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언론인’

뉴미디어 ‘언론인’

2021-10-02 0 By 월드뷰

월드뷰 OCTO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COVER STORY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자그라운드의 대표 책읽는사자(책사자)를 초대했습니다. 그는 기독교세계관 운동에 뛰어들어 젊은 세대의 본이 될 뿐 아니라, <월드뷰>에 오랫동안 좋은 책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그에게서 풀뿌리 언론이라고 볼 수 있는 유튜브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들어보고,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 백신 관련한 유튜브 동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었는데,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편집자 주).


김승욱 : 그동안 <월드뷰>에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며, 현재 대표로 계신 ‘사자그라운드’라는 회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 일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책사자 : 크리스천으로서 평소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것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많은 크리스천들이 본인이 크리스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공 서적이나 일반 서적 베스트셀러, 유명인의 강연과 영화 및 드라마에 스며든 무신론·유물론·진화론적 주장을 아무런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크리스천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최소한 알아야 할 지식마저 습득하지 않는 것을 마치 ‘믿음 좋음’으로 생각하는 일종의 지적인 게으름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기독교세계관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을 알려주며 내 ‘신앙’이 ‘생활’이 되고, ‘생활’이 ‘신앙’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이런 저의 생각을 말과 글로 전하게 된 것입니다.

‘사자그라운드’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기독교적 지식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회사입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책을 통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프라인 멘토링 프로그램과 포럼을 주최하기도 했습니다만, 작년 8월 중순부터는 모든 멘토링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했습니다. 크리스천 청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을 선정해 독서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하고, 크리스천 청년 연애결혼멘토링을, 또 크리스천 예술가분들에게 기독교적 예술관을 알려드리는 예술가멘토링을, 기독교세계관으로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멘토링을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올바른 정치관을 알려드리고자 ‘서구 문명 북스터디 시리즈’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복음적 자기계발’이라 말합니다. 올바른 기독교세계관을 전제한 독서와 자가 학습, 그에 따른 습관의 실제적 변화는 매우 유의미한 성화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복음적 자기계발’은 성화의 다른 이름입니다. 감사하게도 약 2년 동안 사자그라운드 포럼과 각종 멘토링을 신청하신 분들이 약 4,000명 정도 됩니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가 메가트렌드가 된 현시대 흐름 속에서 책 내용 위주의 약 세 시간 강연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욱 : 닉네임이 ‘책읽는사자’인데, 사자라는 명칭은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서 예수님을 사자로 비유한 것이 연상됩니다. 어떤 연관이 있는지요? ‘책읽는사자’라는 닉네임을 쓴 이유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책사자 : 저의 책 <신앙의 참견> 프롤로그에 밝혔듯, ‘사자’라는 것에 특별한 종교적인 의미는 없습니다. 20대 때 지금의 아내와 놀이공원 동물원에서 사자를 봤습니다. 그때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 봤던 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사자를 바라보는 제 시각과 지성이 성장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사자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동물 사자를 붙여 ‘책읽는사자’라는 필명을 만들었습니다.

김승욱 : 현재 유튜브나 다양한 SNS에서 현대인의 각종 사회 문제, 생활 이슈들을 ‘기독교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비판하거나 동감하는 분들이 꽤 분명하게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하시는 일이 신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책사자 : 기독교세계관이라는 안경을 쓴 사람은 모든 현상을 기독교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사안에 따라 인본주의 세계관 안경으로 바꿔 쓰는 사람들이 부자연스러운 것이지요. 물론 매사에 과도한 종교적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교분리’에 속아 본인 스스로 생각과 표현을 검열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합니다.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속박하는 것은 지성도 아니고 매너도 아닙니다. 시간과 우연을 원인으로 무에서 유가 생기고, 무생물이 인간이 됐다는 인본주의 세계관도 일종의 종교입니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서구문명권 사회에서는 이런 무신론·유물론·진화론 세계관이 주류가 된 것뿐이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실제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과학은 언제나 반론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에서 진리가 아닙니다. 약 50년 전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마이클 머제니치(Michael Merzenich)가 주장한 뇌의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 –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크리스천이라면 정치·사회·과학과 기독교 간 유기성을 끊어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이 기독교세계관을 전제로 세워진 서유럽 국가들과 북아메리카 대륙 국가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기독교 쇠퇴의 주요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20세기 저명한 기독교 철학가이자 목회자인 ‘프랜시스 쉐퍼(Francis A. Schaeffer)’는 이것을 ‘결함 있는 기독교세계관’이라 말했습니다. ‘열방의 하나님’을 따르는 것이 아닌, ‘종교의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말이지요. 매우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런 사회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영화는 어떻게 봐야 할까, 기독교인이라면 쇼핑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전공서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등의 질문에 복음적인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가 ‘기독교인 관점’에서 하는 여러 이야기들은 우리가 잃고, 잊었던 ‘자연스러움’을 회복하는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 의견에 동의를 하든, 반대를 하든 그 자체가 이러한 담론의 크기와 무게를 키우는 것입니다.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역설적 소생입니다.

김승욱 : 2030 세대의 기독교인 청년층이 책사자를 많이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20대 청년 10명 중 단 2명만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인 현실에서 매우 인상적인 행보입니다. 대표님에게 청년들이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요?

책사자 : 오히려 특별한 노하우를 생각하는 마케팅적 노력이 없는 것이 주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저에게 반응한다기보다 제가 주창하는 영역주권론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크리스천 청년들의 연애와 결혼, 진로 고민 및 직장생활 처세, 기독교 변증적 질문들에 최대한 성실히 답변해 주려 노력합니다. 물론 답변에 대한 결론은 언제나 ‘오직 주께 영광’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많은 크리스천 청년들은 믿음을 잃은 상태가 아닌, 믿음을 잃지 않고 싶어 온갖 노력을 다하다 지쳐 있는 상태라 볼 수도 있습니다. 교회 설교 30분만 넘어가도 지루해하는 청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 방송은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집중해서 보는 현상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승욱 :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 통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자신을 ‘인사이트텔러’라고 설명하셨는데, 통찰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책사자 : 많이 외우고, 빨리 외우는 사람의 지적 영향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검색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더 나아가 ‘딥러닝 AI시대’입니다. 물론 ‘딥러닝 AI’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뉴욕대학교 심리학과 신경과학 교수인 게리 마커스(Gary Marcus)와 뉴욕대학교 컴퓨터공학 교수인 어니스트 데이비스(Ernest Davis)의 최신 저서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에 의하면 인간‘처럼’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은 현시대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딥러닝 알고리즘’은 인류의 정보 검색의 질을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스마트폰만 들고 있다면 누구나 준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습득의 진입장벽은 거의 제로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식습득을 위해 주체적인 검색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만 수동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쉽게 말해 스스로 코딩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에 코딩 관련 검색어를 직접 검색하는 사람들보다 유튜브가 보여주는 추천 영상을 보다 수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정보 접근의 진입장벽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겁니다. 이런 시대에는 어떤 내용을 검색하느냐의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 예로 이어령 박사의 책을 읽어보십시오. 그분은 똑같은 구글 서치 기능을 이용해 본인만의 매우 창조적인 정보의 집을 짓습니다. 책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 박사는 이것을 ‘편집 능력’이라 말합니다. ‘무엇을 검색해,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보 다음 통찰이 필요한 것이지요.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의 산만함의 정도가 염려스러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이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미래경쟁력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영상만 보느냐, 유튜브 알고리즘의 결괏값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느냐 이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입니다. 통찰력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지적 빈부격차’는 더더욱 벌어질 거라 예상합니다.

김승욱 : 통찰을 위해서 책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평생 교육자로 살면서 책 읽기를 강조했는데, 여전히 책을 멀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책 읽는 것을 권장하면서 겪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그에 따른 개인적인 소감이 있으신지요?

책사자 : 쉐퍼의 강연을 소책자로 만든 <기독교와 정부 그리고 시민불복종>라는 책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결함 있는 기독교세계관’이 어떤 사회적 피해를 초래하며, 그것을 다시 옳게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말하는 책입니다(‘시민불복종’이라는 표현을 과격하게 해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쉐퍼가 말한 ‘시민불복종’은 “성경의 권위 아래에 사는 기독교인들로서 필요한 법적,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모든 가능한 기독교적 대안을 실천해야” 함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소책자가 곧 교보문고 종교 부문 1위에 오르는 동시에 남은 재고가 모두 소진되어 아예 구매하지 못하는 분들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나비의 날갯짓이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기독교와 서구 문명의 유의미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에 대한 지식이 저조하다시피 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내용의 소책자가(일시적이지만) 상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한국 기독교계의 질적 부흥의 시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조심스레 가져봅니다.

김승욱 : 최근에 백신에 대한 견해를 발표해서 유튜브에서 제재를 받았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상당히 신중한 견해를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 그 제재의 부당성에 대해서 변론을 부탁드립니다.

책사자 : 저는 백신의 의료과학적 효능 자체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백신을 접종하든 하지 않든 그건 본인의 몫입니다. 그러나 접종 전에 ‘백신 옹호론’과 ‘백신 비판론’을 균형 있게 살펴볼 수 있도록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을 뿐입니다. 방역 당국과 주류 언론의 일방적 누락과 축소 보도는 백신과 관련된 과도한 음모론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뿐입니다. 제가 비판하는 핵심 지점은 ‘정보의 불균형’입니다. 굳이 위험을 감소하면서 유튜브에 관련 영상을 올린 이유 역시,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작년부터 백신에 대한 저의 의견을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을 되도록 피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비전문가가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둘째,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반기독교적·반지성적 음모론자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던 중 전문가 사이에서도 현 정부의 방역 시스템과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의료과학적 입장을 달리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코로나 관련 서적들과 강연, 인터뷰, 칼럼을 읽었습니다. 특히 선별진료소에서 1년 8개월 동안 진료한 서주현 교수의 <코로나19, 걸리면 진짜 안 돼?>라는 책은 코로나 방역 최전방에서 의사가 직접 겪은 체득적 사례와 지식을 바탕으로 서술한 내용이다 보니 매우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관련 서적을 7권째 읽어나가다 보니 이 사안을 보는 편향됐던 관점이 합리적인 균형을 갖추게 되더군요.

백신 관련 영상도 이러한 균형 찾기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이미 보도된 기사 내용과 전문가가 집필한 책 내용을 발췌해 소개하는 식으로 영상을 제작했으나, 유튜브 측에 두 번의 경고를 받아 해당 영상은 강제 삭제되고, 일주일 동안 영상 업로드가 강제 중단되었습니다. 물론 저보다 더 혹독한 제재를 받는 분들도 많지만, 저 같은 경우는 언론사 기사 내용, 전문가 인터뷰 및 서적 내용을 그대로 발췌해 소개했는데도 제재를 받았다는 것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유튜브 측에서 코로나와 백신 관련 제재를 가한다는 항목이 약 서른 개가 넘습니다. 그중 “코로나19보다 계절성 독감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주장”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엔 합리적 내용인 것 같으나 ‘의료인연합’ 성명문에 따르면 8월 26일 국내 40대 이하 코로나 치명률은 실제 독감 사망률보다 낮습니다. 서울대 김윤 교수는 9월 3일 개최한 ‘지속가능한 K방역 2.0 준비 국회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치명률이 0.1수준으로 감소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독감 치명률은 0.05~0.1%). 이 역시 연령별 치명률로 보면 특정 연령층은 독감보다 치명률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유튜브 제재 기준으로 보면 위 내용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가짜뉴스’ 프레임을 덧씌울 수 있습니다. 교묘하지요.

실제 제가 어떤 항목을 ‘위배’해 제재를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신 접종 후 사망자와 중증 환자에 대한 기사 내용을 소개하는 것조차 ‘강제 삭제’를 할 만큼의 제재를 가했다는 것은 시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명징한 반민주적 사례라 생각합니다. 비상식적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김승욱 : 어떤 영상들이 주로 ‘노란 딱지’가 붙던가요? 2년 동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온 입장에서 구글이 어떤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책사자 : 국내 정쟁(政爭)이 ‘노란 딱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약 2년 동안 이러저러한 영상을 업로드한 제 경험에 따르면 ‘pc 젠더 이데올로기’에 의거한 성적 주제에 대한 제재가 훨씬 심합니다. 외설적인 내용이 아닌 ‘성경적 성교육’에 대한 내용인데도 그렇습니다. 의료과학적 팩트를 기반한 내용이라 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거의 99% ‘노란 딱지’입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역시 ‘노란 딱지’를 받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구글이 어떤 가치관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김승욱 : 지금 언론중재법 제정으로 여·야가 논쟁하고 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최근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가짜뉴스 피해 예방, 포털 공정성 강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유튜브 매체를 ‘대안 언론’ 또는 뉴미디어 언론이라고까지 이야기하는 시대 흐름 속에 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유튜브 영상 제작자로서 이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책사자 : 핵심은 주류 언론이나 뉴미디어 대안 언론이나 그 ‘가짜뉴스’를 누가 어떻게 정의하느냐, 또 그렇게 정의할 수 있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문제 같습니다. 물론 주류 언론과 뉴미디어 대안 언론의 폐해도 심각합니다. 그러나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릴 수 있습니다. 하물며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들은 법안에 ‘허위 조작 보도’ 개념이 불분명하게 규정돼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고의 중과실의 근거가 되는 허위 조작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고, 이러한 애매한 성격을 이용해 정치 경제 권력이 비판 기사에 ‘허위 보도’ 프레임을 씌우는 독소조항으로 악용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배액배상제가 활성화된 미국조차 가짜뉴스를 법으로 규정해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가짜뉴스가 아닌 진짜 뉴스를 잡을 법안”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신문협회, 관훈클럽, 대한언론인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7개 단체는 언론중재법 철회를 요구하는 언론인 서명지를 국회와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은 “언론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미명 아래 헌법적 가치를 지닌 언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1972년 종신집권 위해 유신헌법을 밀어붙인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했습니다. 김수정 한국여기자협회장도 “국제사회가 민주주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한국을 바라보는 상황이 참담하다”라고 했습니다.

이 사안은 국내 정쟁에 함몰되어 ‘너희가 잘못했지 않느냐’라는 식의 논쟁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 세계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뱅상 페레뉴(Vincent Peyregne)’ 세계신문협회(WAN-IFRA) 최고경영자는 이 사태에 대해 “개정안 그대로 추진된다면 한국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토론을 억제하려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고 아예 WAN-IFRA 성명을 냈습니다. 국내 일간지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문체위를) 진짜 통과한 것이냐”고 거듭 물은 뒤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굉장히 심각하게 본다. WAN-IFRA 회원사들과 국제사회는 상정 과정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렇게 성급하게 마련된 법안은 개인의 권리 보호란 명분 아래 결국 자유를 억압하는 길을 연다. 한국의 여당이 나라를 아프가니스탄처럼 만들려고 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삼권분립 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에서 벗어나는 행태임은 분명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국 언론중재법안이 국회에 상정 가결된 과정을 보며 국제사회는 놀라움과 우려를 표한다. 상정 과정은 현재 권력을 잡은 세력의 신뢰도에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는 경고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자신의 책 <뉴스의 시대>를 통해서 각각의 언론 매체는 자신들만이 진실을 전한다, 객관적 사실을 전한다 외치지만 언론사의 본질적 속성상 어쩔 수 없는 편향성을 갖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각 언론사가 지향하는 정파적 흐름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홍콩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 중국 공산당의 압제가 오버랩 되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김승욱 : 크리스천은 좌파나 우파가 아니라 하나님파가 되어야 하고, 진리의 기준을 성경에서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누가 더 진리에 가까운가 판단하려고 노력하면서 사랑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기독교인 가운데에도 그러한 노력보다는 진영으로 가르려고 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책사자 : 우선 좌파와 우파의 개념부터 합의를 이뤄야 그다음 논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개 좌파 우파라고 하면 현실 정당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보다 넓은 의미의 용어 정립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인정하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자유를 따르느냐, 하나님 자리에 인간의 이성을 올려놓은 프랑스 시민혁명의 자유를 따르느냐. 전자가 우파이고 후자가 좌파라고 한다면 이런 의미에서 기독교인들은 좌파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용어 정립이 되어 있지 않고 단순히 현실정당적 좌파 우파 구분을 하는 크리스천에게 “기독교인들은 좌파가 될 수 없다”라고 말을 한다면 자신의 신앙이 거절당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대화는커녕 싸움이 안 나면 다행이지요.

자유 민주주의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기질적 보수주의자, 기질적 진보주의자의 구분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유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해치는 것은 기질적 진보주의자가 아닌, 반서구문명주의자입니다. 이런 분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유 민주주의의 원리를 알아야 하는데 많은 분이 ‘하나님을 인정하는 미국의 자유(우파)’와 ‘인간 이성을 최고의 가치라 여기는 프랑스 혁명의 자유(좌파)’의 역사철학적 서사에 대한 이해와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통해 미국의 자유를 ‘이식받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모르시기에 이 정당이 내는 법안이 자유 민주주의 테두리 안에서의 (조심스러운) 왼쪽인지, 자유 민주주의라는 테두리 자체를 훼손하고 무너뜨리는 악법인지 분별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다니엘 지블렛(Daniel Ziblatt)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공저에서 “냉전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일어난 민주주의 죽음 가운데 75%는 쿠데타에 의한 것이었다…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붕괴는 대부분 군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민주주의 붕괴는 의회나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합법적’이다…. 헌법을 비롯한 형식적 민주주의 제도는 온전히 남아 있다. 시민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투표를 한다.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 틀은 그대로 보전하지만, 그 내용물은 완전히 갉아 먹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매우 진지하게 고찰해야 할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누가 없겠습니까. 다만 그 열정과 별개로 잘못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무지를 분별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실정당적 정파 논리에 신앙심을 투영하면 (거의) 필연적으로 진영 논리에 빠져 그에 따른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당론이나 당 차원의 공약이 복음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고, 지지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우리 크리스천은 ‘우파처럼 보이는 크리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당선과 정당 집권이 제1목표인 현실정치 세계에서는 ‘절대 진리’가 없습니다. 민심을 따릅니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민심을 거스르더라도 지켜야 할 기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입니다. 말 그대로 ‘예수파’인 것이지요. 이런 문맥을 반복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면 성도 간 유의미한 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 무엇이겠습니까. 정파적 나무만 보는 사람들에게 복음적 숲을 보여주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우선순위라 생각합니다.

김승욱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