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종교의 자유

언론과 종교의 자유

2021-10-01 0 By 월드뷰

월드뷰 OCTOBER 2021

● 기독교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는 매거진 | 발행사


글/ 김승욱(발행인,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극단으로 치닫는 현대 정치


벤 샤피로(Ben Shapiro)는 <역사의 오른편 옳은편(the Right Side of History, 2020, 기파랑)>에서 현대정치의 특징을 좌우를 막론하고 자기편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철저하게 믿는 생각이 점차 확산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온라인 언론사 ‘데일리 와이어(The Daily Wire)’를 설립해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시켰고,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영역에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미국에서 문화전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 촉망받는 풀뿌리 언론인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좌파는 우파가 나치 같은 괴물이며 개인의 삶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우파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중요한 점은 양쪽 진영이 모두 확신에 차 있어서 문화 권력이나 정부를 통해 상대를 탄압하는 데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권해서 유토피아 비슷한 걸 만들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오와 지지가 극명하게 갈렸고, 상대방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를 망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에서도 이런 경향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서 대립했습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명절에 만나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정치 이야기를 일절 안 하는 가족도 많습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부부간에도 정치성향이 달라서 이혼하려고 한다는 가정이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부정선거가 화제로 등장하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관심이 많은 주제에 대해서 말을 못 하니 모임이 즐겁지 않고, 관계도 소원해집니다.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인간관계가 더욱 멀어집니다. 이러한 경향을 AI가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주 보는 동영상만 추천해 주면서 비슷한 견해만 계속 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자기 확증편향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종교가 달라도 친근감을 느끼게 되어서, 신앙보다 정치적 성향이 인간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


이번 추석에 국립현충원에 성묘를 가려고 했는데, 추석 연휴 5일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서 개방하지 않는다고 ‘온라인 참배’로 대체하라고 합니다. 별걸 다 온라인으로 하라고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부친께서 돌아가신 후 맞이하는 첫 추석이어서 어머니 댁에 형제들이 모여 위로를 드리려고 했더니, 그것도 인원 제한 때문에 안 된다고 합니다. 결국, 가족별로 따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 조치를 불가피하다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횡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국립현충원은 비교적 넓고 안전한 야외이니 사전 예약을 받아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도록 하면서 참배를 허용하고, 개인 방역을 철저하게 하도록 협조를 구해야지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너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교회 예배 금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할 것입니다. 기독교인에게 예배는 매우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를 위해서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다른 모임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다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지난 몇 해 동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독교가 중심이 되어 문재인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였기 때문에 교회에 대한 탄압에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방역은 정치방역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네오마르크스주의 전술이 확산되고 있는 오늘날 언론이 여론에 미치는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론에 영향을 미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사회주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여당에서는 정부의 통제 조치에 합리적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가짜 언론을 문제 삼습니다. 언론사와 유튜브 등의 거짓 왜곡 보도를 막는다는 이유로 여당에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많은 언론 종사자들과 법률가들이 이 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잘못된 보도가 급속하게 퍼지는 것이 요즘의 특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립적이고 건전한 언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가려내 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바람직할까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10월호에서는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다룹니다. 2020년 <월드뷰> 8월 호에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특집호를 냈습니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에 관해서는 2019년 11월 호와 2021년 4월 호에서 다루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언론중재법을 중심으로 다루고,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는 최근 전개된 논의를 중심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커버스토리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유뷰브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자그라운드’의 대표 책읽는사자(이하 책사자)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기독교세계관 운동에 뛰어들어 젊은 세대의 본이 될 뿐만 아니라, <월드뷰>에 오랫동안 좋은 책 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그에게 유튜브 제작과 확산에 전념하게 된 계기를 들어보고, 독서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유튜브 동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었는데,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달의 특집(ISSUE)

특집 칼럼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소개합니다. 먼저 언론의 자유가 왜 중요한가에 관해서 8편의 칼럼을 실었고, 종교의 자유에 관해서 5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먼저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서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명재진 교수가 바른 정치를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원론적으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한국의 헌법은 미국의 헌법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우리 헌법 21조에 규정된 언론출판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습니다.

더워드뉴스 이진수 대표는 유튜브 등 ‘풀뿌리 언론(grassroots media)’의 시대가 열린 오늘날, 주류언론이 정권 견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 유튜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가짜뉴스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제시합니다.

가짜뉴스와 관련해서 전체주의 국가들의 여론조작 전략도 우려됩니다. 북한은 남한의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각 정부를 해킹하기 위해서 사이버작전사령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투입된 인력이 약 3,000명으로 우리 군의 7배 수준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중국도 우리나라 언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에 고용된 인터넷 여론 조작단 우마오당(五毛党)에 대해 이상원 목사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현재 논의되는 언론중재법의 문제에 대해서 다섯 편의 칼럼을 통해 법학자와 언론인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먼저 언론중재위원을 역임한 강원대학교 법대 김학성 명예교수는 ‘언론의 자유 보장’ 역사의 기념비적 결정판이라고 하는 1960년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관련된 뉴욕 타임즈 소송 사건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여당의 언론중재법의 입증책임 전환과 징벌적 손해배상은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이흥락 대표변호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립성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과잉 입법에 의한 언론 말살을 우려했습니다.

KBS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김인영 장로는 2011년 인권보도준칙이 한국 언론계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언론중재법이 통과될 경우 그 영향은 끔찍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KBS 시사교양국 권혁만 PD도 언론중재법이 통과되면 ‘추적 60분’이나 소비자고발과 같이 사회 권력층을 감시하는 고발프로그램은 앞으로 제작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KBS 보도본부 이영풍 기자는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를 잡는 척하면서, ‘진짜뉴스’를 죽이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된 6편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본보의 고정칼럼을 담당하며, 총신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한 이상원 교수는 먼저 국가와 종교의 바람직한 관계를 아브라함 카이퍼와 도예베르트의 영역주권론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건강하지 못한 정부와 교회 관계의 예로 예배 규제 및 동성애 비판금지 등을 꼽았습니다.

미국 역시 정부가 방역을 위해서 교회에 어느 정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조평세 박사는 미국에서 코로나 시국에 교회 예배를 제한했던 주 정부의 조치에 미국 교회들이 벌인 소송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소개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 볼 때 한국 정부의 교회에 대한 규제가 정치방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을 순천향의대 이은혜 교수가 여러 통계자료를 인용해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에 <코로나는 살아있다-혼란과 희생을 딛고 미래를 향해>라는 책을 출간하여 이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지만, 지면 관계상 핵심만 요약했습니다. K-방역이 정치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되는 감염재생산지수에 관해서 계명대학교 의대 장병국 교수와 충북대학교 의대 김용대 교수가 소개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교회에 대해서 차별적 방역지침을 발표한 정부에 대해서 여러 교회가 반발해 ‘예배회복 자유시민연대(이하 예자연)’를 결성했습니다. 예자연의 김영길 사무총장은 한국 교회 예배 회복을 위한 법적 다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세한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맺음말


여야의 대선 후보 경선으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열기가 점점 가열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거불안이 늘어나는 등 정치 영향력이 국민의 피부에 와 닿아서, 과거 어느 때보다 정치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가 늘면 진실이 더욱 쉽게 밝혀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분별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공권력은 꼭 필요한 곳에만 개입해 최소한의 역할만 해야 합니다. 거짓과 참을 구분하는 것은 국민의 몫입니다. 어떤 정부도 법과 정권의 힘으로 유토피아를 만들지 못합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개인의 역량이 바른 사회로 나가는 첩경입니다. 귀찮더라도 옳은 일에 힘을 보태고, 잘못된 일에 눈감지 않는 건전한 시민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글 | 김승욱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현재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및 학교법인 청지학원 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에서 신제도주의 경제사 분야의 박사학위(Ph.D.)를 받고 UNIDO 국제 전문가와 경제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9년에 9명의 교수와 함께 “기독교학문연구회(현 “사단법인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를 창립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회장으로 봉사했다