하는 좋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앞으로는 국제적으로도 여성의 지위와 성 불평등 현황을 각국과 비교하고, 각국의 정책 방향성을 가늠하는 유용한 자료로써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경계할 것은 여성과 남성이 의사결정과 경제활동에 똑같게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구성된 지표에 대해 측정결과가 낮다고 하여 페미니즘 관점의 실질적 평등정책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남성의 역차별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lbw0401@hanmail.net>
글 | 이봉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2000)를 일본 도시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2005)를 취득했으며 현재 명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초빙교수와 경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1급)을 거쳐 제17대 대통령 인수위원과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다. 최근 바른인권여성연합과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의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